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5(금) 임용균 씨(故황선웅 기관사 처남) "6호선 기관사 투신자살의 진실"
2013.01.25
조회 144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故황선웅 기관사의 처남 임용균 씨


지하철 기관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런 뉴스는 많이 들으셨죠? 특히 혼자서 여덟 칸짜리 전동차를 운전하면서 안내 방송해야 되고, 민원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1인승무원체제는 사고발생의 원인이 된다, 꼭 개선해 달라, 이런 기관사들의 요구도 들으셨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기관사가 사고를 내게 되고, 이 사고가 촉매제가 돼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회사측에서는 이 기관사의 죽음을 ‘개인적인 사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유가족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어제 유가족이 한 포털사이트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화제가 있는데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가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故 황선웅 기관사의 처남, 임용균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故 황선웅 기관사가 매형이 되시는 거죠?

◆ 임용균> 네. 제 매형이자 누나의 남편입니다.

◇ 김현정> 매형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 떠나고 나서 가족들은 지금 어떤 상황이세요?

◆ 임용균> 지금 며칠이 지났는데요. 가족들이 지금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집에 혼자 있는데도 무섭다고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자녀도 있으시죠?

◆ 임용균> 지금 첫째가 2학년 딸아이 하나가 있고요. 그 다음에 둘째가 6살이고요. 막내가 지금 7개월 된 아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아이 셋 남겨두고 그렇게 가신 거군요.

◆ 임용균> 네. 매형이 그 예쁜 애들을 두고서.. 그런 일이 발생이 된 거죠.

◇ 김현정> 심경이 상당히 복잡하실 텐데요. 그런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임용균 씨가 한 포털사이트에다가 매형의 죽음에 대해서 구구절절 글을 올리셨어요.

◆ 임용균> 네.

◇ 김현정>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글을 올렸을 때는 뭔가 반드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는 건데, 어떤 걸 세상에 알리고 싶으셨습니까?

◆ 임용균> 사측에서 지금 잘못된 오보형식으로 계속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자꾸 매도해 가니까 가뜩이나 가슴 아파서 유가족도 힘든데.. 저희를 가슴 아프게 생각하시는 분도 많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적인 성향 가지고 너무 구걸한다는 식의 따가운 시선들이 조금 있잖아요. 댓글 보다가 더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저희는 사측에다가 큰 거를 원하고 그런 부분이 전혀 아니고요.

말 그대로 저희 매형이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다가 마음의 병을 얻어서 가셨으면 일단 유가족에게 정말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주셔야지,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사측의 입장은 이렇게 사건 났다고 해서 왜 우리한테 탓하냐, 그런 반응들로만 계속 일관해버리니까...

◇ 김현정> 마치 신경쇠약이 있는 사람의 어떤 개인적인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이런 말씀이군요?

◆ 임용균> 네.

◇ 김현정> 전혀 예상치 못한 죽음이었습니까?

◆ 임용균> 네. 왜냐하면 평소에 성품이 좀 강하신 분이었어요. 무사고 운전으로 표창까지 받아가면서 기관사 사이에서도 표본이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기관사 동료분한테 들으니까요.

◇ 김현정> 그러니까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사고 한 번 낸 적이 없는 모범기관사. 그러다가 작년에 사고가 났죠?

◆ 임용균> 작년 9월에 승객 가방이 문에 걸렸어요. 운행이 잠시 됐다가 매형이 그나마 CCTV를 끝까지 주시해서 안전조치를 곧바로 취했어요. 급제동을 걸어서 가방이 문에 낀 거를 잘 처리 했거든요, 안전조치를.

◇ 김현정> 매형이 그걸 봐서 지하철을 세웠고. 큰 사고는 없었고요?

◆ 임용균> 그 자체만 해도 매형이 많이 놀랐을 거 아니에요? 놀라고 불안했는데. 사측에서는 왜 그런 사고를 있게 했냐는 식으로 문책하고 질책하고 시말서, 경위서를 쓰게 하면서 ‘네 잘못이다’ 자질까지 운운했어요. 모범이 되고, 베테랑이셨던 분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아픔이 많으셨겠죠.

◇ 김현정> 그때부터 강박증을 앓기 시작하셨다고요?

◆ 임용균> 네. 심한 강박증을 앓으시고, 평소에 말씀도 잘하시던 분이 점점 말수도 줄고. 집에 와서 어린애들이지만 큰 애까지 전부 다 목욕을 시킬 정도로 자상하고 정말 좋은 멋진 아빠였는데요. 그 이후로는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것도 없고, 하다못해 갓난아기가 쳐다봐도 모른 척, 못 본 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강박증, 우울증 이런 진단을 그럼 병원에서 받으셨어요?

◆ 임용균> 기존에 신경성 위통으로 복통을 호소하셨고요. 진료소견에 ‘스트레스를 직장업무 때문에 받는다’고 호소하셨다 하더라고요. 저번에는 그 약조차 짓지 않아서 잠도 못 자고 누워 있지도 못하고.

◇ 김현정> 그 정도가 됐으면 어떻게 정신과 치료를 받으신 거예요?

◆ 임용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회사 자체에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금 다른 동료직원들 말을 들어보니까 휴무나 병가를 내고 싶어도 당장에 내는 순간에 눈치를 주고, 따가운 시선을 주고, 바로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게 하니 어느 누가 가정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마음 편히 아프다고 얘기할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현재도 기관사님들 운행하고 계시지만 60% 이상이 불안장애를 가지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운전을 하고 계시다고 직장동료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병가나 휴가를 내고 요양을 하기에는, 그렇게 될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마음 가장으로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 임용균> 네.

◇ 김현정> 몇 량짜리 기관차 운전하셨죠?

◆ 임용균> 8량 짜리 했습니다.

◇ 김현정> 혼자서?

◆ 임용균> 네. 혼자서 승객의 승하차도 다 눈으로 보고 그러시더라고요. 그 플랫폼을 들어갈 때 마다, 매 역마다 플랫폼을 만날 때마다 2, 3초간의 시간이 잠시 흐르잖아요. 그때 극도의 불안감은 말로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원래 그게 혼자서 운전을 하던 건가요?

◆ 임용균> 1234(호선) 같은 경우에는 2인 승무제로 뒤의 분이 문에 승객 승하차를 확인하고요. 앞의 분이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업무상 승객의 안전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의 부담을 덜고 서로에게 의지를 하면서 안전운전을 할 수 있는데요. 이 5678(호선)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1인 승무제만을 고집해 오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2008년부터는 5년 동안 수동까지 전환시켰대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혼자 운전을 하면서 자동이 아니라 수동시스템...

◆ 임용균> 자동시스템이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서 수동운전으로 100% 전환을 해서 기관사들의 업무적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켰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승객이 다 탔는지 안 탔는지를 기관사가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문 닫고, 출발하고. 또 기관사가 손으로 문 열고.

◆ 임용균> 그렇죠. 모든 것을 수동으로 바꿔 놓은거죠..

◇ 김현정> 그 8칸짜리를 다 기관사 혼자서 체크를 하고, 문 열고 닫고, 출발하고까지 하다 보니까 업무상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임용균> 그러면서부터 플랫폼에 들어서기가 더욱더 무섭다고 그러고. 두려움이라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혹시 故 황선웅 기관사가 유독 예민했거나 그런 건 아닌가요? 동료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상황을 다 호소했습니까?

◆ 임용균> 동료 기관사분들도 대부분 다 고통을 호소하고요. 지금 아직도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회사에다가 말도 못하고. 알게 모르게 아픔을 호소하면서 가족을 지키려고 일을 하고 계신다 하더라고요.

◇ 김현정> 사실은 ‘기관사들이 공황장애를 많이 겪고 있다’ 이런 직업병이 있다는 뉴스는 많이 들어봤는데요. 이건 또 공황장애와는 조금 다른 차원이네요. 엄청난 업무상으로 일어난 스트레스라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는 거군요?

◆ 임용균> 그렇죠.

◇ 김현정> 어제도 사측에서 빈소 다녀갔다면서요?

◆ 임용균> 네.

◇ 김현정> 사측 입장은 지금 뭡니까?

◆ 임용균> 그냥 계속 ‘개인적인 성향이고 자기들에게 책임은 없다’ 그런 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러면 일반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보상 넉넉하게 해 주고, 가족들 살 길 마련해 주면, 또 산재처리 해 주면 故 황선웅 기관사 가족은 되는 거 아니냐, 근데 그게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 임용균> 제가 봤을 때 지금 이 시간에 당장에 필요한 건 병가나 휴무라도 당장에 편의보실 수 있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다른 동료들?

◆ 임용균> 네. 지금 기관사님들 계속 운행을 하고 계신데요. 수백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그분들에게 아프면 아프다고 호소할 수 있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게 그런 여건을 만들어 줘야지. 그래야지 다시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지금 들으면서 놀라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동환경이라는 게 지금 2013년에 가능한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드실 텐데.

◆ 임용균> 저도 정말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유가족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텐데도 얼마나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으면 이렇게 이를 악 울고 나오셨을까, 이런 생각도 들면서 참 안타깝네요.

◆ 임용균> 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든 분들이 다 노동자들, 하루아침에 유가족이 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정말 이런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아픈 걸 말할 수 없는 사회가 말이 됩니까? 그런 건 정말 아니라고. 아기도 그렇고, 아빠 없이 살아야 될 애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형벌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힘내시고요.

◆ 임용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황선웅 기관사의 처남, 임용균 씨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