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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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공원 양효진 동물 큐레이터
큐레이터, 우리가 흔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작품설명해 주는 사람이 바로 큐레이터죠. 그런데 이 큐레이터가 동물원에도 있습니다. 이른바 동물 큐레이터. 우리나라에서는 딱 두 사람뿐인 아주 낯선 직업 중의 하나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별명이 한국의 제인구달이에요. 서울대공원의 양효진 동물 큐레이터 연결이 돼 있습니다. 양효진 큐레이터님, 안녕하세요?
◆ 양효진> 네, 안녕하세요. 서울동물원 큐레이터 양효진입니다.
◇ 김현정> 별명이 제인구달?
◆ 양효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제인구달이면 오랑우탄하고 대화까지 한다는 동물학자잖아요.
◆ 양효진> 침팬지 학자시고요. 유명하신데 제가 아직 거기까지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별명만 봐도 우선 동물을 잘 알고 동물을 아주 사랑하는 분이겠다라는 건 알겠습니다만, 동물원 큐레이터라는 말은 굉장히 생소하거든요.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 양효진> 동물원 큐레이터는 동물전시기획 동물행동풍부화라는 동물복지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걸 중점적으로 운영을 하고 또 여기 계신 직원분들 교육프로그램, 또 설명판 제작할 때 자료조사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설명해서는 제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겠어요.
◆ 양효진> 그렇죠. 쉽게 말하자면 동물이 동물원에 오는 분들에게는 생소한 환경이잖아요. 그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이번에 리뉴얼 계획이 있는 맹수사 같은 경우에 시베리아 호랑이가 살아가는 환경을 재연하기 위해서 자료조사를 많이 하고 또 전문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 김현정> 어떻게 하면 그 동물이 가장 잘살 수 있을까, 이걸 연구해서 만들어내는 분.
◆ 양효진> 특히 시베리아 호랑이는 소나무 많은 곳에서 이렇게 쉬어가는 걸 좋아하니까 다른 나무들보다는 소나무를 심어주고요. 고양이들은 원래 물을 싫어하는데 고양이과인 호랑이는 굉장히 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개울이나 웅덩이 같은 곳을 이렇게 마련해 주는 그런 걸 기획을 하고요. 또 덥지 않게 그늘 같은 것도 만들어주고요.
◇ 김현정> 뭐 먹이주는 방법도 동물마다 다 다르다면서요?
◆ 양효진> 네. 아무래도 정말 다양한 동물이 있는데 다 먹이 먹는 방법이 다르죠. 기린 같은 경우는 높은 나무에 있는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저희가 낮게 먹이대를 설치하기보다는 높은 곳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게 주위에다 메달아주는 걸 하고 그걸 또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높이 설치하는 것도 하고요.
◇ 김현정> 우리가 올라가서도 볼 수 있게 설치해주시고, 그런 식으로.
◆ 양효진> 그런 걸 동물행동풍부화라고 합니다.
◇ 김현정> 제가 앞에서 한국의 제인구달이라고 소개했는데 제인구달은 침팬지들하고 대화까지 하거든요. 우리 양효진 큐레이터도 혹시 동물들을 만나고 연구하고 하면 어떻게 교감이 되죠?
◆ 양효진> 실은 저는 그 교감도 어떻게 보면 인간쪽에서만 생각한 게 아닌가도 싶어요. 최대한 저희가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제일 그 동물들에게 맞는 것인가를 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고요. 또 이렇게 천천히 오랫동안 지켜보다 보면 동물들이 이 점이 부족하구나, 이 점은 좀 더 해 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좀 들긴 합니다.
◇ 김현정> 정말 이거 너무 불편해서 말이죠. 동물이 울기도 합니까?
◆ 양효진> 눈물을 흘리고 그러는 동물들도 물론 있는데 저희가 그 동물들의 행동을 잘 살펴보면 그 동물들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잘 알 수 있어요.
◇ 김현정> 그게 교감이네요. 쟤가 지금 아프구나, 어디가 불편해서 우는구나, 웃는구나 이걸 느끼는 게 교감, 그렇죠?
◆ 양효진> 실제로 저희가 동물들의 행동을 또 착각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인간의 시각으로 좀 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동물원의 동물이 지금 몇 종,, 몇 마리나 있습니까?
◆ 양효진> 337종이 서울동물원에 있고요. 총해서 26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많은 동물들을 다 관리하고 매일 마주치다 보면 동물들하고 두뇌싸움도 해야 되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 같고 기억나는 에피소드 어떤 거 있었어요?
◆ 양효진> 물론 사육사 분들께서 항상 같이 관찰을 하시고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저한테 말씀 해 주시는 경우도 많고요. 또 새로운 동물행동풍부화를 시도하다 보면 마찬가지로 정말 시행착오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가 생각도 못 할 행동 같은 걸 보일 때가 있고 또 새로운 먹이통 같은 거 적용했을 때 거기에 막 이렇게 손이, 발 같은 게 껴서 이제 안 빠진다거나 이런 경우 정말 아찔해서 항상 그렇게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계속 관찰하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는 바로 조치를 취하고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오랑우탄하고는 그 녀석들이 워낙 IQ가 좋아서 큐레이터들하고 두뇌싸움을 한다면서요?
◆ 양효진> 네. 머리가 너무 좋아서요. 제가 한 번은 대나무통에 먹이를 이렇게 넣어준 적이 있는데 그거를 가지고 정말 여러 가지로 사용을 하더라고요. 거기다가 물을 받아서 놀기도 하고 또 그거를 어디다 던져서 뭐가 깨지기도 하고 그런 적이 많습니다.
◇ 김현정> 양효진 씨는 어떻게 이 동물원 큐레이터라는 낯선 직업을 갖게 되셨어요?
◆ 양효진> 제가 수의학과를 졸업했는데 졸업하기 전에 동물원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동물행동풍부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걸 알고 같이 이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아,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몇 년이 지나서 제가 야생동물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와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수의학과 나와서 수의사하면 사실 야생동물 만날 기회는 별로 없는데 야생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으로 오셨군요?
◆ 양효진> 제가 또 학교 다닐 때 철원에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있어요. 거기에 자원봉사를 나가면서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 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 김현정> 지금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하니까 제가 이런 질문을 하나 드려볼게요. 좀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인데 가끔은 그 좁은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들 보면 저는 좀 불쌍한 마음도 들거든요. 호랑이가 야생 속에서 뛰어다니지 못한 채 축 늘어져 있고, 새들은 망에 갇혀 있고, 북극곰이 한 여름에 땀 흘리고 있고 그래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을 슬픈 동물원이라고도 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분으로서 어떻게 보세요?
◆ 양효진> 저도 제일 좋은 것은 동물이 서식지에 자기의 행동성을 다 보이면서 살아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제일 먼저 해야될 것이 서식지 보존이고요. 하지만 지금 서식지가 정말 많이 파괴돼 가고 있고 동물들이 살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동물들이 갈 곳이 이제 없는 거죠. 저희가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에서 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이 돼요. 점점 종 다양성이나, 그런 번식을 하지 못한 종 다양성이 줄어들고 번식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더 번식을 하고 그럼으로써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 김현정> 돌려보내주기도 하는.
◆ 양효진> 네, 그런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또 앞으로 동물원이 해나가야 할 역할이고요. 그것을 위해서 더 많이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아이들이 가서 동물을 보면서 사랑하는 마음도 키울 수 있고 이런 장점들이 있어요. 이들이 사는 환경, 그녀석들이 사는 환경이 지금보다 더더더 좋아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주세요.
◆ 양효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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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5(화) 양효진 서울대공원 동물큐레이터 "한국의 제인구달이라 불리는 사람"
201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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