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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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광주트라우마센터 강용주 센터장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32년이 흐른 지금 광주에는요, 당시 피해자와 가족들을 치유하는 트라우마센터라는 곳이 생겼습니다. 역사의 피해자들, 그분들의 물리적인 치료를 돕는 곳은 있어 왔어도 심리치료를 하는 곳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내일이 개소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먼저 만나보죠. 광주 트라우마센터의 강용주 센터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 강용주> 네, 안녕하십니까? 강용주입니다.
◇ 김현정> 우선 그 트라우마라고 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맞죠?
◆ 강용주> 네, 천재지변이나 사고, 그리고 고문 같은 것을 겪은 다음에 그 이후에도 그것 때문에 후유증이 남는 것을 말합니다. 제경험이나 회피나 과도한 반응 등을 특징으로 하는 것을 PTSD라고 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면 지금 30년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이 센터를 만들어야 될 정도로 많습니까?
◆ 강용주> 5.18 관계자들에 관한 연구조사들을 보게 되면 한 40% 정도가 PTSD가 있고 그 중에 35%가 중증입니다. 그리고 뿐만 아니고 진실화해위원회에다가 고문을 당했던가 전쟁 당시 학살을 당한 사람들 경우도 보면 많게는 50%, 적게는 35% 정도의 고문후유증, 학살후유증을 갖고 있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5.18로 보상받은 사람이 4401명인데요. 그중에 40%면 한 2000명 정도가 PTSD 트라우마를 갖고 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대체 어느 정도의 고통을 지금도 호소합니까? 이 사례를 들어봐야 될 것 같아요.
◆ 강용주> 옛날 김근태 의원님께서는 고문의 후유증, 남영동의 고문충격 때문에 치과 의자에 앉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셨어요. 치과 의자에 앉는 그 구조가 물고문 당하는 것하고 전기고문 당하는 것과 같거든요.
◇ 김현정> 그것이 20년, 30년이 지나도?
◆ 강용주> 지나도 그렇고요. 저희 병원에 오는 고문후유증 사람들 중에는 주사 맞는 걸 두려워하시는데 왜냐하면 자기가 손톱 밑으로 바늘로 그렇게 고문 당했던 기억이 계속 떠오르신데요. 그런데 그거 뿐만 아니고 이분들이 우울증, 불면, 사회적 관계의 파탄, 알코올중독, 일상의 삶이 너무 힘겨우신 거죠.
◇ 김현정> 그런 사례가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수도 없이 많다는 말씀이에요.
◆ 강용주> 그래서 이제 그런 트라우마들이 이렇게 쌓이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이 되면 자살하게 되거든요. 5.18 관계자들 중에 자살하신 분들이 한 46명 정도 되는데요.
◇ 김현정> 그렇죠.
◆ 강용주> 그분들이 자살율이 10.3%인데 OECD 자살율 1위인 우리나라, 8년째 1위인 자살율이 0.03%에요.
◇ 김현정> 그래요.
◆ 강용주> 그러면 5.18 관계자는 그 사람들은 300배나 높은 자살율을 갖고 있는 거죠. 그만큼 심각하죠.
◇ 김현정> 그래서 센터에서 이런 분들에게 어떤 치료를 진행합니까?
◆ 강용주> 일단은 먼저는 직접적인 치료로 해서 육체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상담,사회복지적인 지원, 그리고 필요하면 법률 지원 등을 하는데 주로 정신과적이고 심리적인 상담하고 예술치료를 중점적으로 합니다. 두번째로는 이 지역사회에서 그분들이 지지하고 옹호하는 그런 역할들을 하게 될 겁니다.
◇ 김현정> 이게 5.18 피해자들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 강용주>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 광주 트라우마센터는 5.18 관련자를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국가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들이나 열사가족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학살 당하시는 분들 등등 국가권력에 의한 희생자는 다 저희들이 치료하려고 합니다.
◇ 김현정> 전액 무료로?
◆ 강용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누가 지원을 해 주는 건가요, 그러면?
◆ 강용주> 이것은 지금 현재는 광주시하고 보건복지부하고 50:50 매칭펀드로 하고 있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강용주> 이번에 이 사업 시작은 광주의 강운태 시장이 특별히 결정을 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사실 센터장님도 국가폭력 피해를 당한 당사자라고 제가 들었어요.
◆ 강용주> 저도 80년 5월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총을 들고 광주항쟁에 참가했고 마지막까지 도청 앞에서 사투하다가 도청이 함락되는 걸 보고 총을 버리고 도망친,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가진 사람입니다.
◇ 김현정> 고등학교 3학년이셨어요?
◆ 강용주> 네.
◇ 김현정> 그러면 센터장님은 정신과 의사니까 그 트라우마는 치유하셨겠죠?
◆ 강용주> 이 고문의 흔적이라든가 학살의 흔적은 시간이 지난다고 옅어지거나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삶이 그 순간에 멈춰버리게 됩니다. 내 몸은 여기에 있지만 내 영혼은 그 학살의 현장, 고문의 현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거거든요. 평생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는 거죠.
◇ 김현정> 아, 그 정도가 옅어질 뿐이지, 그렇게 힐링을 해 가면서 보듬어가면서 갈 뿐이지, 완전치유는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 강용주> 그렇죠, 우리 고문 생존자들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우리가 죽어야지 이걸 벗어날 수 있지.
◇ 김현정> 그런 얘기까지.
◆ 강용주> 이건 내 영혼에 새겨진 죽음의 고통이 각인되어 있는 거기 때문에요. 쉽게 없어지는 않죠.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꼭 필요한 곳이 왜 이제야 만들어졌나, 30년이 흘러서야 만들어졌나, 저는 이것도 좀 의문이네요.
◆ 강용주>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비판적인데요. 우리나라처럼 과거청산의 민주화가 된 나라는, 칠레나 아르헨티나나 남아공 같은 나라들은 그 민주화 과정에서 이런 고문 피해자를 위한 치유센터들을 만듭니다. 우리나라는 만들지 않았고요. 그건 기본적으로 우리가 과거 청산을 하면서 배상이나 보상, 기념사업 같은 물질주의적인 과거청산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희생자를 중심에 놓는 과거청산이라고 하는 게 UN이 정한 원칙인데 그 원칙이 결여됐다 해서 저는 좀 비판적으로 생각하고요. 또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가 심리학적인 마인드가 좀 부족하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그런 심리치료, 이런 정신적인 문제,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외면하는 게 있어요. 지금이라도 생겨서 다행이고요. 80년 5월의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커서 이제는 그들을, 고통받는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는 것도, 이게 참 뭐랄까요? 감회도 남다르실 것 같고. 더 다짐을 하게 되시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드네요. 아무쪼록 그 피해당사자들 가족들 눈물, 상처 잘 보듬어 안아주십시오.
◆ 강용주> 네, 고맙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십시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강용주 센터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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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7(수) 강용주 센터장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 위한 트라우마센터 엽니다"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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