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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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숙소녀 살인사건 변론한 박준영 변호사
여러분,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을 기억하십니까? 5년 전인 2007년 5월 수원에서 노숙을 하던 15살 소녀가 폭행을 당해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틀 뒤에 경찰은 지적장애를 가진 노숙인 2명을 긴급체포 했고요. 단 몇 시간 만에 자백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한 명은 벌금형, 다른 한 명은 징역 5년을 선고받죠. 비교적 쉽게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보였고 그 노숙인 5년형 다 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대법원의 재심공판에서 이 5년형 받은 사람이 무죄가 됐습니다. 5년 징역 다 살고 나온 뒤에 말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이 억울한 옥살이를 끝까지 파헤친 국선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를 직접 만나보죠. 박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준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 분을 처음 만나신 건 언제인가요?
◆ 박준영> 이 사람을 처음 만났던 게 2009년 1월달에 영등포 구치소였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찾아가셨어요?
◆ 박준영> 공범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이미 형이 확정된 이 사람도 무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찾아가게 됐던 거고요. 얘기를 들어보려고 갔던 겁니다.
◇ 김현정> 가서 들어보니까 이 사람 뭔가 이상하다, 무죄인 거 같다. 이런 확신이 드셨던거예요?
◆ 박준영> 물론 주장만으로 무죄라는 사실을 확신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전에 기록을 꼼꼼히 검토했었던 거고요. 그리고 또 무죄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었습니다.
◇ 김현정> 기록을 보니까 어떤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던가요?
◆ 박준영> 일단 자백 자체만 있었던 사건이고 물증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물증이 존재하지 않은 사건에서 객관적인 무인카메라 자료들 같은 게 많이 누락이 돼 있었기 때문에 정말 이런 자료들에서 어떤 무고함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사람도 억울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자료, CCTV 같은 게 있었다면 그걸 보는 게 당연할 텐데 그런 부분이 다 누락이 돼 있던가요?
◆ 박준영> 당초 경찰이 수사를 할 때 무인카메라를 다 확인 했었는데요. 그 무인카메라를 확인했더니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었어요, 그 당시에는. 그런데 그러한 사실 자체를 기록에 전혀 남겨놓지 않았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5년 전으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죠. 무죄를 이번에 선고받은 이 분. 지적장애를 가진 노숙인 정 씨. 애초에 이 사람이 나 안 죽였습니다라고 했다면 유죄를 몇 시간 만에 확정받지 않았을 텐데. 왜 처음에는 자신이 죽였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나요?
◆ 박준영> 사람 죽이지 않은 사람이 사람 죽였다는 자백 그냥 할 리 없죠. 자유의지를 박탈케 한 어떤 강압이 있었던 건 분명히 사실이고요. 정 씨 말에 의하면 경찰이 구둣발로 정강이 걷어차고 서류철로 머리 때리고, 이 새끼 거짓말쟁이네 하면서 욕설을 해서 또 맞을까봐 두려워서 거짓자백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맞을까봐 두려워서 그냥 자백했다. 그러면 이 수원 노숙인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게 되는 건가요?
◆ 박준영> 지금 진짜 범인은 아무도 모르죠,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딘가 있겠죠. 다만 제 생각은 범행장소가 학교 안이었고 또 이 사건의 피해자도 15살의 어린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학교 안에 누군가를 끌고들어간다는 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또래의 아이들의 범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또래의 아이들이 아닌가. 다시 잡는 작업을 시작을 해야 되는 거네요, 처음부터 그러면 경찰은?
◆ 박준영> 그렇게 해야 되는데 지금 그럴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 김현정> 이 사건, 그 지적장애인이 나 도와주십시오 해서 찾아간 것도 아니고 그냥 찾아가셨어요. 무료변론으로. 유죄를 무죄로 뒤집는 거 이거 보통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것도 몇 년동안 추적해서 말입니다. 어떻게 시작하셨고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어요?
◆ 박준영> 먼저 그 유죄를 무죄로 뒤집는데 있어서 쉽지는 않았죠. 왜냐하면 자백이 담긴 조서가 이미 만들어진 상황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준영> 그리고 또 그 자백 자체가 수사기관이 상황에 맞게끔 잘 구성을 시켜놨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들 사건에서는 수사과정의 불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상녹화물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공범으로 같이 지목받았던 다른 청소년들이 있었죠.
◆ 박준영> 네, 맞습니다. 그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영상녹화물을 통해서 어느 정도 불법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 사건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진 데에는 사망추정 시각과 사망원인이 자백사항의 범행시각과 달리 전날 자정 이전으로 보인다는 감정서가 의미있는 자료가 됐는데요. 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서울대학교 교수님께서 아무런 대가없이 큰 힘이 돼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수원역과 고등학교 내에 있는 무인카메라에 별 특이사항이 없는 것도 의미 있는 자료가 됐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무료변론이잖아요. 변호사는 시간이 돈인데. 이렇게 몇 년을 그냥 투자해서 발로 뛰고 교통비 내가 대가면서 사람들 섭외하고 이게 보통일 아니셨을 텐데 괜찮으셨어요?
◆ 박준영> 돈 받는 사건이 더 신경쓰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7명 모두 사건현장에 있지 않았고 또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정말 억울한 사건이었고요. 또 7명 모두 재판과정에서 이들을 돌봐 줄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 속에 어떤 한계를 두고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이 지적장애인은 지적장애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이었나요?
◆ 김광진> 정 씨의 경우에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고요. 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심리상담을 해 보니까 사회적 약자 수준이라는 것이 판명이 됐었습니다. 그리고 강 씨의 경우에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어디 기사에 보니까 IQ 80 정도 되는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지적도 있던데. 결국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 법의 도움 받을 수 없는, 돈을 내고서는 변호사를 살 수도 없는 이런 분들, 이런 분들 법의 사각지대에 분명히 놓여 있는 거예요. 그런 분들에 대한 생각 남다르신 거죠?
◆ 박준영>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 분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
◆ 박준영> 제 생각에는 약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스스로 호소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내가 뭐가 억울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약간 열심히해 다달라는 주장도 하거든요. 그런데 정 씨의 경우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여러 번 만났지만 어떤 부분이 억울하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김현정> 뭐가 억울한지도 잘 몰라요?
◆ 박준영> 어떻게 자기가 변호를 받아야지 자기에게 유리할 것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의 경우에는 역사에 무인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재심증거였거든요. 어찌보면 자신이 노숙했던 장소이기 때문에 어떤 적극적인 주장을 통해서 더 강한 주장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일반이이라면.
◇ 김현정> 그러네요.
◆ 박준영> 그런데 이 사람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을 돕는 과정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접근을 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이 사람 무죄입니다, 땅땅땅. 판결났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박준영> 재심청구한 지가 2년이 넘었었거든요. 그당시에 수감 중이었는데 좀 더 일찍 판단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 심정이라는 게 말로 표현이 안 되겠죠. 우리가 그래도 여전히 법을 신뢰하는 이유 바로 박준영 변호사 같은 분들이 계셔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약자들을 위해서 힘 많이 써주십시오.
◆ 박준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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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9(월) 박준영 변호사 "5년간 옥살이 무죄판결 이끌어 낸 국선변호사"
201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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