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9(화) 이천모 소방교 "10층 투신女 붙잡고버틴 3분이 영원같아"
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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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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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기도 고양소방서 능곡119 안전센터 이천모 소방교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투신해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한 소방대원이 극적으로 구조를 한 건데요. 10층 아파트였고, 창 밖에 에어매트리스가 깔려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구조대원의 수가 충분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두 팔로 이 여성을 구해낸 건데요. 하루 종일 인터넷을 달궜던 뉴스의 주인공,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 능곡119 안전센터의 이천모 소방관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어디 다친 데는 없으세요?

◆ 이천모> 저는 다친 데는 없습니다. (웃음)

◇ 김현정> 투신하려던 여성분도 지금 괜찮으시고요?

◆ 이천모> 심적인 문제로 입원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이게 언제 벌어진 일인가요?

◆ 이천모> 이게 지난 토요일이었거든요. 토요일 1시 정도였습니다.

◇ 김현정> 119로 신고가 들어온 겁니까?

◆ 이천모> 119로 신고가 들어온 사항이고요. 최초 신고 내용은 따님이 신고하셨어요. 출동중 저희가 신고자 따님하고 통화했을 때, “엄마가 약을 먹고 문을 잠그고, 바깥으로 떨어지려고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당연히 출동을 했을 테고, 어떤 상황이던가요?

◆ 이천모> 현장은 10층 복도식 아파트 끝집이었고요. 방문은 닫혀 있었고, 아주머니께서는 방문 틀에 앉아서 뛰어내리려는 자세를 취하고 계셨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밖에서, 1층에서 보면 다 보이는 상황?

◆ 이천모> 그렇죠.

◇ 김현정> 두 다리가 방 쪽에 있었습니까, 바깥쪽에 있었습니까?

◆ 이천모> 다리는 바깥쪽에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야말로 창틀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자세네요.

◆ 이천모> 네, 그렇죠.

◇ 김현정> 10층 아파트에서.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이천모> 10층 복도에 도착. 엘리베이터 내려서 바로 문 개방을 했습니다.

◇ 김현정> 방문이 잠겨 있던가요?

◆ 이천모> 네, 잠겨 있었어요.

◇ 김현정> 어떻게 여셨어요, 문은?

◆ 이천모> 방문은 장비를 사용해서 열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냥 발로 차서 개방했습니다.

◇ 김현정> 발로 문을 뻥 차서 들어가 보니까 어땠나요?

◆ 이천모> 몸의 방향을 바꿔서 더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더 밑으로 내려갈 데가 없잖아요. 이미 창틀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있는 상황인데.

◆ 이천모> 그러니까 몸이 걸친 상태에서, 몸 방향을 틀어서 밑으로 떨어지려고 하신 거죠.

◇ 김현정> 창틀을 양쪽에 잡고 있긴 한데, 몸은 바깥쪽으로 각도가 더 향해져 있는 상태?

◆ 이천모> 그렇죠.

◇ 김현정> 여기서부터 중요합니다. 사실은 그 상황에서 그냥 구조대가 달려들면 오히려 자살기도자가 성급하게 투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거든요. 어떻게 하셨어요?

◆ 이천모> 그때는 바깥에서 따님이 어머님하고 얘기하면서 시선을 더 그쪽으로 끄셨고요. 그 순간 제가 달려들어 어머니의 양쪽 팔을 붙잡았죠. 꽉 붙잡았죠.

◇ 김현정> 딸이 잠깐 시선 끌고 대화 나누는 사이에 그 순간, 이제 양팔을 잡으셨군요?

◆ 이천모> 네.

◇ 김현정> 혼자 올라가셨어요?

◆ 이천모> 저희 여대원하고 같이 올라왔습니다, 최초는. 그래서 저희 2명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아주머니 몸무게가 어느 정도나 나가는 거였어요?

◆ 이천모> 아주머니 몸무게는 한 50kg 정도 됐을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아무리 남자분이고 양손으로 잡는다 해도, 이미 몸의 중심이 그쪽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이걸 끌어올린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이천모> 끌어올릴 정도까지는 제 힘이 모자랐고요. 뒤에 구조대가 도착하길 바라면서 꽉 지탱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몸은 같이 출동한 여대원이 계속 지지해 줬거든요.

◇ 김현정> 여대원이 이 소방관님의 허리를 잡고, 그 투신하려는 여성분은 이미 몸의 무게중심이 완전 바깥으로 넘어간 거예요?

◆ 이천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팔에 힘이 빠지진 않으셨어요?

◆ 이천모> 아주머니께서 또 니트 같은 것을 입고 계신 상태라. 잡을 수 있는 게 없어서 좀 미끄러지는 상황이었고요.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 제 팔의 힘도 빠지더라고요.

◇ 김현정> 서로 눈도 마주치고 그랬을 거 아니에요, 소방대가 더 도착할 때까지.

◆ 이천모> 눈도 마주치고 그랬는데 특별한 말은 못했어요. 그냥 제발.. 밑으로 떨어지려고 하고, 또 힘도 빠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아줌마, 제발!” 크게 소리만 외쳤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뭐라고 대화를 할 여유조차도 사실은 없었겠죠, 그 긴박한 상황에서.

◆ 이천모> 네, 대화를 할 수가 없었죠. 저 혼자 그냥 “아줌마, 제발!” 하며 계속 소리 쳤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시간이 몇 분이나 흘렀을까요?

◆ 이천모>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한 3분 정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상당히 긴 시간이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와서는 3분이지만, 그 잡고 있을 당시에는 이게 얼마 만에 도착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 이천모> 그렇죠.

◇ 김현정> 그래서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 이천모> ‘아, 이제 살았구나 이제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고는 병원으로 데려가신 거예요?

◆ 이천모> 병원으로 모시고 갔죠. 가는 도중에 저희한테는 뭐, 특별한 말씀은 안 하셨고요. 따님이 동행을 하셨거든요. 따님한테 “왜 신고했냐”며 화를 내시고, 따님을 좀 때리시는 행동을 취하더라고요.

◇ 김현정> 딸한테 왜 신고했냐고. 죽으려고 하는 사람을 왜 살려냈냐고?

◆ 이천모> 네.

◇ 김현정> 왜 그러셨다고 그래요? 왜 그렇게 몸을 던지려 하셨다고, 얘기 좀 들어보셨어요?

◆ 이천모> 그 얘기는 병원 가는 내내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 사연이라는 게 우리가 알 수 없는 뭔가 복잡한 게 있었겠죠. 투신자살 직전에 있는 여성을 맨손으로 구해낸 이천모 소방관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주변에 알려지고 나서는 무슨 얘기들 들으셨어요?

◆ 이천모> 수고했다고 말씀하시고. 많은 분들이 너무 감사해 하고 있고요.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너무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좀 쑥tm럽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참 훈훈한 소식이라고 칭찬해 주시는 많은 글들도 읽으셨죠?

◆ 이천모> 네, 읽었습니다.

◇ 김현정> 그거 보고서 좀 보람도 느끼셨겠어요?

◆ 이천모> 네. (웃음)

◇ 김현정> 아내분, 가족들 생각은 좀 달랐을 수도 있는데, 뭐라고 그러세요?

◆ 이천모> 아내도 인터넷기사를 보고 전화를 주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기사를 보고 나서야 가족들도 알게 된 거예요?

◆ 이천모> 평소에 걱정할까봐 얘기를 안 하는 편인데요.

◇ 김현정> ‘내가 오늘 이렇게 사람을 구했어’, ‘이런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어’ 라고 집에 가서 자랑할 만도 한데, 걱정할까봐 얘기 안 하시는군요?

◆ 이천모> 그렇죠. (웃음)

◇ 김현정> 지금은 우리가 사람도 살렸고, 이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은 그 장면, 만약 거기서 손을 놓쳤다면 참 끔찍한 일입니다만,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 이천모> 제 눈 앞에서 바로 벌어진 일이라 아마도 평생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환자분이 어서 빨리 회복하셔서 가족에게 돌아가셨으면 좋겠고요. 소방공무원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듭니다.

◇ 김현정> 실은 이천모 소방관이 처음에 이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왜냐면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 손 내미는 게 당연한 일인데 이거를 왜 내가 인터뷰까지 나서야 됩니까?’ 이러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자신이 해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위해서 뛰어드는 게 참 쉽지 않은 세상.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지 않은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훈훈하고 값진 것 같습니다. 소방관님, 고생하셨고요.

◆ 이천모>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 주세요.

◆ 이천모>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