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4(수) 편해문 어린이 놀이운동가 "가을운동회가 사라진 학교"
2012.10.24
조회 63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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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놀이연구가 편해문 씨




청명한 가을 하늘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청팀, 백팀으로 나눠서 기마전, 박 터트리기, 줄다리기 그리고 이어달리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던 가을운동회. 여러분 추억 다 있으시죠? (웃음) 가을운동회의 계절이 왔는데요. 그런데 요즘 가을운동회하는 초등학교 많이 보셨어요? 아마 서울 분들이라면 못 보신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서울 초등학고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학교가 운동회를 아예 열지 않는다고 그럽니다. 그리고 전국이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다는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얼마 전 이 시간에 출연했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이런 반응 보여주셨던 분이에요. 그래서 제가 한 번 더 모시겠다고 했는데 오늘 모시네요.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 연결돼 있습니다. 편 선생님, 안녕하세요.

◆ 편해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게 국감 과정에서 실태가 드러난 건데 운동회를 하지 않는 학교 수 얼마나 되던가요?

◆ 편해문> 저도 기사를 보았는데요. 전국 초등학교 중에서 8.3% 정도가 지금 하지 않고 있는 것 같고, 서울 지역 같은 경우 더욱 늘어서 38%에 가깝다고 나와 있습니다.

◇ 김현정> 3분의 1이 넘네요, 그러니까 서울 초등학교 중에 하지 않는다. 왜 유독 서울 지역에서 두드러지나요?

◆ 편해문> 그게 너무 쉽지 않습니까. 그만큼 아이들과 교사들이 서울이라는 곳에서 지내기 힘들고 학습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되겠죠.

◇ 김현정> 또 운동회를 하는 학교들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우리가 모래주머니 만들고 이렇게 응원도구 만들고 이런 게 아니라 대행업체에 전부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요?

◆ 편해문> 네. 올해 같은 경우 약 600개 학교가 위탁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점점 늘어날 것이고요. 특히 울산 같은 경우는 한 34% 정도가 위탁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 김현정> 대행업체에?

◆ 편해문> 네.

◇ 김현정> 그러면 응원머리띠 같이 만들고 술 같은 거 준비하고 인디언 복장 만들고 이런 거 다 같이 하는 게 아니네요.

◆ 편해문> 그렇죠. 제 생각에는 이게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데. 왜냐하면 지금 학교는 운동회뿐만 아니라 소풍, 학예회 발표 같은 여럿이 무엇을 함께하는데 매우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 이러다가는 소풍도 교사 없이 가는 일 곧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각자 소풍 다녀와서 확인 도장 찍어와라, (웃음) 이런 식으로.

◆ 편해문> 그렇죠. 아이들과 교사들이 애써 만들고 준비하던 운동회가 없어지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제가 봤을 때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본 딴 이벤트인데요, 운동회를 대신해서. 대행업체가 하는 것들을 보면.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편해문> 저희가 텔레비전에서 보는 예능 프로그램들 있지 않습니까? 제가 이름은 말씀드릴 수 없겠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을 본 따 와서 대행업체들이 운동회날에 맞춰서 모든 걸 준비해 와서 교사와 아이들은 전혀 준비할 것이 없이 가지고 와서 펼쳐놓고 그런 게임이라든가 경쟁이라든가 이런 걸 하는데. 제가 그런 걸 보면서 참 삶은 이벤트가 아닌데 아이들 삶이 예능 프로그램 시늉 하나로 온통 빨려가는 같아서 매우 이거 참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 아닌가. 사실 지금 아이들 예능과 스마트폰을 빼면 아이들 남는 게 도대체 뭐가 있을까.

◇ 김현정> 예능 프로그램하고 스마트폰 빼면.

◆ 편해문> 네.

◇ 김현정> 그 정도까지.

◆ 편해문>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획일적인 사고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언제쯤 이런 것들을 성찰할 수 있을까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운동회를 그럼 안 하는 이유, 조사해 보니까 학교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 편해문> 운동회를 안 하는 까닭이 이번에 국감에서 발표하신 의원님께서도 그런 말씀하셨는데 재정이 부족하다 할지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소박한 그런 생각인 것 같으시고요. 제가 봤을 때는 도무지 운동회를 준비할 틈을 교사나 학생들이 낼 수가 없기 때문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돈 없고 운동장 좁아져서 못합니다, 이거는 핑계에 불과하고?

◆ 편해문> 핑계에 불과한 것이죠. 지금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이 끝내야 하는 진도라는 것은 교사가 파김치가 되어도 다 끝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그 양과 개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수업결손을 무릅쓰고 운동회 준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 김현정> 그래요.

◆ 편해문> 그리고 평소에 놀지 않던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뭘 한다는 것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 김현정> 아이들이 만날 학교 끝나고 그냥 학원 버스타고 학원 왔다 갔다 하고 이렇게 지내던 애들한테 놀아라 해도 못 놀아요?

◆ 편해문> 그렇죠. 재미도 없어하고요. 제가 봤을 때 운동회라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회가 이렇게 파행대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좀 보아야 되냐. 이것이 지난 10년 동안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몰아쳐 온 어떤 대한민국의, 양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어떤 현주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오히려 뛰노는 운동회가 부담스럽고, 대신 PC방 가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게 훨씬 마음 편한 아이들. 그럼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컴퓨터 게임도 놀이 아니냐. 운동회에서 검퓨터 게임으로 종목만 바뀐 거지, 애들이 노는 건 노는 거 아니냐, 그게 무슨 문제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 편해문> 노는 모습을 보세요. 노는 모습은 몸이나 마음이나 몸 전체를 움직여서 놀게 되는데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고 하는 것들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편해문> 저는 놀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게임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뭐냐면 한 아이가 노는 것과 게임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되는데 이 균형이라는 것은 어렸을 때 많은 놀이를 한 아이들이 게임을 만났을 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지. 이게 놀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만났을 때 이 균형이라는 것은 반드시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어느 쪽으로 깨질 수밖에 없냐면 게임쪽으로 다 몰려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들이 너무나 또 한쪽으로, 이쪽으로 휩쓸리는데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게임을 만나자 어, 이런 세상도 있네 하면서 푹 빠져들어 중독이 되고 그것이 또 학교폭력 같은 걸로도 이어지기도 하고, 폭력적인 게임도 많으니까요. 왕따로 흘러가고 이렇게 된다는 말씀. 지난번 출연하셨을 때 닭장 비유 들어주셨던 게 전 아주 인상 깊었어요. 아이들은 놀라고 만들어진 창조물인데 못 놀면 애들이 속된 말로 미치게 된다. 그러면서 닭장 얘기하셨던 거 맞죠?

◆ 편해문> 네, 네. 저번에 말씀을 드렸었는데 제가 짧게 말씀을 드리면 아이들이 지금 있는 곳이 닫혀 있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 닫혀 있는 곳에서 놀지 않으면, 아이들이 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겁니다. 아이들은 놀게 만들어져 있는 존재들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닫혀 있다 보니까 이 닫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뛸 수도 없고요. 아이들이 놀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건 뭐냐면 괴롭히는 놀이밖에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왕따라는 게 아이들이 하는, 요즘에 하는 놀이라는 것이죠.

◇ 김현정> 닭장에 닭들 가둬놓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서로 쪼잖아요, 싸우고. 아이들이 그런 모습이 되어 간다는 말씀. 또 하나 가을운동회가 사라지면 사실은 이건 마을공동체, 어떤 공동체의 회복의 의미도 있었던 건데 그런 것도 사라진다는 의미네요.

◆ 편해문> 그렇죠. 옛날에는 운동회라는 것은 학교 안에 있는 아이들이라든가 교사가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이라든가 어른,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오셔서 그런 걸 했지 않습니까? 문제는 지금 아이들도 그렇고 교사 분들도 그렇고 여럿이 무엇을 함께한다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그런 마음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더 어떻게 보면 이 운동회라는 이런 것들, 우리가 더욱더 그 가치를, 그래도 1년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그런 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어떤 자리로써 더욱더 가치가 매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감당할 수 없으니까 이런 것들은 다 빼버리고, 빼버리는 것들도 힘드니까 아, 그러면 다른 데서 일을 하는 대행업체 이런 사람들 불러다가 하는 이런 이벤트가 성행을 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청취자 문자, 7379님은 같은 이유로 중3 아들네 학교에서는 수학여행도 없었습니다. 하루 놀이공원 갔다 오는 걸로 대체하더군요. 5255님은 아이들 놀아야 건강합니다. 공부도 그래야 더 잘하고요. 그러면서 아쉬운 마음들 보내주시네요. 편해문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