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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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06(화) 박병호 넥센히어로즈 선수 "삼진 200개 먹어도 100% 스윙하라"
2012.11.06
조회 123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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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번 삼진당해도 자신있게 스윙하라" 김시진 감독 격려 못 잊어


- 2군 생활 길어질땐 포기도 생각
- 넥센의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
- WBC 국가대표로 참여도 소망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선수


2012년 프로야구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어제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 시상식의 꽃, MVP를 받은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 선수를 연결합니다. 그간 2군을 맴돌면서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까지 겪은 선수인데. 이번 한 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눈부시게 변화시킨 걸까요? 그야말로 한국야구의 히어로가 된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선수, 직접 연결을 하겠습니다. .

◇ 김현정> 박병호 선수, 축하드립니다. 이게 프로 진출한 지 얼마만의 일이죠?

◆ 박병호> 제가 올해 8년차이니까 8년 만이네요.

◇ 김현정> 정말 마음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제 상 받을 때 영화필름 거꾸로 쭉 돌아가듯이 (웃음) 과거 기억들이 쭉 돌아갔을 것 같아요.

◆ 박병호> 아무래도 좀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고, 정말 야구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힘든 생활을 보냈는데 제가 이렇게 생각도 못했던 큰 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 박병호 선수의 이번 MVP가 더 값진 이유는 7전 8기의 감동신화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고교 최초 4연타석 홈런까지 쳤었어요. 정말 최고 유망주 맞았죠?

◆ 박병호> 네, 그때 당시만 해도 야구 잘한다, 잘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2005년 프로로 넘어오면서부터 몸이 그렇게 안 풀렸어요. 왜 그랬을까요?

◆ 박병호> 아무래도 제가 TV에서만 봤던 유명한 선수들을 직접 상대를 하니까 그때 당시에 기도 많이 죽었고요. 또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하다보니까 그런 부담감을 잘 이겨내지 못했던 게 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부담감에 짓눌려서 실력발휘가 안 될 때, 그래서 2군에만 계속 머물러야 될 때, 그때 심경은 어땠어요?

◆ 박병호> 오랜 생활을 2군에서 보내다 보면 내가 정말 야구를 못 하는 구나, 이런 생각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 때문에 매일매일 고통스럽게 힘들어하는 생활이 많았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 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가족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저만 바라보고 뒷바라지 했던 부모님이 너무 눈에 밟혀서 다시 한 번 해 보자 그런 용기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가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가 됩니다.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트레이드가 된 거예요. 그때는 참 기분이 묘했을 것 같아요. 어땠어요?

◆ 박병호> 어렸을 때부터 LG를 좋아해서 LG에 입단을 했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가 이제 LG를 떠난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트레이드 되는 팀이 넥센 히어로즈라는 팀이라서 그리고 작년에 팀 성적도 최하위였고 팀의 리빌딩을 하려는 시점이라서 한편으로는 제가 트레이드되는 팀이 넥센이라는 게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최하위팀으로 가는데 뭐가 좋은 거죠?

◆ 박병호> 작년에 잔여 경기일정을 봤더니 넥센 히어로즈가 두 번째로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요.

◇ 김현정> 그렇게 간 넥센에서 박병호의 삶이 바뀝니다. 넥센의 김시진 감독, 박병호 선수를 4번 타자로 과감하게 기용했어요. 뭘 믿고 그러셨을까요?

◆ 박병호> 제가 생각해도 너무 감사드리는 게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통산 1할 대의 타자인 저를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라고 말씀을 해 주셨고 '삼진을 당해도 된다, 하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100% 스윙을 하지 않으면 그거는 4번 타자가 아니다. 삼진을 200개를 먹어도 되니까 100% 스윙을 항상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저에게 말씀을 해 주셨는데.

사실 저는 예전 같았으면 삼진을 안 당하려고 자신 있게 휘두르지 못했는데 오히려 삼진을 200개를 먹으라고 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셔서 저에게 그렇게 조언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박병호 선수가 잘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자신감을 잃어서 실력이 안 나오는 구나하는 걸 김시진 감독은 정확하게 알았던 거네요?

◆ 박병호> 저를 알아서 저를 잡아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김시진 감독이 팀 성적 부진으로 이번 시즌을 마치지도 못하고 넥센 옷을 벗었어요.

◆ 박병호> 네,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팀 중심에 있는 선수가, 제가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책임감을 많이 느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김시진 감독과 그만 둔 이후에 바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선수들하고 인사도 못하고 떠났다고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박병호> 맞아요. 다들 기사로만 봤고,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얼굴도 못 보고 그랬죠.

◇ 김현정> 그러면 끝끝내 얼굴을 못 보신 거예요?

◆ 박병호> 네. 기사 이후로는 올 시즌 끝날 때까지 감독님의 얼굴은 뵙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김시진 감독께서 이 방송을 들으실지도 몰라요. 저희 방송 들으시거든요. 감독님한테 지금 한 말씀하시죠.

◆ 박병호> 정말로 제2의 야구인생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감독님 밑에서 정말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현장에 빨리 복귀하신다고 하시는데 정말 축하드리고 다시 야구장에서 기분 좋게 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셨는데, 어제 롯데 감독으로 김시진 감독이 발탁됐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 박병호> 네.

◇ 김현정> 그럼 다음 시즌부터는 적으로 만나게 되는 거예요, 라이벌로?

◆ 박병호> 아무래도 팀 대 팀으로 보면 라이벌이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감사는 감사지만 또 게임은 게임이죠.

◆ 박병호> 그럼요. 팀 대 팀이기 때문에 넥센 히어로즈가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네.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가 붙으면 어디가 이겨야 됩니까?

◆ 박병호> 당연히 넥센이죠. (웃음)

◇ 김현정> (웃음) 당연히 넥센이긴 하죠. MVP 7전 8기 2군 신화의 주인공 박병호 선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뭡니까?

◆ 박병호> 제가 올 시즌 끝나고 한국시리즈를 TV로 보는데 굉장히 몸이 간지럽고 가을 야구를 못 했다는 책임감에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우리 넥센 히어로즈가 내년에는 정말 가을 야구를 할 수 있게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가을 야구 정도가 아니라 우승해 보겠다, 이런 목표를 세울 수도 있잖아요?

◆ 박병호> 가을 야구를 할 정도면 우승을 그 이후에 잡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내년 초에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있어요, WBC. 거기에서 4번 타자 기대해 볼 만 합니까?

◆ 박병호> 아니요. 기대해 볼 만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웃음) 왜요?

◆ 박병호> 가능성이 좀 적다고 제 자신도 생각하고요.

◇ 김현정> MVP인데?

◆ 박병호> 제가 아무리 MVP라고 해도 1루수 후보들이 쟁쟁하고 유명한 선수들이고, 저는 경력 면에서 안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누구나 국가대표는 해 보고 싶은 게 꿈이기 때문에 해 보고 싶은 마음은 또 가득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욕심을 부려야 합니다. 부리는 게 맞습니다. (웃음) 박병호 선수, 잘하셨고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이제는 편안하게 가족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십시오.

◆ 박병호> 네.

◇ 김현정> 김시진 감독님한테 전화하시고요.

◆ 박병호> 네,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