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4(목) 배의철 변호사 "개에 불 붙이는 이 잔혹한 사회"
2013.01.24
조회 206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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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생명권 네트워크 배의철 변호사


여러분 불붙은 개라는 이름의 동영상 보셨습니까? 한 차량정비소에 커다란 불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불덩이를 알고 보니 온몸에 불이 붙어버린 개였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CCTV 동영상인데요. 결국 이 불붙은 개는 숨진 채 발견이 됐고 이 정비소는 5억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도대체 이 개는 어떻게 하다가 불덩어리가 된 건가요? 개에게 불을 붙이는 우리 사회, 동물에 대한 인식이 고작 이 정도였나 싶은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명권네트워크변호인단의 대표인이세요. 배의철 변호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배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배의철>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용인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이 동영상 보고 참 어떠셨어요?

◆ 배의철> 현재 수사 중이라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누군가 동물의 몸에 고의로 불을 붙인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놀라셨죠?

◆ 배의철> 법적인 관점에서는 생명에 대한 매우 잔혹한 행위이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제8조의 학대행위에 해당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저는 이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마 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정지된 사진만 봤는데도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혹했어요.

◆ 배의철> 네, 그렇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 동영상이 퍼지면서 유사범죄의 발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 김현정> 이게 그런데, 일부러 사람이 불붙인 게 아니라 어디서 우연히 개가 돌아다니다가 옮겨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 배의철> 불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이게 붙었다면 일부가 타지 전체적으로 커다란 불덩이가 될 수는 없는 것 같고요. 단순한 우연으로 보는 것은 경험측에 비추어서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 김현정> 그리고 그 개가 죽고나서 개의 시신에 휘발성 물질이 검출이 됐다, 이런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경찰이 누군가 불을 붙인 것으로 보고서 범인을 쫓고 있는데,

보니까 배 변호사께서는 몇 달 전에 벌어졌던 이른바 악마에쿠스 사건, 그러니까 에쿠스 차에 개를 매달고 달렸다는 혐의의 그 사건에서 동물보호단체측의 변호인 맡으셨었죠?

◆ 배의철> 네, 그렇습니다. 그 사건이 에쿠스 승용차의 트렁크에 연결된 끈으로 비글견의 목이 매달린 채로 고속도로로 질주한 사건입니다.

◇ 김현정> 결국 그 개는 죽었죠?

◆ 배의철> 네, 그렇습니다. 트렁크에 매달려서 고속도로를 끌려 다녔는데 살아남을 수가 없죠. 사체도 매우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법정까지 가게 됐는데 그 혐의를 받았던 에쿠스 차주는 어떤 처벌 받았습니까, 그때?

◆ 배의철> 저는 미필적 고의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는데요. 결국 에쿠스 차주는 동물학대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무혐의?

◆ 배의철> 네. 차주 같은 경우에는 동물을 학대할 의도, 즉 고의가 없다고 항변을 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제가 지적한 것은 동물학대에 대한 확정적 고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미필적 고의여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필적 고의라는 것은 죽이거나 학대하겠다는 의도적 고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즉, 동물이 죽을 수 있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도 예견하면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행위를 했을 때 우리는 형법적으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재 동물학대사건의 수사실무에서 미필적 고의는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경우와 동물에 대한 경우가 좀 달리 적용이 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배의철> 만약에 미필적 고의여부를 수사하지 않는다면 용의자가 동물학대를 할 의도적 고의가 없었다고 변명을 했을 때 과연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습니까?

◇ 김현정> 과거에 다른 동물학대의 케이스들은 어땠어요?

◆ 배의철> 미필적 고의와 유사한 개념으로 형법상 인식 있는 과실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도 비슷하게 동물이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과실로 행위한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 결과 동물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형법과 동물보호법은 인식 있는 과실, 명백한 과실, 설사 증필로 죽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난번에 제주트럭사건이라고 해서 제주의 유기견을 모란시장에 팔아버린 개장수라든지 소 굶겨 죽인 사람들, 이런 것들 다 재판 갔습니다만 다 무혐의였군요.

◆ 배의철> 네, 그렇습니다. 모두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이 됐고요.

◇ 김현정> 그럼 이번에 용인에 불붙은 개사건도 방화범으로 돼서 잡힌다고 할지언정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인 건가요?

◆ 배의철> 현실적으로 동물을 죽인 혐의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개의 몸에 불을 붙인 용의자가 동물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확정적 고의를 부인하고.

◇ 김현정> 나 그냥 장난이었다 하면?

◆ 배의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비소 근처라서 원래 몸에 기름이 묻어 있었고, 실수로, 과실로 성냥불이 옮겨 붙었다, 이렇게 과실을 주장한다면 현행 형법과 동물보호법에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말씀드린 바처럼 없고 동물학대를 다루고 있는 동물보호법 제8조가 사실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 김현정> 동물보호법이 있긴 있군요?

◆ 배의철> 네, 그렇습니다. 동물보호법이 작년의 경우에 동물학대에 대해서 징역형이 부과되어서 형량이 확대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법이 왜 유명무실해졌습니까?

◆ 배의철> 문제는 동물학대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형량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동물학대에 적용되는 동물보호법 제8조가 굉장히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 김현정> 법은 있지만.

◆ 배의철> 그렇습니다. 추상적이라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서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에 보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라는 문헌이 있고요.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잔인한 방법이나 정당한 사유와 같은 문헌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본다면 보강수사를 하지 않거나 사실상 동물학대 규정의 적용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 것들 보면서 법률가로서, 동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속이 상하다는 말씀이세요.

◆ 배의철> 그렇습니다. 그래서 형량을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동물보호법 제8조가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현정>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 배의철>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학대금지 목록이라는 형태로 굉장히 동물학대 유형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규정해서 확인된 사실만으로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위스하고 독일 같은 경우에는 그 학대유형을 20가지 정도로 구체적 사례로 상세하게 나눠서 다루고 있고요. 예를 들어서 뉴질랜드 같은 경우에는 동물복지법 제23조에서 도로에서 차에 끌려다니게 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걸 에쿠스 사건에 적용한다면 발생된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우리가 너무 느슨하게 동물은 물건이다, 이런 식으로 다루고 있는 거는 아닌지 생각을 해 볼 지점인데, 또 하나 걱정되는 건, 이런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예를 들어서 작년에 그런 일도 있었잖아요. 고양이 머리를 몽둥이로 때리고 다닌 사람도 있었고 갖가지 학대가 많았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사람에게까지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되더라고요.

◆ 배의철> 그런 경향성이 있습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에서 동물확대에 대한 70% 이상이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이 중에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바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것도 걱정이 됩니다. 우리가 도대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잔인해지려는 건지 오늘 아침에 생각해 봐야 되겠습니다. 변호사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