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3(목) 김정희 씨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아시나요"
2013.01.03
조회 64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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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학진흥원 '이야기 할머니' 김정희 씨


여러분 예전에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서 옛날얘기 듣던 기억, 나시죠? 그 옛날얘기 속에는 호랑이도 등장하고 썩은 동앗줄도 등장하고 TV만화, 오락 이런 것 없이도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제는 바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대신해서 CD 속의 성우가 대신 동화책 읽어주는 세상이 된 지 오래됐어요. 그런데 요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이야기할머니들이 등장했답니다. 국가에서 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한 1000여 분이 전국적으로 활동 중이시라고 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 이야기할머니 한 분을 직접 만나보죠. 대구에 사시는 김정희 할머님, 연결이 돼 있습니다. 할머님, 안녕하세요?

◆ 김정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야기할머니.

◆ 김정희> 네.

◇ 김현정> 이야기할머니가 뭔가요?

◆ 김정희> 이야기할머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옛날이야기나 선현미담, 인물이야기 김만덕 이야기나, 강감찬, 오성과 한음 등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할머니들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 옹기종기 모아놓고 옛날얘기 해 주시는 거예요?

◆ 김정희> 네.

◇ 김현정> 책보면서?

◆ 김정희> 아닙니다. 외워서 합니다.

◇ 김현정> 외워서.

◆ 김정희> 네.

◇ 김현정> 그거 외우기가 만만치 않으실 텐데.

◆ 김정희> 처음에는 주말만 되면 그거 외우느라 정신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겠어요.

◆ 김정희> 남편 앞에서 하고, 거울 보고 하고, 아들 앞에서도 하고. 잘하는지 못하는지 봐달라고,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 김현정> 탤런트들 대사외우듯이. (웃음)

◆ 김정희> 네. (웃음)

◇ 김현정> 지금은 몇 권이나 외우고 계세요?

◆ 김정희> 지금은 한 100편 이상 외우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야, 그냥 툭 찌르면 나옵니까, 이야기들이 그러면?

◆ 김정희> 네. (웃음)

◇ 김현정> 아니, 이야기할머니가 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정희> 제가 만 3년을 했습니다. 올해 13년도에 하면 3년째 됩니다.

◇ 김현정> 3년 되셨는데 벌써 100편이나 외우셨어요.

◆ 김정희> 네.

◇ 김현정> 자, 그러면 이렇게 우리가 말로 설명 듣는 거보다, 제가 가수 나오면 노래 부탁하고 배우 나오면 연기 부탁하거든요. (웃음)

◆ 김정희> 네.

◇ 김현정> 이야기할머니가 나오셨으니까 이야기를 한번 부탁 안 할 수가 없네요. 괜찮으시겠어요?

◆ 김정희> 네. 그러면 짧게 잠깐.

◇ 김현정> 짧게, 어떤 동화?

◆ 김정희> ‘초심으로 어머니를 구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김현정> 분이, 이야기 한번 들어보죠.

◆ 김정희> 옛날 깊은 산골에 분이라는 아이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분이가 집안살림을 하게 되었지 뭐예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어머니는 주무시고 옆에 앉아서 콩을 고르고 있는데 밖에서 후드득 후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러더니 갑자기 문이 활짝 열리더니 호랑이가 성큼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 김현정> 호랑이 등장했습니다.

◆ 김정희> 호, 호, 호랑이가 무서워, 무서워. 그때 호랑이는 어흥! 하면서 분이를 잡아가려고 했어요. 분이는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서 이불을 박차고 나와서 소리쳤어요. 야! 이 나쁜 호랑이야. 아픈 어머니가 계시는데 나를 잡아가면 어떻게 해. 내가 없으면 어머니는 밥도 못 드시고 농사일도 못하신단 말이야.

◇ 김현정> 이야. (박수) 제가 사실은 지금 중간에 끊지를 못하겠어요. 그 뒤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그런데 시간관계상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끊었는데. 어우, 잘하시네요. 그러면 이거를 그냥 이렇게 목소리로만 하시는 게 아니라 몸짓도 좀 하시고 표정도 하시고,

◆ 김정희> 네.

◇ 김현정> 당연히 그렇게 하시겠죠. 혹시 복장도 따로 있습니까?

◆ 김정희> 저는 한복을 입고 다닙니다.

◇ 김현정> 한복을 입고.

◆ 김정희> 네. 원색이고 고우니까 어린 아이들은 좋아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이렇게 동화 들려주면 아이들 반응이 어때요?

◆ 김정희> 조용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 쳐다보고, 제 입만 쳐다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사실 요즘 같은 경우에는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같이 사는 집이 별로 없어서 예전처럼 할머니 무릎 베고 옛날이야기 들을 기회 별로 없거든요.

◆ 김정희> 맞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한테 제일 인기가 많은 동화는 어떤 겁니까, 이야기는?

◆ 김정희> 주로 호랑이 나오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 김현정> 예나 지금이나 호랑이군요. (웃음) 아니, 그런데 김정희 할머니, 원래 뭐하시던 분이세요, 가정주부셨어요?

◆ 김정희> 아닙니다, 저는 유치원 원장을 했습니다.

◇ 김현정> 유치원 원장을. 언제 그만두셨어요, 언제 은퇴하셨어요?

◆ 김정희> 2009년도에.

◇ 김현정> 2009년에. 그러니까 그만두고 나니까 그 능력을 어디 발휘할 데가 없고, 몸이 근질근질하셨겠어요.

◆ 김정희> 그 예쁜, 초롱초롱한 눈매를 잊지 못해서 다시 그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몇 번이나 한 달에 가세요?

◆ 김정희> 일주일에 4번 유치원, 어린이집에 갑니다.

◇ 김현정> 일주일에 4번?

◆ 김정희> 네. 1년 동안 꾸준히 갑니다.

◇ 김현정> 한 곳을 1년씩.

◆ 김정희> 네.

◇ 김현정> 아이들한테 어떤 변화가 느껴집니까?

◆ 김정희> 자폐아가 꼭 한두 명씩이 있더라고요. 그 아이들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눈빛도 안 마주치고.

◇ 김현정> 그렇죠. 특징이죠.

◆ 김정희> 눈도 안 마주치고 자기 멋대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아이가 있을 때는 계속 그 아이를, 제가 제일 먼저 그 아이 이름을 외웁니다. 외워서 ‘누구야’ 불러주고 중간에도 불러주고, 그러면 이야기 도중에도 ‘뭐지?’ 하면서 질문도 하고요. 이렇게 했더니 어느 날 1학기 지나고 나니까 그 아이가 저한테 오더니 이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예뻐요.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 김정희> 정말 감동이고 그때는 눈물이 나더라고요. 하늘을 날고 싶더라고요.

◇ 김현정> 이야. 그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가 먼저 와서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 김정희> 네.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 안 하실 수가 없고 안 가실 수가 없겠어요.

◆ 김정희> 네.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정붙이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가게 되면 유치원 졸업하는데 그때는 할머님하고 헤어져야 되잖아요, 이야기할머니하고.

◆ 김정희> 그럴 때는 아이들이 편지도 써주고 볼에 뽀뽀세례까지 퍼붓고. (웃음)

◇ 김현정> (웃음) 예뻐요, 예뻐요. 아이들 보는 재미로.

◆ 김정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저는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아직 일할 능력이 충분한 젊은 할머님들이 많을 텐데.

◆ 김정희> 맞습니다.

◇ 김현정> 꼭 동화구연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재능 가지신 분들, 노하우 가지신 분들이 너무 빨리 사회에서 일자리를 잃어버리시는 거 아닌가.

◆ 김정희> 네, 그렇습니다. 친구들도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데가 없어서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능력, 노하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 값진 재산들을 어딘가 쓸 수 있는 일자리가 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 김정희>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 김정희> 저는 체력이 닿는 한 할 겁니다.

◇ 김현정> 체력이 닿는 한. 1000권 외울 때까지. (웃음) 장르를 딱 주문하면 그냥 술술술 나올 때까지.

◆ 김정희> 네. (웃음)

◇ 김현정> 할머님 부탁드립니다. 참 귀한 일 하시는 분이에요. 아이들하고 헤어질 때 마지막 인사는 보통 어떻게 하세요?

◆ 김정희> 한 명씩, 한 명씩 제가 안아줍니다. 안아주는데요. 서로 안기려고.

◇ 김현정> 먼저 안기려고.

◆ 김정희> 그래서 줄을 딱 세우는 거예요, 세워서. 그런데 한 명이 딱 안고 안 놓아주는 거예요. 제 등 뒤에 가서 붙들고 있는 거예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니, 한복 치마 속으로 들어오는 애는 없어요?

◆ 김정희> 있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

◇ 김현정> (웃음) 남자 아이. 우리 아이들이, 그러니까 정에 사실은 굶주린 거예요.

◆ 김정희> 젊은 선생님들은 치마 들고 들어오면 난리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예 들어오라고, 다 들어오고 합니다.

◇ 김현정> 내 한복 속으로 들어와, 얘들아. (웃음)

◆ 김정희> 네. (웃음)

◇ 김현정> 이게 할머니니까 가능한 거예요. (웃음) 지금 우리 청취자들한테, 아이들한테 하는 식으로 인사 한 번, 마지막 인사 해 주실까요?

◆ 김정희>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러 올게요.

◇ 김현정> 아이고, 고맙습니다. 할머니 건강하시고요. 동화 1000권 외울 때까지 건강하셔야 됩니다.

◆ 김정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