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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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6(수) 박용호 경위 "강력범 검거 1위 형사, 학생 범죄예방 전도사된 사연"
2013.01.16
조회 117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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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인천 남동경찰서 박용호 경위


빨간 두건에다가 검은 선글래스 그리고 대머리 가발을 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경찰관이 있습니다. 범인 잡으려고 분장한 건 아니고요. 학교폭력 예방 전도사라고 하는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 직접 삐에로를 자처하고 학생들을 만나는 분이랍니다. 더 놀라운건 이분이 원래 강력반 형사였다는 사실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인천남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의 박용호 경위,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오늘은 라디오인 게 정말 아쉽네요. 직접 보여드려야 되는데.

◆ 박용호> 네, 저도 아쉽습니다.

◇ 김현정> 가끔은 여장도 하고 그러신다면서요?

◆ 박용호> 네. 여장은 미친소 분장 있죠?

◇ 김현정> 컬투?

◆ 박용호> 네. 그때그때 달라요, 그게. 그 분장으로 다닐 때는, 미친소 분장을 좀 하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분장 레퍼토리가 몇 개가 있으세요?

◆ 박용호>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학교마다 찾아가는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서 많이 달라집니다.

◇ 김현정> 아이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 박용호> 아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 김현정> 현직 경찰이 맞으시죠?

◆ 박용호> 네.

◇ 김현정> 전직이 아니라 현직?

◆ 박용호> 네.

◇ 김현정> 사실 이 학생폭력예방법이라는 게 아이들한테는 뻔히 하는 지겨운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거든요.

◆ 박용호> 그렇죠, 맞죠.

◇ 김현정> 혹시 강의 방법도 좀 독특한 게 있으세요?

◆ 박용호> 저는 학생들한테 어떻게 가르치려고 접근하는 그런 강의는 절대 안 합니다. 그걸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학생들이 개념에 대한 건 이미 다들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이론으로는 다 잘 알고 있죠.

◆ 박용호> 그렇죠. 그래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그런 해설적인 얘기는 식상해서 잘 안 들으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이론보다는 현장의 경험당, 이런 거. 사례, 이런거 알려주시는군요. 그래서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이 사부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세요.

◆ 박용호> 사부님이라는 별명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잡혀왔던 아이들이 저한테 특별교육을 받으러 와요. 인천동부교육청 이 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오면 제가 아이들한테 얘기를 하죠. 나는 여러분들을 가르칠 만한 선생님이라는 자격은 전혀 없다. 그런데 너희가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그러한 스승과 아버지의 개념인 사부님이라는 얘기는 듣고 싶어도 선생님이라는 얘기는 듣기 싫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그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학교 가면 ‘사부님, 사부님’ 얘들이 그럽니다.

◇ 김현정> (웃음) 그럴 때는 기분 좋으시겠어요.

◆ 박용호> 네, 굉장히 좋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이 나한테 마음을 여는구나, 이런 생각. 이렇게 강의 다니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 박용호> 95년도인지 94년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녔고요. 그 전에 자격증 취득하고 나서, 그러고 나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원래는 강력반 형사, 그것도 3년 연속 검거율 1위를 자랑하는 형사셨다면서요?

◆ 박용호> 네.

◇ 김현정> 그러던 분이 어떻게 갑지고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자격증을 따고 강의하러 다니고. 어떻게 바뀌신 거예요, 이렇게?

◆ 박용호> 그때 제가 쭉 했던 사건 중에 전국에서 이 손가락 안에 드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저한테 잡혀서 조사받으면서, 나중에 그 학생이 구속되고 제적당하고 결국은 자살을 했어요, 그 학생이. 그래서 그때부터 막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죠.

◇ 김현정> 무슨 일로 그렇게 공부 잘하는 학생이 경찰서에 잡혀 온 거예요?

◆ 박용호> 수능 3개월을 남겨놓고 동네 앞에 햇빛을 쬐려고 애가 이렇게 나와 있다가 길 옆에 놓인 차를, 차 문이 열려있었어요, 차 키가 꽂혀있었고. 그러니까 어느 누구나 다 그럴 수 있잖아요. 들어가서 차 키 꽂혀있으니까 한번 이렇게 틀어서 보니까 부웅하고 시동 걸렸던 거예요. 큰 대로변에 가서 굴러가다가 뒤에서 빵빵거리고 난리나잖아요, 빨리 가라고. 막 중앙선을 넘어서 그 길 옆에 대로변에 차를 대려고 하다가 둘이 걸어가는 남녀를 살짝 치었어요, 살짝. 그리고 진단 2주, 3주 이렇게 나왔는데 둘이 합쳐서 5000만원을 달라고 그런 거예요.

◇ 김현정> 합의금을 5000만원 달라. 그래서 경찰조사 받고 이러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가 컸던 거군요, 이 학생이.

◆ 박용호> 그러니까 걔가...

◇ 김현정> 자살을 했어요, 이 학생이.

◆ 박용호> 구속이 됐고 자살을 했습니다, 걔가.

◇ 김현정> 그게 경위님 잘못은 아닌데, 경위님 책임은 아닌데 그냥 조사를 하신 거밖에 없는데 그리고 불구속 상태로 어떻게 해 보려고 노력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마음의 짐이던가요?

◆ 박용호> 네. 그때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서 제가 다 잘못해서 걔가 그렇게 된 것 같고, 그게 안 떠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서 ‘아, 내가 이 아이 같은 아이들을 이제부터 지켜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청소년지도자 자격증 따고 학교폭력 예방 전도사로 나서게 되신 거예요.

◆ 박용호> 네. 그 학생한테 그때 당시 물어봤을 때 이렇게 되면 절도에다가 남의 집 차 훔쳤으니까, 그 다음에 풀려나니까 도로교통법에다가, 사람 치고 도망갔으니까 뺑소리에다가 죄명이 세 개가 붙는다. 그러면 너 이거 얼마나 피의 신문상에 불이익이 가는지 너 이런 거 교육 안 받았냐 그랬더니 한 번도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충격을 받았죠.

◇ 김현정> 그런 게 계기가 됐던 거군요.

◆ 박용호> 오로지 서울대학교, 연대, 고대 무슨 명문대학교만 얘기를 했지.

◇ 김현정> 한 번도 그런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 박용호> 네.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 김현정> 수학공식 외우고 영어단어 외워야 되는데 언제 그런 교육을 받았겠습니까? 그렇군요. 그렇게 해서 나서게 되셨는데, 제가 얘기 들어보니까 그냥 강의만 하시는 게 아니라 월급털어서 장학금도 지금 10년 넘게 주고 계시고 음식파티도 자주 아이들한테 열어주시고, 뭘 그렇게 자주 시켜주세요? (웃음)

◆ 박용호> (웃음) 저번에 한번 데리고 갔는데 엄청 먹더라고요. 이놈의 자식이.

◇ 김현정> (웃음) 아니, 월급 많이 받으셔야겠어요? 다 사주시려면.

◆ 박용호> (웃음) 괜찮습니다.

◇ 김현정> 가장 보람 느꼈던 기억이 있다면 어떤 기억 떠오르세요?

◆ 박용호> 학교에서 다 버렸어요. 사회에서 버렸고.

◇ 김현정> 가해학생들.

◆ 박용호> 가정에서도 이 애를 다 버렸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경찰관이 되겠다고, 막 그냥 경찰시험 보겠다고 피눈물나게 공부하는 애들 보면, 이게 되게 자랑스럽죠.

◇ 김현정> ‘사부님, 저도 사부님처럼 경찰관 되려고 지금 공부하고 있어요.’ 이런 전화가 오나 봐요? (웃음)

◆ 박용호> (웃음)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분이 사실 학교폭력 예방운동 하러 다니는 게 화제가 아닌 세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렇게 발로 열심히 뛰어주시니까 언젠가는 좋은 세상이 오겠죠. 박용호 경위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