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2(수) 박승일 씨 "딸내미랑 백두대간 종주했어요"
2012.12.12
조회 40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3년 8개월, 36차례 걸쳐 백두대간 종주한 박승일 씨


산 좋아하는 분들 요즘 많으시죠? 겨울이라도 예외없이 산 오르는 분들, 등산 마니아 분들 요즘 많이 보는데요. 이런 분들이 누구랑 같이 가는가 보면 주로 산악동호회 회원들하고 함께 가시더라고요. 어린자녀들 데리고 험한 산 등반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그런데 무려 3년 8개월 동안 2명의 아빠가 4명의 10대 딸들을 데리고 백두대산을 종주해서 화제입니다. 백두대간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러냐 하실지 모르지만 무려 800km를 달린 겁니다.
지난 3년간의 산 이야기 한번 직접 들어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서울에 사는 박승일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 박승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3년 8개월이면 이게 드라마로 따지면 대하드라마네요.

◆ 박승일> 네. (웃음)

◇ 김현정> 정확히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난 겁니까?

◆ 박승일> 2009년 3월 봄에 시작해서 4년 동안 걸어서 올 11월 3일날 강원도 진부령에 도착을 했습니다.

◇ 김현정> 지난 달에.

◆ 박승일> 네.

◇ 김현정> 시원하세요, 섭섭하세요?

◆ 박승일> 처음에는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러고 대간을 하다 보면 장비 같은 게 많이 들어요. 그리고 사전 준비를 하고 배낭을 꾸려가면 자질구레하게 준비할 게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그런 걸 안 하니까 홀가분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한 달 지나고 아이들이랑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꼭 같은 시간을 가졌는데 안 하니까 지금 굉장히 아쉽네요.

◇ 김현정> (웃음) 시원하다가 지금은 섭섭한 상태.

◆ 박승일> 네.

◇ 김현정> 그런데 아무리 800km라도 그렇지, 이게 3년 8개월이나 걸립니까?

◆ 박승일> 저희가, 얘들이 처음 시작할 때 초등학교 저학년생하고 또 6학년생이라 굉장히 어렸거든요.

◇ 김현정> 초등학교 저학년하고 고학년하고 두 딸과 함께 시작하신 겁니까?

◆ 박승일> 네. 3학년, 6학년생들을 데리고 시작을 했는데요. 애들이 어리다 보니까 어른들 걷는 거리를 하루에 두 번에 나눠서, 이틀로. 그리고 학생이다 보니까 자주 산에 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가는 걸로 계획을 잡다 보니까 4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 김현정>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로.

◆ 박승일> 네.

◇ 김현정> 4년 전에 박승일 씨와 딸 둘. 그리고 동호회에서 만난 지인과 그분의 딸 둘. 이렇게 6명이 떠나신 거죠?

◆ 박승일> 네.

◇ 김현정> 어떻게 이런 생각을,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되신 거예요?

◆ 박승일> 제가 박여곡이라는 제 친구가 있었는데 진주에 살아요. 그 친구하고는 인터넷에서 ‘혼자가는 산악회’ 이런 데에서 만나서 산행 같이 하게 됐어요, 우연히요. 거기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성씨도 같지, 딸 둘도 같지, 나이도 같지 아이들이. 비슷한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산에 다니면서 애들한테 선물을 뭘 해 줄까, 많이 고민을 했었거든요.

◇ 김현정> 선물?

◆ 박승일> 네. 그래서 저는 산을 선물해 주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친구도 그 말을 하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가자. 그래서 진주 사람과 서울 사람이 같이 가면 너무 좋지 않겠느냐, 이래서 같이 가게 됐습니다.

◇ 김현정> 산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그 말씀은 인생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이런 얘기도 되네요?

◆ 박승일> 아, 왜 산을 선물해 주고 싶었냐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가 너무 좋아했는데 아이들이 커 갈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과연 이 아이들의 부모로서 뭐 하나를 해 줄 수 있을까, 평생 남을 수 있는 거를. 제가 뭐 부자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지식도 너무 많지 않고요. 많이 산 속에서 혼자 걸으면서 생각을 해 봤어요. 그러니까 아, 이 아름다운 자연을 아이들한테 직접 몸으로 보고 느끼게 해 주자. 그래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자연을 도시의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그런데 아빠의 그 의도는 참 좋습니다만, 취지는 좋습니다만. 어린 딸들이 선뜻 ‘그래요, 하죠. 백두대간 종주할랍니다.’ 이러면서 나왔을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 박승일> (웃음) 그게 시작된 계기가 애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같이 산에 뒷동산을 많이 다녔어요. 서울에 있는 산도 거의 많이 데리고 다녔거든요. 그래서 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먼 길을 가고, 그렇게 아이들하고 가자고 하니까 애들이 산에 대한 개념은 없었죠. 그래서 산에 갈 때 맛있는 거 아빠가 사주고, 아빠랑 같이 공부하지 말고 놀자. 이렇게 꼬시다 보니까 애들도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래서 가게 됐죠. 그래서 가다 보니까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 김현정> 가다 보니까. (웃음) 그래요. 그렇게 시작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아내는 빼놓고 시작하셨어요?

◆ 박승일> 저도 같이 가려고 한 번 계획을 했었어요. 그래서 2009년 시작하기 전이죠. 2008년도에 지리산 종주를 같이 한 번 해 봤어요, 체력테스트겸 가족들이 전부. 그런데 산두봉을 넘어서 속초봉 가기도 전에 아프다 하고 못 가겠다고 하고, 투정을 부리는 거예요.

◇ 김현정> 딸들은 괜찮은데?

◆ 박승일> 네. 딸들은 너무 좋아서 앞서 가는데. 그래서 제 처는 도저히 백두대간 멤버에 낄 수가 없고.

◇ 김현정> (웃음)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3년 8개월 동안 딸들 데리고, 그 어린 딸들 데리고 산행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건 어떤 걸까요?

◆ 박승일> 어려운 상황이 많았었어요.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대관령 구간을 겨울에 했거든요. 그 겨울도 한겨울이 아니고 3월달이었어요. 굉장히 위험하니까, 겨울산은. 3월달인데도 일출 전에 대설특보가 내린 그 상태였거든요. 대관령 구간을, 그래도 일출이 지났기 때문에 길이 열렸을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선자령까지는 너무 길이 너무 좋은 거예요, 눈도 많고. 애들이랑 우리랑 같이 노래도 부르면서 너무 재미있게 가는데 선자령부터 진고개까지 길이 뚫려 있질 않은 거예요.

◇ 김현정> 길이 막혔어요?

◆ 박승일>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점점 가면 갈수록 눈이 무릎 빠지다가 이렇게 배꼽 밑에 까지 빠지고 가슴까지 빠지는 거예요.

◇ 김현정>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데리고 왔는데 가슴까지 눈이 빠지는 상황.

◆ 박승일> 네. 그런데 거기가 굉장히 시야가 좁고 목초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금방 길이, 노출이 돼 있는 길이 나타날 줄 알고 저희들이 갔죠. 그런데 또 설상가상으로 화이트아웃이라는 기상이변이 나타나서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길도 잃어버리고 또 눈을 헤치고 가면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는데, 앞으로 가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시간개념을 잊어버린 거죠.

◇ 김현정> 어떻게 하셨어요?

◆ 박승일> 그래서 보니까 오후 5시가 다 됐는데 소황병산을 못 간 거예요. 그래서 소황병산 2km를 남겨놓고 도저히 안 돼서 다시 돌아가자, 이러다 큰 사고가 나겠다. 그때 정신을 차린 거죠. (웃음)

◇ 김현정> 아찔한 기억도 있네요. 그런 게 뭐 한두 가지겠습니까? 책 하나 내셔야겠어요.

◆ 박승일> 그건 예정에 없어서요.

◇ 김현정> (웃음) 알겠습니다. 산 딸에게, 아들들에게 산을 선물한다, 자연을 선물한다. 참 멋있네요. 또 한 번 도전하고 우리 그때 인터뷰 다시 하죠.

◆ 박승일> 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