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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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놀이연구가 편해문 씨
놀이터에서 하루종일 해지는 줄 모르고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그런데 요즘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이들이 없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도 줄어들었습니다. 놀이터 대신 컴퓨터나 휴대폰 게임기가 놀이로 자리잡았는데 “이건 놀이가 아니다, 놀이를 살려야아이들이 산다” 이렇게 주장하는 놀이운동가가 있습니다. 추석도 코앞에 다가왔는데요. 잘 노는 법 한번 배워볼까요?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편 선생님, 안녕하세요?
◆ 편해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놀이운동가가 뭡니까?
◆ 편해문> 인권운동가라든지, 평화운동가라는 걸 더러 들어보셨을 텐데요. 인권이나 평화처럼 놀이가 아주 보편적인 겁니다, 아이들한테는 특히. 그런 일을 하는, 그런 일을 알리는 그런 사람이라고 보면 되겠죠.
◇ 김현정>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람.
◆ 편해문> 네.
◇ 김현정>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는 술래잡기도 하고 비석치기, 제기차기, 말뚝박기 사실 여자 아이들도 말뚝박기 꽤 많이 했거든요. 요즘은 이런 놀이를 아이들이 하나요?
◆ 편해문> 다 없어졌죠. 놀이도 없어지고 골목도 없어지고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도 같이 다 지금 사라진 상태죠.
◇ 김현정> 사라진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습니까?
◆ 편해문> 사라진 아이들은 우리가 아시는 것처럼 학원이나 이런 곳으로 지금 다 한 곳에 다 모여 있죠. 학원, 학교, 집 이 사이를 잇는 선, 그 정도가 지금 허락되고 되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방구이죠, 그곳이.
◇ 김현정> 그래서 아이들이 찾은 놀이가 컴퓨터게임, 휴대폰게임 이런 거거든요. 청소년이라면 가끔 노래방. 이거는 놀이라고 안 치십니까?
◆ 편해문>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사실은 몸과 마음, 이런 것들 함께 다 쓰는 것들인데 지금 아이들이 컴퓨터게임을 지금 열심히 하는 까닭은 뭐냐면 올바른 놀이, 옳은 놀이, 바른 놀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못하도록 막 이렇게 막아줘 왔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은 놀이에 아주 허기가 져 있죠. 놀지 않으면 살 수가 없거든요, 아이들은.
몸이 다 부숴지고 몸이 다 아프고 그런데 그 아이들이 너무 놀고는 싶은데 허기가 져 있고 뭐를 먹고 싶은데, 놀이를. 먹을 수가 없는데 만나게 되는 게 게임이다 보니까 게임은 진짜 놀이는 아니거든요. 비슷한 거죠, 그러니까.
◇ 김현정> 몸을 움직이는 놀이가 아니니까.
◆ 편해문> 네. 그런 거를 만나는 순간 그동안 못 먹었던 놀이의 밥을 게임 속에서 다 채우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들어가서 게임이라는 것에 입문을 해 버리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서 게임중독도 나타나는 거고.
◆ 편해문> 맞습니다.
◇ 김현정> “한국은 인체실험장이다” 이런 말씀까지 하셨어요.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아니, 그럼 우리가 지금 마루타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이들을. 이런 생각이 들던데, 이건 무슨 말씀이세요?
◆ 편해문> 한국은 지금 아이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는 장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아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죠.
◇ 김현정> 여러 가지 모습이란 학교폭력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 흉악한 범죄 늘어나고 이런 게 다 거기서 시작된 거라고 보세요?
◆ 편해문> 물론 놀이가 아이들한테서 멀어져 간 것에 모든 까닭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학교라는 교실, 학교라는 곳, 이런 곳들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 좁은 곳에 아이들을 다 넣어놔서 가두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뭘까요? 우리가 닭장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닭장에서 위에서는 닭들이 자라는데 똥과 오줌이 위에서 쏟아집니다. 닭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닭들이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옆에 있는 약한 닭 하나를 여럿이서 부리로 계속 쪼면서 괴롭히면서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마치 우리나라 지금의 학교와 교실이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지금 너무나 걱정하고 너무나 어려운 일들이 생기고 있는 바로 괴롭힌다거나 폭력을 쓴다거나 이런 것들이 그게 다 아이들이 살려고 하는 것이라는 거죠, 그게 다. 왜? 견딜 수가 없으니까 옆에 아이를 괴롭히는 겁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들으면서 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습니다. 그래요. 닭장에 아이들을 넣어놓고 지금 아이들을 억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왕따도 생기고 학교폭력도 생기는 거다.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들은 말입니다. 아이들이 그냥 놀고 있는 거 보면 내가 지금 저 아이를 방치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해요. 쟤를 지금 뭔가 내가 투자를 해서 가르쳐야 되고 그래야 이 아이를 미래를 위해서 이 아이가 잘 살 수 있을 텐데. 저렇게 놀리는 건 내가 너무 무책임한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아닙니까?
◆ 편해문> 그런 건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망상에 불과 한 거죠. 아이들하고 부모라는 사이는 다정은 병입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편해문> 다정이 아이를 망치는 일이죠. 아이는 아이이고, 엄마는 엄마이죠. 우리는 기획자가 아니거든요. 우리가 무슨 방송국에 있는 PD입니까? 아이들이 기획물이고?
◇ 김현정> 아닌가요?
◆ 편해문> 아이들을 어떻게 기획으로 키울 수 있다는 그런 상식적으로도 할 수 없는 그런 생각들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길러낸 사례가 없습니다. 그것은 망상에 불과한 거라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말입니다. 편해문 선생님, 놀이운동가로서 우리가 지금 모셨는데 추석도 코앞에 다가왔는데 잘 노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잘 노는 거고, 또 우리 어른들도 잘 놀 수 있는 건가.
◆ 편해문> 추석이 앞에 다가왔는데 모양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아이들은 친척들이 모였을 때 한방에 모여서 스마트폰 붙들고 앉아서 아이들이 소복이 모여서 있을 것이고 어른들은 또 한쪽에서 또 화투를 펴놓고 하고 있을 겁니다. 다 저마다의 놀이에, 저마다의 게임에 다 빠져 있을 텐데 저는 어떤 놀이 하나를 해 본다, 이런 생각들보다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인지 그런 것들을 한번 견줘보고 이 둘을 조금 함께 모아서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정도, 특별한 어떤 놀이를 할 수 있는 것들은 뭐 있겠습니까?
◇ 김현정> 다 같이 따로 따로 놀지 말고 좀 한 데 모여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놀지를 좀 상의해 봐라, 이런 말씀이에요?
◆ 편해문> 네, 그런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추석 말고는 평소에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합니까? 어떻게 놀라고 해 줘야 돼요?
◆ 편해문>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아이들한테 한가한 시간을 줘야 합니다. 두번째는 놀 수 있는 어떤 공간 있죠? 터, 이런 것들을 조금 마련해 줘야 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놀 수 있는 동무를 아파트라도 상관없거든요. 옆집에 있는 아이 있지 않습니까? 어디로 가서 놀지 모르는 그런 친구들, 그 세 가지 제가 봤을 때 오늘을 사는 가장 지혜로운 부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만 만들어줘도 그 다음부터는 노는 건 아이들이 알아서 본능적으로 노는 거죠?
◆ 편해문> 그렇죠. 놀이하는 방법을 몰라서 비석치기 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 노는 게 아니거든요.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모아놓으면 놀이를 얼마든지 만들어내서 놉니다.
◇ 김현정> 맞아요. 한가한 시간과 장소와 친구, 동무. 그 부분이 핵심 같네요. 오늘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저희가 다 들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듣다 보니까 참 여러 가지 유익한 얘기가 많은데, 다음에 한 번 더 모시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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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8(금) 편해문 놀이운동가 "학교폭력 게임중독은 놀이 실종 탓"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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