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7(목) 이수정 경기대 교수 "수갑 풀린 경찰서, 금고털이범 된 경찰"
2012.12.27
조회 106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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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시소홀 기강해이 조직문화 우려
- 범죄영화 장면에나 나올법한 기법
- 유혹에 저항했을 때 보상 강화해야


■ 방송 : FM 98. 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몇 달 전, 경찰서 배식구를 통해서 탈출했던 피의자 기억나시죠? 그때도 참 비판이 대단했는데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성폭행 피의자가 수갑을 풀고 경찰서를 탈출해서 유유히 빠져나갔죠.
그런가 하면 현직 경찰이 우체국 금고털이에 가담하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불안한 소식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도대체 특단의 대책은 없는 건지 오늘 살펴보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일산과 안산 지역 주민들 긴장했습니다.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 경찰서를 탈출했다가 며칠 만에 잡혔는데, 이 사건 어떻게 보셨어요?

◆ 이수정>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른 것이면 모르겠는데 경찰서 안에 있던 피의자가 탈출한 것이라 사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 많은 경찰들의 눈을 피해서 어떻게 유유히 탈출을 할 수 있었을까, 거기서부터 의문인데 가능합니까?

◆ 이수정>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서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요. 일단 굉장히 붐비는 시간대를 파서 시도한 행위였던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이제 피의자 조사를 한다, 이런 붐비는 시간대는 본인이 담당하는 피의자 외에 사실 옆에 잘 알지 못하는 증인들이나 피의자들의 주의를 기울이기가 어렵거든요, 경찰서 상황이라는 게.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빈틈을 타고 결국 도주한 것이 아니라는 이렇게 보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경찰서 상황이라는 게 정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웃음) 경찰서라는 곳이 잡아두는 곳인데요?

◆ 이수정> 그렇죠. 그러니까 일단은 CCTV도 존재를 했을 것이고 여러 가지 보안장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겠죠.

◇ 김현정>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수갑입니다. 아마 1차적인 보안장치가 수갑일 텐데요. 양쪽에 수갑을 채워놓고 조사를 하는 건 일단 원칙인가요?

◆ 이수정> 일단 체포를 해서 왔으면 수갑을 채우는 게 원칙이고요. 그런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수사를 해야만 하는데, 지금 그런 원칙이 이 사건의 경우에 그 담당형사는 ‘지켜졌다’고 지금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 부분을 조금 더 보완적인 수사를 추가적으로 해서 도대체가 이게 제대로 채워졌던 것인지 아닌지, 지금 담당형사의 이야기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해봐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김현정> 일단 조사받는 과정에서 피의자를 수갑 채워놓은 것은 원칙이다. 모든 피의자를 다 수갑채워놓습니까?

◆ 이수정> 아니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도주의 가능성이 있을 때 해당 사건이 어떤 사건이냐에 따라서 사별화가 되는 것으로. 이 사람은 이제 성폭행을 하고 도주 가능성이 높은 피의자였고.

◇ 김현정> 전과 9범이었죠?

◆ 이수정> 그렇죠. 출소한 지 2개월인가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도주 가능성이나 구속여부나 이런 것들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래서 반드시 수갑을 채워놓고 조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는 말씀?

◆ 이수정> 네.

◇ 김현정> 경찰은 “정확하게 채웠다” 라고 지금 주장을 하고 있고. 그런데 이 피의자는 오른쪽 손을 풀었다는 겁니다. “강제로 잡아 빼니까 빠지더라” 라는 게 지금 피의자 진술인데요. 이거는 수긍이 가세요?

◆ 이수정> 일반적으로 보면 수긍하기가 어렵죠. 수갑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빠지지 말라고 채우는 건데, 그게 지금 힘으로.. 이렇게 완력으로 해체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상식에 어긋난 주장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수갑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잠금장치가 상당히 길게 안쪽으로 밀어 넣게 돼 있는데, 그게 완전히 다 밀어 넣어져야 잠금이 되는데요.

◇ 김현정> 끝까지 쭉 밀어서 딱 고정이 돼야 되는데, 끝까지 안 넣었을 수도 있다?

◆ 이수정> 그럴 가능성은 있어 보이고요. 그리고 그렇게 고의적인 어떤.. 푼 행위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지금 손에 찰과상이 있거든요, 수갑을 빼면서 발생한.

◇ 김현정> 사진을 보니까 피의자 손에 엄지손가락 위쪽으로 찰과상이 있더라고요.

◆ 이수정> 네. 그렇기 때문에 찰과상이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슨 만능키나 이런 것들을 사전에 준비해서 수갑을 푼 것으로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 김현정> 그건 아니고. 결국은 뺀 건 맞다는 말씀. 그럼 어떻게 그게 빠졌는가?

◆ 이수정> 그 대목이 이제 조사를 해 봐야 되는 것이죠.

◇ 김현정> 아마 끝까지 잠금장치를 안 했을 가능성, 허술하게 채워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시는 거군요?

◆ 이수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경찰쪽에서는 “아니다. 우리는 정확하게 잠갔는데 그 사람 손이 작아서 그랬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 이수정> (웃음) 글쎄, 손 크기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도 역시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가설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찰과상이 있었다는 얘기는 빼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대목입니다.

◇ 김현정> (웃음) 아, 그런가요? 20대 성인남자인데 손이 작아서 빠질 수도 있긴 있나요?

◆ 이수정> 그러니까 수갑 사이즈라는 게 일단 획일화된 형태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고려를 해서 지금 다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하긴 지난번에 배식구 탈출한 피의자 같은 경우도 그 배식구로 어떻게 누가 (웃음) 탈출하겠는가 했는데.

◆ 이수정> 도저히 나갈 수 없을 거라고 추정하는 그 공간도 사실 빠져나갔기 때문에.

◇ 김현정> 결국은 그러니까 그 배식구를 탈출하는 것도 1%의 가능성이 있고, 수갑을 정말 완전히 채웠는데 빠질 가능성도 1%는 있으니, 경찰들이 그 다음 단계, 잘 감시하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 이수정> 그렇습니다. 그 대목이 제일 큰 문제인데요. 지금 조사 중에 도주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게 도대체가 경찰 안의 보완 시스템, 차라리 외부 같으면 그런 감시감독이 소홀할 가능성 같은 것을 상정해 볼 수 있겠지만, 이게 경찰서다 보니까 살인범들도 조사를 할 거고요. 굉장히 위험한 사람들을 조사 하는 와중에 지금 이런 일이 버젓이 경찰서 안에서부터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정문을 통해서 도주를 했다는 게 참 이해가 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거죠.

◇ 김현정> 경찰서 안방에서. (웃음)

◆ 이수정> 그렇죠. 네.

◇ 김현정> 안방 문 열고 지금 나간 셈이에요.

◆ 이수정> (웃음) 네, 사람들 바쁜 와중에.

◇ 김현정> 그러니까요. 참 심각합니다. 수갑 풀린 수사. 넋 나간 경찰, 참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국민들 답답한데요. 동시에 터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좀 다른 성격이기는 합니다만,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
범인을 잡고 보니까 현직 경찰관이 이 범죄에 깊이 가담을 했다는 겁니다. 교수님, 이건 더 충격적인 거 아닌가요?

◆ 이수정> 그렇죠. 이건 더 충격적입니다. 위 사건의 경우에는 상당부분 과실 가능성이 있는데요. 지금 두번째 사건, 말씀하신 그 사건은 사실 고의에 의한, 그야말로 과거에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지금 조사가 되고 있어서요.

◇ 김현정> 그러니까 7년 전에도 이 도둑하고 경찰이 콤비를 이루어서 현금인출기 절도했다고 그러죠. 그것도 지금 드러났습니다.

◆ 이수정> 네. 그렇기 때문에 이게 도대체가 경찰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상당히 의심이 되는 사건입니다.

◇ 김현정> 특히 ‘방범하겠다’ 이러면서 경찰이 들어가서 우체국 내부 금고벽면을 휴대전화로 찍었어요. 그래서 범인에게 넘겨주고. ‘범행 저지를 때 발자국 안 남기게 하려면 현장에 물 뿌려야 된다’고 그러면서 나서서 물 뿌리고.

◆ 이수정> 네, 그렇습니다. 범죄수사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그런 장면이라서. (웃음)

◇ 김현정>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웃음이 나오시죠.

◆ 이수정> 그렇죠. 경찰이 범죄에 대한 지식을 이런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데 쓰는구나, 체포하는 데 쓰는 게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죠.

◇ 김현정> 그렇게 현직 경찰관이 범죄에 가담했을 경우, 범죄가 더 치밀해지고 수사도 더 어렵고 그렇겠죠?

◆ 이수정> 그렇죠.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도 훨씬 더 많은 것이고. 지금 범죄 수법도 이건 장기간에 범죄를 관찰하면서 터득한 습득된 지식이기 때문에 사실 전문가에 의한 소행 못지않은 그런 범행이 될 가능성이 높죠.

◇ 김현정> 이렇게 현직 경찰들이 범죄조직의 유혹을 받거나 실제로 매수당하거나 이런 일들이 종종 있습니까?

◆ 이수정> 유혹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래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늘 접해야 되기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유혹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유혹에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도덕성과 윤리적 기준으로 저항 할 것을 우리는 기대를 하는데요. 왜냐하면 국민의 지팡이이니까. 경찰까지도 그렇게 매수된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생각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이 문제이죠.

◇ 김현정> 지금 대책을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먼저 경찰서 내에 보안이 뻥 뚫린 사건. 지난번 배식구 사건도 그렇고, 이번 탈주범 사건도 그렇고요. 이쪽은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야 됩니까?

◆ 이수정> 일단은 보안시스템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CCTV도 존재를 하고요. 틀림없이 보안시스템이 있는데요. 문제는 CCTV만 있다고 보안이 끝나는 게 아니고, 그것을 누군가는 계속 감시감독을 해야 되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인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집행이 안 된다는 게 현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인력, 양적인 문제입니까? 아니면 기강해이 같은 질적인 문제입니까?

◆ 이수정> 둘 다 라고 보입니다.

◇ 김현정> 사람도 부족하고, 그 사람들의 기강도 지금 부족한 것 같다?

◆ 이수정> 네.

◇ 김현정> 두 번째. 여수 금고털이 경찰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이수정> 제일 큰 문제는 이제 그와 같은 여러 가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굉장히 엄격한 윤리의식 같은 게 존재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수정> 그런데 보통 보면 그런 윤리의식은 사실 개인의 자유결정권에 의해서 물론 형성되지만 사실은 조직의 문화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가 어떤 양심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느냐 하는 조직의 기강, 조직의 규범,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한데요. 이것이 과연 말단 형사들, 수사관들에게까지 공유되는가? 일선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형사들에게까지 그와 같은 기강이 잡혀 있는지의 여부는 상당부분 좀 의심이 들고요. 그렇게 높은 가치관을 가지려면 여러 가지로 그 수사를 하는 데에 대한 인센티브도 많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말단 경찰, 박봉의 경찰들에게는 일하는 만큼 충분한 대가가 주어지는 구조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말씀?

◆ 이수정> 그렇죠. 유혹과 타협을 하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큰데. 문제는 그것에 저항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승진이나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러면 사람들이 유혹에 넘어가기가 아무래도 쉽겠죠.

◇ 김현정> 제대로 보상 받고 또 잘못 했을 경우에는 제대로 처벌받고. 이런 상벌이 확실하게 될 수 있는 인사구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 이수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기강해이라는 건 기본적인 걸 거고요, 다잡아야 될 필요성.

◆ 이수정>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국민들이 이 사이에 벌어지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 보면서 불안해 하고 있고, 또 일선에서 박봉에 시달리며 열심히 뛰고 있는 다른 경찰관들의 사기까지 같이 떨어지는 것도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이수정>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하루 빨리 해결책. 심도 있게 논의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