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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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7(목) 채옥순 할머니 "폐지 할머니가 기부한 세상 가장 따뜻한 10만원"
2013.02.07
조회 135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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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폐지 모아 번 돈 10만원 기부한 채옥순 할머니(포항)

여러분은 살면서 기부를 몇 번이나 하셨습니까? ‘누가 누가 기부했다’ 하면 몇천만원, 혹은 억대 금액, 이런 게 뉴스로 나오곤 하는데요. 최근 10만원을 기부한 한 할머님이 화제입니다. 사실 10만원 하면 그다지 많은 돈은 아니죠. 하지만 이 할머님에게는 전재산이었습니다.
이 추운 날, 몇 달 동안 길에서 폐지를 주우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전재산을 이 할머님이 기부를 하신 건데요. 어떻게 해서 이 돈을 기부할 생각을 하셨을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포항에 사세요. 채옥순 할머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할머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채옥순> 안녕하세요?

◇ 김현정> 할머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채옥순> 82입니다.

◇ 김현정> 여든 둘.. 추운데 건강은 괜찮으세요?

◆ 채옥순> 건강도 안 좋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눈이 많이 오고 건강도 안 좋고 날도 추워졌는데, 요즘도 폐지를 주우십니까?

◆ 채옥순> 네.

◇ 김현정> 리어카 끌고요?

◆ 채옥순> 네.

◇ 김현정> 하루에 몇 시간이나 그렇게 다니세요?

◆ 채옥순> 한 2시간씩 합니다.

◇ 김현정> 그럼 리어카 끌고 2시간씩 다니면 얼마나 하루에 버세요?

◆ 채옥순> 얼마라는 걸 정해놓은 게 없기 때문에 저희는 대충 잘 모릅니다. 그거는 모아가지고 가서 몇 천원씩 받고 이렇죠.

◇ 김현정> 몇 천원씩. 그럼 대충 1만원 넘을 때도 별로 없나요?

◆ 채옥순> 그렇죠.

◇ 김현정> 2시간씩 할머님이 리어카 끌고 다니셔도 1만원이 안 돼요.

◆ 채옥순> 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번 천금 같은 돈인데, 그거를 장학금으로 기부하셨어요?

◆ 채옥순> (웃음) 네. 많지도 않은 돈이라서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 김현정> 부끄러우시긴요. 아니, 몇 천원을 그렇게 버셔서, 또 그걸로 생활비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으신 거잖아요?

◆ 채옥순> 네.

◇ 김현정> 얼마 동안이나 모으신 겁니까, 10만원이면?

◆ 채옥순> 글쎄.. 오래 모아야 그렇게 되죠. 한 1년 걸리지요.

◇ 김현정> 혼자 사시는 건가요, 할머님?

◆ 채옥순> 네, 혼자 삽니다.

◇ 김현정> 국가에서 돈을 지원은 해 주죠. 한 달에 얼마씩 받으세요?

◆ 채옥순> 한 달에 한 30만원 나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30만원에다가 폐지 주워서 하루에 몇 천원, 그게 전재산이신데요. 그런데 거기서 조금씩 조금씩 떼어서 기부해야겠다고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 채옥순> 내가 실컷 먹고 실컷 쓰고 하면 나누어 먹을 게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적게 먹고 아껴 쓰고. 그래가지고 이제 이웃하고 같이 나눠먹는 거죠.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보탬이 되라고 그렇게 했습니다. 있으면 많이 하면 좋은데 많이 못해서 미안합니다.

◇ 김현정> (웃음) 적게 먹고, 내가 적게 입고.

◆ 채옥순> 내가 실컷 먹고 남 주려고 하면 줄 게 없습니다. 내가 적게 먹고, 내가 아껴 쓰고 이렇게 해야 남하고 같이 나눠먹는 거죠.

◇ 김현정> 제가 들으니까 우리 할머님. 옷이나 신발 이런 거 직접 돈 내고 사신 지도 한참 되셨다면서요?

◆ 채옥순>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언제 마지막으로 옷이며, 신발 사셨어요?

◆ 채옥순> 오래됐어요, 그게..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러면 지금은 입는 옷들 돌려 입으시는 거예요?

◆ 채옥순> 네.

◇ 김현정> 혼자 사신 건 얼마나 되셨습니까?

◆ 채옥순> 몇 십년 됐습니다.

◇ 김현정> 몇 십년. 남편하고 사별하시고요.

◆ 채옥순> 23살인가.

◇ 김현정> 23살에 혼자.. 자녀는 두셨어요?

◆ 채옥순> 아들 하나 있습니다.

◇ 김현정> 왜 같이 사시지는 않으세요?

◆ 채옥순> 형편이 좀 어려워가지고요. 그래서 이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들네 형편도 어려워서, 나까지 거기에 신세지고 살 수가 없어서 그냥 혼자.. 아니, 이런 할머님께서 기부를 안 하신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요.

◆ 채옥순> 남한테 칭찬 받자고 한 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나도 남한테 도움 받고 사는 처지라 나도 남한테 도움 줄 게 좀 없는가 해서 생각한 끝에, 작지만 이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우리 할머님하고 인터뷰 나누다 보니까.. 할머니 원래 보청기를 새로 사려고 하셨다면서요?

◆ 채옥순> 아이고. 보청기는 돈이 많이 들어서 못 삽니다, 비싸서..

◇ 김현정> 그러니까 그 돈 모으신 걸로 보청기 사시죠.

◆ 채옥순>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니, 보청기보다 아이들 장학금이 먼저인가요?

◆ 채옥순> 네, 그렇죠.

◇ 김현정>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대단하십니다.

◆ 채옥순> 어려운 학생들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주는 게.. 그게 난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1년을 모은 돈, 폐지를 주워서 모은 돈 10만원을 아이들을 위해서 기부를 하셨어요. 사실은 기부하고 나서도 ‘이거 부끄러운 데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 라면서 계속 거절을 하셨는데, 저희가 오늘 어렵게 모셨습니다. 포항에 사시는 채옥순 할머님. 폐지는 언제부터 줍기 시작하셨어요?

◆ 채옥순> 한.. 몇 년 됐습니다.

◇ 김현정> 폐지 줍는 게 제가 듣기로는 보통 일이 아니라고 그러던데, 어떤 게 제일 힘드세요?

◆ 채옥순> 잘 안 돼요, 그게...

◇ 김현정> 뭐가 그렇게 잘 안 됩니까? 없어서요?

◆ 채옥순> 네. 지금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가지고 이 늙은이한텐 잘 안 돌아와요.

◇ 김현정>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것도 젊은 사람들은 잘 가져가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 채옥순> 부지런히 설치면 좀 낫지만. 새벽같이 나와서 돌아다니다보면 조금씩은 하고 그래요.

◇ 김현정> 새벽에 몇 시에 나가세요, 할머님?

◆ 채옥순> 새벽에 요새는 한 6시쯤 돼서 나갑니다.

◇ 김현정> 아니, 6시에 리어카 끌고 나가시다보면 요즘 빙판길도 있고 위험할 텐데요.

◆ 채옥순> 네. 빨리 못 다니죠. 몸이 시원찮아서 빨리 못 다닙니다.

◇ 김현정> 몸이 또 안 좋으셔서 빨리는 못 가시고. 조심조심 하다 보니까 어느새 빠른 젊은이들이 다 가져가버리고요?

◆ 채옥순> 그렇죠.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이러니까.. 빨리 못 다니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 김현정> 제가 차 운전하고 가면서 거리를 보면, 리어카 끌고 가시는 어르신들이 굉장히 위태위태하게 걸어가시는 모습을 봐요. 찻길로 끌고 가시기도 하고. 그러다가 위험 당하신 적은 없으세요?

◆ 채옥순> 네. 조심을 많이 합니다.

◇ 김현정> 파란불이 돼서 이 리어카 끌고 가시다보면 어느새 빨간불로 바뀌기도 하잖아요?

◆ 채옥순> 네. 빨리 간다고 가는데 덜 건너서 빨간불로 변할 때가 있거든요. 급하죠, 만날.

◇ 김현정> 그럼 차들이 기다려는 줍니까, 할머니 다 걸어가실 때까지?

◆ 채옥순> 그렇죠. 고맙게 차들이 좀 기다려줘요. (웃음)

◇ 김현정> 채옥순 할머님. 이제 곧 설 명절인데, 명절은 어떻게 보내세요?

◆ 채옥순> 명절요? 명절은... 아이고, 참 생각하면 눈물만 나지요.

◇ 김현정> 뭐가 그렇게 눈물나세요?

◆ 채옥순> 참 외롭고.. 고독하고. 여러 가지로 참 종합적으로 많이 이제 외롭지요.

◇ 김현정> 그렇죠. 남들은 가장 즐거운 때가 설하고 추석이고 이때인데. 할머님은 그때가 오히려 제일 외로우시겠어요.

◆ 채옥순> 혼자 있으니까. 그냥 혼자 있으니까 그게 외롭죠.

◇ 김현정> 아드님하고는 못 만나세요, 명절인데도?

◆ 채옥순> 아니, 자기도 살기가 어려우니까 만나기 힘들어요.

◇ 김현정> 그럼 하루 종일 TV 틀어놓고 명절은 그렇게 보내시는 거예요?

◆ 채옥순> 네.

◇ 김현정> 어떡하나요? 지금 할머님의 훈훈한 미담 덕분에 여기 스튜디오는 따뜻해졌는데, 정작 할머님을 따뜻하게 해 드릴 방법이 없네요. 할머님께서 기부하신 10만원 장학금. 어떤 학생한테 갔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으세요?

◆ 채옥순> 그렇죠. 아주 어려운 학생들.. 부모 없고 공부도 못 하고 이런 학생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웃음) 네, 할머님. 그 따뜻한 사랑 고맙습니다.

◆ 채옥순>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설 명절도 잘 보내시고요. 올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채옥순>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