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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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0(수) 전승준 고려대 교수 "노벨상 못 타는 한국과학. 한국 0 vs 일본 16"
2012.10.10
조회 177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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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려대 화학과 전승준 교수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왔는데, 그 첫 수상자는 일본이었습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선정이 됐죠. 이로써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16명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겁니다. 그중에 1명이 국적을 바꿨기 때문에 현재까지 15명의 수상자. 하지만 우리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많은 숫자의 과학자들을 배출할 동안 우리는 뭘 한 걸까요? 이게 과학자만 탓할 일일까요? 1901년부터 2011년도까지 이 노벨과학상의 패턴을 분석한 분입니다. 고려대 화학과의 전승준 교수를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제가 이렇게 부러운데 과학자들은 얼마나 부러우십니까?

◆ 전승준> 정말 부럽죠. 그런데 일본은 정말 과학분야에서 일찍부터 저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노벨상이 시작한 해인 1901년에도 생리의학상에 유력한 후보자가 있었으니까요.

◇ 김현정> 1901년부터. 그러면 일본은 뭔가 과학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그때부터 지원을 했다는 얘기네요?

◆ 전승준> 글쎄,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하여튼, 특히 응용개발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신경을 썼는데요. 기초과학도 역시 신경을 꽤 썼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한다기보다는 꾸준히 지원을 했다고 볼 수가 있죠.

◇ 김현정> 우선 이번에 상을 탄 야마나카 신야 교수. 보니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공로예요. 이게 무슨 얘기입니까?

◆ 전승준> 아마 줄기세포 하면 우리 국민들도 잘 아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건 줄기세포로부터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세포로 분화가 됩니다. 사실 야마나카 교수 이전에는 배아줄기세포. 그래서 생명 초기에 얻어지는 그러한 세포로부터 분화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야마나카 교수가 2006년도에 굉장한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완전히 어떤 기능을 하는 세포가 돼 있는 거, 예를 들어서 피부세포 같은 것을 가지고 그 세포를 재프로그래밍 해서 줄기세포로 만들었어요.

◇ 김현정> 다시 원시세포로 돌려놓는 거예요?

◆ 전승준> 그렇죠. 원시세포로 돌려놓은 거죠. 이게 이렇게 됐을 때 어떤 장점이 있냐 하면, 우선 한 가지 장점은 예전의 그런 방법에 의한 줄기세포로 어떤 기능을 하는 세포를 만들었을 때는 이식을 할 때 거부반응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건 자기 피부세포로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없고요. 두 번째, 종교라든가 이런 윤리적 문제를 해소할 수가 있다는 그런 아주 큰 장점이 있어서 학계에 굉장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지금 과학분야에서만 일본이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 이게 세계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전승준> 일본이 그러니까 사실 2000년 이전까지는 그 국력이나 이런 거에 비해서 수상자가 굉장히 적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만 거의 10명을 배출 했는데요. 이건 미국 다음으로 그 많은 수의 수상자를 낸 거니까, 정말 굉장한 수준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 대단합니다. 도대체 일본이 이렇게 과학에 강한 이유, 그 저력 뭘까요?

◆ 전승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그 수상자가 굉장히 적어서 사실 전 세계에 있는 학자들이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아, 일본은 응용개발, 이런 쪽은 굉장히 잘하는데 기초과학은 좀 약하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 굉장히 많은 수상자를 냈고요. 정말 보더라도 앞으로도 거의 매해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굉장한 기초과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라고 지금 미래를 예측하는 발언을 하신 이유는 어떤 근거가 있는 건가요?

◆ 전승준> 정말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학자들이 그렇게 예상을 할 거예요. 그러니까 노벨수상자 같은 경우는 대개 한 앞으로 10년 정도 내에서, 그러니까 내년에 누가 수상하겠다 하는 이런 걸 얘기하기에는 굉장히 예측하기가 힘들지만 이런 사람들 풀 안에서 틀림없이 받을 거다 하는 것은 예측을 할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왜 그럴까요. 연구라는 게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 전승준> 그렇죠. 야마나카 교수 같은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으로 연구가 완성된 것에 비해 빨리 받은 편이에요. 그러니까 이번에 공동수상한 거든 교수 같은 경우를 보면, 그 양반이 수상한 연구는 거의 40년 전에 한 연구이기 때문에 그동안 그 교수님의 일이 알려지면서 ‘아, 이분은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하는 예상을 할 수 있었던 그 분입니다.

◇ 김현정> 얘기가 조금 샜는데요. 제 원래 질문은 일본이 이렇게까지 과학에 강한 이유, 저력을 가진 이유는 뭔가.

◆ 전승준> 일본은 전통적으로 특히 기초과학이라든가 대학에 대해서는 그냥 소량의 연구비를 꾸준히 지원하는, 그렇기 때문에 교수들도 유행에 휩쓸려서 논문을 많이 내야 되겠다거나 이러면서 어떤 유행하는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 또는 다른 사람이 안 하더라도 '아, 이거는 내가 새로 어떤 분야를 한번 해 봐야 되겠다' 하는 이런 연구를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아마 지금 이 상황이 그런 것들의 결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김현정> 꾸준히라는 게 얼마나 오랫동안 한 연구를 지원해 주나요?

◆ 전승준> 그러니까 일본 교수들이나 학자들을 보면 거의 평생 동안 합니다, 한 종류를.

◇ 김현정> 50년 동안 해도 그걸 계속 지원해 줘요?

◆ 전승준> 그렇죠. 2000년대에 노벨수상을 한 일본 교수들을 보면 수상연구를 거의 한 30, 40년 전 이때에 한 연구들을 계속 처음에 그걸로 시작해서 꾸준히 하다 보니까 정말 알려지고, 그래서 결국은 노벨상까지도 받은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우리나라의 환경을 비교해 보죠. 일본하고 비교했을 때 지금 어떤가요?

◆ 전승준> 우선 일본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굉장히 오랫동안 기초과학도 하고 그래서 과학에 대한 저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대학에서 연구다운 연구를 시작한 게 불과 한 20년, 길게 봐야 한 30년이기 때문에 우선 그 역사가 굉장히 짧습니다.

◇ 김현정> 연구다운 연구라고 보는 기준은 뭘까요?

◆ 전승준> 제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고려대학교로 돌아온 게 89년도인데요. 그때만 하더라도 정말 우리나라 대학에서 연구하는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그런데 한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그래도 이제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도 상당히 늘어나고, 그러면서 여건을 만들었다고 볼 수가 있어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노벨상 같은 경우는 보통 수상연구가 이뤄진 다음에 평균적으로 최근에는 한 15년에서 20년 후에 수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는 안 나오는 게 그 분석으로 보면 맞는 거네요?

◆ 전승준> 그렇죠. 평균적으로 보면 맞는데 저는 더욱 걱정이,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와야 될 텐데요.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틀림없이 안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크고.

◇ 김현정>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세요? 20년 전부터 지원했으면 10년 후면 나와야죠.

◆ 전승준> 그런데 저희의 지원하는 패턴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기초보다는 당장 어떤 결과를 내서 산업체에 이익을 주고 하는 이런 쪽에 상당히 좀 치중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다양성 있게 그 연구를 하기보다는 좀 유행을 좇는 그런 연구를 지원했기 때문에요. 지금 우리가 '정말 이건 세계에 내놓아도 뭐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는 그런 독창적인 연구가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 김현정> 저는 한 교수분께 이런 말 들은 적도 있어요. “논문 개수를 우리 대학들이 너무 중시한다. 그 개수를 채우다 보니까 장기프로젝트는 엄두를 못 낸다. 그냥 빨리 빨리 해서 규정 개수를 채워야 대학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이게 요즘 교수들의 비극이다” 맞습니까?

◆ 전승준> 정말 저도 대학교에 있으면서 약간 창피한 얘기인데요. 지금 말씀하신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교수들이 어떻게 보면 논문은 쓰기 위한 연구라든가, 연구비를 받기 위한 연구라든가 이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20년씩 노벨상 탈 만한 연구를 하려는 교수가 있다 하면 그 교수도 퇴출되겠어요, 개수 못 채워서. 지금 이런 현실인 거잖아요. 참 그러네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5년 안에 노벨상을 받겠다” 이런 단언도 했는데, 이건 그러면 좀 섣부른 단언이 되는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 전승준> 글쎄, 서 총장님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서 총장님께서는 그냥 바람으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저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을 언제 받을까, 그런 목적은 아니지만 노벨상 받은 분들이 어떠한 연구의 주제를 택해서, 어떻게 택해서 그거를 어떤 경로를 거쳐 노벨상을 받는다 하는, 이러한 정책연구를 올해 초에 보고서로 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보면 노벨상이 쭉 나오는,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받는 사람들의 경로가 있어요. 그런데 조금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가 있은 후에 평균적으로 요새 와서는 한 15년 내지 20년 후에 노벨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노벨상을 받기 전에 노벨상 징후자라고 해서 노벨상에 버금가는 상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교수라든가 거든 교수 이분은 생리의학상 같은 경우에는 래스커상이라고 있습니다. 이 상을 2009년도에 공동수상을 했어요. 그리고 생리의학상을 받은 분들을 보면 최근에 5년 정도 그분들은 전에, 한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래스커상을 수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노벨상 받는 분들이 전혀 이름도 없다가 갑자기 받는 게 아니라 이미 저런 분들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풀이 이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앞으로 10년 내에는 어느 풀 안에 있는 분들이 받을 거다 하는 건 틀림없이 알 수가 있고요. 저희가 정말 지금 굉장한 어떠한 논문을 낸다거나 연구 결과가 있으면 그거 가지고 한 15년이나 20년 후에 가능하니까 정말 지금 우리나라의 그런 독창적인 연구가 있는가 하는 건 저도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주목받는 연구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앞으로 20년 내에도 상당히 힘들 수 있다 하는 이러한 얘기를 할 수가 있죠.

◇ 김현정> 참 좀 부정적이고 어두운 분석, 전망이긴 합니다만 그게 우리 현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뭔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전승준>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일본 같은 경우도 노벨상이 이렇게 2000년대에 나오기 전에는 거기서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작은 규모라도 꾸준히 그 교수들한테 지원을 하고 어떤 교수들한테 빨리 빨리 이런 논문을 쓰라는 이런 독촉을 하지 않는 게 정부의 정책이었고 그게 문제가 있다, 그랬는데 사실은 그게 지금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 우리나라도 아마 작은 돈이라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한테 지원하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교수님,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