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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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인천 남부경찰서 용오파출소 김송래 경사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좀 훈훈한 얘기를 해 보죠. 아끼고 안 쓰고 줄여가면서 한평생 모은 돈을, 전 재산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면, 그건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절망스럽겠죠. 최근에 인천에서 한 할머니가 자신의 전재산 1억 6000만원이 들어있는 돈가방을 들고가다가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한 경찰관이 메모 한 줄을 적어놓은 덕분에 이 원래의 주인, 할머니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인천 남부경찰서 용오파출소의 김송래 경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경사님, 안녕하세요?
◆ 김송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건을 돌려보면 지난 27일에 신고가 들어왔다고요?
◆ 김송래> 네. 관내 슈퍼주인께서 낡은 가방을 돈 박스에 넣어서 가져오셨데요. 파출소로.
◇ 김현정> 가방을 가지고 왔어요. 열어보니까 뭐가 들어 있었습니까?
◆ 김송래> 그 안에 1억 3000만원이 든 통장하고 현금 3000만원, 총 1억 6000만원이 들어 있었어요.
◇ 김현정> 통장 3개하고 현금 3000만원?
◆ 김송래> 네.
◇ 김현정> 그러면 일반적,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는 통장이 있으니까 그 예금주 찾으면 금방 주인 찾는 거잖아요?
◆ 김송래> 그렇죠. 그래서 제가 예금주를 토대로 주소가 확보됐어요. 그래서 막상 아파트로 가보니까 이미 이사를 가버려서 찾아드리지 못하고 파출소로 돌아왔죠.
◇ 김현정> 이사 간 주소를 추적을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실제 주소하고 달랐나 보죠?
◆ 김송래> 그게 쉽게 되지 않고 며칠이 걸릴 수 있고 그렇죠.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 김송래> 주소도 이전을 안 해 놔서.
◇ 김현정> 이전을 안 해 놔서. 그러면 어떻게 다시 그 돈 가방의 주인을 찾으신 거예요?
◆ 김송래> 찾아드리려고 방법하던 중에 올해 초에 할머니가 넘어져 다친 것을 발견해서 응급조치해 드리고 따님께 연락한 적이 있었어요.
◇ 김현정> 어디서요?
◆ 김송래> 동네 놀이터에서요.
◇ 김현정> 놀이터에서 한 할머니가 넘어져서 치료해 주신 적이 있으세요?
◆ 김송래> 네. 그때 그 할머니가 혼자 사신다고 하셔서 나중에 또 할머니한테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 해서 할머니 이름하고 거주지를 메모를 해 놓은 적이 있죠.
◇ 김현정> 그래서요?
◆ 김송래> 그런데 그 가지고 계셨던 가방이 비슷한 것 같아서, 수첩의 메모를 보니까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주지로 찾아갔더니 할머니가 맞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다친 어르신 집 찾아드리는 것이 특별한 일도 아닌데 그거를 그렇게 꼼꼼하게 가방 모양까지 메모를 해 놓으셨어요?
◆ 김송래> 가방 모양은 메모를 안 했고요. 할머니 성함하고 사시는 곳, 그것만 간단하게 메모를 해 놨었죠.
◇ 김현정> 그러면 그 메모가 아니었으면 이 돈가방 주인 찾기까지 얼마가 걸렸을지 모른데, 언젠가 찾긴 찾았겠지만 굉장히 오래 걸렸겠어요?
◆ 김송래> 그렇죠. 굉장히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못 찾으면...
◇ 김현정> 얼마 만에 찾으신 거예요, 그 메모 덕분에?
◆ 김송래> 두 시간 만에 찾았습니다.
◇ 김현정> 두 시간 만에. 두 시간 만에 그 돈가방을 들고 나타나니까 할머니께선 얼마나 좋아하시던가요?
◆ 김송래> 할머니가 그 가방 잃어버리고 하루종일 혼자 찾아 헤매다가 집으로 포기하고 돌아와서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 김현정> 죽고 싶었다.
◆ 김송래> 그러시더라고요.
◇ 김현정> 경사님, 가방 들고 가니까 울지는 않으셨어요, 할머님이?
◆ 김송래> 아이고, 그냥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평생의 은인이라고.
◇ 김현정> 왜 안 그러셨겠어요. 연세가 얼마나 되신 분이셨어요?
◆ 김송래> 90이 넘으셨죠.
◇ 김현정> 정말 평생 모은 귀한 돈이었네요. 혼자 사시는 분이셨어요?
◆ 김송래> 네. 자제분들은 있는데 혼자 사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큰 돈이 든 가방을 들고 다니신 거래요?
◆ 김송래> 그날 쓸데가 있어서 갖고 나오셨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다가 그냥 정신없이 어디 놓고 가셨군요, 할머님이.
◆ 김송래> 네.
◇ 김현정> 고맙다고 눈물 흘리면서 사례금이라고 주겠다고 이렇게 좀 찔러주지는 않으시던가요, 할머님이?(웃음)
◆ 김송래> 그 사례금(웃음) 주겠다고 하시는데 제가 받으면 안 되죠.
◇ 김현정> 안 받으셨어요?(웃음)
◆ 김송래> 당연하죠.
◇ 김현정> 그러셨군요. 아니, 평소에 원래 그렇게 수첩에다가 메모하는 습관이 있으십니까?
◆ 김송래> 네. 항상 경찰 근무 중에 중요한 걸 꼭 메모합니다.
◇ 김현정> 언제부터, 경찰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데요?
◆ 김송래> 한 20여 년 됐는데요. 그때부터 꼭 메모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꼼꼼하게 메모를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냥 조서 작성하면 사실은 그 정도면 충분히 될 것 같은데.
◆ 김송래> (웃음) 제가 메모를 한대로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근무 중에 꼭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메모 때문에 생긴 많은 기억이 있다?
◆ 김송래> 예전에 학생들 다섯 명 정도가 밤 늦게 돌아다니더라고요.
◇ 김현정> 학생들이요?
◆ 김송래> 네, 학생. 그래서 이상해서 얘들 이름하고 인상착의, 또 후레시하고 라이터를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메모를 해 놨었죠. 그런데 다음 날 상가 절도사건이 있어서 현장에 가보니까 어제 보았던 후레시하고 라이터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메모를 토대로 특수절도범을 검거한 적이 있고요. 또 타 관내에서 자동차가 도난됐다는 무전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무전에 나오는 번호를 메모해야 되는데 다음 날 순찰 돌다 보니까 또 그 비슷한 차량이 있어서 메모를 보니까 그 차가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 김현정> 도난차량 발견하고.
◆ 김송래> 네. 추적해서 검거한 적이 있고요.
◇ 김현정> 살인범을 검거하신 적도 있다면서요, 그 메모 덕분에.
◆ 김송래> 네. 노숙자끼리 폭행해서 폭행치사 살인사건이 있었는데요. 용의자 이름 외에는, 이름이 없고 마른 편에, 한쪽 다리 절고, 대머리라는 특징밖에 없었어요.
◇ 김현정>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특징적인 인상착의 몇 개만?
◆ 김송래> 네. 그거를 메모를 했었는데 며칠 부에 순찰 돌다 보니까 같은 인상착의를 발견해서 검거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꼼꼼한 메모 덕분에 이런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할머님이 그냥 놀이터에서 넘어졌을 뿐인데 혼자 사신다는 얘기듣고 또 꼼꼼하게 적어놓으신 거군요?
◆ 김송래> (웃음) 그렇죠.
◇ 김현정> (웃음) 아니, 좀 귀찮지 않으세요? 꼭 해야 되는 일은 아닌데요, 메모라는 게.
◆ 김송래> 근무할 때는 항상 필요하더라고요. 메모를 해 놓는 것이.
◇ 김현정> 그래요. 아니, 그 꼼꼼한 메모 덕분에 신문에도 나고 오늘처럼 방송 출연도 하고. 소감이 어떠세요?
◆ 김송래>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진짜 고맙습니다.
◇ 김현정> (웃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겁니다만 이렇게 평소에 시민들에게 관심 갖는 경찰이 있다는 거,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써주는 경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분들, 당연한 일 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경사님.
◆ 김송래> (웃음)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많이 애써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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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03(월) 김송래 경사 "메모하는 경찰관...3천만원 돈가방도 찾아줬어요"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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