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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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5(금) 박정임 순천향대 교수 "어처구니 없는 대응..구미 불산누출사고"
2012.10.05
조회 206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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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박정임 교수


지난주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추석 연휴인 월요일에 구미 마을을 연결했습니다. “모든 농작물이 바싹 말라죽고 소들이 침을 질질 흘리고 쓰러져 있다.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인 걸 제발 알아 달라” 마을주민의 충격적인 인터뷰를 저희가 처음으로 생생하게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인터뷰 직후에 상황이 더 악화가 됐습니다. 환자가 무려 900명으로 늘었고요.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대체 이 불산이란 게 어떤 물질인지, 왜 환자가 갈수록 더 느는 건지 정확히 짚어보죠.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박정임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셨어요?

◆ 박정임> 사실 처음에 그 소식을 접했을 때는 ‘불산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런 생각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실험실에서 아주 소량으로 사용할 때도 중화제 옆에 챙겨 놓고, 대응책을 다 해 놓고 시작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맹독성이 있는 물질인 줄 알면서 어떻게 보호장비도 없이 일을 했지? 좀 화가 났고요. 그 다음에 그 회사에서 초기에 비상대응을 잘 했으면 인근 주민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 또 지자체 정부나 중앙정부에서는 왜 이렇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을까 하는 답답함, 그런 마음들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불산이라는 게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 물질입니까?

◆ 박정임> 사용처는 굉장히 다양한데요. 주로 정유공장에서 많이 쓰이고, 그 불소가 함유된 화학물질을 만들 때 원료로 많이 쓰이고요. 그 다음에 철이나 스테인리스의 찌꺼기를 청소할 때, 유리를 녹일 때 등등 다양하게 쓰입니다.

◇ 김현정> 녹여서 없애는, 부식하는 게 가장 주요한 역할이군요?

◆ 박정임> 네. 부식성이 산업가치를 만드는 그런 물질이라고 봐야죠.

◇ 김현정> 그런데 무조건 못 쓰는 건 아닐 테고, 써도 되는 허용기준치라는 게 있을 거 아닙니까? 이번 사고에 대해서 구미시는 “사고 다음 날 측정을 해 보니까 공기 중에 1ppm이었다. 이건 인체의 유해기준치에 크게 못 미친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 박정임> 뭔가 굉장한 착각을 하셨던 것 같고요. 우리나라 대기환경 기준에 사실 불산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까이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작업장 누출 기준을 끌어다 쓰게 되는데요. 그게 0.5ppm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사실 건강한 성인근로자가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노출 허용기준이 0.5ppm인 거거든요. 그러니까 1ppm이 제대로 측정된 것이라고 쳐도 사실은 안전하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숫자죠.

◇ 김현정> 하루 8시간 일했을 때 가능한 것보다 두 배로 높은 게 대기 중에서 나왔다?

◆ 박정임> 네. 게다가 일단 환경 중에는 사실 건강한 성인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 김현정> 노약자가 있죠.

◆ 박정임> 어린이도 있고 임산부도 있고 하기 때문에 사실 보통 환경 기준은 작업장 기준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1ppm을 기준으로 얘기를 좁혀 보겠습니다. 1ppm에 노출된 사람, 즉 불산가스를 흡입한 사람이 어떤 문제를 겪을 수 있나요?

◆ 박정임> 앞서 불산의 가장 큰 특징이 '부식성'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피부세포에 닿았을 때도 사실은 피부를 태운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손에 닿으면 손 피부가 상할 것이고요. 이제 들이마시게 되면 코, 기관지, 폐까지 이어지는 호흡기계가 모두 다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 워낙 세포 괴사능력이 좋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영향이 있습니다.

◇ 김현정> 염산하고 비교하는 분들이 많던데, 염산하고 불산하고 어떻게 다른 건가요?

◆ 박정임> 염산이 더 익숙하시죠? 그런데 화학구조식에서 보면 염산하고 불산은 굉장히 비슷한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보통 염산 하면 '화상을 크게 입었다' 이런 것들 연상하게 되는데요.

◇ 김현정> 염산 부어서 화상을 크게 입었다, 이런 사건들 나오잖아요.

◆ 박정임> 네. 그런데 불산은 그거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사망까지, 그 건강영향의 심각도가 커지는 것으로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염산은 뿌리면 겉만 태우는데 불산은 그 내부까지 파고든다, 이런 소문도 있던데 이게 사실인가요?

◆ 박정임> 침투성이 굉장히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공부하면서 더 알게된 사실인데, 태반도 통과한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 말입니다. 처음에는 40명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900명까지 늘었어요. 일주일이 되면 이게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더 늘어간다는 말입니다. 점점 더 후유증 같은 게 발생하는 건가요?

◆ 박정임> 보통 문헌에는 불산 같은 경우, 처음 약한 농도에 노출되었을 때는 그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래요.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 부위가 인식이 되는 거죠. 마치 처음 위궤양일 때는 아픈 줄 몰랐다가 많이 아파지면 병원에 가잖아요. 그런 것처럼 점차 진행되는 그런 특성이 불산으로 인한 건강영향의 특징으로 나옵니다.

◇ 김현정> 흡입을 한 경우에는 몸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어딘가에 퍼져 나간다는 말인가요?

◆ 박정임> 그런데 사실은 소변으로 많이 배출이 돼요, 혈액 속에 있는 경우에는. 그런데 이제 만성적으로 노출이 됐다거나 굉장히 고농도에 노출이 되어서 뼈까지 침투를 한 경우에는 사실 반감기가 수 년 걸린다고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소들이 침을 질질 흘리고 기침을 한다고 그러는데, 동물도 마찬가지 증상입니까?

◆ 박정임> 동물들에서 나타나는 건강영향은 사실 사람 건강영향이랑 비슷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뼈에 불소가 침착해서 기형적으로 변하고. 이런 것들은 사람의 건강영향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독할 방법은 없나요? 가장 시급한 대책은 뭡니까?

◆ 박정임> 이미 노출된 가축이나 사람에 대해서 해독의 개념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중화제를 쓴다고 해도 이게 통증을 완화하는 정도의 개념이기 때문에 해독은 시간을 좀 두고 봐야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 정도의 물질인데, 이런 공장에 있다는 걸 충분히 알았을 텐데요. 다른 곳으로 대피한 주민들을 안전하다고 다시 오라고 했다는 게,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일단 좀 화가 나고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대응 매뉴얼이 전혀 없었던 건가요?

◆ 박정임> 메뉴얼이 어딘가에 꽂혀 있기는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기는 하는데요. 사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았던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일단 공장에서도 초기에 대응을 하지 못했고 지자체 정부에서도, 소방서에서도 황당한 조치들을 좀 하잖아요. 물을 갖다가 직접 뿌린다든지.

◇ 김현정> 물을 뿌리면 안 되고, 중화제를 뿌렸어야 되는 거죠?

◆ 박정임> 미국 교통부에서 제안한 것을 보니까 물을 직접 쏘아서는 안 된다고 돼 있고요. 그게 이제 보통 산에다가 물을 직접 가하게 되면 연무라고 하죠. 안개처럼 막 피어오르는.. 그렇게 되면서 지상에 있어도 되는 그런 액체 상태를 다 기체로 만들어서 스프레이처럼 만들어주는, 그런 안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어서 그렇게는 하지 않도록 돼 있어요. 그런데 이제 급한 마음에 막 물을 뿌리신 거 같은데, 적절한 조치는 아니었던 것 같고요. 또 정부에서 대응한 부분들도 보면 너무 늦었잖아요. 사실 일주일 이렇게 됐고 하니까 이제 와서 당시에 노출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아내기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 돼 버렸고요.

◇ 김현정> 2차 피해도 걱정이 됩니다. 이 물질들이 혹시 물 같은 데 섞여서 다른 지역까지 흘러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이 물 마시면 어떻게 되나, 이런 걱정이요.

◆ 박정임> 그런데 이게 얼마나 희석이 됐을까를 보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듣자 하니까 한 8톤 정도 이번에 누출이 됐다고 하는데요. 이게 사실 굉장히 많은 양의 물에 희석이 되었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는 할 것 같은데요. 그 지역에 지표수나 지하수 수량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저희가 추정을 좀 해 봐야 되지 않을까. 아니면 측정을 실제로 해서 이제는 많이 희석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 하든가,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 지역에 지금 사람이 살아도 됩니까?

◆ 박정임>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이신데요. 일단 저희의 자료는 사고 다음 날 측정한 공기 자료 1ppm 이것밖에 없고, 그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어요. 그 다음에 저희가 우려하는 건 아마 공기 중에 있는 건 대부분 나뭇잎에 붙었다거나 땅에 붙었다거나, 아니면 아예 물하고 반응해서 분해가 되었다든가 없어졌을 건데요.

◇ 김현정> 정밀조사를 좀 해 봐야겠네요?

◆ 박정임> 지표나 지하수나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됐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