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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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펴낸 김용택
섬진강 시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 김용택 시인 아시죠? 참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분인데. 이 김용택 시인이 책을 한 권 출간했는데요. 이번에는 시집이 아니고, 산문집을 냈습니다. 제목이 섬진강 이야기예요. 오늘 아침 섬진강으로 잠깐 여행 다녀와보죠. (웃음)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겠습니다. 김용택 시인, 안녕하세요.
◆ 김용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책을 내셨다기에 시집인지 알았더니 이게 산문집이여서 놀랐고, 그 산문집이 자그마치 여덟 권이나 돼서 또 한 번 놀랐어요.
◆ 김용택> (웃음) 놀랄 일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놀라줘서 고맙습니다.
◇ 김현정> (웃음) 그 여덟 권이 전부 다 섬진강 얘기인가요?
◆ 김용택> 네. 제가 책 여덟 권인데 첫째 권은 ‘내가 살던 집터에서’ 그래서 그동안에 내가 기억했던 모든 집들, 또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름, 그 다음에 우리 동네 모든 지명들에 얽힌 짧은 이야기고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2012년까지 겪었던 이야기들을 이렇게 모은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섬진강, 저는 가장 마지막에 가본 게 재작년 여름에 증기기관차 타러 한 번 갔었어요.
◆ 김용택> 곡성이요?
◇ 김현정> 네. 겨울에 섬진강은 어떤 풍경인가요? 여름은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던데.
◆ 김용택> 겨울은 다 썰렁하죠, 춥고. 지금 올해 굉장히 추웠잖아요. 강추위가 연속됐기 때문에 섬진강 곳곳이 여울물만 빼놓고는 다 얼어 있습니다.
◇ 김현정> 다 꽁꽁 얼어 있고.
◆ 김용택> 네. 강물이 하얗게 보이죠. 왜냐면 얼음이 오래 얼어도 얼음이 하얘요.
◇ 김현정> 그 섬진강 사신 지 얼마나 되셨죠, 그러니까?
◆ 김용택> 저는 평생 살았죠, 조상 대대로 살았죠.
◇ 김현정> 그런 거 보면 강은, 자연은 참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는데 세상은 참 빨리 변해요.
◆ 김용택> 너무 빠르죠. 너무 빠르다고 또 아우성들을 쳐요, 자기들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웃음)
◇ 김현정> (웃음) 6개월 전에 산 휴대폰이 금세 중고폰되는 이 세상, 섬진강은 잘 안 변하죠, 그래도?
◆ 김용택> 강도 사람들이 변하기 때문에 따라서 변하긴 하지만 자연은 천천히 변하죠. 특히 섬진강은 4대 강에서 배제가 됐고, 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협곡이기 때문에 강기슭이라든가 강물에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요. 그래서 많이 변하지는 않았죠.
◇ 김현정> 참 다행이에, 접근이 어려워서.
◆ 김용택> 천만다행일 수밖에 없어요. 조금만 접근성이 용이하면 사람들이 들어가서 강을 헤집고 파헤치고 둑을 쌓고 난리를 쳐놓잖아요. 그런데 천만다행히도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이 훼손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잘 보존이 된, 생태계가 잘 보존이 된 것입니다.
◇ 김현정> 어제 감사원에서 4대 강 감사결과도 나왔던데 4대 강에서 배제된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웃음) 이제 생각하면 또 그렇게 되네요.
◆ 김용택> 그러니까요.
◇ 김현정> 섬진강만 안 변한 게 아니라 시인도 늘 한결받은 분이세요.
◆ 김용택> 아이고, 나도 이제 변했죠. 인간이 어떻게 안 변하고 삽니까.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런데 요즘 참 빨리빨리 디지털 시대에, 새 시대에 새 유행이 나오는데 우리 김용택 선생은 좀 빨리 가고 싶다, 편하게 가고 싶다, 변화 쫓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은 잘 안 드세요?
◆ 김용택> 그렇죠. 저는 생태적으로 제가 오랫동안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시골 사람들이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하는 느린 하루를 해를 따라서 살고, 또 달이 뜨고 지면서 느리게 달이 뜨고 지잖아요. 또 곡식을 뿌려놓고 금방 내일 모레 먹는 게 아니고 적어도 한 계절, 두 계절을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그 느림, 느리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지는 그런 삶 속에서 살았죠. 그러다 보니까 느리고 걷기 좋아하고 한 곳을 오래 바라보는 거 좋아하고 그런 삶의 생태가 굳어졌죠.
◇ 김현정> 그렇게 살다가 도시에 나와서 도시인들 보면 좀 불쌍한 생각도 드시겠어요?
◆ 김용택> 나름대로 잘 살고들 계시지만 일단 너무 일이 많고 너무 바쁘다는 생각은 들죠. 11시, 12시까지 그 빌딩들이 불을 켜놓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가. 물론 일이 많겠죠. 그렇지만 우리가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인간들이 만든 거, 자기들이 만든 거잖아요.
◇ 김현정> 거기서 하나만 내려놓아도 그렇게 크게 잃을 거 없을 텐데. 우리는 꽉 쥐고 절대 못 놔요.
◆ 김용택> 그렇죠. 또 술들을 너무 많이 마셔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 김현정> 그걸 풀어야 되니까, 짧은 시간에 풀어야 되니까.
◆ 김용택> 풀어야 되니까 그렇죠. 하여튼 악순환이 거대한 도시의 삶이라는 게 자본에 따라서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쉼쉴 수 있는 숨쉴 틈이 없어요.
◇ 김현정> 맞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우리가 그 안에서 헉헉 거리면서 따라가다가 서로 경쟁하다가 상처 입고 지쳐버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요즘에 힐링도서, 힐링음식, 힐링음악, 힐링자 안 들어간 게 없어요.
◆ 김용택> 저는 그 말을 제일 싫어해요. 힐링이라는 게 자기들이 스스로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잖아요. 힐링을 다른 데서 구하면 안 되고,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교육을 받아오면서 어렸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주장한 바가 없기 때문에 계속 힐링도 시켜줘야 됩니다.
◇ 김현정> 누가 시켜줘요. (웃음) 가이드를 줘야 돼.
◆ 김용택> 누가 시켜줘야 돼. 그 다음에 계속 어렸을 때부터 시키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그 힐링까지도 시켜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게 그러다 보니까 힐링을 시켜줘서 힐링이 되면 좋지만 그 순간은 이렇게 모면이 되겠지만, 찰라적으로 모면이 되겠지만 정상적으로 되는 건 아니죠. 말 들을 때 기분 좋고 그렇지만 도로 마찬가지죠. 힐링은 자기 스스로 살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자기 스스로 자기 삶을 가꿔가는 힘이 있을 때 힐링이 자기 스스로 힐링을 해야죠.
◇ 김현정> 30초 안에 될 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럼 우리 도시인들이, 다 큰 성인들이 할 수 있는 스스로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 김용택> 가족하고 노는 거죠.
◇ 김현정> 노는 것, 가족과 놀아라.
◆ 김용택> 가족과 놀아라.
◇ 김현정> 동료하고 놀면 안됩니까?
◆ 김용택> 동료하고 노는 것보다 가족이 있는데 왜 동료하고만 놀려고 그럽니까? 집에 돌아가서 식구들하고 놀아야죠. 놀아야 살 줄 아는 거죠. 놀 줄 모르기 때문에 살 줄 모르는 거예요. 놀 줄 알면 힐링을 저절로 됩니다.
◇ 김현정> 놀아라, 아이건 어른이건 이제는 좀 가지고 있는 온갖 짐 벗어버리고 놀아라.
◆ 김용택> 그렇죠 토요일, 일요일날 놀토가 있잖아요. 왜 놀토인데 놀지 않고 다른 데 가는 거야.
◇ 김현정> 좋은 말씀이네요. 저도 주말에 팍 놀고 오겠습니까? (웃음)
◆ 김용택> 그러니까 남편하고 아이들하고 좀 놀아야 되죠. 제 책 권하고 노세요. (웃음)
◇ 김현정> 네, 그러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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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8(금) 김용택 시인 "이 시대 마지막 아날로그 시인"
20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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