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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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9(금) 황상민 연세대교수 "가슴에 시한폭탄 하나씩...칼부림사회"
201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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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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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시한폭탄 안고 사는 사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최선의 방어책"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지난 수요일 새벽. 강남의 한 주점에서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자동차에다가 숨겨 다니던 칼을 꺼내서 상대방을 찌르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요. 게다가 말싸움이 대단히 큰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 뿐이 아닙니다. 여의도 칼부림, 수원 칼부림, 강남의 초인종 칼부림, 의정부 칼부림. 참 헷갈릴 정도로 많은 유사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 이렇게 난폭한 행동을 하는 우리 사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사회적으로 한번 점검을 해 보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 강남 술집의 칼부림 사건. 전문가로서, 심리학자로서 어떻게 보셨어요?

◆ 황상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사하게 일어나는 폭력적인 행동이나 범죄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집니다. 많이들 홧김에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고, 이해가 안 된다고 그러는데요. 이해를 해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거고요. 또 우리가 이런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심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이런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나 또는 그 상황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범죄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심리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아나가거나 또는 이런 범죄의 이유를 파악 하는데요. 이번 범죄와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이 사람이 아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기보다는 상당한 재력이 있는 집안이고요. 또 과거에 폭력전과가 있긴 하지만 사실은 무수입으로서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등, 사회적인 통념으로 보면 참 팔자가 좋아서, 부모 도움을 많이 받아서 참 잘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바로 그 부분이 특이한 거거든요. 지금까지는 가정환경이 너무 우울했다든지, 부모로부터 폭력을 계속 받아서 뭔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든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함이 있어서 그것을 분풀이하듯이 묻지마 범죄를 했던 건데요. 지금 이 사람을 보면 넉넉한 환경에서 수입차 굴리면서 잘 살았단 말입니다.

◆ 황상민> 그 말은 마치 우리가 돈만 많고 경제적으로 풍요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하는 단순한 사고의 표현이죠. 사실 이런 사람은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피해의식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피해의식, 공격성, 이런 게 더 강하다는 말씀이세요?

◆ 황상민> 공격성이 강하다고 그러는 게 아니고요.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의 심리적인 위축이 돼 있고,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사소한 단서에 대해서도 아주 놀라울 정도의 공격성을 보이게 된다는 거죠.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이 올라가면 그와 동시에 심리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인정하고, 또 자의적으로 나름대로 그만큼 수용이 될 거라고 기대를 하는데요. 그렇게 되지 못 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주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소한 것에 대해 더 과격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이번에 보면 말입니다. 가수 김성수 씨 전 부인이 사망, 야구선수 박용근 선수는 지금까지 의식불명이고, 2명은 부상을 입었어요. 그런데 그 원인을 보면 "물수건 가져다 달라"고 종업원한테 얘기했는데, 이게 자기한테 한 얘기한 줄 알고 "어디다가 반말을 하느냐" 이러면서 말다툼 하다가 칼까지 가져왔다는 거예요.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소한 이유인데요?

◆ 황상민> 그건 사소한 게 아니라니까요. 야구선수라든지 또 과거 연예인과 관련된 분들이 가는 술집이라고 한다면 나름대로 괜찮고 좋은 동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거기에서 가 있는 사람들이 사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아주 예의를 갖추고, 또 나를 좀 더 있는 사람으로 봐주기를 기대하는데요. 반말하는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는 본인이 막연히 느끼고 있는 피해의식을 더욱더 촉발시키는 거죠. 이게 사실은 지금 우리가 웬만큼 먹고 살고 잘 살고 있다는 사회에서 아주 자살율이 높거나, 또는 묻지마 범죄와 같은 것이 더 많이 일어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죠.

◇ 김현정> 교수님께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잖아요? 그래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은데, 미국에서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게 총기난사 사건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 지금 이 칼부림 사건들이 계속 터지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 황상민> 사실 우리나라도 총기 소유가 어느 정도 자유롭다면 칼부림이 아니라 총부림이 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본다면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난사라는 것은요, 그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아주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 좋든 나쁘든 싫든 아이덴티티를 가지고서 이유를 내세워요. 나치를 옹호한다든지, 자기가 게임 세계에서 영웅이 된다든지, 어떤 우상을 가지고 그걸 실현해 보고자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보이는 묻지마 범죄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어떤 뚜렷한 아이덴티티나 실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게 아니고요. 마치 시한폭탄처럼 그냥 떠돌아다니다가 촉발되는 단서가 있으면 뻥하고 터지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에서 나타나는 이 묻지마 범죄와 같은 행위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라는 거죠.

◇ 김현정>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말씀. 이번 피해자 같은 경우도 보면 차에 과도를 가지고 다녔다고 해요. "이혼한 전 처 남편에게 언젠가는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지고 다녔다" 이렇게 얘기하던데, 그 부분이 시한폭탄이었던 거군요?

◆ 황상민> 그렇죠. 경제적으로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또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자기 마음속에서 더욱더 불만이나 피해의식을 가진 폭탄을 하나씩 들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것 때문에 뻥 터뜨리기도 하고, 또는 그걸 자기 자신한테 터뜨리죠. 우리 사회에서 아주 높은 자살율이 나타나듯이, 그냥 스스로 자폭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 과도를 자신에게 휘둘렀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 황상민> 그럼요. 그래서 사실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걸로 단순히 잘 먹고 잘 살아야 된다, 모든 사회현상이나 사람들의 문제로 풀지 말고요. 진짜 각자 자신의 삶에 있어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예의바르게 한다든지, 공손하게 대하는 것이 저 폭탄을 내가 터뜨리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다, 이런 생각만 한다 하더라도 자기가 훨씬 더, 나름대로 조금은 편안하게 잘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그 폭탄 가진 사람의 수를 조금이라도 적게 하게 위해서는 결국 근본적인 문제, 경쟁 위주의 사회 구도를 바꾸는 일이 아주 식상한 해법처럼 보이지만 또 그게 정답이겠네요?

◆ 황상민> 그런 정답을 찾으면 모든 사람들은 더욱더 폭탄이 되는 거죠. 그런 식상한 이야기들 말고.

◇ 김현정> (웃음) 너무 막연한 정답인가요?

◆ 황상민> 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의미를 찾고, 또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 인정해 주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이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이제 사소한 일에 이렇게 난폭해지는 이 사회 속에서 우리가 공손하게 대하는 게 즉흥적인 해법이 되겠습니까?

◆ 황상민> 무엇보다도 좋은 자기방어책입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험한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아, 기분이 참 나쁘신 일이 계셨군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우리가 보이게 될 때. 그리고 저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나를 무시하거나 나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시한폭탄이라서 본인이 지금 이 뇌관에 불을 붙이고 있구나' 이런 모습으로 봐야지, '나에게 칼을 휘두르는구나. 폭탄을 던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반응하면 안 된다는 거죠.

◇ 김현정> 요즘 무서운 일이 참 많이 일어나서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아침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