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6(수) 전호진 집배원 "불길 뚫고 화재 진압한 살신성인 집배원"
2013.02.06
조회 86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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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충북 음성우체국 전호진 집배원


얼마 전 화제의 인터뷰 이 시간에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던 시민을 구한 소방관 이야기 전해드렸었죠. 많은 분들이 감동했다는 문자 보내주셨었는데요. 이번에는 용감한 집배원이 나타났습니다. 소방관이야 신고 받고 출동한 거였지만 이 집배원은 편지만 나르면 되는 건데 불길을 뚫고 들어가서 온 마을을 위험에서 구해냈답니다. 훈훈한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집배원을 찾아냈습니다. 직접 만나보죠. 충북 음성우체국의 전호진 집배원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전호진 씨 안녕하세요.

◆ 전호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디 몸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 전호진> 다친 데는 다행히도 없네요.

◇ 김현정> 사건이 난 그날 여느때처럼 우편물 배달 중이셨던 거예요?

◆ 전호진> 네.

◇ 김현정> 어디에서?

◆ 전호진> 원남면 조촌2구에서 불이 났어요. 가정집에서 불이 났는데.

◇ 김현정> 거기가 시골마을인가요?

◆ 전호진> 시골마을이죠. 저희는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중에 멀리서 연기를 봐서 제가.

◇ 김현정> 연기가 피워 오르는 걸 보셨어요?

◆ 전호진> 네. 논 태우는 연기가 아니고 그냥 검은 연기가 나길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니까 불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얼마나 멀리에서부터 그런 연기가 보였습니까?

◆ 전호진> 800m에서부터 보였으니까요. 어느 정도 시작된 경과였죠, 시간이요.

◇ 김현정> 800m에서도 보일 정도 연기면 그게 작은 불은 아니었단 얘기네요.

◆ 전호진> 네.

◇ 김현정> 그러면 그 불을 보고 바로 달려가셨어요, 오토바이 끌고?

◆ 전호진> 네. 바로 달려갔더니 아주머니, 할머님이시죠. 약간 몸이 불편하신 분이신데 마당에서 다리가 풀리셔서 놀라셔서, 다리가 풀리셔서 주저앉아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집은 이미 활활 타고 있었고요?

◆ 전호진> 네. 시골 같은 경우는 농기계가 많고 기름, 오일 같은 것이 많기 때문에 불이 금방 순식간에 번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할머님을 따로 모셔다드리고 소화기로 불을 끄기 시작했죠.

◇ 김현정> 아니, 119에는 신고는 안 하셨어요?

◆ 전호진> 이동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119에 신고를 한 상태였고요.

◇ 김현정> 119에 신고했어도 워낙 시골마을이라서 1, 2분 안에 도착할 상황은 아니니까. 할머니 피신시켜놓고 바로 소화기 들고 끄기 시작하신 거예요.

◆ 전호진> 네.

◇ 김현정> 소화기는 그래도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네요?

◆ 전호진> 때마침 보건소 지소 소장님이 두 통을 가지고 나오셨더라고요, 그 연기를 보시고. 그리고 때마침 딱 잘됐다 싶어서 끄기 시작했죠. 그런데 아무리 꺼도 안 되더라고요. 그게 워낙 순식간에 번져가지고.

◇ 김현정> 이미 크게 번져서. 주택에서 화재가 나면 폭발사고로 이어지기 쉽지 않습니까? 가스통 같은 거 있어서. 그런 건 없었어요?

◆ 전호진> 가스통이 있었죠. 농가 같은 경우는 가스통을 비치해 두고 쓰세요. 두 통이나 세 통을 비치해 두고 쓰시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제가 가스통을 들고 나왔죠.

◇ 김현정> 아니,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미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면서요?

◆ 전호진> 네.

◇ 김현정> 그런데 가스통 가지러 다시 들어가신 거예요?

◆ 전호진> 네.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오토바이를 타다 보니까 헬맷을 쓰고 있어서, 머리만 안 맞으면 되겠다 생각해서 얼른 들어가서 일단, 큰 가스통이 3개가 터지면 마을 전체가 다 번지니까. 골목 하나 사이로 다 다다닥 붙어있어요, 시골 같은 경우에는.

◇ 김현정> 그렇죠.

◆ 전호진> 그래서 이게 아차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스통 3개를 떼어내서 밖으로 빼내고 계속 불 끄고 물 뿌리고 있었죠.

◇ 김현정> LPG가스통 3개를. 집에 어느 곳에 있었습니까, 그 가스통은?

◆ 전호진> 바로 부엌이랑 연결된 집인데 지붕 위에는 벌써 불이 붙어서 가스통이 뜨거워져 있더라고요. 늦었다면, 그게 터지면 대형사고 날 뻔 했던 거죠.

◇ 김현정> 지금 헬맷 썼으니까 내가 얼굴은 괜찮겠지 하고 그냥 들어가셨다 그랬는데 그게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LPG가스통 터지면 그대로 그냥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 전호진> 그 순식간의 상황이, 저도 어쩔 수 없는 게 그럴 수밖에 없었더라고요.

◇ 김현정>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고.

◆ 전호진> 네.

◇ 김현정> 가스통 터지면 큰일나는데, 온 마을이 큰일나겠구나 이 생각만.

◆ 전호진> 네.

◇ 김현정> 도대체 소방차는 언제 왔습니까?

◆ 전호진> 소방차는 시골이다 보니까 일단 한 대가 먼저 도착해서 끄고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다 읍, 군에서 왔더라고요. 한 일곱 대가 왔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불이 총 얼마 만에 꺼진 겁니까? 그걸 발견하고 달려갈 때부터 완전히 꺼질 때까지.

◆ 전호진> 한 시간이 걸린 거죠.

◇ 김현정> 한 시간.

◆ 전호진> 네.

◇ 김현정> 다친 분은 전혀 없고요?

◆ 전호진> 네. 다행히도 고모님이 나와 계셔서요.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 김현정> 정말 다행이네요. 800m에서 그 연기를 봤을 때, 사실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잖아요, 119에 신고만 해 주고.

◆ 전호진> 그런데 사람이 촉이라는 게 있잖아요.

◇ 김현정> 감, 직감.

◆ 전호진> 네. 시골 같으면 흰색 연기가 날 텐데 검은색 연기가 나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 김현정> 볏짚 태우는 건 아니구나, 보통 불은 아니구나. 800m인데 여기에서도 보일 정도면 큰불이구나, 이런 생각.

◆ 전호진> 네.

◇ 김현정> 그래서 그냥 달려가신 거예요, 꺼야겠다는 생각으로?

◆ 전호진> 거긴 할머님 혼자 계시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 김현정> 원래 아는 집이셨어요?

◆ 전호진> 네. 워낙 이게 배달을 하는 집이기 때문에 할머님이 몸도 약간 손을 떠시는 분이라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쫓아간 거죠.

◇ 김현정> 중풍이 원래 좀 있으신, 할머님 혼자 사는 집인데 거기서 불이 나니까 이거는 뭐 큰일났다 싶어서 가신 거예요.

◆ 전호진> 네.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고 깜짝 놀란 게 이런 가슴철렁한 일을 겪고도 바로 우편물 가방 메고 또 배달하러 가셨다면서요? (웃음)

◆ 전호진> (웃음) 업무가 그런 업무이기 때문에 또 바로 마음을 추스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배달을 했죠.

◇ 김현정> 그게 오늘 배달 안 하면 큰일나는 일이니까? (웃음)

◆ 전호진> 그렇죠. (웃음)

◇ 김현정> 그래서 홀연히 우리 전호진 집배원은 사라지고. 그러다가 도대체 이 용감한 집배원은 누구냐? 동네어르신들이 수소문을 하기 시작하신 거예요. 이 사람 찾아야 된다. 그래서 온 우체국을 다 뒤져서 전호진 씨를 찾아낸 거라는 뒷 이야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웃음) 아니, 그래도 명함이라도 한 장 남기고 떠나지 그러셨어요.

◆ 전호진> 또 배달하는 업무가 바쁘다 보니까. (웃음)

◇ 김현정> (웃음) 참 용감한 집배원이고 장한 분입니다. 귀한 분입니다. 충북 음성우체국의 전호진 집배원 만나고 있습니다. 집배원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전호진> 얼마 안 됐습니다. 2년 좀 넘었습니다.

◇ 김현정> 2년 동안 일하면서 이렇게 위험했던 일은 당연히 처음이시겠네요.

◆ 전호진> 네, 처음입니다. 태어나서도 처음입니다.

◇ 김현정> 원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그런 성격이세요?

◆ 전호진> 약간 그런 편이었는데 가정이 있다 보니까 그게 참게 되던데 이번 일 같은 경우는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결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전호진> 이제 4년 됐습니다.

◇ 김현정> 아내한테 이 얘기하니까 뭐라고 하세요, 집에서는?

◆ 전호진> 미쳤다고 그러죠. (웃음)

◇ 김현정> (웃음) 어떻게 거길 뛰어들 생각을 하냐, 당신이 소방관이냐, 이러면서?

◆ 전호진> 네.

◇ 김현정> 어떤 심정이었을지 이해가 되는데 제가 또 듣기로는 아내분이 지금 뱃속에 아기를 갖고 계시다면서요?

◆ 전호진> 네. 다음 달에 나옵니다.

◇ 김현정> 거의 만삭된 아내와, 뱃속에 아기가 있는데 아버지가 그냥 앞뒤 안 가리고 가셨어요. 큰일을 하셨기 때문에 아마 복덩이 태어날 것 같습니다.

◆ 전호진>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일이 또 닥친다면 그때도 헬맷 쓰고 불길로 들어가실 거예요?

◆ 전호진> 당연히 들어갑니다. 우편물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은 생명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 김현정> 그랬다가 또 아내분한테 혼나시려고.

◆ 전호진> (웃음) 혼나면 혼나죠.

◇ 김현정> (웃음) 혼날 때는 혼나더라도. 장하십니다. 이런 용감한 분들이 많아서 더 훈훈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다친 데 없으셔서 정말 다행이고요. 다음 달에 출산도 잘하시기 바랍니다.

◆ 전호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