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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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한항공 기술연구원 박승용 부장
나로호. 참 천신만고 끝에 우주에 안착을 했습니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자그마치 10년이고요. 참여업체만도 150여 개입니다. 발사가 성공한 후에 몇몇 과학자들에게만 지금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데요. 사실은 숨은 공로자도 참 많습니다.
오늘 만나볼 분은 나로호를 발사대까지 옮기는 역할, 그러니까 수송업무를 맡은 분입니다. ‘발사체 싣고 운전해서 가면 그만인데 무슨 인터뷰까지 하느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수송대작전이라고 할 만큼 보통일이 아니었다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대한항공 기술연구원의 박승용 부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 박승용>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고생 많으셨습니다. (웃음)
◆ 박승용> 고생한 사람들 참 많죠.
◇ 김현정> 그렇죠. 그 중의 한 분이 박승용 부장인데.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운반하신 거예요?
◆ 박승용> 발사체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약 1.5km 정도 되는 거리를 이송하는 것이었습니다.
◇ 김현정> 1.5km 거리. 그럼 그냥 생각하기에는 다 만들어진 나로호를 트럭에 싣고 1.5km만 달리면 되는 건데 그게 뭐가 대단하냐 싶은데 그게 아니었다고요, 대단했다고요.
◆ 박승용> 그게 1.5km 굉장히 짧은 거리인데 그런데 발사체에는 운송중에 들어올 수 있는 외부충격으로부터 보호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 거리를 1시간에 걸쳐서 이송하게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1.5km 거리를 1시간 동안?
◆ 박승용> 네.
◇ 김현정> 그러면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리는 건가요?
◆ 박승용> 시속 1.5km죠.
◇ 김현정> 그렇게 되네요, 진짜 1시간 걸렸으니까. (웃음)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림을 한번 그려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조립동에 있는 발사체 로켓은 일단 누워 있었습니까, 서 있었습니까?
◆ 박승용> 누워 있게 됩니다.
◇ 김현정> 그거를 일단 운반차로 싣어야 되는데 그거 어떻게 싣으셨어요?
◆ 박승용> 조립동 내에 있는 2개의 크레인을 활용해서 그때도 미세조정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것도 굉장히 몇 시간 걸리는 작업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나로호 발사체가 육중하니까 조그마한 진동 정도야 뭐가 어떠냐 싶은데 그렇게 완전히 무진동 상태여야 되는 건가요?
◆ 박승용> 발사체를 설계할 때부터 발사체는 수직방향의 하중에는 굉장히 견고하게 돼 있는데 측방향에서 오는 하중에 대해서는 그보다는 강성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발사체의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가게 되면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부분이 될 수도 있거든요.
◇ 김현정> 조금만 잘못해도 이게 발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조심 갓난아기 다루듯이 일단 누워 있던 발사체를 트럭까지 옮겼어요. 그 운송하는 차, 운송차도 아무 차나 되는 게 아니겠네요?
◆ 박승용> 네, 그렇죠. 그냥 일반 화물을 운송하듯이 할 수는 없는 거고, 충격센서를 이미 부착을 해서 모든 구간에 대해서 거기 발사체로 들어오는 충격을 감지하게 돼 있습니다. 데이터를 가지고 나중에 확인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예를 들어서 말이에요. 우리가 운전하고 가다가 왜 턱이 있잖아요.
◆ 박승용> 네, 그렇죠.
◇ 김현정> 그 정도 장애물에서 출렁하는 것도 안 됩니까?
◆ 박승용> 그런 부분들은 피해가야 되는 거죠. 그런데 그 이송장비가 돌멩이가 올라와 있다든지 아니면 어떤 굴곡이 있는 면에서 발사체로 가는 충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작된 이송장비가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 차량도 그러면 무진동차량 역시 사이즈에 맞게 새로 만든 건가요?
◆ 박승용> 네, 그렇죠. 발사체가 설계되고 나서 그 발사체에 적합한 이송장비를 개념설계를 했고요. 발사체 이송하기 적합하게 모디파이라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 김현정> 최적화하는 작업이 또 필요하군요.
◆ 박승용>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놓은 차, 그거를 이제 운전은 또 누가 하는냐. 이거는 운전하시는 분이 운전기사분이 하시면 되는 건가요?
◆ 박승용>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트럭처럼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하는 게 아니고요. 오히려 장남감에 선을 연결해서 조이스틱으로 조정을 하듯이 그렇게 운전을 하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아, 그러니까 10톤짜리 발사체를 운반하는 데 마치 우리가 게임, 오락할 때 쓰는 그런 조이스틱, 무선자동차 운전할 때 쓰는 그런 조이스틱으로요?
◆ 박승용> 네. 복잡한 게임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굳이 그걸 이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운전자가 앞에서 이렇게 핸들로 운전하면 훨씬 편할 것 같은데.
◆ 박승용> 나로호보다 더 큰 대형발사체 같은 경우에는 실제 운전석을 만들어서 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로호 같은 경우에는 굳이 운전석을 만들지 않아도 그냥 사람이 걸어서 좌우 상황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개발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그 조이스틱 운전은 누가 하셨어요, 이건 누가 배워서 하셨어요, 운전면허 따서? 어떻게 하셨어요? (웃음)
◆ 박승용> 오퍼레이터를 선정을 해서 장비제작사가 이태리에 있습니다. 이태리에서 운영교육을 한 일주일 정도 수행을 했거든요, 그때 오퍼레이터를 데리고 가서.
◇ 김현정> 이탈리아까지 배우러 가셔서 거기서 조이스틱 조정하는 걸 배워오셨어요, 교육을 받고 오셨어요?
◆ 박승용> 그렇죠. 배워와서 수십번의 연습과 반복되는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 김현정> 참 그러니까 신생아 다루듯이 조심조심. 마침 산부인과에서 아이 태어나자마자 보자기에 싸서 그야말로 보물단지, 보물단지보다 더 귀하게 조심조심 들고 나와서 병실까지 옮기는 마치 그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지금.
◆ 박승용>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발사체를 무진동차량에 옮겨서 조심조심 나르는 그 모습. 얼마나 땀 나셨어요?
◆ 박승용> 실제 3차 발사가 있던 날에는 그렇게 땀나진 않고요. 그만큼 사전에 검증이 돼 있고, 그 절차에 따라서 하면 된다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송중에는 그렇게 큰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 정도로 연습 많이 하신 거예요.
◆ 박승용> 단지 이송하면서 다시 가지고 내려오는 일은 없어야지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라갔습니다.
◇ 김현정> (웃음) 몇 번이나 가지고 내려오셨죠?
◆ 박승용> 1차 발사 때도 한 번 내려왔었고, 2차 발사 때도, 그리고 3차 발사 때는 거의 두 번 가까이 내려왔으니까.
◇ 김현정> 그 1, 2, 3, 4 네 번을 가지고 올라 갔다가, 그렇게 조심조심 가지고 올라갔다가 다시 가지고 내려와야 할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 박승용> 참 막막하죠.
◇ 김현정> 여기서 이렇게 긴 한숨이 나오네요, 여기서. (웃음)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나로호 수송업무를 담당했던 대한항공 기술연구소의 박승용 부장만나고 있습니다. 이 나로호 사업에는 부장님 언제부터 참여하신 거예요?
◆ 박승용> 저는 2003년도부터 참여했습니다.
◇ 김현정> 2003년이면 거의 한 10년을 참여하셨네요.
◆ 박승용>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럼 마지막에 이 수송업무만 담당하신 게 아니라 아예 대한항공에서 10년 전부터 파견을 가신 거예요?
◆ 박승용> 네, 그렇습니다. 발사체 설계단계에서부터 나로호 사업에 참여하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10년의 세월을 나로호와 함께 보내신 건데. 혹시 자녀 있으십니까?
◆ 박승용> 큰 애가 이제 고3 올라갑니다.
◇ 김현정> 19살?
◆ 박승용> 네.
◇ 김현정> 9살 때 시작해서 (웃음) 이제 성인이 돼 가네요, 고3.
◆ 박승용>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들들 큰 거 보면 세월 실감나시겠어요?
◆ 박승용>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내 모든 걸 걸어서, 내 모든 걸 희생해서 연구했던 나로호가 지금 우주로 비상을 했습니다. 안착해서 교신 잘 보내고 있는 거 보면 기분이 어떠세요?
◆ 박승용> 발사 순간에는 당황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 김현정> 당황이요?
◆ 박승용> 1차 시도, 2차 시도 이렇게 하면서 실패에 익숙하고 또 발사중지에 익숙해 있어서 오히려 이게 나중에 문제 생기면 그 다음 단계가 무슨 업무를 우리가 수행해야 된다는 거에 지금 훈련돼 있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여기서 오늘 실패하면 내가 그 다음에 짐 챙겨서 어떻게 가야지.
◆ 박승용> 성공의 경험으로 했기 때문에 한 동안 믿기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다고 할까.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마지막 2주 동안 은 집에 못 가셨다면서요?
◆ 박승용> 네, 그렇죠.
◇ 김현정> 이제는 집에 들어가셔도 되겠습니다.
◆ 박승용> 네. (웃음)
◇ 김현정> 고3 아들 챙겨주셔도 되겠습니다.
◆ 박승용>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우주개발의 과정은 실패의 과정이다, 누가 이런 말을 하던데. 우리 박승용 부장과 인터뷰 나누면서 그 말이 맞다. 발사순간은 9분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10년 동안 그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맺혀져 있는 거구나를 다시 한 번 실감하네 되네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박승용>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금) 박승용 대한항공 부장 "나로호, 1.5㎞를 1시간동안 무진동 차량으로 옮기기"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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