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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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순삼 할머니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졸업생을 만날 텐데요. 이 졸업생 나이가 13살, 14살이 아니고 무려 92살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꽤 많은 만학도분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이렇게 연세가 많은 분은 처음입니다.
게다가 형편도 넉넉지 않으세요. 지금도 매일같이 일을 하는 할머님이신데 도대체 어떻게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신 건지, 이렇게 졸업을 하기데 되신 건지. 직접 만나뵙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올해 연세 아흔 둘. 서울 금천구 안천초등학교 박순삼 할머님입니다.
◇ 김현정> 할머님, 안녕하세요.
◆ 박순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졸업식 하신다고요.
◆ 박순삼> 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할머니.
◆ 박순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입학 하신 지 얼마 만에 졸업하시는 거예요?
◆ 박순삼> 2년 과정을 거쳐서 졸업을 했죠.
◇ 김현정> 그러면 할머님, 2년 전이면 몇 세에 입학하신 거죠?
◆ 박순삼> 아흔에 했죠. 2년 했으니까.
◇ 김현정> 제가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만학도 어르신들 인터뷰 꽤 많이 했지만 아흔 넘으신 분은 처음이에요. 어떻게 아흔에 초등학교 갈 생각을 하셨어요?
◆ 박순삼> 어떻게 이렇게 길거리 지나다 보니까 초등학교 정문 아래에 써붙였더라고요. 공부 못한 노인네들 교실을 만들었다고.
◇ 김현정> 오시라고, 공부에 한이 있으신 분들 다 오십시오, 이런 모집공고를 보셨어요?
◆ 박순삼> 네. 처음 들어가서 한 달, 두 달 배워가니까 이걸 가지고 신청을 했죠.
◇ 김현정> 잘 하셨습니다, 할머니, 잘하셨어요. 또 한 가지 우리 박순삼 할머님이 대단하신 건 제가 인터뷰 해 본 많은 만학도 어르신들 특징은 젊어서는 형편이 어려워서 학교를 못 가셨더라도 나이 드시고 나시면 여유가 생겨서 공부를 시작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그런데 우리 할머님은 지금도 하루하루 일을 하시는, 그러니까 넉넉하신 형편은 아니시라면서요.
◆ 박순삼> 네.
◇ 김현정> 무슨 일 하세요?
◆ 박순삼> 한약방에 약 짜는 자루 있잖아요.
◇ 김현정> 약짜는 자루, 그 누런 자루?
◆ 박순삼> 한약 짜는 자루. 그런 공장 조그마한 게 있어요. 거기에 와서 일을 하죠.
◇ 김현정> 공장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 박순삼> 그러니까 박아내는 걸 내가 10개씩 벗겨서 포장을 해요, 비닐 안에다 포장을 해서 300개를 채워서 박스 안에다 집어넣어서 내놔요.
◇ 김현정> 왜 흰 봉투 칠해서 그거 묶음으로 돈 받듯이, 봉투당 얼마씩 받듯이.
◆ 박순삼> 네.
◇ 김현정> 아니, 얼마 받으세요, 그러면 그렇게?
◆ 박순삼> 1개당 5원. 1000개 박아야 5000원. 1000개 포장을 해야.
◇ 김현정> 1000개 포장하면 5000원. 그러면 하루에 몇 개나 작업하세요?
◆ 박순삼> 하루에 많이 하면 300개 정도 하는데 일거리가 요즘 그렇게 많이 없어요.
◇ 김현정> 그나마 일거리도 별로 없군요. 눈 안 피곤하세요? 원래 봉투에 풀칠하는 일이나 포장하는 일이나 눈이 굉장히 피곤한 일인데.
◆ 박순삼> 봉투에 풀칠하는 것보다 이거는 더 힘들죠. 무거운 걸 들었다 놨다 하니까요.
◇ 김현정> 자식들도 있으실 거 아니에요, 할머님.
◆ 박순삼> 아들, 딸 남매를 낳았는데요. 딸은 먼저 유방암으로 갔고, 아들은 일하는데 요새는 다쳐서 한 5개월 일을 못하고, 지금도 교통사고로 그렇게 일을 한 석 달은 못 하게 생겼어요, 지금. 갈비뼈가 세 대가 금가서.
◇ 김현정> 형편이 그러니까 돌봐달라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거군요.
◆ 박순삼> 네.
◇ 김현정> 그렇게 생활하시는 분이, 그렇게 어렵게 생활하시는 분이 어떻게 학교에 가서 다시 공부할 생각을 하셨어요?
◆ 박순삼> 했죠.
◇ 김현정> 얼마나 공부하고 싶으셨기에, 할머님.
◆ 박순삼> 하고 싶은 거야 말할 수 없죠. 남 못하게 떳떳하지도 못 하고, 못 하는게, 모르는 것도 많고. 그러니까 늘 머릿속에 떠있죠.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가게 되서 참 좋았어요. 2년을 아는 것도 좀 많이 알아듣고, 배운 것도 많고.
◇ 김현정> 그러니까 얼마나 좋으셨으면 그 어려운 일 하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몸에 부치실 텐데도.
◆ 박순삼> 하루에 3시간씩 3번을 나가니까 공부도 많이 되더라고요. .
◇ 김현정> 그러면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처럼 똑같이 책가방 메고 학교 가신 거예요?
◆ 박순삼>
◇ 김현정> 동무들도 많이 사귀셨어요, 할머님?
◆ 박순삼> 그 양반들은 젊은 사람이라 나보다 나은 사람들도 많죠.
◇ 김현정> (웃음) 다 동생들이죠, 그러고 보니까.
◆ 박순삼> 네.
◇ 김현정> 우리 할머님이 최고 왕언니셨겠어요. 그러면 학교에서 좀 왕언니 대답을 해 줍니까, 다른 동무들이?
◆ 박순삼> 그래서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왕언니의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 김현정> 잘 따르고요. 시험도 가끔 보죠, 학교니까.
◆ 박순삼> 자주 보죠, 받아쓰기도 하고.
◇ 김현정> 받아쓰기도 하고. 받아쓰기하면 다 100점 맞으셨어요?
◆ 박순삼> 100점대, 70점, 80점. 최하로 70점 맞고 그랬어요.
◇ 김현정> 최하 점수가 70점?
◆ 박순삼> 네.
◇ 김현정> 와, 할머니 잘하시네요.
◆ 박순삼> 그러니까 중간은 넘었죠.
◇ 김현정> 지난 번에 제가 여든 일곱 된 할머님을 한번 연결했었는데 할머님은 아주 꼴찌는 면하는 정도다 하시던데 우리 박 할머님은 잘하시네요.
◆ 박순삼> 네, 중간은 넘었죠. 1등은 못했어요.
◇ 김현정> 가끔 100점도 맞으셨어요?
◆ 박순삼> 100점짜리도 몇 개 있어요. 산수도 100점, 받아쓰기도 100점 몇 개 있어요. 90점, 80점.
◇ 김현정> 산수도 100점 맞으셨어요, 산수도?
◆ 박순삼> 네, 산수도 100점 맞은 게 있어요.
◇ 김현정> 그게 산수가 쉽지가 않을 텐데.
◆ 박순삼> 그런데 그냥 파고 드니까 산수가 좀 터지더라고.
◇ 김현정> 파고드니까. 어느 순간에 탁 터지는 게 있어요.
◆ 박순삼> 파고드니까 좀 터지더라고.
◇ 김현정> 그럴 때 탁 터질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할머니.
◆ 박순삼> 이게 뭔가 참 신기해요. 이렇게 하는 건가라고 신기하더라고요.
◇ 김현정> 맞아요, 바로 그런 순간이 있어요, 공부하다 보면. 그 재미를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도 드시죠.
◆ 박순삼> 그러니까요. 그런 걸 왜 못했던 것인가 싶고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소풍도 갑니까?
◆ 박순삼> 소풍도 1년에 두 번씩 갔다 왔어요.
◇ 김현정> 봄 소풍, 가을 소풍. 소풍 갈 때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 박순삼> 제 나이 치고는 소풍가니까 좋았죠. 체육대회도 해 보고.
◇ 김현정> 체육대회도 하셨어요?
◆ 박순삼> 네.
◇ 김현정> 할머님, 그럼 무슨 종목 출전하셨어요?
◆ 박순삼> 나는 공굴리기.
◇ 김현정> 공굴리기. 그거 잘 달리셨어요, 몇 등하셨어요?
◆ 박순삼> 잘했어요, 우리가 이겼어요, 우리 반이 이겼어요.
◇ 김현정> (웃음) 1등 하셨어요?
◆ 박순삼> 백군, 청군인데 이겼어, 우리가. 공을 잘 굴려서.
◇ 김현정> 할머님, 진짜 아흔 두살 맞으세요?
◆ 박순삼> 맞죠.
◇ 김현정> 1922년생 맞으세요?
◆ 박순삼> 네.
◇ 김현정> 대단하십니다. 목소리 너무 정정하시고요. 낮에 일하고 공부하고 이것도 대단하신데 체육대회에 나가서 공 굴리기까지. (웃음) 할머님, 중학교 가셔야죠.
◆ 박순삼> 갔으면 좋겠는데 지금 같아서는 여러 가지 좀 골치아픈 게 있어요.
◇ 김현정> 뭐가 골치아픈 일이 있으세요?
◆ 박순삼> 의지할 곳이 없잖아요. 아무래도 생활이 좀 어렵죠.
◇ 김현정> 생활이 어려워서. 생활 이렇게 어려운데 내가 중학교까지 가도 되는가, 이런 생각이 드시는 거군요.
◆ 박순삼> 네.
◇ 김현정> 할머님, 아마 잘 찾아보시면 또 공짜로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우리 만학도 어르신들을 위한 학교가 있을 것 같아요.
◆ 박순삼> 그런 게 있으면 갈 거에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 박순삼> 갈 거예요.
◇ 김현정> 꼭 찾아서 할머님 얼마든지 더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순삼> 네, 갈 거예요.
◇ 김현정> 정정하게 건강 유지하셔서 중학교도 가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시고 대학도 가세요, 할머님.
◆ 박순삼> (웃음) 아유, 그렇게 오래 살면 안 되죠.
◇ 김현정> (웃음) 왜 안 돼세요, 할머님.
◆ 박순삼> 안 돼요. 망령 따라 그렇게 오래 살면.
◇ 김현정> (웃음) 별 말씀을요, 할머님. 참 존경스러운 할머님이십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오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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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목) 박순삼 할머니 "초등학교 졸업장 받는 92세 만학도"
201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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