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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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송전탑 고공농성 현대차 비정규노동자 최병승 씨
지금 울산 현대자동차에 설치된 높이 45m 송전철탑에는 두 사람이 올라가 있습니다. 벌써 6일째입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요구하면서 두 명의 젊은 노동자가 농성 중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많은 고공농성현장을 갔지만 이렇게 위태로워 보이기는 처음입니다. 그냥 길쭉한 철탑에다가 밧줄로 몸을 묶고, 그 밑에 널빤지 한 장을 깔고 그렇게 매달려 있습니다. 대체 이 두 사나이는 어떤 이유로 올라가야 했던 건지, 직접 고공철탑 위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에요. 해고 노동자 최병승 씨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인터뷰를 위해서 밑에서 휴대폰을 올려주신 건가요?
◆ 최병승>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것으로 지금 통화를. 그러니까 45m 송전탑의 어느 부분에 계시는 거예요?
◆ 최병승> 한 20m 지점에 있습니다.
◇ 김현정> 최병승 씨는 거기 있고 다른 한 분은 어디 계세요?
◆ 최병승> 제 위에 한 3m위에 있습니다.
◇ 김현정> 사진을 보니까 마치 전봇대 고칠 때 기술자 분들이 밧줄에 매달려서 수리하듯이 그런 포즈로 20m 상공에 매달려 계시는 거예요?
◆ 최병승> 네.
◇ 김현정> 6일째. 밤낮으로?
◆ 최병승> 네.
◇ 김현정> 아니, 사방에 비바람 막아줄 게 아무 것도 없는데, 괜찮으세요?
◆ 최병승> 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셔서 그럭저럭 잘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서울에는 비가 새벽부터 많이 오는데, 거기는 괜찮습니까?
◆ 최병승> 네,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지금 바람만 좀 많이 불고 있고요. 햇볕이 나서 그나마 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왜 이 두 분이 이렇게 추운 날씨에 20m 꼭대기에 올라가게 됐는가, 도대체 무슨 사연인가요?
◆ 최병승> 저희가 2004년도에 노동부로부터 현대차 전체 업체 9,234개 공장에 대해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현대차한테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8년 동안 교섭을 요구를 했는데요.
회사는 그러면 법원 판결이 안 났으니까 법원 판결이 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태도였습니다. 그래서 8년 동안 또 소송을 해서요. 2012년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워낙 답답해서 정치권한테도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을 해서 국정감사를 8년 동안 3번을 했습니다. 2005년, 2010년, 2012년 이렇게 세 번을 했는데요. 이 국정 감사 세 번을 해도 어떠한 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한 심정으로 이렇게 올라왔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왜 무작정 그 위험한 데 올라갔느냐?' 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은데, 8년 동안 해 볼 만 한 걸 다 해 봤다는 말씀이시군요, 하다하다 안 돼서?
◆ 최병승> 네. 어쨌든 사회에서 대법원 판결이 최소한 사회를 운영하는 기준인데. 그 대법원 판결과 법에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를 하는데, 법조차도 회사가 안 지키면 저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럼 2005년에 해고 통보를 받고, 지금까지 생계를 어떻게 꾸리셨어요?
◆ 최병승>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그 다음에 조합원들이 생계기금을 좀 걷어주셔서 지원도 해 주시고 해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6일째 이렇게 올라가 있는 동안에 회사는 뭐라고 합니까?
◆ 최병승> 회사는 저희가 올라간 날 유감표명을 했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최소한 10년 동안 불법적인 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회사가, 저희의 이 행위가 불법적인 행위다. 라고 유감표명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좀 이해가 안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았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을 사진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었습니다. 6일째 18m, 20m 위에서 주무시고, 낮에 깨어 있고 하는 건데 제일 어려운 건 뭔가요?
◆ 최병승> 제일 어려운 건 어쨌든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건데요. (웃음) 여기가 뻥 뚫려 있어서요. 이게 생리적 현상을 하기에는 수치심도 좀 있고 이래서.
◇ 김현정> 정말 어떻게 해결하셔야 돼요?
◆ 최병승> (웃음) 네, 페트병에.. 하여튼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게 그래서 사람들이 막 쳐다보면 잘 이렇게 안 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오늘 저나 위에 있는 우리 사무장 동지나 다 문제해결을 해서 그나마 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 최병승> 식사는 밑에 있는 조합원들이 올려 주시면 먹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밧줄로 묶어서 올리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식으로.
◆ 최병승> 네.
◇ 김현정> 올라가 있는 와중에도 회사 측하고 물리적인 충돌이 있을 뻔했다는데, 그건 무슨 얘기인가요?
◆ 최병승> 저희가 올라가는 날 회사 경비, 회사 측에서 발견을 하고. (바람소리)
◇ 김현정> 바람 소리가 대단하네요.
◆ 최병승> 경비대를 동원을 했는데요. 회사 측이 용역들을 동원해서, '저 올라간 두 새끼 떨어뜨려서 죽여 버려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용역들을 막 올려 보냈거든요, 저희를 떨어뜨리려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아, 이러다가 죽을 수 있겠다.' 고 하는 생명의 공포도 좀 느꼈고. 그런데 조합원들이 많이 오셔서 그 문제가 잘 합리적으로 해결이 됐습니다.
◇ 김현정> 무엇보다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하실 거예요. 어머니께서는 뭐라고 하세요?
◆ 최병승> 그냥 올라갔는데 어쩌겠냐고. (웃음) 다치지 말고 밥 잘 먹고 내려오라고, 그렇게 얘기 하십니다.
◇ 김현정> 통화할 때 울지는 않으셨어요?
◆ 최병승> 울먹거리시기는 하셨는데요. 그래도 걱정할까봐 울음도 못 우시더라고요.
◇ 김현정> 어머님한테 지금 방송 듣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한 말씀 하시죠.
◆ 최병승> 하여튼 부족한 아들이고, 그리고 잘 해 드린 거 없고 걱정만 시켜드려서 죄송하고요. 내려가서는 좋은 아들로 그렇게 살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 김현정> 언제 내려오실 겁니까?
◆ 최병승> 회사 측이 8년 동안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고요. 회사 측이 파견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태도를 보이면 언제든지 저는 내려갈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이 지금과 같이 어떠한 태도도 보이지 않고 완강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면 저희는 여기서 내려갈 생각이 없습니다.
◇ 김현정> 참, 정신을 잠깐만 잃더라도 혼미해질 수 있는, 아주 떨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인데 세상에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습니다. 아래서 걱정하는 어머님 생각해서라도 몸 건강히 내려오셔야 되고요. 사측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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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2(월) 최병승 씨 "아슬아슬 20m 송전탑 위에서 울부짖는 사연"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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