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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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갈등은 정치적 이용 단골 메뉴
- 세대간 가치 문화 이념 격해질 가능성
- 고령화 사회, 젊은층 패배감 커질 것
- 세대간 배려와 역지사지 중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
최근 한 포털사이트 청원게시판에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 이런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이유인즉슨 노인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박근혜 후보, ‘박 후보는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인 복지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니 노인들에 대한 보편적 복지인 무임승차도 없애라.’ 이런 주장이었는데요.
아마 이게 대선 이 후, 우리 사회의 대립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 같습니다. 2030, 5060 세대간의 갈등, 어떻게 봐야 될까요?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폐지하자는 이 청원글 반응이 어마어마했는데 사회학자로서 어떻게 보셨어요?
◆ 전상진>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더라고요.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저도 좀 놀랐습니다. 흥분까지는 아니었지만 좀 놀란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금방 말씀하신 것처럼 청원글의 논지가 나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보편적 복지를 굉장히 격하게 비판을 하셨는데요.
◇ 김현정> 무상급식 왜 하냐, 이런 것들이죠?
◆ 전상진> 네. 그런데 정작 본인들도 그런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그걸 반납해야 되는 거 아닐까 라는 식의 이야기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게 되면 어르신들 스스로가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아니면 모순적이다 라고 하는 걸 어떻게 보면 조금 패러디식으로 약간 비틀어낸 것이 아닐까. 바로 그런 의미에서 청원글을 올렸던 사람이나 아니면 그것에 지지를 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그거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군요?
◆ 전상진> 네.
◇ 김현정> 이번 청원글 놓고 참 다양한 분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대선 직후에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이다.’ 이렇게 보시는 분도 있고요. ‘아니다. 이건 수면 안에 꾹꾹 눌러놨던 우리 사회 세대 간의 갈등이 드디어 분출한 거다.’ 이렇게 보는 분도 있고. 교수님께선 어떤 쪽인가요?
◆ 전상진> 글쎄요. 반반이라고 말씀드리면 너무 제가 책임감이 없죠? (웃음)
◇ 김현정> 반반입니까? (웃음)
◆ 전상진> 다만, 미래의 일이고요. 그리고 어떤 세대라고 하는 것이 물결을 타게 되면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부각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봐야 될 것 같아요. 최근에 선거 트렌드를 보게 되면 어떤 세대별의 정치적 성향차가 조금씩 조금씩 더 커지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이번 선거는 정말 확실히 드러났죠?
◆ 전상진> 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인구구조’ 라고 사회학자들은 보통 얘기를 하는데, 연령별 아니면 세대별로 사람들을 세울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과거 한국 같은 경우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피라미드형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역피라미드까지는 아니어도 젊은 사람들이 적어지고 어르신들이 많아지는 어떤 그런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젊은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김현정> 그것만큼은 정확한 팩트군요?
◆ 전상진> 네.
◇ 김현정> 그러면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계속 더 확장되면 될수록 세대 간 갈등은 더 증폭될 수 있는 건가요?
◆ 전상진> 있긴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부분과 관련돼서 굉장히 여러 가지 얘기들이 혼용이 돼서 섞여가지고 얘기되는 것은 좀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실까요?
◆ 전상진> 그러니까 좀 세심하게 가려서 볼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건데요. 최근에 ‘한정된 정부재원을 가지고 여러 세대들이 서로 다툴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꼭 없을 건 아니겠지만, 사실 좀 따져보면 이런 얘기가 서구 같은 경우에 80년대 말, 90년대에 굉장히 유행을 했었어요.
◇ 김현정> 그 사회에서는 이미 거쳐 간 얘기군요?
◆ 전상진> 유행에 불과 했는데, 그걸 마치 한국에서 앞으로 그럴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는 건 제가 보기에 우려스러운 부분이고요.
◇ 김현정> 그러면 서구와 우리는 다르다는 말씀이세요?
◆ 전상진> 서구와 우리가 다르다기보다는 한국에서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치, 문화, 이념 어떤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격해질 가능성은 있어보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격해질 가능성이 있으면 이대로 방치할 경우에 더 심각해지고, 분노가 폭발하고, 사회문제가 되고 이런 겁니까?
◆ 전상진> 분노라고 하는 말도 가려서 좀 써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지금 보기에 세대 간에 긴장이나 갈등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분노라고 자꾸 표현을 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세대 간 긴장과 갈등을 격화시킬 우려가 좀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노라고 하는 것은 사실 철천지원수 사이에서나 쓰는 건데. 그런 표현보다는 긴장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우리가 의도적으로라도 좀 얘기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한 가지 부분은 제가 보기에 우리가 좀 다잡고 가야 할 것 같기는 해요.
◇ 김현정> 뭔가요?
◆ 전상진>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 같은 경우에 어르신들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좀 삼가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반대로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불필요하게 간섭을 하지 말아야 되는데. 이게 자꾸 서로 집단별로 다투게 되다 보면 좀 감정이 격해지고,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들 스스로가 원하거나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너무 벗어나면서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들을 물면서 격화되는 것은 아닌가, 좀 그런 우려는 있습니다.
◇ 김현정> 너희들이 뭘 안다고, 70년대 너희들이 살아봤어? 이런 얘기를 어르신들이 하면 안 되고.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머니 아버지가 뭘 아신다고 우리 앞길을 막으세요, 이런 얘기하면 안 된다는 말씀?
◆ 전상진> 그렇습니다. 세상이 변했는데 뭘 아신다고, 이런 식이요.
◇ 김현정> 이걸 서로 삼가 해야 한다는 얘기네요. 그러면 이런 세대 간의 갈등. 어떻게든지 치유를 해야 하고, 우리가 해법을 찾아야 될 텐데요. 어떤 적절한 해법이 있을까요?
◆ 전상진> 보통 얘기 많이 하는 게 배려, 역지사지 교육, 이런 식으로 얘기를 많이 하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이건 절대로 실효성이 없어 보입니다.
◇ 김현정> 왜요?
◆ 전상진> 그것은 도덕적인 어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저는 기본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저는 두 가지를 얘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세대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아주 단골메뉴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이번 대선도 그런 부분이 있고요. 그런 것들도 좀 우리가 저어해야 된다. 하지 말아야 된다고 하는 것이 첫 번째 제안이고요.
◇ 김현정> 젊은이들여, 분노하라. 노인들이여, 가만히 있지 마십시오. 이런 감정적인 문구들을 조심하라는 말씀이군요?
◆ 전상진> 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가 제가 보기에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세대균형이 지금 안 맞는 게 한국의 문제인 것 같아요. 현재 한국은 급격히, 빨리 늙어가고 있죠. 그런데 세대균형이 맞는다고 하는 건 보통 이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요.
‘나라가 너무 젊으면 빨리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혹은 ‘나라가 너무 늙으면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데요. 바로 그런 의미에서 세대균형이 좀 맞춰지면 불안하지도 않고 혁신을 할 수 있는, 어떤 그런 부분들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결국은 출산 많이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 전상진> 그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걸 누구나 다 아는 거고요. 그럼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선거 연령을 낮추는 거죠.
◇ 김현정> 아, 그런 식으로 조절을 하자?
◆ 전상진> 네. 선거 연령을 낮추게 되면 지금 빨리 노화되고 있는 선거 연령의 세대균형을 그래도 빠른 시간 내에는 좀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얘기 들으면 어르신들이 화내실 거예요. 고등학생들이 뭘 안다고 선거권 주냐, 이런 얘기 나올 수도 있는데요?
◆ 전상진> 반대로도 똑같이 마찬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죠. 너무 연로하셨기 때문에 나라 일에 신경 쓰지 마시라, 이런 식으로 얘기가 될 수 있을 거고요.
◇ 김현정> 이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겠네요. 생각해 봐야 될 문제네요.
◆ 전상진> 당연히 우리들이 고민해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두 가지 생각을 열어놓고 하자는 말씀.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당선자가 이런 비전을 보여줘야 될 텐데요.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거, 무엇을 제안하고 싶으세요?
◆ 전상진> 쉽게 할 수 있는 건 제가 보기에 선거연령 낮추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볼 때, 좀 불필요하게 돈을 세대통합이라고 하는 쇼를 하기 위해서 많이 썼던 그런 부분들이 있는 거고요. 그런데 그거는 제가 보기에 실효성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선거연령을 낮추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오늘 화두로 던지셨는데요. 그리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는 주제입니다.
◆ 전상진> 당연히 해야죠.
◇ 김현정> 오늘 세대 간의 갈등. 도대체 이게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가, 어떤 해법들이 가능한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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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6(수) 전상진 서강대 교수 "세대갈등 해법, 선거연령 낮춰야"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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