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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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시각장애 노환걸 씨
숨가쁘게 달려온 대통령선거, 이제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대선에 뛰어든 후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 자체가 참 길고 긴 마라톤 여정이에요. 한고비 넘기고 나면 또 그 다음 고비 나오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제2의 인생을 마라톤으로 시작한 중년 한 분을 만납니다. 그런데 그 중년이 그냥 중년 마라토너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입니다. 앞이 전혀 안 보이는데 시각장애인이 마라톤을 한다. 쉽게 상상이 안 되시죠? 그런데 게다가 청각장애인 한 청년과 동반마라톤을 해서 지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싱가포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장애인대표로 21km, 하프코스에 참가했던 노환걸 씨. 오늘 연결을 해 보죠. 노 선생님 안녕하세요?
◆ 노환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하셨습니다.
◆ 노환걸> 아이고, 별말씀을요.
◇ 김현정>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2인 1조가 돼서 국제마라톤을 하신 거예요?
◆ 노환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럼 원래 두 분 다 마라톤을 오랫동안 하셨던 분입니까?
◆ 노환걸> 아니요. 그 청각장애인도 그렇고 저도 마라톤을 한 지가 약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7개월? 그런데 어떻게 두 분이 만나서 국제마라톤까지 나가게 되셨어요?
◆ 노환걸> 국제마라톤 나가게 된 거는 한국재활협회에서 감동의 마라톤대회라고 매년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장애인을 참가시키는 대회가 있어요. 거기에 뽑혀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 7개월 전부터 따로따로 마라톤을 하다가 한 대회에서 두 분이 연결이 된 거군요.
◆ 노환걸> 그렇죠.
◇ 김현정> (웃음) 제가 알기로는 선생님이 올해 연세가 마흔 넷이고, 파트너 청각장애인 청년은 스물 여섯.
◆ 노환걸> 네.
◇ 김현정> 열 여덟이라는 나이 차이에, 한 분은 시각장애, 한 분은 청각장애인데 호흡이 어떻게 잘 맞았습니까?
◆ 노환걸> 네. 연습을 좀 많이 했었으면 호흡이 좀 잘 맞았을 텐데. 사실 국내 연습경기에서도 그 친구, 재민이라는 친구가 무릎 부상으로 연습을 많이 못했어요. 그래서 싱가포르 현지에서 호흡을 잘 맞춰서 했습니다.
◇ 김현정> 저는 달리는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돼요. 그러면 청각장애인 파트너하고 어떻게 손 잡고 달리시는 거예요, 어떻게 달리셨어요?
◆ 노환걸> 저하고 그 친구하고 사이에 노란 끈으로 묶어서 방향 표시도 하고 소리로 표시도 하고 그렇게 달렸습니다.
◇ 김현정> 노란 끈으로 연결을 해서.
◆ 노환걸> 네.
◇ 김현정> 멋있는 끈이네요, 노란끈. (웃음) 그런데, 사실 청각장애인이야 보는 데 무리가 없으니까 그렇겠지만 문제는 청각장애인이 듣지를 못하잖아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셨어요, 두 분이?
◆ 노환걸> 청각장애인은 저한테 소리로써 3m 전방에 방지턱이라든지, 3시 방향에 내리막이라든지 오르막이라든지. 뭐 그런 말을 해 주고 특히 중요한 게 음료수에 대한 건데, 앞에 물 먹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 그런 얘기 많이 했고. 그리고 저는 그 친구한테 커뮤니케이션을, 그 친구는 구화를 하는 친구인데 입의 모양을 보고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요.
◇ 김현정> 수화가 아니라 입모양 보고 뜻을 해석할 수 있는 구화를 하는 청년이었군요.
◆ 노환걸> 네. 그래서 앞을 보고 얘기를 해야 되는 게 아니고 서로 마주보고 얘기를 해야 됐기 때문에 또 뛰면서 그렇게 하기가 좀 쉽지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뛰면서 서로 입모양 보면서 의사소통하고 노란끈으로 묶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호흡을 맞추면서 2시간 40분을 달렸습니다. 오래 달리셨어요, 사실. 하프마라톤인데. 그렇게 고생해서 결승선을 딱 통과했을 때. 그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 노환걸> 아, 그때 기분 이루 말할 수는 없죠. 사실은 성취감이나 기쁨, 그런 것도 있었지만 ‘아, 끝났구나. 좀더 잘했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 김현정> 몇 등 하셨어요?
◆ 노환걸>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부둥켜안고 한참동안 형을 두드려줬던 그런 기억이 나네요.
◇ 김현정> 부둥켜안고 한참동안. 그 장면이 상상이 되네요. 제가 몇 등하셨냐는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 노환걸> 저희한테는 어차피 기록이나 등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었고 사실 완주에 의미가 있었고 부상 없이 완주했던 게 저희들은 큰 성과고 해냈다는 게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완주하는 순간 이미 1등이십니다. (웃음)
◆ 노환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짝을 이뤄서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지금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분. 시각장애인 노환걸 씨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선천적인 시각장애는 아니시고, 사회생활을 한참 하다가 이렇게 되셨다면서요?
◆ 노환걸> 네. 대기업에 다니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한 소시민이었고 그러다가 중도에 한 5년 전에 점점 시력이 나빠지게 됐고 2년 전에는 급기야 시각장애 1급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1급이라면 전맹 판정을 받게 되셨어요.
◆ 노환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걸 참 인정하는 게, 후천적 장애인들은 더 인정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많이 고통스러우셨겠어요.
◆ 노환걸> 네, 그렇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말이 있잖아요.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런 상상이나 경험을 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런 고통과 좌절은 살아가면서 한순간, 한순간이 정말 답답하고 고통스럽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것을 치유하게 한 것이 마라톤이었습니까, 어떻게 마라톤을 선택하셨어요?
◆ 노환걸> 사실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운동. 그런 스포츠가 많지는 않아요. 또 답답한 심정에서 뭘 해 보고자 하여도 그렇게 마땅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답답한 심정에 제가 남산을 가게 됐어요. 거기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을 붙이면서 운동을 하는 걸 보게 됐죠. 주위사람들이 하는 말이 시각장애인들이 정상인들과 같이 마라톤을 연습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래서 수소문 끝에 VMK라는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동호회를 들게 됐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대단한 도전입니다. 참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셨는데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면서,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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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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