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31(월) 박현열 제미니호 선장 "해적 피랍 582일만의 귀환"
2012.12.31
조회 44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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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해적 피랍 582일만의 귀환, 제미니호 박현열 선장


3부 화제의 인터뷰, 송년특집 뉴스쇼가 다시 만난 사람으로 꾸미고 있는데요. 오늘이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서 1년 7개월. 무려 582일 동안 감금돼 있었던 제미니호 선원들. 여러분, 기억하실 겁니다. 저희 뉴스쇼에서는 석방된 직후에 그 구조선, 강감찬함 위에서 긴급하게 전화 연결했었는데요. 워낙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서 제대로 차분하게 대화 못했던 거 여러분, 기억하시죠? 그래서 오늘 다시 만난 사람으로 이분 초대했습니다. 제미니호의 박현열 선장. 고국에 돌아와서 보낸 한 달, 과연 어땠는지, 건강한지, 이분 한번 직접 만나보죠. 선장님, 안녕하세요?

◆ 박현열> 네, 안녕하십니까? 박현열입니다.

◇ 김현정> 지난 12월 4일, 그러니까 해적에게로부터 구조된 직후에 저랑 인터뷰하셨던 거 기억하시죠?

◆ 박현열> 네,.조금 기억이 나는데 그 당시에 확실히 어떻게 했는가도 잘 기억이 안 나요.

◇ 김현정> 워낙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위성전화로 연결하는 거였으니까요. 그때 한국 가면 된장찌개가 제일 먼저 먹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오자마자 드셨어요?

◆ 박현열> 네. 된장찌개, 김치찌개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모든 음식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진수성찬처럼 느껴집니다.

◇ 김현정> 뭐 하나 안 맛있는 게 있겠습니까? 한국에 와서 먹는, 가족들과 함께 먹는. 그때 또 그러셨어요. 한국 가면 아들, 딸 이름 부르면서 아이들하고 밤새 얘기하고 싶다. 어떻게 600여 일 만에 아이들 얼굴 보니까 어떠시던가요?

◆ 박현열> 감격스러워서 말도 막혀서 잘 안 나오고, 그동안에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아마 못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이 둘 있다고 하셨어요. 스물 일곱, 스물 셋의 아들, 딸. 그렇죠?

◆ 박현열>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마 그 아이들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을 텐데, 아버지 하면서 뭐라고 얘기하던가요?

◆ 박현열> 고생하셨다 하고 뒤에 서로 눈물만 조금 흘렸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번에 피랍돼서 저한테 불행한 일이 일어날까 걱정 많이 했다고 하고.

◇ 김현정> 걱정 많이 했다고.

◆ 박현열> 집에 있어도 마음이 아버지 옆으로 와 있으니까 걱정이 많이 됐겠죠.

◇ 김현정> 그럼요. 582일 동안 제대로 먹고 자고 씻고 다 불가능했기 때문에, 게다가 극도의 공포 속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제일 걱정되는 건 선장님 건강이에요, 건강. 괜찮으세요?

◆ 박현열> 네. 건강은 그런 대로 저희들이 나름대로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 움직이지 못하니까.

◇ 김현정> 좁다는 건 얼마나 좁았습니까,그곳이?

◆ 박현열> 보통 천막 만드는 비닐 조각 가로 한 5m 20cm 정도, 세로는 한 2m 6, 70cm 되겠죠. 세 겹으로 접어서 한 겹은 바닥에 깔고 한 쪽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막고 한 쪽은 하늘을 가리고 했으니까.

◇ 김현정> 가구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 거잖아요. 그냥 그거 덜렁.

◆ 박현열> 네. 그리고 매트리스 두 장, 그 다음에 담요 얇은 거 두 장 가지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좀 추위를 많이 느꼈고 바람 부는 계절이 되면 거기에 모래바람이 불어서 거의 모래 속에서 몸이 노출된 상태로 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랬으니. 아니, 그랬으니 아무리 내가 정신 바짝차리고 잘 살아야지, 건강 지켜야지 해도 몸이 그렇게 말을 안 들었을 것 같은데 정말로 지금 와서 건강검진 다 받으시고 괜찮으신 거예요?

◆ 박현열> 네. 이상이 없다고 그러네요.

◇ 김현정> 참, 강인한 분들이어서 그럴까요? 뱃일 하시는 강한 정신 가지신 분이어서 그럴까요, 이게 보통 사람이었으면 아마 굉장한 충격 받고 지금 몸도 마음도 성하지 않을 텐데.

◆ 박현열> 네. 사실 선원들 직업이라는 게 가족들하고, 옛날에는 계약이 1년이 돼서 한 1년 정도씩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강한 바람, 태풍 같은 걸 만나고 하면서 아마 어려움 속에서 가족들 생각하면서 몸을 유지하고 한 게 아마 도움이 됐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단련이 돼서, 그동안.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던 거군요.

◆ 박현열> 네.

◇ 김현정> 고국 쪽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구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아니구나. 이 소식도 좀 들으셨어요, 어떻게 여동생하고 통화할 때?

◆ 박현열> 그때 저희들이 육지로 끌려간 게 11월 30일이었습니다. 11월 30일날 가고 그 다음에 12월 29일날 회사하고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할 때 회사 직원께서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도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대신 건강한 몸을 유지하도록 하라고, 몸만 건강히 챙겨라라는 소리를 계속 들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582일이었잖아요. 금방 될 거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우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1년이 넘어갔습니다. 한 계절이 바뀌었어요. 그런데도 괜찮으셨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가끔은 하셨을 것 같은데.

◆ 박현열> 네. 처음에는 사실 저희들이 조금 불안했습니다. 불안은 했는데 거기에, 육지에 내려가서 UN에서 잡고 협상전화만 요구하고. 그 다음에 이쪽에 사실 해적들 중에서도 마음 약한 사람들이 저희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돈만 요구하지 목숨은 해 안 한다고 하는데.

◇ 김현정> 해적 중에도 또 착한 해적이 있었긴 있었군요. 우리는 돈만 요구하지 당신들 목숨은 안 건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하는 해적도 있긴 있었어요.

◆ 박현열> 네. 그러니까 사람 사는 데니까 아마 그런 사람도 있겠죠. (웃음)

◇ 김현정>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거네요, 그래도. 선장님 배 몇 년이나 타셨죠?

◆ 박현열> 제가 79년도부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그 79년도면 그러면 30년 훌쩍 넘으셨네요.

◆ 박현열> 네.

◇ 김현정> 그러면 천상 뱃사람이셨는데, 이제 어떻게 이런 일 당하고 나서도 배 계속 타시는 거예요,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 박현열> 이렇게 당해도 사실 일단 저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직으로 생각하고 몸이 나으면 한 몇 달 쉬다가 다시 재승선할 수 있으면 거기에 가서 조그마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김현정> 다시 배 타시는 거군요, 그러니까.

◆ 박현열> 네.

◇ 김현정> 아니, 공포스러운 기억 때문에 조금 힘들지는 않으시겠어요?

◆ 박현열> 그런 것은 아마 아직까지 느끼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도 보안요원들을 태우게 해서 위험은 없습니다.

◇ 김현정> 참 강한 분이다. 이런 생각을 제가 하게 되는데, 새해 소망 어떤 꿈 꾸세요?

◆ 박현열> 새해에는 큰 소망은 없습니다. 가족, 친지들이 항상 화목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새해가 됐으면 싶습니다.

◇ 김현정> 아주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데 그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아시는 분이니까. 귀한 소망입니다. 제가 늘 인사말로 건강하라는 말씀을 인터뷰하시는 분들께 많이 드리는데 선장님이야말로 정말로, 정말로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 박현열>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얼른 몸도 마음도 회복하시고 뱃일도 나가실 수 있기를 제가 기도해 보겠습니다. 선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