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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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북극곰수영대회 최고령 참가자 황흥석 씨
이번 겨울 참 춥디춥습니다. 그런데 이 추운 겨울에 수영복 딱 하나 걸치고 차디찬 바닷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겨울의 이색스포츠죠. 북극곰수영대회. 올해로 벌써 26번째인데요. 바로 어제 부산 해운대에서 열렸습니다. 선수 한 명, 한 명 다 범상치 않은 분들인데, 특히 일흔이 넘은 어르신 한 분이 아주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북극곰수영대회 최고령 선수를 직접 만나보죠. 부산에 사시는 황흥석 어르신 연결이 돼 있습니다. 황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흥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일흔이 넘었다고 앞에서 소개를 드렸는데 정확하게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 황흥석> 일흔 여섯입니다.
◇ 김현정> 일흔 여섯이면 30 몇 년생?
◆ 황흥석> 38년생. (웃음)
◇ 김현정> 와, 그럼 북극곰 수영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세요?
◆ 황흥석>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 계속 나갑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일흔 넘어서 시작하신 거네요, 이 북극곰 수영은?
◆ 황흥석> 네, 그렇죠.
◇ 김현정> (웃음) 아니, 어제 대회 치르고 일단 몸은 괜찮으세요? 몸살 안 나셨어요?
◆ 황흥석> 아이고, 몸은 시원한데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시원하십니까?
◆ 황흥석> 그걸 춥다고 그러면 안 되죠.
◇ 김현정> 바닷물의 수온이 이맘때는 얼마나 됩니까?
◆ 황흥석> 바닷물 수온은 항상 4도 이하로 안 내려갑니다. 섭씨 4도 이하로 안 내려갑니다.
◇ 김현정> 섭씨 4도.
◆ 황흥석> 4도 정도로 유지됩니다, 항상.
◇ 김현정> 사실 저는 바닷물은 고사하고 이런 날씨에는 찬물에 손 대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설거지 할 때.
◆ 황흥석> 그 정도는, 시원해야죠. 사람이 항상 몸만 뜨끈하게 방에 몸이 늘어져 있으면 안 됩니다. 약간 차가운 데 이렇게 몸도 조였다가 눕혔다가 이렇게 해야 건강이 유지되는 거예요.
◇ 김현정> (웃음) 그런가요? 그래도 일단 물 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면 에너지가 난다지만 들어가는 그 순간이 너무 춥지 않으세요?
◆ 황흥석> 준비운동들 많이 시키고 들어가게 하잖아요.
◇ 김현정> 준비운동하고 기합넣고?
◆ 황흥석> 네.
◇ 김현정> 보면 항상 나오는 장면이 한 50분 정도 쭉 서 계시다가 ‘와’ 소리 지르면서 물 속에 들어가시더라고요.
◆ 황흥석> 그게 여러 사람이 합동으로 같이 간다는 우리 한국 사람들의 특이한 특성이죠.
◇ 김현정> 우리 황 선생님도 어떤 기합 좀 넣고 들어가셨어요?
◆ 황흥석> 그렇죠. 같이 고함지르면서, 항상 남들이 안 하는 거 그런 걸 가끔씩 해 봅니다, 어떤지 하고.
◇ 김현정>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기합소리 넣으면서 들어가셨어요?
◆ 황흥석> (웃음) ‘야, 추위야 물러가라. 내가 이겼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죠.
◇ 김현정> 멋있으십니다. 아니, 그런데 원래 운동을 좀 하셨던 분이신가요, 황 선생님?
◆ 황흥석> 운동은, 제가 옛날에 육군사관학교를 다녔어요, 돈이 없어서.
◇ 김현정> 육사 출신이세요?
◆ 황흥석> 네. 그래서 극기겨울훈련, 극기훈련, 그때도 겨울에 찬물 속에도 들어가서 기합도 받고 몸도 단련하고, 추운 건 별로 무섭지 않아요. 그리고 몽골 울란바토르 대학에 지금 교수로 돼 있기 때문에, 추워서 나와서 안 들어가려고 그러는데, 거기는 마이너스 30도, 40도 되는 데에서도 견디고, 재미있어요.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육사 출신이시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군인정신이 있는 분이고.
◆ 황흥석> 정신보다. (웃음)
◇ 김현정> (웃음) 몽골이 또 굉장히 추운 나라잖아요. 떨어졌다 하면 영하 3, 40도 가죠.
◆ 황흥석> 네. 시원한 나라입니다.
◇ 김현정> 그런 곳에서 단련을 하셨으니까 해운대 바닷물 정도도 견디실 수 있는 거네요. 거뜬하시네요.
◆ 황흥석> 해운대 바닷물은 우리 목욕탕 가도 온탕이죠.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리고 목소리가 벌써 정정하세요. 이건 어른한테 제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좋은 의미로 꼬장꼬장하시다는 말씀 많이 들으시죠?
◆ 황흥석> 그런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 김현정> (웃음) 참 건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참가자 중에 최고령이이세요, 황 선생님.
◆ 황흥석> 항상 그렇다고 그래요.
◇ 김현정> 그래서 선생님은 ‘나야 아무것도 아니고, 이거 온탕 정도야’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 황흥석> 걱정을 많이 합니다. 어제도 들어가는데 ‘아이고, 괜찮습니까?’ 같이 들어가는 분들도 보면 걱정을 해 줘요. 그리고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같이, 혹시 또 심장이 멎지는 않을까 이렇게 속으로 걱정하시는 것 같은 눈치도 있고.
◇ 김현정> 그런 분들 보면 뭐라고 답해 주세요?
◆ 황흥석> (웃음) 괜찮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 김현정> (웃음) 당신 걱정이나 하시오. 이런 생각 들 것 같아요.
◆ 황흥석> 숯이 검정 보고 검다고 그런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이번에 대회 참가하다가 제자도 만나셨다면서요.
◆ 황흥석> 네. 접수대 물건 보관하는 거기에, 동명대 교수로 몇 년 했는데, 그때 제자예요, 보니까. ‘교수님’하고 이렇게 이야기하길래 어찌나 반갑던지. (웃음)
◇ 김현정> 자원봉사로 온 자선인은, 그 제자는 수영은 안 하고?
◆ 황흥석> 수영 안 하고 수영하러 온 사람들 물건 받아서 보관해 주고 하는 그 부스를 관리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너도 좀 같이 하지 그러냐’라고 한마디 안 하셨어요?
◆ 황흥석> 했죠. ‘학생들 교수하고 같이 물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아.’ 그랬더니 얘가 무서워서, 놀라서 눈이 동그라져 있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나도 들어가는데 젊은 사람이 왜 거기서 자원봉사 옷 받아주고 있느냐? (웃음)
◆ 황흥석> 그렇죠.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 김현정>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어떤 거예요?
◆ 황흥석> 너무 안이한, 쉬운 거만 하려고 그러고 자기가 어려운 건 안 하려고 그래요.
◇ 김현정> 도전정신?
◆ 황흥석> 네.
◇ 김현정> 옛날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가요?
◆ 황흥석> 많이 부족하죠.
◇ 김현정> 왜 그럴까요, 그거는?
◆ 황흥석> 그거는 우리 사회가, 부모님들이 그렇게 길러서요. ‘아이고, 내 착한 내 아들, 내 아들 고생하면 안 돼.’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감싸온 거 그런 덕분 아니겠어요?
◇ 김현정> 그렇죠. 젊은이들 보면서 그런 도전정신이 좀 아쉬운 생각도 들어서, 내가 일흔 넘은 나이지만 솔선수범하겠다 하면서 뛰어드시는 거예요, 매년.
◆ 황흥석> 아마 그래서 그런 것보다도 그런 생각을 좀 했죠.
◇ 김현정> 가족들은 걱정 안 하세요? 다른 사람들은 그렇더라도.
◆ 황흥석> 우리 와이프는 걱정, 첫 해 한 번 따라오더니 안 와요. 집에서 전화만 기다린대요. 무슨 전화 기다리냐고 하니까 심장이 멎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집에 전화하는 그 전화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대요.
◇ 김현정> (웃음) 걱정돼서 조마조마해서 차마 못 보시고.
◆ 황흥석> (웃음) 네.
◇ 김현정> 그렇게 걱정을 하시는데도 계속 나가실 거예요, 앞으로도?
◆ 황흥석> 네. 몸이 허락하는 한은 한 번씩 나가서 물에 시원하게 담그는 것도 좋아요.
◇ 김현정> 말씀 들으면서 역시 정신이다. 이런 생각 들고요. 우리가 춥다고 지금 벌벌 떨면서 목도리하고 옷, 장갑 감싸고 다녔던 게 좀 젊은이로서 창피한 생각이 드네요.
◆ 황흥석> 걸을 때는 의젓하게 걸어야죠. 저는 장갑을 안 낍니다, 아무리 추워도 밖에 나가면.
◇ 김현정> (웃음) 그러세요.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요. 내년도 북극곰수영대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황흥석> 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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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월) 황흥석씨(북극곰대회 최고령) "한겨울 찬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짜릿함"
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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