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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1(월) 최병승씨, 오수영씨 탑 위의 사람들 "이런 설 맞을줄 상상 못해"
2013.02.11
조회 110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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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 고공농성 118일 최병승 “비정규직 해결돼야”
- 성당 종탑 재능교육노조 오수영 “농성 1881일, 노조 인정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최병승 씨 (송전탑 고공농성),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씨 (성당 종탑 농성)
명절하면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서 음식 나눠먹고 이야기 나누고 훈훈한 가족의 정을 느끼는 날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지금부터 연결할 이분들은 가족과 만나지도 못하고 높은 탑 위에서 쓸쓸히 설을 보내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 심경이 어떨지 직접 얘기를 좀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분이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 종탑 위에서 농성중인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오수영 씨 연결돼 있습니다. 최병승씨, 오수영씨 안녕하세요.
◆ 최병승>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오수영> 안녕하세요. 오수영입니다.
◇ 김현정> 최병승 씨와 오수영 씨 서로 인사 좀 나누시죠?
◆ 최병승> 안녕하세요. 안 힘드세요?
◆ 오수영> 아직까지는 참을만 합니다. (웃음)
◇ 김현정> 두 분이 서로 아는 사이세요?
◆ 최병승> 그냥 얼굴은 아는데 잘 얘기는 하지... (웃음)
◇ 김현정> 얼굴만 아는 사이. 하지만 지금 처한 처지가 똑같기 때문에 얼굴만 알아도 이미 한참 사겨온 사이 같으세요. 그렇죠? (웃음)
◆ 오수영> 네.
◇ 김현정> 우선 최병승 씨. 지난 주말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거기는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 최병승> 주말에 첫 날 추워질 때 강풍이랑 추위가 좀 있어서 그랬었는데. 어제, 그제부터 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해서 지금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 김현정>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말로만 괜찮으신 거예요?
◆ 최병승> 올라온 지가 100일이 넘어서 웬만한 추위에는 그렇게 추위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동상 안 걸리셨어요?
◆ 최병승> 네. 처음에 같이 농성하고 있던 사무장이 동창에 걸렸다가 완치가 되셨고요.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잘 있습니다.
◇ 김현정> 난방을 할 방법이 좀 있습니까? 핫팩이라도 가지고 계세요?
◆ 최병승> 많은 분들이 주셔서 핫팩 붙이고 좀 추운 날은 물 뜨뜻한 물 올려서, 요 덮고 안고 이렇게 자고 있습니다.
◇ 김현정> 식사는 아래에서 올려준다고 제가 들었는데 어제 떡국은 드셨어요?
◆ 최병승> 네. 어제 계속 명절 때 차례 지내고 남은 음식들 많이 싸오셔서 차례 음식도 많이 먹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도 챙겨 드셨네요. 다행입니다. 혜화동 종탑 위에 계신 오수영 씨.
◆ 오수영> 네.
◇ 김현정> 오수영 씨는 떡국 드셨어요?
◆ 오수영> 저희는 수녀님들하고 향린교회 교우분들이 떡국 가지고 오셔서 나누어 먹었어요.
◇ 김현정> 아이고, 성당에 계신 수녀님들이 그래도 챙겨주셨군요.
◆ 오수영> 네.
◇ 김현정> 지금 몇 명이 함께 계세요, 거기는?
◆ 오수영> 저희 여민희 조합원하고 저하고 둘이 같이 있습니다.
◇ 김현정> 설인데 잠깐 좀 내려갔다 오시지 그러셨어요. 두 분이면 교대로 한 분씩?
◆ 오수영> (웃음) 그럴 거면 설 끝나고 올라왔죠.
◇ 김현정> (웃음) 그런 생각했으면 설 끝나고 올라왔지.
◆ 오수영> 네.
◇ 김현정> 지금 재능교육은 해고노동자들이 농성 시작한 게 1800일 넘었죠?
◆ 오수영> 네.
◇ 김현정> 오늘이 딱 며칠인지 혹시 계산하고 계세요?
◆ 오수영> 81일차.
◇ 김현정> 1881일차. 워낙 오래됐고 그동안 뉴스에도 잘 안 나오니까 해결이 된 줄로 아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진행 중입니까?
◆ 오수영> 네. 저희가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는 건 단 한 가지예요. 노동조합 인정, 노동조합 인정해서 단체협약 체결하고 해고자 복직하는 것 이게 저희가 요구하는 건데요. 사실 작년 8월에 교섭 마지막 끝나고 나서 결렬되고 나서 진전된 안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냥 그 상태로 그대로 쭉 가는 거예요?
◆ 오수영> 네.
◇ 김현정> 그러면 성당 종탑 위에 계신 분들은 두 분이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계속해서 회사를 상대로 싸우고 계시는 분들은 몇 분이나 되는 겁니까, 남아 있는 분들은?
◆ 오수영> 저희가 해고자가 12명이고요. 그 중의 한 분은 작년 1월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11명이 남아 있어요.
◇ 김현정> 11명이 남아서 1881일째. 그러다가 어떻게 성당의 종탑 위에까지 올라가게 된 거예요?
◆ 오수영> 사실 아래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저희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작년에 11월 1일날 행정법원에서 학습지 노동자 노동조합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아무런 공식적인 교섭요청도 없었고 그냥 쭉 가고 있는 분위기였고요. 저희는 판결도 받았고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아직 회사가 저희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회사랑 같은 눈높이에 있는 위치의 종탑 위에 올라온 겁니다.
◇ 김현정> 회사와 같은 눈높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오수영> 이 종탑 위치가요, 회장님 집무실하고 같은 높이로 마주보고 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말하자면 '우리 같이 마주보고 이야기합시다.' 이런 의미예요?
◆ 오수영> 네.
◇ 김현정> 울산에 계시는 최병승 씨. 최병승 씨는 저희가 11월 29일에 인터뷰 했어요.
◆ 최병승> 네.
◇ 김현정> 사실은 한 10일 지나면 내려오시겠지 했습니다.
◆ 최병승>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이게 100일이 넘어섰습니까?
◆ 최병승> 지금 118일째인데요. 어쨌든 아시다시피 지금 노동부와 그다음에 중앙노동위원회와 대법원에서 판결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 현대자동차의 태도 변화가 없어서 아직까지도 이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태도변화가 없어서. 그냥 거기도 그 상태가 계속 가는 거군요?
◆ 최병승> 현대자동차도 압력을 받을 수 있는 행정적 조치나 아니면 사법적 조치가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특별하게 지금 상황에서 뭔가를 대안을 내놓거나 문제해결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오래 갈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 중에 많은 분들은 현대차의 상황을 알고 계십니다만, ‘무슨 얘기야?’ ‘무슨 일인데 100일째 그 높은 곳에서 내려오지 않는거야’ 하는 분이 또 계실 수도 있어요. 짧게 요구사항이 뭐였죠?
◆ 최병승>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에서 인정한 불법파견을 현대자동차가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고요. 이 불법파견에 따라서 사내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미 법원에서 판결 받은 대로 해 달라, 우리를 받아 달라.' 이런 말씀.
◆ 최병승> 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118일째 고공의 철탑 위에 있는 최병승 씨 그리고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해고노동자 오수영 씨, 지금 동시연결하고 있습니다. 오수영 씨는 원래 설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오수영> 저희가 어머니랑 같이 살아요. 저희 남편이 막내이긴 한데, 형님들이 저희 집에 와서 같이 차례 지내고 했었어요.
◇ 김현정> 시어머니 모시고. 아니, 그러면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바쁜 며느리이신 거잖아요. 떡국도 끓이고, 반찬도 해야 되고.
◆ 오수영> 네.
◇ 김현정> 아이고, 지금 집안은 어떻게 하고 계신답니까?
◆ 오수영> 저희 어머님이 저랑 같이 살면서 이러저런 일을 많이 당하셔서 그러신지 그냥 위에서 건강하고 감옥만 안 갔으면 좋겠다고. (웃음)
◇ 김현정> '애야 며늘아, 다 괜찮으니까 감옥만 가면 안 된다.' 이러세요?
◆ 오수영> 전화를 직접 하지는 않고 남편이 엄마가 그렇게 얘기하셨다고 전해 줬어요.
◇ 김현정> 아니, 오수영 씨.
◆ 오수영> 네.
◇ 김현정> 노모를 모시고 계시고, 한 집안의 며느리고, 남편도 직업 있으시잖아요?
◆ 오수영> 네.
◇ 김현정> 그러면 그냥 생각할 때 ‘아니, 뭘 저렇게 종탑 위에 올라가서 고공농성까지 해? 한 1800일 싸웠으면 됐지. 그냥 인정하고 해고 받아들이고 그만 싸워라.’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 오수영> 어떻게 1800일을 싸우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안 해 봤겠어요?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이 다들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부터 같이 일했던 조합원들이고 재능교육에서 정말 가장 예쁠 때 20대 후반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에요.
그런데 이 조합원들 사실 이거 포기하면 가장 빛났던 시절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잖아요. 그래서 포기하지 못하고 있고 그리고 꼭 이길 수 있다고 하는 마음이 있어서 여전히 여기서 이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전화는 해 보셨어요, 어제 오늘?
◆ 오수영> 집에요?
◇ 김현정> 네.
◆ 오수영> 제가 마음이 아직도 잘 정리가 안 돼서 될 수 있으면 문자로 얘기하자고 얘기 했어요.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초등학생 아들 두셨다면서요?
◆ 오수영> 네, 9살.
◇ 김현정> 아들하고도 그럼 통화 안 하세요?
◆ 오수영> 아들이 며칠 전에 ‘엄마 전화하자.’ 이렇게 문자가 왔는데, 제가 ‘엄마가 너 목소리 들으면 울 것 같으니까 그냥 문자로 얘기하자.’ 그렇게 얘기했어요.
◇ 김현정> 아이고, 그러셨구나. 그러면 아들한테 한 말씀 하시죠.
◆ 오수영> 채운아, 엄마는 네가 세상에 와서 내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엄마가 채운이 정말 사랑하고, 미안하고 내려가면 꼭 많이 같이 있을 수 있게 노력할게. 사랑해.
◇ 김현정> 아들이 듣고 있을 겁니다. 최병승 씨.
◆ 최병승> 네.
◇ 김현정> 최병승 씨는 원래 땅에서 설 어떻게 보내셨어요?
◆ 최병승> 부모님 집에 가서 떡국도 먹고 이랬었는데요. 구속되고 수배되고 지금 농성하고 있느라고 4년째 지금 설을 못 가고 있어서 그래서 얼굴 뵌 지가 오래됐습니다.
◇ 김현정>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으세요?
◆ 최병승> 어머니가 가장 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머님이 들으신다고 생각하고 방송으로 새해 인사 한번 하시죠.
◆ 최병승> 건강하시고, 하여튼 아들이 못나서 (웃음) 몇 년째 못 가고 있는데, 내년 설에는 꼭 가서 인사도 드리고 새배도 드리고, 차례도 지내고 이러겠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 김현정> 어머니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하실 말씀이 많으실 거예요, 사실은.
◆ 최병승> 네.
◇ 김현정> 전화통화는 가끔 하세요?
◆ 최병승> 명절 때 드렸고요. 아침에 차례, 어제 조합원들이 상을 차려주셨어요. 어제 간단하게 인사하고 그리고 집에 전화 드리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최병승 씨와 오수영 씨 어떻게 보면 같은 처지로 설을 보내게 된 어떻게 보면 소중한 인연인데, 원치 않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게 한 말씀씩 좀 해 보시겠어요? 먼저 최병승 씨가 오수영 씨한테.
◆ 최병승> 길게 싸우셨는데 이번에 좀 잘 마무리돼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동3권이 보장되는 그러한 좀 기준들을 만드셨으면 좋겠고, 전주에도 철탑농성하고 있고 쌍용차에도 철탑농성하고 있고, 의성도 지금 농성하고 계신데요. 이 5곳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한 데 모여서 같이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수영 동지, 힘내십시오.
◆ 오수영> 고맙습니다. 철탑농성, 고공농성 선배인데요. 저희가 제일 마지막으로 시작을 했고, 울산에서 빨리 승리해서 울산 비정규직 조합원들 데리고 혜화동 근처 앞으로 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새해에는 두 분 모두 다 높은 철탑 위에서 내려와서 열심히 일하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그 다음 추석은 평범하게 땅에서 보낼 수 있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두 분 건강 잘 챙기시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