*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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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시사평론가 김성완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김성완의 행간>은 뉴스의 배경과 속사정을 알기 쉽게 짚어 드립니다.
[편집자 주]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면을 들여다볼 뉴스는 뭔가요?

◆ 김성완> 오늘은 이른바 ‘현충원 방명록 정치’에 대해서 주목을 해 봤는데요. 대선후보로 각 당이 후보를 선출하고, 또 후보로 확정이 되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있죠. 국립현충원인데요. 이곳에 가서 참배를 하고 방명록에 후보들이 글을 남기게 되는데, 그 글 속에 어떤 정치적 의미와 어떤 행간이 숨어 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 김현정> 현충원 방명록 정치. 이 얘기는 김성완 씨가 처음 해석해 주시는 것 같은데요. 왜 여기에 주목하신 거예요?

◆ 김성완> 일본의 전통시 중에서 ‘하이쿠’라고 있죠.

◇ 김현정> 하이쿠라면 아주 짧은 17자 시?

◆ 김성완> 17자 정도 되는 글자에다가 시인의 철학, 세계관, 감정, 감성 이런 것까지 모두 압축해서 만드는 시인데요. 예를 하나 들면 이게 시입니다. “홍시여. 젊었을 때는 너도 무척 떫었지” 이게 끝입니다.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 ‘홍시여. 젊었을 때는 떫었다’ 이런 의미가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어설프고 그랬다, 이런 것들을 함축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면 귀뚜라미가 밤새 울었다고 하는 게 그냥 귀뚜라미가 밤새 울었다고 시를 쓰겠습니까? 외롭다, 이런 거죠.

◇ 김현정> 그 안에 여러 가지 심상이 다 들어가 있다는 거군요?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시인들이 이렇게 밤새 시를 쓰면서 창작의 고통을 겪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현충원 방문하기 전에 아마 창작의 고통을 겪을 겁니다. 그리고 방명록에 적을 텐데요. 어떤 마음으로 그 장소에 서게 됐는지 결의 같은 것, 의지 같은 것을 이 짧은 문장에, 방명록 안에 담게 되는데요. 그 안에 이제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따라서 정치인들의 앞으로 행보나 현재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예전에는 어땠어요?

◆ 김성완> 예를 들면 2002년도에 노무현 후보가 당시 아주 천신만고 끝에 당내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이 됐죠. 그 이후에 국립현충원을 갔는데요. “거룩한 뜻 반드시 받들겠다” 이런 표현을 썼어요. 거룩한 뜻이 뭐겠습니까? 국민들, 나를 선택해준 당원들의 뜻을 받들겠다, 이런 감사한 마음도 있고 그랬던 거죠.

그리고 2007년도에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이 나라 경제를 살리겠다” 이런 표현을 썼어요. 당시에 나라경제, 경제살리기나 이런 데 올인하던 상황이었으니까요. 방명록 안에도 이런 정치적 의미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방명록을 보면 정치가 보인다. 그러면 올해 대선 후보들 중엔 이미 국립묘지 다녀온 분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어때요?

◆ 김성완> 지난달 21일 박근혜 후보가 가장 먼저 갔었죠. 가장 먼저 후보로 확정이 됐으니까요. 가서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 받들어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 그 이후에 통합정치 이런 것들의 예고를 여기서 이미 다 했던 거죠. 그리고 이렇게 길게 문장을 쓸 때는 제가 창작의 고통을 말씀드렸지만, 사전에 미리 준비 안 해 갔겠습니까? 꼼꼼한 준비를 한 다음에 그 내용대로 썼겠죠.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에 어제 방문을 했었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썼는데요. 사람이라고 하는 건 ‘사람이 먼저다’가 슬로건이니까 그렇게 썼다고 하지만, 그 이후 뒷부분에 쓴 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같은 경우에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이렇게 써놨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그냥 ‘문재인’ 이렇게 써놨습니다. 두 사람의 어떤 스타일의 차이나 이런 것들, 뒤에 가서 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만, 그런 약간 권위적인 냄새라든가 이런 거하고는 좀 다르게 약간 정치 초년생 같은 분위기를 문재인 후보는 풍기게 되죠.

◇ 김현정> 거기서 차별화를 둔 거라는 말씀. 굉장히 꼼꼼하게 주목하셨네요. 그러면 안철수 원장은 어땠어요?

◆ 김성완> 안철수 원장 같은 경우에는 나흘 전이었죠. 5.18 국립묘지를 찾았는데요. 이렇게 썼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 김현정> 끝입니까?

◆ 김성완> 끝입니다. 더 이상 붙이지도 않았고, 마치 할 말 다 못한 사람처럼 끝을 맺었는데요. 이건 또 조금 이따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하이쿠처럼 그 문장 안에 함축돼 있는 의미들, 어떤 게 있는 거라고 보세요?

◆ 김성완> 먼저 박근혜 후보는 아까 제가 방명록에 어떤 글을 썼는지 말씀드렸잖아요. 그 중에서 키워드 두 개를 꺼내면 됩니다. ‘호국영령’ 그리고 ‘통합’ 이 두 가지인데요. 무슨 의미냐 하면 보수를 중심으로 해서 화합을 하겠다, 화합의 정치를 열겠다, 이런 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바로 봉하마을로 갔잖아요. 그 행보가 바로 그대로 담겨 있는 거고요. 당 지도부도 전 현직 의원까지 60여 명을 대동하고 나타났어요. 제가 아까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여기에 권위적인 냄새가 좀 난다고 했었죠? 단체로 참배를 한 부분에서도 좀 위세를 과시하는 이런 측면이 좀 보이는 거죠.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먼저다’ 했는데요. 이게 중의적 의미입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닌 세상이다 라고 하는 것, 거기다가 현재는 그런 세상이라는 걸 강조하는 거고요. 또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즐겨 쓰던 방명록 글이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그 후계자라는 걸 계승한다는 의미도 같이 포함 돼 있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단독으로 참배를 했거든요. 다른 당내 사람들이 가겠다고 하는 걸 뿌리치고요. 여기에는 앞으로 자기가 대통령 대권 가도에서 몸을 던지겠다, 이런 의미도 함께 포함돼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대조적인 면들이 있는 거네요. 일부러 차별을 둔 거일 수도 있고?

◆ 김성완> 네, 그렇습니다.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안철수 원장의 ‘고이 잠드소서’, 여기는 정치적 행간이 따로 없어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 김성완> 그냥 보기에는 그렇죠. 방명록에 별 내용 없네,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여기에 바로 축약의 정치, 생략의 정치가 숨어 있습니다. 아무 내용 없는 것 같지만 더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던 거예요. 왜냐하면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여기다가 민주영령 고이 잠드소서, 이렇게 하면 ‘아, 이거 대선출마다’ 이렇게 얘기할 거 아니겠습니까?

더 이상 붙이고 싶어도 내용을 붙이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얘기하자면 연애편지처럼 부치지 못한 연애편지에 가깝다, 이런 건데요. 어쨌든 내일 3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본인이 어떤 방식으로든 확정을 해서 의중을 드러내면, 그 다음에 국립묘지를 방문할 때 뭔가 확실한 문구가 들어가겠죠.

◇ 김현정> 재미있는 해석들이네요. 오늘의 행간 ‘대선주자들의 현충원 방명록 정치. 그 후의 숨은 뜻’ 들여다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