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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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5(화) 안현수 선수 "태극마크 볼때마다 가슴 한켠이..."
2013.02.05
조회 114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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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안현수 (빅토르 안)


여러분 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 선수를 기억하십니까?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차지했던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인데요. 2011년 쇼트트랙 파벌파동, 이런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안현수 선수는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었죠. 그리고 지금 한창 2012에서 2013,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가 진행 중인데요. 이 안현수 선수가 매 대회 금메달을 휩쓸면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있는 안현수 선수, 직접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우선 고국에 계신 팬들에서 오랜만에 인사부터 한 말씀부터 해 주시죠.

◆ 안현수> 제가 처음에 러시아에 온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응원도 해 주셨지만 많이 걱정도 해 주시고 하셨던 부분 많이 기억이 나는데요. 그래도 제가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 또한 너무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요. 1년 남은 올림픽 때까지 더 열심히 준비해서 그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가 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김현정> 일요일에 안현수 선수의 선전으로 러시아가 계주 우승을 한 후에,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서 월요일 하루 종일 ‘안현수 코너링’이라는 인기검색어가 링크돼 있었어요. 그거 알고 계세요?

◆ 안현수> 네, 지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방송 직전에 우리 작가한테 들어서 그 얘기...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는 안 보세요, 안현수 선수?

◆ 안현수> 아니요. 저 챙겨 봐요, 시합 끝나면. 왜냐하면 아직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하기 때문에 저도 기사 같은 거는 다 읽고 해요. 지금 저희가 새벽에 독일로 시합을 가는 길이라서 새벽에 비행기 타느라 확인을 못 했거든요.

◇ 김현정> 챙겨보는군요. 그럼 그렇게 한국 팬들이 관심을 가져줄 때는 기분이 좋겠어요?

◆ 안현수> 저로서는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솔직히 귀화할 때도 조금 걱정도 많이 했고, 그래도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는 정말 저한테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시기에, 힘든 시기에도.

◇ 김현정> 빅토르 안이 된 우리 안현수 선수. 잠깐 얘기 나온 김에 그때 2011년 얘기 좀 아픈 얘기지만 해 보죠. 고질적인 파벌문제에다가 그 당시에 부상까지 겹쳤,고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일방적으로 해체를 하고, 뛸 수 없는 상황이 됐던 그때. 그때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하세요?

◆ 안현수> 네. 솔직히 과거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연연하지 않고 빨리 잊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래도 다시 한 번씩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사실은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던 선수가 다른 나라로 귀화를 결정하는 게 어떻게 보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요.

◆ 안현수> 그때는 귀화의 목적이 아니라 훈련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싶은, 공부도 해 보고 싶었고. 러시아의 운동 환경은 어떨까라는 것도 궁금했었고, 결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던 건 아무래도 제가 여기 와서 여러 스탭 분들이 저를 많이 신경 써 주셨어요. 부상에 대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러시아에서 또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저한테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김현정> 사실 그 당시에 한국에서는 안현수 선수가 당장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됐던 거거든요. 여러 가지 너무나 복잡한 문제가 얽힌데다 소속팀까지 해체되면서, 그 잘하는 안현수 선수가 어디 발붙이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데조차 없게 된. 그렇게 되니까 운동할 곳을 운동선수가 찾아가게 된 것이 어떻게 보면 러시아가 된 셈이에요.

◆ 안현수> 어떻게 보면 그렇게 된 셈이죠. 그 시기에.

◇ 김현정> 그래서 운명처럼 러시아로 가게 됐는데. 사실은 이적을 결정하고 가게 됐지만, 가고 나서도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적응하기까지 고생도 많이 했어요.

◆ 안현수> 의욕이 많이 앞섰던 것 같아요. 아, 내가 빨리 나에 대한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를 증명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좀 급했던 것 같고 제 몸 생각 안하고 너무 예전처럼 너무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려고 하다 보니까 몸도 많이 지쳤고 심적으로도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좀 이게 탈출구가 안 보였다,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제일 고향 생각이 많이 날 때는 언제였어요?

◆ 안현수> 저는 이렇게 즐겁게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운동 자체가 힘들다 보니까. 그런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사소통도 좀 힘들다 보니까 운동도 잘 안 되고 어디 딱히 말할 데도 없고, 이러다 보니까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게 한국 생각 날 때, 한국 친구들 생각날 때는 어떻게 달래셨어요?

◆ 안현수> 그냥 버틸 수밖에 없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버틸 수밖에 없었어요.

◆ 안현수> 제가 한 선택이었고, 약해지지 말자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 김현정> 솔직히 말입니다, 아주 솔직히. 그렇게 힘들 때는 좀 후회되지는 않았어요? 내가 아무리 운동을 하고 싶어서 한 결정이지만 그냥 한국에, 고향에 있을 걸 하는 이런 후회 같은 거.

◆ 안현수> 네, 그렇죠.

◇ 김현정> 안 그랬다고 하면 그게 거짓말이죠. 그렇게 어려운 과정 거치면서 적응했는데. 국제대회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 한국팀 옛 동료들, 후배들, 감독들 마주치게 되잖아요. 이번에도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는 좀 어색하지는 않으세요?

◆ 안현수> 저는 안 그런다고 하지만 이게 조금 말할 수 없는 그런 어색함들은 사실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게 저는 그냥 그래요. 뭔가 새로웠어요. 같은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스타트라인에 서 있다 보면 뭔가 가슴 한 쪽이 조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이 있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출발선에 섰는데 예전에도 그렇게 섰고 지금도 똑같이 섰는데, 그 동료들 가슴에는 태극기가 있고, 내 가슴에는 이제 러시아 국기가 있는 이 감정. 가슴 한켠이 그러니까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주 시린 게 있는 거예요.

◆ 안현수> 네, 그렇죠....

◇ 김현정> 안현수 선수가 고생한 과정을 저는 다 지켜봤기 때문에, 사실은 아버님하고도 인터뷰를 여러 번 하면서, 그 과정을 다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얘기가 어떤 얘기인가, 어떤 심정인가 지금 이해가 되는데요. 그래요. 안현수 선수, 아무래도 목표는 내년에 있을 2014 러시아 소치의 동계올림픽 맞죠?

◆ 안현수> 네, 어느 종목이든 개인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 다음에 계주에 있어서는 꼭 러시아팀에서 메달을 따고 싶어요. 꿈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경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계주 부분은 정말 욕심을 내고 싶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러시아가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최대 목표?

◆ 안현수> 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되면 한국이 그럼 계주에서 금메달을 못 따게 된다는 건데.

◆ 안현수> (웃음) 아니요.

◇ 김현정> (웃음) 이거 어떡합니까? 안현수 선수도 잘 됐으면 좋겠고, 대한민국 팀도 잘 됐으면 좋겠고 이거 어떻게 응원해야 되나요? 큰일났네요.

◆ 안현수>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그런 부분을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난감할 것 같은데.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러시아 대표선수가 됐지만 사실 핏줄은 한국인입니다. 우리 안현수 선수, 그거는 변하지 않는 거죠?

◆ 안현수> 그렇죠. 그거를 바꾼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마음들은 항상 가지고 있고.

◇ 김현정> 혹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언젠가 돌아와서 지도자 생활을 한다거나, 이럴 수도 있는 거죠? 가능성을 닫은 건 아니죠?

◆ 안현수> 그렇죠.

◇ 김현정> 그럼요. 안현수 선수,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 봐서 좋고요. 건강하게 부상당하지 말고 그 좋아하는 운동 마음껏 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를 멀리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 안현수> 너무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오늘 사실은 독일로 떠나는 공항이에요. 그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