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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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05(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지하의 변심...슬프다"
2012.12.05
조회 126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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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캠프 안캠프, 창의적인 연합 필요...민주당, 안철수 지지세력의 감동을 얻어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 (재야 원탁회의 좌장격)

"민주당의 정치혁신은 멀었다. 새 정치를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어제였죠. 범야권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가 성명을 발표했는데, 그 중의 일부를 제가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제 대선까지 불과 2주 남은 상황에서 왜 이런 말이 나온 건지, 또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직접 만나보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오랜만에 방송 출연하시는 거죠?

◆ 백낙청> (웃음) 그렇습니다.

◇ 김현정> 다들 바쁜 원로 분들인데 어제 긴급히 모여서 성명내시고, 또 이렇게 오랜만에 방송출연까지 결심하시고. 이유는 뭔가요?

◆ 백낙청> 어제 회의가 긴급회의는 아니었어요. 우리가 그 전 주에도 모였었는데, 그때는 사태가 워낙 유동적이라서 우리가 입장발표는 안 했고.

◇ 김현정> 그땐 성명 발표를 안 한 거죠?

◆ 백낙청> 성명 발표는 안 했고. 어제 모임에서는 이번에 한번 입장을 낼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했던 겁니다.

◇ 김현정> 성명의 내용, 이유가 뭡니까?

◆ 백낙청> 지금 대선이 보름밖에 안 남았고,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시점인데요. 우리가 현 상황을 우리 나름으로 짚어보고 분석하면서 특히 지금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야권의 큰 짐을 지고 있으니까 그쪽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 것이죠.

◇ 김현정> 지금 사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어떤 위기감, 이런 것을 원로 분들이 느끼셨다는 말씀인가요?

◆ 백낙청>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저는 여론조사가 틀리는 일도 많다고 봅니다만, 지금 대체로 박근혜 후보가 앞서 있다는 그런 보도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나, 이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백낙청> 그렇죠.

◇ 김현정> 여론조사들을 쭉 훑어보면 말입니다.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국민이 상당히 많은데, 또 여권을 지지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것. 이건 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일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 백낙청> 결국은 정권교체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있는데요. 그것을 야권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기 전에도 문재인 후보하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국민 수에 못 미쳤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희망했던 거는 두 분이 단일화를 하면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일으켜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를 기대했던 건데, 그렇게 못 된 거죠.

◇ 김현정> 왜 단일화는 아름답게 이루어지지 못했을까요?

◆ 백낙청> 우리 원탁회의 명칭이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입니다. 희망2013이 앞서 있어요. 그건 뭘 말하느냐 하면, 우리가 2013년에 큰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2012년의 승리가 필요하지만, 2013년은 희망에 우리가 초점을 두고 그걸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지 않으면 승리 2012도 놓치기 쉽다 하는 건데요. 너무들 각자가, 특히 민주당쪽에서 우선 경선에서 이기고 보자. 그 다음에는 대선만 이기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 승리에 집착해서 그런 면이 국민들의 신뢰를 제대로 얻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런 부분이 아쉽다는 말씀이시군요?

◆ 백낙청> 네.

◇ 김현정> 어쨌든 상황은 이렇게 됐고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야권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래서 어제 성명을 발표하면서 몇몇 제안을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민주당에다가 '정치혁신을 주문'하셨어요. 이건 어떤 걸까요?

◆ 백낙청> 정치혁신을 향해서 민주당이 그동안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얘기도 했고요. 또 추가로 주문도 했습니다만, 저는 중요한 것은 자세라고 봐요, 지금 말씀드렸듯이. 선거에 이기면 그 다음에 국정을 맡아서 제대로 국민들의 바람을 반영 해 주고, 실현해 줘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민주당만으로는 그것이 어렵다 하는 게 상식입니다. 또 민주당이 그걸 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이 충분한 신뢰를 총선 때도 주지 않았고, 지금도 안 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먼저 지금 선거에 이겨서 그 다음에 정권인수 작업을 하고, 그 다음에 공동정부를 하겠다. 그게 시간상으로는 그런 순서가 되는데. 이걸 거꾸로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2013년 이후에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려 한다면 지금부터 폭넓은 세력연합을 구상하고 준비해야 된다. 거기서 출발하고, 그러려면 승리 이후에 정권인수 작업도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구상이 있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지금 선거기간 중에 뭘 해야 될까, 이렇게 가는 것이 그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대선이 보름밖에 안 남았는데 빨리 공동정부를 하겠다는 선언을 안철수, 문재인이 같이 해라, 합쳐라, 이런 말씀이세요?

◆ 백낙청> 아니, 그건 꼭 같이 해라하는 것보다는 저는 민주당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안철수 후보는 자기가 사퇴한 입장에서, 그것도 무슨 공동정부에 대한 협약을 만들어놓고 단일화하지도 않은 입장에서 지금 공동정부 하자고 하면 지분 나눠달라는 말밖에 더 되겠어요?

그러니까 안 후보쪽에서는 그런 조건을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고, 민주당에서 어떻게 보면 단일화를 경선도 안 거치고 저절로 한 셈이 됐으니까 이렇게 단일화가 됐지만 제대로 된 단일화를 했을 때 우리가 당연히 포함시켰을 협약, 그런 것에 해당하는 약속을 내놓아야 되는데요. 저는 공동정부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인수위 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인수위 작업이요?

◆ 백낙청> 네. 인수위 때부터 같이 해서 국정 차기 정부에 대한 세팅을 같이 해 놔야지, 세팅은 민주당이 혼자서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정부 들어선 다음에 몇 자리 나누어주겠다, 이런 태도 가지고는 안 후보 지지세력의 감동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고요. 국민들이 볼 때도 저거는 아직도 민주당이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럼 민주당이 먼저 정치혁신 하는 모습을 지금 보여서 안철수 전 후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어떤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다음에 우리는 인수위부터 같이 하겠다는 선언을 하라,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백낙청> 그렇죠. 우리 원탁회의에서는 인수위 얘기는 안 했습니다. 자칫 그야말로 지분 나누기를 우리가 권유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안 하고. '승리 이후의 첫걸음부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까놓고 얘기하면 인수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이게 사실은 제일 중요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혁신의 액션을 보름 동안 보일 수 있을까요. 그래야 안철수 전 후보가 들어와서 도울 수 있다고 보십니까?

◆ 백낙청> 아니, 그러니까 정당혁신 차원에서도 많이 있고요. 정치혁신, 가령 네거티브 같은 것을 안 하고, 더 포지티브한 선거운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인데. 저는 그 점에서는 어제 토론에서 문 후보가 좋은 변화였다고 봅니다. 제가 강조하는 정치혁신이라는 게 그런 조치도 있지만 멀리 공동의 폭넓은 민주개혁 세력의 연합을 통해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그에 걸맞은 인수위 구상. 또 거기에 걸맞은 선거운동, 이렇게 해 나가는 것이 이게 진짜 정치혁신의 길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하면 안철수 후보가 들어올까요?

◆ 백낙청> 들어온다는 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김현정> 적극적으로 도울까요, 그 정도 내놓으면?

◆ 백낙청> 아니, 저는 그 정도 내놓든 안 내놓든 안철수 후보는 적극적으로 도와야 된다고 봅니다. 저는 그건 당연하다고 보고, 또 어떤 식으로든지 도우리라고 믿는데. 그걸 말이죠. 꼭 들어와서 도와라, 이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법률적으로 선거법의 제한이 있으니까 안철수 후보가 일단 문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을 하고 돕는 것이 저는 모든 면을 원활하게 하는 길이라고 봅니다만, 안 캠프가 문 캠프에 들어와서 또는 문 캠프가 설계한 어떤 공동기구에 꼭 들어와야 된다, 이걸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오히려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 연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창의적인 연합 정치의 방식이 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혹시 이런 이야기들을 안철수 전 후보나 그 측근과도 말씀 좀 나눠보셨어요?

◆ 백낙청> 안철수 후보하고는 제가 못 만났고요. 그쪽 캠프분들한테는 비슷한 얘기가 직, 간접적으로 전달된 일은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제안에 대한 답변도 들어셨어요?

◆ 백낙청> 답변은 안 후보가 결정해서 하겠죠.

◇ 김현정> 혹시 백낙청 교수께서 안철수, 문재인 두 사람을 만나게 주선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웃음)

◆ 백낙청> 아니, 제가 주선한다고 (웃음) 꼭 만난다는 보장은 없고. 물론 두 분이 만나면 좋겠죠. 그런데 그게 꼭 두 분이 그 전처럼 담판하듯이 만나는 거는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게 꼭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어쨌든 안 후보는 안 후보대로 정권교체에 적극 협력을 하고, 문 후보는 무엇보다도 자기가 잘해야 된다. 자기가 잘하고, 혁신하고 또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그런 운동을 하셔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서울대학교 백낙청 명예교수 만나고 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너무 화제가 돼서 질문을 드리고 가야겠습니다. 어제 교수님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에 하루 종일 오르내렸던 거 아세요?

◆ 백낙청> 저는 그거는 잘 모르겠고, 제가 페이스북을 하는데 누가 기사를 링크 해 줘서 (웃음) 읽긴 읽었습니다.

◇ 김현정> 김지하 시인이 백낙청 교수와 리영희 선생, 두 분을 신문지상에다가 공개적으로 비판 했습니다. '문화계의 원로인 백낙청 교수가 한류 르네상스의 분출을 막고 있다' 등을 비롯해서 제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쑥부쟁이, 빨갱이' 이런 단어들 등등 말입니다. 어떤 입장이세요?

◆ 백낙청> 글쎄요. 저는 한류 르네상스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고 봐요. 또 희망적으로 봅니다. 그거를 가로막을 힘이 저렇게 있다면 (웃음) 그거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겠죠. 그런데 저는 그 김지하 시인이 저에 관해서 쓴 말을 읽고 아마 나에 대해서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구나 해서 그건 저로서는 또 하나의 공부거리가 된 셈인데, 김지하 형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건 좀 슬프죠.

◇ 김현정> 슬프다. 왜 그렇게 슬프셨어요?

◆ 백낙청> 아니, 좀 슬픕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유신독재를 비판했던 김지하 시인이 최근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 또 리영희, 백낙청 교수를 비판하고 있는 것. 그 점이 슬프다는 말씀이신가요?

◆ 백낙청> 아니, 유신독재 그런 것도 있지만, 하여간 저는 나름대로 김지하 시인을 아껴왔다고 생각하는데, 김 시인이 그렇게까지 생각이 바뀐 것은 아무래도 서운하죠.

◇ 김현정> 혹시 연락은 안 해 보셨어요?

◆ 백낙청> 네. 안했습니다.

◇ 김현정> 왜 그렇게 이런 말을 했습니까, 라고 물어볼 생각은 없으세요?

◆ 백낙청> (웃음) 아니요. 지금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최근에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백낙청> 저하고는 입장이 다르죠.

◇ 김현정> 더 이상 언급할 말씀 없으시고요?

◆ 백낙청>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갈수록 줄어드시네요, 백 교수님. (웃음)

◆ 백낙청> (웃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물으시니까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 백낙청>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