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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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1(화) 이정호 군 "낮엔 야구 밤엔 공부...야구선수 첫 서울대 합격"
20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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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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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덕수고등학교 3학년 이정호 군


올해 약 67만명이 도전한 수학능력시험. 수시전형의 결과 합격, 불합격 속속 발표가 되고 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좀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학생을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공부하는 야구선수예요. 야구선수도 대학에 가죠. 갑니다. 그런데 보통은 야구특기생으로 스카웃이 돼서 입학이 됩니다. 사실 학교성적, 공부는 별로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문제가 나중에 프로로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진로가 막막해지는 거죠. 그래서 스포츠계에서는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야구선수, 축구선수들도 학업을 병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장을 해 왔었는데요. 드디어 성적으로, 그것도 뛰어난 성적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고교 야구선수가 최초로 등장을 했습니다. 서울덕수고등학교 이정호 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정호 군 안녕하세요?

◆ 이정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합니다.

◆ 이정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합격자 이정호, 이 이름 세 글자를 딱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 이정호> 일단 소리를 막 질렀어요, 너무 좋아서.

◇ 김현정> (웃음) 그랬어요. 주변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 이정호> 여러 군데에서 축하전화도 오고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그래요. 우리 정호 군이 합격한 전형이, 그러니까 어떤 전형인 거죠?

◆ 이정호> 수시전형, 일반전형으로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일반적인 체육학과 지망학생들하고 같이 경쟁을 한 거죠?

◆ 이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경쟁율이 얼마나 됐습니까?

◆ 이정호> 16 대 1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와, 16 대 1. 그럼 정호 군은 수능점수가 한 몇 등급이나 나온 거예요?

◆ 이정호> 최저학력을 맞춰야 되는데 수리만 3등급 맞추게 됐습니다.

◇ 김현정> 수리 3등급?

◆ 이정호> 네.

◇ 김현정> 그것도 좀 복잡하던데. 그러니까 수시전형에서 이미 합격을 해 놓고 수능점수를 가지고 나중에 그 기준선을 넘어야 되는 건데.

◆ 이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수리 3등급으로 기준선을 넘은 거군요.

◆ 이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일반적으로 고교 야구선수들이 대학 갈 때는 성적이 반영 안 되는 일종의 스카웃으로 가는 건데, 서울대에는 그런 게 없는 거죠?

◆ 이정호> 네. 서울대에서 그런 거 없습니다.

◇ 김현정> 서울대를 가려면 이렇게 똑같이 성적을 가지고 경쟁을 해서 들어가야 되는.

◆ 이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들 중에는 혹시 우리 이정호 선수가 취미로 야구한 그 정도가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가 있는데 그게 아니죠? 어릴 적부터 야구를 한 거죠?

◆ 이정호> 네, 중1 때부터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고교 주말리그, 올해부터 시행된 제도인데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수훈상 받았고요. 청룡기 대회에서 12타수 6안타로 5할을 기록했습니다.

◇ 김현정> 5할의 타자군요.

◆ 이정호> 시즌 타율이 3할 1푼을 기록했습니다.

◇ 김현정> 야, 야구도 굉장히 잘하는 선수네요. 그냥 야구선수가 아니라 잘하는 선수네요.

◆ 이정호> 아, 아...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이 정도 성적이면, 이 정도 프로필이면 그냥 스카웃이 돼서 다른 대학에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 이정호> 그래도 공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저기 중학교 1학년 때 얘기부터 좀 해 보죠. 그러니까 중1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말하자면 전공으로.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곧잘했어요?

◆ 이정호> 가끔씩 반 1등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그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 이정호> 네. 조금씩 떨어졌는데 이제 어머니가 강하게 잡아주셔서 다시 성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하시면서 공부해야 된다고 하시던가요?

◆ 이정호> 유니폼이랑 가위랑 들고 성적이 떨어지면 이 유니폼을 자르겠다.

◇ 김현정> (웃음) 그런 무서운 어머니가 계셨군요. 아니, 왜 야구만 잘해도 될 텐데 굳이 공부까지 하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을까요?

◆ 이정호>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꼭 해야 할 일도 생긴다는 걸 느꼈는데, 그 해야 할 일들이 저한테도 득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거를 그때 느꼈고 그때부터 그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둘 다 지키려고 노력을 해 왔습니다.

◇ 김현정> 물론 야구도 중요하지만 네가 야구를 정말 잘하기 위해서는 학생으로서 공부도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 아니면 너는 평생 공부를 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이런 거죠.

◆ 이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고등학교 야구선수로 서울대에 최초 입학했습니다. 덕수고등학교 3학년 이정호 학생,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그러면 고등학교 시절에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됐어요?

◆ 이정호> 오전 중에는 수업은 다 받고, 운동장에 나와서 훈련 받고 다시 야간에 야간자율학습하러 올라가고 그랬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또 가서 부가적인 공부를 하고 이렇게 생활했습니다.

◇ 김현정> 오전에 수업 듣고 오후에는 야구연습하고 저녁부터 야간자율학습하고. 집에 가면 도서관을 가든 집이든 나머지 공부하고. 아니, 이게 뭐 하루이틀이면 저도 하겠어요. 그런데 이게 고등학교 내내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거잖아요.

◆ 이정호> 그래도 이제 주위분들이 많이 격려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셔셔 그래도 잘 버텨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코피도 쏟아봤어요?

◆ 이정호> 네, 많이 흘려서 응급실도 가봤습니다.

◇ 김현정> 응급실도.

◆ 이정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코피가 흐르고 있을 정도로...

◇ 김현정> 아니, 정호 군. 굳이 피까지 보면서 그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했습니까? 야구든 공부든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할 법도 한데.

◆ 이정호> 제가 중학교 때 부상을 한 번 당한 적이 있어요.

◇ 김현정> 네.

◆ 이정호> 그때 느꼈던 게 내가 야구를 못 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고 그때 더 절실히 느낀 것 같아요. 야구도 공부도 같이 해야 된다.

◇ 김현정> 그러면 야구를 포기하는 건 어땠어요?

◆ 이정호> 너무 막막합니다.

◇ 김현정> (웃음) 야구를 포기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 이정호> 네.

◇ 김현정> 부모님은 정말 많이 안쓰러워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 모습 보면서.

◆ 이정호> 네. 어머님은 우실 때도 있었어요.

◇ 김현정> 아니, 유니폼을 가위로 찢으시겠다고 했던 그 어머님께서. (웃음) 막상 너무나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까 한옆에서 몰래 눈물 훔치셨군요?

◆ 이정호> 네. 그래서 엄마 앞에서만큼은, 힘든 내색을 부모님 앞에서 하면 그건 부모님한테 큰 실례라고 생각했고 더 활기차게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참 장한 학생입니다. 기특한 학생이에요. 앞으로 꿈은 뭘까요?

◆ 이정호> 여기 서울대학교 와서도 프로야구 선수의 한 번 더 꿈을 키우고 싶습니다.

◇ 김현정> 류현진 선수가 300억 넘게 받고 LA다저스 갔거든요?

◆ 이정호> 네,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제2의 류현진 기대해도 됩니까?

◆ 이정호> 아닙니다.

◇ 김현정> (웃음) 공부까지 잘하는 야구선수, 열심히 사는 야구선수 정호 군 될 것 같은데요. 꼭 서울대가 가서가 아니라요. 학업도 야구도 열심히 하는 그 성실한 모습이 참 사람 반하게 하네요. 원하는 꿈 꼭 이루시고요. 계속 열심히 사세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