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프로골퍼 김미현 선수
슈퍼땅콩하면 딱 떠오르는 한사람이 있죠. 155cm의 작은 키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섰던 김미현 선수. 김미현 선수가 은퇴 선언을 했습니다. 그간의 소회,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볼까요. 프로골퍼 김미현 선수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미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시원하세요, 섭섭하세요?
◆ 김미현> 시원섭섭합니다. (웃음)
◇ 김현정>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한 거겠지만, 그래도 팬들입장에선 갑작스런 느낌이거든요. 어떻게 은퇴까지 결정하셨어요?
◆ 김미현> 일단은 올 초에 제가 발목이랑 무릎 수술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1년을 쉬다 보니까 몸도 몸이지만, 제가 너무나 성적만 생각하고 항상 선수로서 골프를 치다 보니까 점점 골프에 대한 사랑이나 매력을 잃어가고, 자꾸 성적에만 연연하는 것만 같아서.. 그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아서 골프를 사랑하고 즐기려면 한발자국 다시 물러나서 다른 걸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김현정> 아니 그럼 잠깐 쉬면되지, 왜 아예 은퇴를 해버리세요.
◆ 김미현> 선수는요, 잠깐 쉬면 실력이 확 줄어요. (웃음)
◇ 김현정> 완전히 그 스트레스에 해방돼서 즐기려면, 정말 골프를 사랑하려면 그냥 내가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신거군요?
◆ 김미현> 그렇죠. 놔야죠. 더 넓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김현정>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 옛날 지나간 추억들도 많이 떠오르시겠어요?
◆ 김미현> 그렇죠. 워낙 오랫동안 골프에만 전념하다 보니까..
◇ 김현정> 운동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죠?
◆ 김미현> 제가 1988년도부터 시작을 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 김현정> 24년 정도 한 거네요. 24년을 되돌아보면 특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어떤 추억인가요?
◆ 김미현> 여러 가지 장면이 있죠. 아무래도 너무나 많이, 많은 것을 인생에 전부 다 쏟아 부었으니까요. 여태까지..
◇ 김현정> 오로지 골프.
◆ 김미현> 그렇죠. (웃음) 뭐하나 집어서 말할 순 없는 거 같아요.
◇ 김현정> 골프를 빼면 김미현의 인생은 없다 할 정도, 그 정도로 올인했던 골프 여제인데요. 제가 기록을 보니까 국내 대회에서만 11차례 우승했고요, 1999년에 미국 LPGA로 넘어가서 신인상 받고, 2007년까지 다시 여덟 차례 우승. 맞습니까?
◆ 김미현> 네. (웃음)
◇ 김현정> 굉장히 화려해요. 하지만 늘 화려했던 것은 아니죠?
◆ 김미현> 그럼요. 어려울 때도 많았죠. 일단 2007년 이후에 무릎 부상 때문에 성적도 부진했고, 운동도 예전처럼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 정도 양을.. 2007년 이후에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매 해마다 우승을 했었는데, 중간에 제가 잠깐 3년 9개월 동안 우승이 없던 적이 있어요.
◇ 김현정> 언제였죠?
◆ 김미현> 2003년도부터 2006년까지. 그러니까 성적은 항상 좋았고 상위권에 있었는데 우승이 없었어요.
◇ 김현정> 우승의 문턱에서 항상 좌절한..
◆ 김미현> 네. 그래서 그때가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 김현정> 김미현 선수가 이렇게 성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독한 승부 근성이 있어요. 95년도에는 복통을 참아내면서 경기하고, 결국 우승. 그리고 바로 맹장수술 하러 갔죠?
◆ 김미현> 네.
◇ 김현정> 그리고 99년에는 LPGA투어 때 굉장히 고열이 났는데, 그런데도 플레이를 강행하다가 결국 병원에 실려갔던가요?
◆ 김미현> 네. 그때 코스 중간에서 엠뷸런스 와서 병원 실려갔어요. 한 5일 입원해 있었어요.
◇ 김현정> 아니, 그렇게 독한 승부사 기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 김미현> 아무래도 그냥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게 어느 정도 아픈 지 잘 모르겠는 거죠. '이걸 그만둬야 되나?' 할 정도로 아픈 지 모르는 거죠.
◇ 김현정> (웃음) 맹장이 터졌는데요?
◆ 김미현> 맹장 때도 그냥 약간의 배탈, 아니면 식중독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배를 그냥 움켜쥐고 걸어다녔거든요. 그런데 막상 골프를 치려고 자세가 딱 들어가면 아픈 걸 모르는 거예요. 거기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 김현정> 대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55cm의 작은 키로도 그 화려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거죠. 박세리 선수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라이벌이면서도 친구죠?
◆ 김미현> 나이는 동갑이고요. 제가 생일이 빨라서 학교를 일찍 들어갔어요.
◇ 김현정> 학년은 김미현 선수가 하나 위?
◆ 김미현> 네.
◇ 김현정> 김미현 선수 은퇴하는데, 박세리 선수는 최근에 국내 무대에서 9년 만에 우승했어요. 보면서 어떤 생각 드셨어요?
◆ 김미현>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 김현정> 좀 부럽지는 않았습니까?
◆ 김미현> 일단 제 마음은 선수생활을 접었기 때문에 부러운 생각은 그렇게 들지 않았고요. 맏언니로서 애들한테 본때를 보여줬구나, 잘했구나 생각이 들었죠.
◇ 김현정> 세리야 잘했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구나, 네가 보여줬구나 이런 생각? (웃음)
◆ 김미현> (웃음) 그럼요.
◇ 김현정> 혹시 은퇴 결정하고나서 박세리 선수랑 얘기 해보셨어요?
◆ 김미현> 아뇨.
◇ 김현정> 만나면 박세리 선수가 뭐라고 얘기 해줄까요?
◆ 김미현> 부럽다고 할 것 같은데요? (웃음)
◇ 김현정> 부럽다? 오히려 김미현 선수를 부러워 할 것 같아요?
◆ 김미현> 아무래도 좀.. 홀가분 하니까요.
◇ 김현정> 그게 20년 이상을 골프선수로 살아온 선수들만이 느끼는 묘한 감정이군요.
◆ 김미현> 그렇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놓고는 싶은데 놓지 못하는 거..
◇ 김현정> 지금 그러면 박세리 선수가 LPGA 1세대, 유명한 탑클래스 선수들 중에선 유일하게 남아서 지켜가는 건데, 박지은 선수도 은퇴를 했으니까요. 남아있는 박세리 선수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김미현> 굉장히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거든요. 너무 외로워 하지 말고, 거기서 맏언니로서 애들 잘 이끌어가고, 또 좋은 성적으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김미현 선수가 눈 여겨 보고 있는 후배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 김미현> 다들 아시다시피 최나연 선수가 지금 잘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전부터 생각했던 게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체계적으로 트레이너나 영어선생님을 따로 데리고 다니면서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하고요.
◇ 김현정> 요즘 선수들 보면 좀 부러울 거 같은 게 김미현 선수는 데뷔 때 라면 끓여먹어 가면서 고생했잖아요?
◆ 김미현> 아무래도 저희 때와는 확실히 달라요. 저희 때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고, 한국 사람도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뭘 해도 어렵게 어렵게 넘어갔는데요. 지금은 다 언니들도 있고, 너무 쉽게 되어 있잖아요.
◇ 김현정> 길을 다 닦아 놨으니까요. 김미현, 박세리 이런 선수들이요.
◆ 김미현> 그렇죠. 그래서 아무래도 생활하는거나 운동하는데서 좀 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해요. (웃음)
◇ 김현정> 후배들 보면 부럽기도 하겠어요?
◆ 김미현> 네.
◇ 김현정> 이제 10월 19일에 마지막 은퇴경기하는데, 그 후에 인생 계획은 짜놓으셨어요?
◆ 김미현> 제가 아카데미를 하나 해요.
◇ 김현정> 골프 아카데미?
◆ 김미현> 네. 그래서 경험에서 쌓아온 모든 것들이 그냥 버려지기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 김현정>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그건 팬들이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웃음)
◆ 김미현> (웃음) 그래서 많은 후배들이 바라는 길을 제가 갔었고, 거기서 또 최정상까지 가봤잖아요. 좀 많이 경험했던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서요. 아카데미를 오픈 하려고 해요.
◇ 김현정> 마지막 경기하고나면 울 거 같죠?
◆ 김미현> (웃음) 잘 모르겠어요. 첫 우승했을 때도 눈물은 안 났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떠날 때는 눈물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10월 19일, 그 마지막 경기 응원하면서 보겠습니다. 제2의 김미현, 제3의 김미현 많이 만들어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월) 프로골퍼 김미현 "땅콩신화 남기고 그린 떠나다"
2012.10.01
조회 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