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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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08(목) 김성혁 감독 "오합지졸 야구단 도지사배 우승하던 날"
2012.11.08
조회 70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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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평중학교 야구부 김성혁 감독


전라북도에서 도지사배 야구대회를 했는데요. 정읍의 이평중학교라는 곳이 우승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화제가 될 만한 이유는 없죠. 그런데 이 야구단은 학생수가 줄어서 폐교위기까지 간 학교에서 한 감독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기적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화제입니다. 이 야구부 별명이 어중이 떠중이 야구부, 오합지졸 야구부예요. 이 오합지졸 야구부가 우승의 돌풍을 일으키기까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그 사연 함께 들어보죠. 이평 중학교 야구부 김성혁 감독 연결이 돼 있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김성혁>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김성혁> 네,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창단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생팀이 우승까지 했어요.

◆ 김성혁> 저희가 지난해 4월에 창단식을 마쳤고요. 올해 공식적으로 등록을 마치고 첫 등장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2년도 아니네요.

◆ 김성혁> 그렇습니다.

◇ 김현정> 횟수로 2년, 만 2년이 채 안 된.

◆ 김성혁>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냥 1년 반만에 우승한 것으로도 이례적인데 듣고 보니까 더 이례적인 사연이 있어요. 2년 전에 폐교 위기까지 갔던 학교에서 야구부를 창단하신 거예요.

◆ 김성혁> 네. 현재 우리나라 면단위 시골학교들이 다 경우는 비슷한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일반 학생들의 수가 점차적으로 많이 줄었었었습니다. 저희 학교측에서 단체운동인 야구부를 창단을 해서 일단 목표는 학생들 수급에 목적을 뒀었습니다, 사실은.

◇ 김현정> 몇 명까지 갔어요, 가장 없을 때는?

◆ 김성혁> 야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은 10명까지 갔었습니다.

◇ 김현정> 10명, 그러니까 문을 닫아야 될 상황이 되니까 우리 학교부터 살려보자 그러면 야구부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끌어보면 어떻겠느냐, 이런 아이디어를 낸 거군요.

◆ 김성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선수를 모으셨어요? 폐교위기까지 간 학교에서, 학교에서 야구부를 만든다고해서 아이들이 올 것 같지는 않은데.

◆ 김성혁> 그렇죠. 처음에는 저희 학교에 야구부에 들어오시겠다고 하신 부모님들이 학교에 오셔서 외견상 모습을 보고 실망하시고 많이들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저를 끝까지 믿고 지켜봐주신, 응원해 주신 부모님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몇 명이나 모으셨습니까?

◆ 김성혁> 현재는 저희가 35명.

◇ 김현정> 35명.

◆ 김성혁> 많은 편입니다, 지금은.

◇ 김현정> 아이들은 그렇게 해서 모았는데, 팔도에서 모였는데. 문 닫게 생긴 학교에서 야구부라고 해서 지원을 팍팍해 줄 리도 없잖아요.

◆ 김성혁> (웃음) 그렇습니다. 학교 자체적인 예산은 전혀 전무한 상황이고요.

◇ 김현정> 그러면 보나마나 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었겠네요.

◆ 김성혁>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지금같이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운동 끝나고 샤워시설인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찬물로 씻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 김현정> 지금 눈 오게 생겼는데 (웃음) 찬물로 샤워해요?

◆ 김성혁> 네.

◇ 김현정> 제가 야구부 시설을 사진으로 쭉 봤는데요.

◆ 김성혁> 네.

◇ 김현정> 훈련하는 바닥은 그냥 맨땅이고, 돌바닥. 거기에다가 야구공은 청테이프로 칭칭칭 다 감아놨더라고요.

◆ 김성혁> (웃음) 네. 저희가 사실 재정이 좀 약하다 보니까 실밥이 터지거나 오래 쓴 공은 버리기 마련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성혁> 그런데 저희가 연습용이라도 더 쓰려고 청테이프로 감아서 썼고요.

◇ 김현정> 그러면 공이 제대로 나갑니까, 청테이프로 둘둘 말은 공이?

◆ 김성혁> 실질적인 야구 훈련을 할 때는 그 공을 쓰는 건 아니고요. 타격 훈련을 할 때 그때 활용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도 아마 청테이프로 감아서 야구선수들이 운동하는 데는 여기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웃음)

◆ 김성혁> (웃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위로를 하면서 청테이프 감은 공으로 훈련하고 맨바닥에서 뛰고, 찬물로 샤워하고. 팀의 무슨 야구 유망주나 선수 출신의 스타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죠.

◆ 김성혁> 네, 저희 아이들은 90% 이상이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훈련을 정상적으로 한 아이들이 아니고 취미로 하다 온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 던지기부터 받기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지원환경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뛰어난 아이들인 것도 아니고 그러면 가졍형편이 좀 넉넉합니까, 아이들이?

◆ 김성혁> 이상하게 유독 형편들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저희가. 저희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대략 10명 정도가 있거든요. 그런데 현재 훈련비도 사실 내기가 어려운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형편이 좀 나으신 부모님들하고 상의를 해서 이 아이들의 훈련비를 면제해주자. 그래서 부모님께서도 동참해 주시고 또 잔병도 앓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신체조건이 안 좋아서 다른 야구부에 갔다가 쫓겨난 아이들. 또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아이도 있고,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 김현정> 들을수록 기적이네요, 들을수록 기적이예요. 그러니까 뭐 하나 넉넉한 환경이 아닌 상황에서,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1년 반 만에 우승까지 이끌어내실 수 있었습니까?

◆ 김성혁> 특별한 훈련방식은 다른 학교 야구부하고 별다를 건 없는데요. 저희 같은 경우는 저희 학교가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 장군 생가 옆에 있어요.

◇ 김현정> 네, 전봉준 장군.

◆ 김성혁> 그런 전형적인 농촌학교인데 그러다 보니까 PC방이나 구멍가게라든지 이런 유해환경이 없습니다, 저희 학교 주변에. 아이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제가 들어보니까 감독님께서 이 아이들을 불러놓고, 선수들을 불러놓고 정신 번쩍 나라고 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면서요?

◆ 김성혁> 항상 제가 즐겨하는 말이 어중이 떠중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너희들은 어중이 떠중이다. 이런 얘기 안 들으려면 이 악물고 해라, 이렇게요?

◆ 김성혁> 어떤 자극요법이죠. 아이들이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입술을 깨무는 아이도 있고, 어떤 자극제가 되고자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승하던 날, 아이들이 얼마나 감격했을까요?

◆ 김성혁> 모르겠습니다. 아직 천진난만한 사춘기 시절이기 때문에 감정 표현들이 서툴은 건 있어요. 그런데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들어보면 자신감이죠.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었죠. 처음에는 상대팀 아이들 유니폼만 보고도 기가 죽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 한테 엄청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감독님 말씀을 쭉 들으면서 감독님은 아이들이 이 악물고 열심히 했다라고 하는데 감독의 리더십이라는 게 결국은 이 오합지졸 야구단을 어중이 떠중이 야구단을 야구명문 학교로 만들어놓은 것 같네요. (웃음) 1년 반 이렇게 쭉 돌아보면 언제가 가장 생각나세요?

◆ 김성혁> 처음에 부모님들이 저희 학교를 못 미더워서 다 떠나실 때 저를 끝까지 지켜준 두 아이가 있어요. 우리 광선이, 건흥이라고 두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들이 안 되겠다 싶어서 저도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고속도로로 내려오면서 휴게실에서 울더라고요, 같이 끝까지 하고 싶다고. 그 아이하고 저하고 셋이 같이 잡초가 무성하고 돌 많은 운동장을 6개월 동안 우리가 셋이서 삽들고 관리를 했거든요.

◇ 김현정> 처음부터 35명이 모인 게 아니고.

◆ 김성혁> 처음에는 2명으로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2명이서 돌멩이를 걸러내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자 하면서 삽들고.

◆ 김성혁> 네. 아이들이 참 고생을 많이 했고요. 아이들이 왜 우리 야구 안 가르쳐주십니까, 감독님 할 때 야 이 녀석들아 소림사 가서 무술부터 배우는 게 아니고 물 긷는 거부터 배우는 거다, 말로 둘러대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아이들이 우리 에이스 투수 4번 타자로 자라났거든요.

◇ 김현정> 그 아이들 삽들고 돌멩이, 운동장 고르는 거 보면서 뒤에서 감독님은 눈물을 많이 흘리셨겠어요.

◆ 김성혁> 아이들한테 야구장갑을 끼워줘야 하는데 빨간 목장갑을 끼면서 일하자고 할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까, 그때.

◇ 김현정> 제가 생각하니까 눈물이 울컥 나려고 하네요. 그렇게 해서 2명이 3명이 되고, 3명이 4명이 되고. 35명, 전국의 야구 강호가 됐습니다, 이평중학교. 감독님.

◆ 김성혁> 네.

◇ 김현정> 아이들한테 평소에 꼭 해 주고 싶은데 감독이기 때문에 항상 강해보여야 되기 때문에 못 해 주는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이 기회에 한번 하시겠어요?

◆ 김성혁> 네. 꿈을 향해 달려가라. 달려가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목표에 도달하면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열심히 하자,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 김현정> 사랑한다는 얘기도 하셔야죠?

◆ 김성혁> (웃음) 때에 따라서는 제가 아이들하고 같이 어울려 놀 때는 너희들이 내 양아들이다, 그런 농담도 하고 그러는데 양아들이기 때문에 다 사랑하는 건 당연하죠.

◇ 김현정> 이평중학교 35명 중에서 선동열도 나오고 이종범, 박찬호 다 나올 것 같습니다.

◆ 김성혁> 네, 꼭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끝까지 아이들이 믿어주시고요. 지금과 같은 리더십으로 야구세계의 대들보들로 만들어 주십시오.

◆ 김성혁> 더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