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출판사 근무 박진희 씨 (2G폰 사용자)
여러분의 휴대전화는 어떤 기종인가요? 스마트폰입니까? 아니면 아직도 폴더폰, 슬라이드폰인가요? 한 외국인이 지하철 타고 가다가 깜짝 놀랐다고 그래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똑같은 모습으로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무슨 일 난 줄 알았답니다. 그 정도로 요즘 스마트폰은 대중화가 됐고 TV 없이는 살아도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겠다, 이런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나는 스마트폰을 절대 쓰지 않겠다, 나는 끝까지 폴더폰, 이른바 2G폰이다, 이렇게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분들 중에 한 분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서울에 사는 박진희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진희 씨 안녕하세요.
◆ 박진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박진희> 저 이번에 서른 셋 됐습니다. (웃음)
◇ 김현정> 이제 서른 셋?
◆ 박진희> 네. (웃음)
◇ 김현정> 그런데 인터넷 안 되는 폴더폰 쓰시는 거예요?
◆ 박진희> 제가 017 쓰는데요. 대학 입학하면서 처음 개통한 번호로 지금 쓰고 있으니까 이제 13년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실례지만 하는 일은 어떤 일, 직업은.
◆ 박진희> 저는 포이에마 출판사에서 기독교 관련 책을 만들고 있는 편집사입니다.
◇ 김현정> 출판사에서 근무하세요?
◆ 박진희> 네.
◇ 김현정> 그러면 누구보다 스마트폰이 필요한 분 아닙니까? 직업상 이런 저런 회의도 해야 되고.
◆ 박진희> 그런데 일단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컴퓨터를 끼고 사는 직업이라서요.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정보도 검색할 수 있어서 저는 사실 불편하지 않은데, 그리고 작가분들, 외주자님도 만날 때도 제 전화기로 전화통화 가능하고요. 문자메시지도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절실하게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우리 박진희 씨는 안 불편해도 주변에서는 단체로 요즘 많이 하는 카카오톡, 멀티 대화를 한다든지 이럴 때 불편을 느낄 수가 있는데 불편하다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지 않아요?
◆ 박진희> 네. 그거는 만날만날 심심할 때 듣는 소리인 것 같아요. 언제 바꿀 거냐고, 제가 안 볼 때 휴대폰 부셔놓겠다고 협박하는 친구도 있고.
◇ 김현정> (웃음) 너 안 볼 때 휴대폰 고장 낼 거니까 빨리 바꿔라.
◆ 박진희> (웃음) 네.
◇ 김현정> 그런 사람도 있고.
◆ 박진희> 네.
◇ 김현정> 그러시군요. 그런데 연세가 드신 분들이야, 그런 어르신들이야 인터넷 쓸 줄도 모르고 난 그래서 필요가 없다, 안 바꿀란다 이러시지만 젊은 분이 인터넷 쓸 줄 몰라서 안 하시는 건 아닐 테고, 굳이 안 바꾸는 이유는 뭘까요?
◆ 박진희> 일단 제 개념으로는 휴대폰이 노트북이나 오디오 같은 개념이에요. 일단 갖고 있는 핸드폰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사용하는 게 제품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있고, 그리고 일단 고장도 안 났고 제 자신이 설득이 되지 않는데 시대에 따라서 스마트폰을 바꾸기에는 가격도 너무 비싸고, 사실 스마트폰보다 2G폰이 배터리 사용량이나 수명량에서 월등히 좋거든요.
◇ 김현정> 별 기능이 특별이 없으니까 또 오래 쓰죠, 배터리도.
◆ 박진희> (웃음) 그래서 아직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는 중이고 그리고 아까 카톡 단체대화도 나중에 한번 혹시 보면 그 안에 깊이 있는 대화가 있다거나 그런 느낌이 잘 들지는 않아요.
◇ 김현정> 굉장히 많은 대화들을 오랫동안 여러 사람이 하지만 나중에 보고 나면 굉장히 소모적인 대화들이 오고 가는 모습?
◆ 박진희>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아까 스스로가 설득이 잘 안 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왜 바꿔야 되는지에 대한 설득. 그러면 스마트폰이 가져온 어떤 단점. 뭐랄까, 무채색 풍경, 회색빛 풍경 이런 것들이 많이 눈이 띄시는 거예요?
◆ 박진희> 네. 저는 좀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제가 스마트폰은 없지만 인터넷으로 SNS를 좀 활용을 하는 편이에요. 실시간으로 사진이 올라가고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지만 그런 속도로 인해서 마음을 다치는 일들을 되게 많이 본 것 같아요. 예전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그런 민망한 사건들. 그런 것들은 제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인데 알게 되면서 제가 막 화가 나고.
◇ 김현정> 마녀사냥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 뭔가 사진을 찍어서 단편적인 부분을.
◆ 박진희> 네. 그런 일들이 좀 불특정다수에게 알려지면서 물론 좋은 효과를 내긴 하지만 사실은 절반 이상는 좀 당사자에게 직접 조언을 해도 괜찮은 일들이 마녀사냥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점들.
◆ 박진희> 네.
◇ 김현정> 출근길에 대중교통 이용하세요?
◆ 박진희> 네.
◇ 김현정> 그럴 때도 좀 아, 이건 아닌데 싶은 적도 있었습니까?
◆ 박진희> 제가 아무래도 출판사에 있다 보니까, 책읽는 사람들을 예전에는 굉장히 많이 봤어요.
◇ 김현정> 지하철에서?
◆ 박진희> 네. 지하철 안에서 제가 독자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동향을 살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책 읽는 사람들을 많이 못 보게 됐고. (웃음)
◇ 김현정> 쭉 늘어서서 똑같이 스마트폰만. (웃음)
◆ 박진희> 그 스마트폰에서 굉장히 다양한 정보들을 갖게 되면서 책을 읽는 소비량이 굉장히 줄긴 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전자책을 많이 보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으니까.
◇ 김현정> 많으니까. 맞아요. 할 수 있는 것이 워낙 많으니까. 그런 점도 안타깝다는 말씀. 최근에 탤런트 박상원 씨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스티브 잡스는 21세기 인류에 재앙을 가져 왔다.’ 왜 그런가 하니 ‘디지털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인정하나 현대인을 병들게 한다, 인간의 감정에 돌이킬 수 없는 선을 가져왔다.’ 이런 말을 했는데 혹시 동의하십니까?
◆ 박진희> 저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인데요. (웃음) 제가 그 얘기를 들으니까 예전에 기사에서 저도 움베르토 에코가 한 말이 생각이 나는데 프랑스 파리 시청 한 가운데에서 어떤 연인들이 굉장히 도가 지나친 애정행각을 했대요. 그런데 그들에게 아무도 직접 가서 주의를 주거나 아니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런 일들을 하지 않고 모두가 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렸다는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슬픈 생각들이 많이 들고 또 한동안 출판사 옆 대나무숲, 시월드 옆 대나무숲 이런 트위터 계정들이 생겨서 사람들이 비난하거나 이런 내용들을 많이 봤었는데요.
◇ 김현정> 거기서 가족들 비난하기도 하고 시댁어른 비난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못할 얘기는 여기 와서 다 해라, 이런 사이트였죠. 스마트폰에.
◆ 박진희> 그런데 좀 그게 의아했어요. 소통을 그렇게 많이 하는데 왜 이런 계정들이 생기는 걸까. 정말 진짜 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세상이 갈수록 편해지고 있지만 편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 저도 그런 생각 요즘 많이 합니다. 언제까지 2G폰, 폴더폰 쓰실 생각이에요?
◆ 박진희> 일단 이 핸드폰 고장날 때까지? (웃음)
◇ 김현정> (웃음) 최근에 정말 우리 박진희 씨처럼 2G폰을 고집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단종을 하려고 했던 이동통신사들이 2G폰을 신제품으로 내놓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이 뉴스 들으셨죠?
◆ 박진희> 네,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 김현정> 이 뉴스 듣고 굉장히 반가우셨겠어요?
◆ 박진희> 지금 쓰는 폰 고장나면 이제는 정말 스마트폰으로 가야 하나 했었는데요. 또 기회가 생겼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저도 언젠가부터 화장실 갈 때도 제가 스마트폰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 잠깐 뉴스 안 본다고 무슨 일 나는거 아닌데 내가 왜 이러나, 이런 적 있거든요. 오늘 느림의 미학, 느림의 철학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박진희 씨,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5(금) 박진희 씨 (2G폰 사용자) "느리게 살기,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사람들"
2013.01.25
조회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