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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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1(금) 이호준씨 "거리의 노래하는 노숙인입니다"
2012.12.21
조회 102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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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부산실직노숙인조합 이호준

거리의 노숙인이 음반을 냈다. 언뜻 상상이 잘 안 되시죠? 10년 이상을 부산역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최근에는 앨범까지 발매한 노숙인이 실제로 있습니다. 노숙인들의 대부라고 불리는 사나이인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서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들어보죠. 노숙인 가수 이호준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호준 씨, 안녕하세요?

◆ 이호준> 안녕하세요. 이호준입니다.

◇ 김현정> 지금 어디 계시는 거예요?

◆ 이호준> 부산에 있죠.

◇ 김현정> 부산, 부산역에.

◆ 이호준> 아니, 지금 부산역은 아니고요. 부산역에서 지금 이 방송 때문에 다른 데 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거기서 언제부터 그렇게 지내셨습니까?

◆ 이호준> 한 13년 정도 됐죠.

◇ 김현정> 13년을.

◆ 이호준>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이렇게 친구처럼 지낸 게 13년 됐습니다.

◇ 김현정> 단순히 노숙을 하시는 게 아니라 노숙인들을 돕기 위한 어떤 일들도 하시는 거라고요?

◆ 이호준> 네. 현재 실직노숙인조합이라는 단체에서 제가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 김현정> 실직노숙인조합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원장겸 노숙인 이호준 씨, 이렇게 되는 거네요. 그런데 앨범을 내셨어요.

◆ 이호준> 네. 원래 제가 음악을 했거든요. 부산에 오게 된 이유도 불우이웃돕기 좀 도와달라고 해서.

◇ 김현정> 불우이웃돕기.

◆ 이호준> 공연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부산을 가게 된 거예요.

◇ 김현정> 부산에서 불우이웃돕기 하니까 ‘와서 공연 한번 좀 해 주십시오.’ 해서 내려왔는데 어떻게 거기 그냥 눌러앉게 되셨어요.

◆ 이호준> 저를 불렀던 양반이 저를 이용해서 이래저래 돈도 빌리고 해서 떼먹고 도망을 갔어요. 그래서 제가 볼모가 된 거죠, 쉽게 말해서.

◇ 김현정> 그걸 갚아야 되는 신세가 된 거네요, 중간에서.

◆ 이호준>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는 막 노가다 뛰고 해서 일단은 그렇게 지내다가.

◇ 김현정> 건설현장에서 잡일 막 하고 이러다가.

◆ 이호준> 네. 그런 모습들이 보기 좋았는지 ‘돈 안 갚아도 된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고 서울 올라가면 되는데, 그냥. 또 계속 부산역에서 공연하고 자꾸 공연을 계속 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게 얼마 동안 벌어진 일이에요, 그러니까? 부산 내려간 지.

◆ 이호준> 6개월 안에 벌어진 일이에요.

◇ 김현정> 6개월 안에. 부산에 노래하러 내려갔다가 볼모로 잡혀서 돈 벌어가면서 공연하면서 6개월 있다 보니까 그냥 정이 들어버린 거군요.

◆ 이호준> 네, 그냥. 그리고 또 노숙인들이 그때는 많이 죽기도 죽었지만. 진짜 범죄라든가 이런 거에 굉장히 노출이 심하게 돼 있을 때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호준> 인권이나 이런 걸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봤을 때는 이건 좀 너무 심한 거다. 그래서 그 사람들 얘기들을 대변해 주다 보니까 그렇게 돼 버린 거예요.

◇ 김현정>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싶어서 아예 그들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선.

◆ 이호준> 네.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앨범을 작업하게 되셨어요? 돈이 이게 드는 일일 텐데.

◆ 이호준> 제가 몇 년 전부터 협동조합을 추진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는 게 글 쓰고 노래하고 음악하고 곡 쓰고 하는 게 제 재능이니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랑 소설을 써서 지금 출판준비하고 있고요. 또 음악도 그 일환으로 해서, 부산 지역에서 음악활동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작업을 계속 했었죠. 일단 두 곡을 먼저 음원을 내놓았고 하다 보니까 네 곡 정도가 또 음원이 만들어졌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원래 가수는 말보다 음악으로 얘기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호준> 그렇죠.

◇ 김현정>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전화로, 노래 부르기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만 조금만 실력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이호준>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박수)

◆ 이호준> 저 별밤 저 달 속에 고달픔. 우리들의 인생. 그래도 운명아 이겨라. 돈도 빽도 없는 인생들이 소리 높여 외친다. 미래를 위해 건배!

◇ 김현정> 와... (박수) 지금 라이브하신 거예요?

◆ 이호준> 네.

◇ 김현정> 락커시네요, 이제 보니까.

◆ 이호준> 네.

◇ 김현정> 제가 지금 들은 대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거는 ‘돈도, 빽도 없는 인생들이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노숙인들의 외침, 그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 주시는 거예요, 열변을 토하면서.

◆ 이호준> 이 노래도, 예전에 제가 배식을 했었거든요.

◇ 김현정> 배식, 노숙인들 배식.

◆ 이호준> 밥 먹고나면 모여서 얘기를 하잖아요, 이렇게.

◇ 김현정> 그렇죠.

◆ 이호준> 거기에서 모든 전체 가사가 잡힌 거죠.

◇ 김현정> 생활 속에서 그야말로 절절하게 나온 가사들을 노래로 담은. 이 노래 들려주니까 주변의 동료 노숙인들 반응이 어떻습니까?

◆ 이호준> 친구들은 좋아합니다. 제 유일한 추종세력인데. (웃음)

◇ 김현정> (웃음) 팬들?

◆ 이호준> 내 팬들인데. (웃음) 정말로 다 좋아하죠. 그 사람들한테 문화가 없어요. 적극적으로 이끌어줘야 되는데. 노숙이 나쁜 거라고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그래야 되는데.

◇ 김현정> 일반인들, 사회인들이 노숙인에 대해서 가장 잘못 알고 있는 편견이란 뭘까요?

◆ 이호준> 왜곡된 시각이라고 할까요?

◇ 김현정> 어떤 게 이렇게 왜곡이 됐습니까?

◆ 이호준> 보통 상징적으로 얘기하잖아요. 노숙인 딱 그러면 길거리에서 술 먹고 자빠지고 나쁜 짓 하고 길 위에서 일어나는 나쁜 짓들은 전부 다 하는 사람들. 그런데 노숙인들은 절대 안 그럽니다. 그건 진짜 잘못된 생각이고요. 실제로 진짜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해도 잘 안 되는 건가요, 그러면?

◆ 이호준> 그렇죠. 지금 사회가 어떤 사회입니까? 대학교를 나와도 취직이 안 되는 세상인데, 취직 자리가 있겠습니까? 사회도 온정주의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이 사람들한테 이 사회가 어떤 거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사회에서 문을 열어줘야 돼요.

◇ 김현정> 사회가 문을 좀 열어달라.

◆ 이호준> 인간을 인간으로 봐야죠, 사람을.

◇ 김현정> 관리, 감독만 하려고 하지 말고 정말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

◆ 이호준> 네.

◇ 김현정> 일단 이호준 씨 노래를 듣고 싶으면 어디로 가면 들을 수 있는 거예요?

◆ 이호준> 다시 부산역에서 공연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 김현정> 부산역에서.

◆ 이호준> 왜냐하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왜 노래 안 하냐고 그러니까.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옆에 와서 음악을 들으면 싸울 일이 있어도 안 싸워요.

◇ 김현정> 그럼요. 치유의 힘이 있는 건데요, 음악은.

◆ 이호준> 우리 식구들 성화에 못 이겨서라도 다시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노숙인 식구들 성화에 못 이겨서라도. 알겠습니다. 부산역 갈 일 있으면 이호준 씨 꼭 한번 찾아보십시오, 여러분. (웃음)

◆ 이호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 해야 될 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노래도 열심히 불러주시고요. 이 노숙인들을 위해서,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서 좋은 일들 많이 해 주십시오.

◆ 이호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