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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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8(화) 소설가 황석영 "점령군처럼 나대며 색깔론 매도 안돼"
2013.01.08
조회 342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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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선거때처럼 자상하게 소통해야
- 백척간두 민초들의 절망 직시하라
- 安, 감성정치 넘어 민생현장 다녀야
- 야권, 제3의 장소서 정치개혁 할때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가 황석영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대통합 문제부터 인수위 논란까지. 보수와 진보, 사회원로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설가 황석영 선생,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최근에 ‘여울물 소리’ 라는 신간을 내셨네요?

◆ 황석영> 네. 전통시대의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룬 건데요. 50년 작가생활을 돌아보면서 소설로 쓴 작가론 비슷한 거죠.

◇ 김현정> 올해가 등단 50주년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전국을 돌면서 힐링사인회도 하고 계시고요.

◆ 황석영> 네.

◇ 김현정> 이것은 책의 내용하고 연결이 되는 겁니까?

◆ 황석영> 내용하고 연결되는 건 아니고요. 제가 50주년을 맞으면서 전업작가로서 글 쓰고 먹고 살았는데요. 50년 동안 제가 굉장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에도 한결 같이 제 책을 읽어주시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선거과정에서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단일화도 촉구하고, 국민연대도 결성하고 이러면서 부지런히 뛰어다녔는데요. 정권교체하고 사회변화를 간절히 갈망했던 사람으로서 저도 박탈감과 상실감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거는 유권행사를 했던 절반의 국민이 모두 정신적 외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런 보도들 나오더라고요.

◆ 황석영> 네. 투표를 독려하고 그랬던 거지. 이상으로 작가로서 또 책무가 있지 않냐, 이렇게 생각한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힐링사인회’ 라는 제목으로 지금 전국을 순회하고 계신거군요?

◆ 황석영> 네. 그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대선 끝나면 언제나 당선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다른 후보들은 다 낙선하기 마련인데. 왜 유독 이번에는 그렇게 야권 지지자들의 낙심이 큰가요?

◆ 황석영> 하다못해 자기가 응원했던 축구팀이 져도 그 후유증이 며칠 간다고 그러잖아요. 세상의 변화를 바랐던 절반의 민심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저를 비롯해서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현 정권이 그동안 해 왔던 과오들을 돌아본다면 이게 더 악화될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걱정이 많았던 거죠. 그렇지만 한 쪽이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세상을 모두 얻은 것도 아니고, 또 졌다고 그래서 세상이 다 끝난 것도 아니거든요.

선거과정에서 내건 공약들이 서로 여야가 비슷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실천만 잘한다면 한 때의 걱정과 근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걸 확인시켜주길 바라고요. 나머지 국민들도 일단 차분하게 지켜보자고 권유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요. 지난 5년 동안처럼 역사적으로 거꾸로 간다거나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보수가 되선 안 될 거고요. 진보의 가치가 분단사회의 색깔론으로 매도되어서도 안 될 겁니다.

◇ 김현정> 색깔론이 등장해도 안 된다는 말씀?

◆ 황석영> 네. 그야말로 좌우의 균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인데. 여권은 말 그대로 새 시대를 교체하겠다, 새 시대로 가겠다, 스스로 밝혔듯이 정말 과거와는 다른 좌우균형을 잡아야 될 때고요. 야당은 그야말로 정당이나 정치개혁 없이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으니까 국민들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 옆에서 참견하고 질책하면서 야당의 정치개혁도 바라보겠다, 이런 심정입니다.

◇ 김현정> 여하튼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됐고, 지금 하나하나 인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첫 단추는 잘 끼워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황석영> 처음에 행보를 보면, 물론 아직은 이미지에 지나지는 않겠지만. 중소기업을 방문한다든가 민생을 살핀다든가 하는 행보를 보였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수위를 꾸리는 과정도 너무 일방적인 게 아니냐, 소통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현재를 두고 보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서로 반대편 지지자를 적대시하고 공격하고 그런 게 올바른 시민의식이 아니다, 이렇게 보입니다. 요즘 보니까 인터넷 검색어 1위가 야권지지자였던 김여진 등등 연예인들의 방송출연불가조치 이런 것이 보이는데.

◇ 김현정> 문재인 후보를 공개지지 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 정지당한 것 같다, 이런 거요?

◆ 황석영> 네. 새 정부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정권인수의 중대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서 이제 우리 세상 왔다고 점령군처럼 나대서 앞으로 5년 내내 갈등과 불신만 깊어질 것 같은데 말이죠. 국민대통합의 실천이 있어야지. 이렇게 서로 적대시해서 되겠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대통합을 중시해 왔던 박근혜 당선인이기 때문에 대통합을 방해하는, 그러니까 지금 대두되고 있는 색깔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색깔론 같은 것?

◆ 황석영> 이제 우리 세상이니까 너희들은 찍소리 마라는 식으로 이렇게 색깔론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그러는데. 이래서 어떻게 대통합이 이루어지겠어요?

◇ 김현정> 어느 부분에서 그런 걱정스러운 시그널, 조짐들을 느끼세요?

◆ 황석영> 대단히 보수라고 자칭하는 논객들의 SNS나 인터넷 활동들이 대개 많이 그렇게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알려진 사람들일수록 서로 자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혹시 황석영 선생께서도 공격을 받으셨어요?

◆ 황석영> 저도 일상적으로 받고 있죠. 그런데 저야 늘 옛날부터 한 50여 년 동안 겪어오던 일이라. 옛날에 잡혀가고 두드려 맞고 그런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 김현정> 윤창중 대변인 인사에 대해서는 그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는 공산화 세력이다. 국가전복세력이다.’ 이게 윤창중 대변인의 발언인데요.

◆ 황석영> 아.. 지나치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아니, 그건 스스로 자신이 알아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죠.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사퇴?

◆ 황석영> 글쎄, (웃음) 제가 얘기할 입장은 아니네요.

◇ 김현정> ‘밀봉인사’, ‘밀봉인수위’ 이런 신조어가 또 나오고 있어요. 비밀엄수 이런 건데요.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황석영> 제가 볼 때는 인사를 하면 인사 당사자가 나와서 국민들에게 자상하게, 그 전의 선거 때처럼 자상하게 나오셔서 설명도 하시고. 좀 더 따뜻하게 국민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될 텐데. 좀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중간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면, 언론에 알려지면 괜히 왈가왈부하다 보니까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혼선이 빚어진다.’ 이런 의견도 있는데요?

◆ 황석영> 네. 그런 것도 있겠죠.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검증 또는 그런 혼선, 그런 논란, 이런 것들 가운데에서 또 서로 고쳐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사전에 알리는 것은 혼선이 아니라 오히려 여론을 조정하는 소통의 작업이라는 말씀?

◆ 황석영> 네. 소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김현정> 그런 시작, 첫 단추 끼는 작업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은 좀 조심해서 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 주의해라, 어떤 조언을 주신다면요?

◆ 황석영> 저는 사실 현재 박근혜 새 대통령의 새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데요. 그 이유는 정말 그야말로 과거의 업보를 벗어나서 새 시대로 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입장에 서 있는 당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공을 하신다면 그야말로 박정희 시대의 과오까지 전부 이렇게 탕감을 하시고. 그리고 새 시대를 여는 당사자가 되는 셈인데요. 정말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친과는 다른, 말하자면 정치적 열린 자세,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여러 각 계층의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서로 얘기하고 대화하려는 자세,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 김현정>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의 귀도 열어라, 이런 말씀이군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안고 가라, 끌어안고 가라, 이런 말씀.

◆ 황석영>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편 패배한 진보진영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될 건가, 여기에 대한 조언도 좀 해 주시죠.

◆ 황석영> 이게 참 문제인데요. 그동안 한 10여 년 동안 너무 게을렀고, 그리고 민초들의 그런 풀뿌리 일상, 이런 데 너무 게을렀어요. 그리고 프로젝트 주의, 이념 또는 진영논리 이런 거 벗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좌우균형을 잡으면서.. 정말 현 정부도 민생을 제일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정당정치개혁을 민생과 더불어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그런 풀뿌리운동, 대중운동 이런 것들을 신경을 써야 되지 않나.

◇ 김현정> 안철수 전 후보는 돌아오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보세요?

◆ 황석영> 글쎄요. 제가 거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저기는 없고요. 다만, 이제처럼 감성이나 이미지로 되는 게 아니라 정말 뼈를 깎는 실천과 노력 속에서 민생현장으로 두루 다니고, 그리고 거기서 올라오는 소리 듣고. 우선 대중운동에 대한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일단 밑바닥으로 가라, 안철수 전 후보도?

◆ 황석영> 네.

◇ 김현정> 일단 정치하기로 이미 결심은 했으니까요.

◆ 황석영> 네. 정치권이 다 그런 반성하지 않겠어요?

◇ 김현정> 안철수 전 후보의 측근들, 또 안철수 전 후보와 민주당이 야권을 위해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황석영> 저는 제3의 장소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당조직이나 정치개혁이 이루어져도 좋다고 봅니다. 그건 선거 전부터 무슨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내놓겠다거나 중앙당 폐해를 없애겠다거나 여러 가지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어떻게 실천되는지, 이런 것들을 좀 옆에서 감시하고, 그리고 참견하면서 시민들이 계속 간섭을 해야 될 것 같죠.

◇ 김현정> 일단 야권이 일어서는 모양새는 제3의 지역에서 같이 뭉쳐라, 그러면서 민생현장 돌아라, 이런 말씀인가요?

◆ 황석영> 네.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지금 이런 주문들이 들어오는데 어떤 거냐면, 황석영 선생의 힐링메시지를 듣고 싶다. 혹시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황석영> 네. 다른 거보다도 저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낙담에 잠겨 있고, 몇 분은 자살까지 하시고. 지금 현재에도 철탑 위에 올라가서 농성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거를 풀고 어떻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를 않거든요.

전 정권이 교체되면 현실이 어떻게 달라질 거라 이렇게 기대를 했다가 그 기대가 어긋나니까 좌절감이.. 야, 또 5년을 어떻게 과거처럼 어떻게 그렇게 견디면서 사냐, 이러고 낙담하고 절망하고 그러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양반들 보다 더 한 게 이 노동계층인데요. 정치권은 여야가 다 같이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민초들의 막바지의 절망을 정말 똑바로 직시해야 될 겁니다.

◇ 김현정> 백척간두에 서 있는 이 민생, 서민들 돌아봐라. 이 말씀이 참 아프게 들리네요. 이 얘기가 위에도 전달돼서 아파하는 서민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힐링되는 사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