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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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영화 <터치> 민병훈 감독, 주연배우 김지영 씨
대기업을 끼지 않은 소자본 영화들이 번번이 극장을 못 잡아서 조기 상영되는 일이 있었죠. 이번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 또 희생양이 됐습니다. 바로 “터치”란 영화인데, 개봉 일주일 만에 감독이 직접 종영을 선언했습니다. 그 심경이 어떨까요? 원인은 뭐라고 생각할까요?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부터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어제 상영중단을 직접 선언하셨어요.
◆ 민병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개봉 일주일 만에 스스로 중단을 선언한 심경이 어떠십니까?
◆ 민병훈> 작품은 저의 자식과도 같죠. 제 스스로 제 자식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누가 지지하고, 또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사실 저희 터치는 이미 종료를 어제 선언해 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구제하거나 또 관객들과 만나는 소통의 장은 없어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작품들, 또 뒤에 나오는 여러 작품들이 극장에서 올바르게 상영되고, 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이 된다면 제가 한번 좀 짊어지더라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겠다라고 해서 선언을 하게 된 거죠.
◇ 김현정> 지금 '목숨과도 같다. 자식과도 같다'고 하셨어요. 도대체 실태가 어느 정도였기에 그런 영화를 스스로 내려야만 했습니까?
◆ 민병훈> 사실 지금 제 영화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선택하고, 또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겠죠. 그런데 표준상영계약서라는 게 있습니다. '보통 한 영화를 최소 일주일의 상영기간을 보장하고, 배급사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은 교차상영 등 변칙적인 상영을 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게 표준상영계약서권고안이라는 건데요.
◇ 김현정> 교차상영이라는 건 1회에는 터치를 상영하고, 2회에는 다른 비영화를 상영하고. 그러니까 A, B, A, B 이렇게 상영을 하는 거죠?
◆ 민병훈> 일명 퐁당퐁당이라고 하는데 질이 좋은 퐁당퐁당이 있고, 나쁜 퐁당퐁당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터치 같은 경우, 어느 극장은 오전 8시 40분, 그리고 밤 11시 반,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상영을 한다는 걸로.. 그렇게 배치를 해 놓으면 실질적으로 아침 이른 시간에, 또 밤 11시 넘는 시간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겠죠. 이런 식의 교차상영입니다.
◇ 김현정> 그걸 못하게 돼 있는 게 표준상영계약서 라고요?
◆ 민병훈> 이 표준상영계약서라는 게 사실 권고안입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래서 대기업과 영화진흥위원회가 상생협의안을 마련해서 우리 서로 한번 이행을 해 보자고 그랬었는데, 사실 힘의 논리로 이런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 힘의 논리라고 할 때, 힘은 어디를 말하는 거죠?
◆ 민병훈> 당연히 슈퍼 갑, 극장과 멀티플렉스를 지칭하는 거죠. 이쪽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터치 영화 같은 경우는 예매율이 없고, 관객들의 객석점유율이 적다보니 우리는 이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안에는 굉장히 어두운 면이 사실 있습니다. 이면인데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퐁당퐁당의 이면도 있지만, 사실 예매부터도 이틀 전 밖에 열어주지를 않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차별을 둡니까?
◆ 민병훈> 물론이죠. 그러니까 대기업 자원, 자기들 스스로의 수직계열화된 작품들은 일주일 전부터 광고와 예매를 열어주고, 저희 같은 작품은 이틀 전에만 예매를 열어주고. 그랬을 때, 사실 예매율이 올라갈 수가 없죠. 그리고 흔히 말하는 사재기까지. 보통 큰 회사들은 예매를 사재기까지 하는 형편인데요.
◇ 김현정> 그러면 대기업에서 영화를 투자해서 만들고, 극장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고, 거기다가 사재기까지 하고. 대기업이 다 이렇게 해 버린다는 말씀인가요?
◆ 민병훈> 다 그렇게 얘기한다고 하면 제 말에 형평성이 맞지 않을 테니까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큰 자본의 논리가 갖는 영화 안에서 과연 투자와 배급과 극장과 방송까지, 다 하나로 수직계열화 돼 있는 나라.. 과연 어느 나라가 있는가. 이걸 한번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그러니까 자기들의 영화가 아닌 외부에 있는 영화들이 과연 극장에서 온전하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길,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여건이 과연 갖추어져 있는가.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상영을 하는 바에는 오히려 제가 '종영을 하고 물음을, 질문을 던져야겠다' 하는 의미에서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사회에 물음을 던졌다는 말씀. 사실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는데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해법,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 민병훈> 지금 대형마트 같은 경우도 국가에서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요일은 쉬어라. 만약에 대형서점에 갔을 때 한 권의 소설이 대형서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면 굉장히 공포스럽지 않겠습니까? 멀티플렉스라는 것은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게끔 만들어놓으려고 만든 게 첫 번째 목적입니다. 그런데 보통 지금 대형영화들이 멀티플렉스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다양성이 오히려 실종되고 있다는 거죠.
◇ 김현정> 그 부분에 대한 규제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말씀?
◆ 민병훈> 그 부분의 규제뿐만 아니라 조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영화라는 게 경제논리에 맞습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문화의 논리이기도 합니다. 오로지 경제논리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개입을 하는 판에 문화적인 성격을 띠는 것에 대해서 형평성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중재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영화 터치를 연출한 민병훈 감독의 이야기 먼저 들어봤습니다. 감독님, 오늘 고맙습니다.
이어서 이 영화의 주연 배우죠, 김지영 씨. '지인 200명을 동원해서까지 스크린 사수에 나서겠다' 이렇게 했었는데, 결국은 어제 중단이 되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요. 연결해보죠.
◇ 김현정> 트위터에다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이런 글을 남기셨는데. 어제 많이 우셨어요?
◆ 김지영> (웃음)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상쾌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 되네요.
◇ 김현정> 목이 잠기셨어요, 많이 울어서. 배우에게 영화란 어떤 거죠?
◆ 김지영> 배우가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요. 그 폼이 반영되는, 어떤 자신의 희망 같은 거예요. 자신의 의미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장이 되는 거죠. 자기가 사는 집이라고 볼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 희망 같은 영화를 감독이 '안 되겠다. 내립시다' 라고 했을 때, 동의하기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 김지영> 아.. 그런데 그런 꿈이나 우리의 희망이 어찌됐건 상품적으로 취급이 되는 세상에서 이렇게 모양이 만들어져 나왔고, 감독님의 결정에는 충분한 이유들이 있었고요. 그 이유들을 계속해서 생각해 왔고 같이 고민해 왔기 때문에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고, 바로 대답은 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이런 일이 사실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죠. 교차 상영하다가 결국 이렇게 되는 게 종종 벌어지는 일이죠?
◆ 김지영> 굉장히 오랫동안 지금까지 행해져온 길이죠.
◇ 김현정> 그럴 때마다 배우가 느끼는 감정은 또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어떤 건가요?
◆ 김지영> 각자 아마 사람들마다 처음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배우니까, 예를 들어 작품을 할 때 굉장히 이 작품이 너무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나의 뜻과 같고, 내가 여기서 어떤 연기를 펼치고 싶고, 여러 가지 꿈을 담아서 작품을 하게 되는데요. 배우 같은 경우에는 만약에 이런 일들이 생기면, 그 다음에 이렇게 상처를 받고 나면 '그래, 맞아. 이렇게 소자본이 투여되고, 너무나 작은 예산의 영화는 안 하는 게 맞아. 그렇다면 큰 대형회사에서 하는 그런 작품만 골라서 해야겠다. 상처 받지 말자.' 이렇게 숨어버릴 수도 있는 거죠.
여러 번 이런 일을 겪어보다 보면 그렇게 상처 받아서 숨는 배우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선생님부터 저희 후배들도 이제는 겁을 내고 있을 정도로 '그 영화해서 누가 보기나 하겠어? 누가 봐주겠어?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는 거잖아' 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거죠.
◇ 김현정>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이렇게 되면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우리가 이런 작품을 출연하겠냐, 일주일 만에 내리는 영화를..
◆ 김지영> 저희가 아무리 노개런티나 좋은 뜻을 담아서 다들 뭔가 으쌰으쌰해서 열심히 한다고 한들, 이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다면 저희끼리 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잖아요. 최선을 다하는 건데, 그게 관철되지 않으면 저희한테 무의미해지고 점점 더.. 저희는 이쪽에서 멀어질 수 없다는 거죠.
◇ 김현정> 이 영화 터치를 얼마동안 찍으셨죠?
◆ 김지영> 준비까지 해서 한 3개월 정도 소요됐습니다.
◇ 김현정> 지금 혹시 터치 출연은 후회하십니까?
◆ 김지영> 아니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만약 다시 터치 출연 요청이 오신다면 그래도 하시겠어요?
◆ 김지영> 그래도 할 거예요. (웃음)
◇ 김현정> 그런데 유준상, 김지영 주연의 유명한 톱스타들이 이렇게 상영극장에 걸었다가 일주일 만에 문 닫고 이러면 좀 창피한 것도 있고, 이미지 타격도 실제로 있을 수도 있고, 광고 끊길 수도 있는데요?
◆ 김지영> 글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가 이런 일이 있을 때, 세상에서 어떤 답답한 일이 벌어질 때 '아, 저런 일이 있어? 안타깝다. 근데 내 일은 아니야' 이러고 덮어버리잖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우리가 계속 진행이 되면 결국 이 시간이 우리 것입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배우나 스태프나 감독님들이나, 처음에 꿈을 안고 자신의 일에 뛰어들었을 때는 '내가 이런 일을 해서 이런 뜻을 펼쳐보리라' 정말 너무나 멋진 꿈을 가지고 뛰어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일이 점점 비일비재하다 보면, 결국에 어떤 영화감독은 처음에는 그런 꿈이었다가도 나중에는 이제 대기업에, 아니면 큰 영화를 만드는 대표님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든대요.
◇ 김현정> 그러니까 작품성이 아니라, 내 영화가 아니라 대표님의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든다?
◆ 김지영> 그렇게 점점 그런 영화로 획일화되어지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게 되죠. 배우들이 정말 그렇게 경제논리에만 맞춰서 일을 하다보면 다양성이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우리가 과연 어디서 어떤 꿈을 어떻게 꿔야 할지, 길을 잃게 된다는 거죠. 정말 형평성을 가지고 다양화를 가져야 우리의 시장이 넓어지는 건데요. 이렇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그것들이 결국은 우리의 시장을 갉아먹는 일이 되는 거고, 점점 더 좁은 시점으로 만들어서 가는 겁니다.
◇ 김현정>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힘내시고요.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6(금) 민병훈감독, 배우 김지영씨 "개봉8일만에 종영선언. 교차상영에 항거한다"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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