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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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4(월)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뮤지컬로 옮겨진 600만 그릇의 기적"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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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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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일도 목사 ('밥짓는시인 퍼주는사랑' 실제 주인공)


우리 지금 나눔의 이야기 나눴는데요. 이번에도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어떤 분의 얘기입니다. 24년간 소외된 이웃을 위해서 자그마치 500만 그릇의 밥을 퍼준 남자가 있습니다. 본명보다도 밥퍼목사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분이죠.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 잘 아실 텐데. 이 최일도 목사님의 삶의 이야기가 창작뮤지컬로 공연이 되고 있어서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 목사님, 안녕하세요?

◆ 최일도> 네, 안녕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김현정>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푸십니까?

◆ 최일도> 당연하죠.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런데 오늘 같이 이렇게 추운 날에는 솔직히 좀 힘들지 않으세요?

◆ 최일도> 그러니까요. 이렇게 추운 날일수록 밥은 더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요. 자원봉사자들이 더 많이 오세요.

◇ 김현정> 오히려.

◆ 최일도> 네.

◇ 김현정> 이런 날은 좀 수가 확 줄어들 것 같은데 그 반대네요.

◆ 최일도> 오히려 추운 날일수록 더 많고요. 따뜻한 날이면 갈 데가 많으니까, 더 여러분들이 흩어질 수 있지만 이렇게 추운 날이면 더 많습니다.

◇ 김현정> 참 다행입니다. 참 훈훈한 얘기입니다. 그렇게 비나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24년간을 변함없이. 우리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고 계신데. 그런데 목사님의 삶이 뮤지컬로 탄생했어요.

◆ 최일도> 글쎄 말이에요. 별일 다 봤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별일 다. 제가 듣기로는 현존하는 사람의 삶을 창작뮤지컬로 만든 게 우리나라 최초라고 들었는데.

◆ 최일도> 그래요. 참 겸연쩍은 일이고 저는 반대했어요. 제 아내만 반대한 게 아니라 저도 만 10년을 반대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10년을 반대하셨다는 얘기는 10년 전부터 제안이 계속 있었어요?

◆ 최일도> 그렇죠, 10년 전부터. 영화로 만들겠다고 한 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 17년 전부터 졸랐던 거고요.

◇ 김현정> 그 책이라면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그 책.

◆ 최일도>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반대를 하신 이유는 뭡니까?

◆ 최일도>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실존 인물에 대해서 뭘 한다는 게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고. 겨우 몇 년을 이렇게 살아왔다고 그걸 하라고 하겠어요? 이걸 허락한 이유는 요즘 우리 한국 기독교가 너무 안으로는 자신감을 잃고 밖으로는 신뢰감을 상실하고 있어서 이럴 때 정말 교회 밖으로의 따뜻한 성탄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하도 제작자들이 조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정말 이제 한 10년을 기다렸으면 됐겠다 싶어서 해 보라고 그랬던 겁니다.

◇ 김현정> (웃음) 그러셨군요. 사모님께서 이 공연 반대하신 이유는 좀 다른 이유도 있다고 들었는데, 뭔가 하니.

◆ 최일도>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아내가 수녀이었다는 사실이 자랑도 아니지만 부끄러움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내는 여전히 수녀로 자기가 살아았던 11년의 세월에 대해서 뭐가 밖으로 알려지는 거에 대해서 그렇게 꺼리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좀 쑥스러워 하시는. 사실 그 5살 연상의 수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한 청년의 러브스토리는 이미 유명한 얘기인데도 아직도 쑥스러워.

◆ 최일도> 그건 이미 사실이지만 자꾸만 남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여기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다가 안 된다, 하지만 우리 사랑을 전하는 이 이야기는 필요하다는 말씀에 오케이를 하셨어요. 이렇게 초반에 그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연애 이야기가 나오고 중간부터는 밥퍼 봉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목사님, 1988년부터 지금까지 대접한 500만 그릇 중에 가장 잊을 수 없는 한 그릇은 누구에게 갔습니까?

◆ 최일도> 역시 맨처음에 만났던 함경도 할아버지죠. 성이 함 씨고 이름이 경도가 아니고요.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온 할아버지였어요. 청량리역 광장에서 저보다 한 5m쯤 앞에 길을 걸어가던 할어버지가 내 앞에서 그냥 쓰러지셨는데 그 할아버지를 보고 제가 스쳐지나갔거든요.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그리고 춘천 갔다가 돌아왔는데 하루 종일 옆 광장에 그렇게 방치돼 있는 거예요, 누워 계시더라고요. 그 옆에 가까이 다가가서 최초로 그분에게 설령탕 한 그릇 사드렸던 그때 그 밥 한 그릇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하다 1년, 2년 하다 10년 지나, 20년 지나 25년째 될 거라고 저 자신도 몰랐죠.

◇ 김현정> 그러게요. 만약 그때 사실은 우리가 노숙자들, 거리에 쓰러져 있는 걸 많이 봅니다만 다가가서 선뜻 뭔가 말을 걸. 더군다나 설렁탕 한 그릇 대접할 생각은 못하고 지나가요. 안타깝다라는 생각만 하지. 만약 목사님도 그때 그냥 지나치셨다면 삶이 아주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

◆ 최일도> 그렇죠. 제 인생이 전혀 다른 길로 갔겠죠. 지금의 이 모습은 아니겠죠. 그런데 그때 그래도 제 썩어져가는 양심을 살려주는 양심의 소리랄까. 주님의 은총을 들었던 게 너무 감사해요. 너는 어느 때까지 나를 이 차가운 길바닥에 눕혀놓을 셈이냐 하는 마음에서 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때 그 함경도 할아버지한테 제가 '진지는 드셨어요?' 그랬더니 고개를 흔들어요. 그럼 '세 끼를 다 굶은 거예요?' 그랬는데 손가락 4개를 이렇게 들기에 '네 끼를 굶었어요.' 나흘을 굶었대요. 그래서 그때 그게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어떻게 올림픽을 개최하는, 그때 올림픽 열리던 딱 그 직후였어요. 이 나라가 나흘씩이나 굶겨야 되냐. 너무 마음이 아팠었죠. 그때 저는 독일로 유학을 가기로 준비하고 있었던 중인데 그때 집사람은 프랑스로 가자고 그러더라고요. 개신교 목사는 전부 독일 아니면 미국만 가냐고. 그래서 아내는 프랑스로, 나는 독일로 그랬더니 하나님이 '너희들은 청량리로 가라.' 하셔가지고. (웃음)

◇ 김현정> (웃음) 청량리에 가서 밥을 푸거라. 함경도 할아버지를 통해서 음성을 전해 주신 거네요.

◆ 최일도> 맞습니다.

◇ 김현정> 감사한 일입니다. 목사님 내일 성탄절인데요. 성탄의 의미, 나눔의 의미 뭐라고 생각하세요?

◆ 최일도> 예루살렘에 오지 않고 변두리 베들레헴. 그것도 말구유에 오셨잖아요. 말밥통에 누우신 아기예수를 생각할 때마다 좀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고층빌딩이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림자 또한 깊게 드리워지는 거 아니겠어요?

◇ 김현정> 맞습니다.

◆ 최일도> 그 그림자 속에서, 그늘 속에 사는 사람들을 잊어버린 성탄절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오늘도 예수님은 고통받는 현장에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 김현정> '너는 언제까지 나를 이 차가운 바닥에 눕혀둘 셈이냐.' 이 말씀 참 와닿네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때입니다. 목사님도 건강하시고요. 건강하셔야 좋은 일 오래오래 하십니다.

◆ 최일도> 네. 내일 거리에서 드리는 성탄예배, 오후가 아니라 오전 11시입니다. 한번 이 방송을 듣는 분 가운데 예배당 문턱이 높다. 성당도 나를 반겨주는 것 같지 않다. 나는 갈 곳이 없다. 이러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 언제나, 누구나 오셔도 됩니다.

◇ 김현정> 11시에 어디로 가야 됩니까?

◆ 최일도> 청량리 쌍굴다리 옆에 이면도로에서 합니다.

◇ 김현정> 청량리 쌍굴다리.

◆ 최일도> 밥퍼 우리 앞마당에서.

◇ 김현정> 거리성탄예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