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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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출간한 창원지법 천종호 부장판사
- "판결보다 치유가 우선해야" 3년 동안 6천명 만나
- 갈 곳 없는 소년범위해 대안가정 마련, 사비 털어 운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창원지법 소년부 천종호 부장판사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고 10번 외쳐 보거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절대 남의 물건에 손대서는 안 돼. 돈 떨어지면 판사님한테 꼭 연락해라.” 판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집니다. 법정에서는 아이도 울고 부모도 울고 방청객까지 모두 울어버립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삭막한 법원 풍경하고는 참 다르죠. 처벌이 아니라 치유를 목적으로 판결한다는 천종호 판사의 재판장면을 제가 소개했는데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6000명의 소년범을 이런 식으로 판결을 했고요. 특히 그들 중에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모아서 대안가정을 꾸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를 담은 책을 낸 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창원지법 소년부의 천종호 부장판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책 제목이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뭐가 그렇게 아이들한테 미안하셨어요?
◆ 천종호> 비행으로 몰리고, 또 학교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우리가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입니다.
◇ 김현정> 우리가, 어른들이 제대로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 주로 어떤 아이들이 소년법원에 오죠?
◆ 천종호> 소년원 법원에서 지금 만 10세에서 19세 미만의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학교 밖에서 절도나 강도 등 생계형 비행을 저질러서 소년법정에 서게 됩니다.
◇ 김현정> 제가 재판정의 풍경을 담은 동영상을 몇 개 봤는데, 마치 판결하는 판사라기보다는 심리상담사 같으세요.
◆ 천종호> (웃음) 아이고, 감사합니다.
◇ 김현정> 특히 ‘어머니, 아버지 사랑한다고 10번 외쳐봐.’ 하면, 아이들이 크게 외치다가 펑펑 울어버려요. 주체가 안 될 만큼 울어버려요. 이런 거는 왜 법정에서 시키시는 거예요?
◆ 천종호> 이 아이들은 지금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정에서 방치되고, 또 학교를 이탈해서 마음의 상처가 심한 아이들입니다. 결손가정이 많고, 회복해야 될 가족관계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것,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여기저기 떠돌다가 가출하다가 법정에 서면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입니다.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서 일단이라도 응급처치라도 하게 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가족관계 회복을 위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마음속엔 있지만 한 번도 못 했던 말, ‘사랑한다’를 외치면서 가족 간의 치유를 유도하신다는 말씀이군요?
◆ 천종호> 비행청소년들은 대부분 고집이 세고요. 자기들 잘못에 대해서 잘 안 뉘우칩니다. 게다가 한국민족의 특성이 사랑한다는 말을 마음에 담기만 하지 표현을 못 합니다. 그것을 풀어내면서 가슴의 응어리도 풀어내면 서로 간의 심금도 울리고 공명도 되고, 또 치유와 회복의 출발점에 서게 됩니다.
◇ 김현정> 아이들이 그렇게 펑펑 울면 저쪽에 앉아계시던 부모님도 울고, 결국은 둘이 얼싸 안고 또 울고. 혹시 판사님도 우신 적 있으세요?
◆ 천종호> 저도 서너 번 운 적이 있습니다. 제가 울어버리면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 김현정>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경우는 어떤 경우였어요?
◆ 천종호> 아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에서 절망하고 벗어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법정에서 보고, 부모의 사랑한다는 마음을 느낄 때, 그때는 대성통곡을 합니다. 마음 깊이에서 울음이 나오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저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 김현정> 3년간 만난 6000명 아이들 중에서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어떤 아이입니까?
◆ 천종호>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최근에 재판한 사례입니다. 보통 소녀들의 경우에는 소년원에 가기 싫어서 임신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러 옵니다. 임신하게 되면 소년원에 보내기가 조금 힘드니까.
◇ 김현정> 임신을 하고 와요?
◆ 천종호> 네. 그런 아이들은 밖으로 내몰 수가 없거든요. 왜냐하면 낙태하기가 뻔하니까요. 그동안에는 아이들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는데, 최근에 한 아이가 거짓말로 ‘성폭행 당했다. 낙태해야 된다. 풀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안 풀어줬습니다. 결국은 출산일이 다 돼서 소년원에서 나올 수 있게 됐는데. 일단 딸 아이를 낳았고 입양을 시켰는데요. 한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고는 하는데, 또 어린아이의 장래를 망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이...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하나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아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연이 없는 아이가 없을 텐데요. 그런데 특이한 것이 소년범을 재판하는 데까지가 판사의 임무인 걸로 우리는 알고 있는데, 천 판사님은 그 아이들 중에 여기서 나가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다시 모아서 대안가정, 집을 만들어 주셨네요?
◆ 천종호> 네. 아이들을 소년원에 보내버리면 재비행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소년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사회로 내보내는데요. 가정이 없는 경우에는 보호력이 약하기 때문에 또 재비행을 합니다.
◇ 김현정> 들어갈 집이 없으면 또 재범을 한다고요?
◆ 천종호> 네. 재비행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제가 통계 낸 바로는 57% 되는데요. 이런 아이들을 우리가 아무런 울타리도 없이 사회로 보낸다는 것은 선처가 아니고, 오히려 방임이고요. 진짜 선처는 그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줘야 됩니다. 그것이 바로 대안가정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잘못 저지르고 왔을 때 판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다시 내쫓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에게 진짜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해 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가정을 만드신 거군요?
◆ 천종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보니까 정부 지원도 없어요. 어떻게 운영하세요?
◆ 천종호> 지금 부산, 경남 해서 총 일곱 군데 운영되고 있고요. 이게 선진국에서는 중간처우시설이라고 해서 다 정착화 돼 있고,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우리만 지금 이렇게 무관심하고, 또 이 아이들이 어떤 세력을 규합해서 정책 입안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6, 70년간 방치돼 왔던 거죠. 그런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저라도 먼저 하고 나중에 이것이 소문이 나면 국가에서 입법화가 되고, 제도화되지 않을까 해서.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사비 털어서 (웃음) 먹을 거 좀 아껴서 아이들 도우시는 거네요.
◆ 천종호> 네. 술 담배를 제가 안 하기 때문에 용돈을 조금 아껴 쓰면 됩니다.
◇ 김현정>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가 포기한 아이들, 더 엄벌하라고 자꾸 사회가 요구하는 그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에게 판사님은 어떤 부분에서 희망을 발견하세요?
◆ 천종호> 지금 저희들 대안가정을 사법형 그룹홈, 청소년회복센터라고 하는데요. 거기에 한번 방문해 보시면 모든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아이라는 것을.. 재비행율도 지금 위탁된 아이들은 18%밖에 안 됩니다. 설령 재비행을 해서 이 아이들이 다시 잡혀온다면, 그럴 경우에는 제가 엄벌을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자기가 한 번 사회로부터 배려를 받았고 따뜻함을 받았다는 이유로 묵묵히 수긍하고 열심히 더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변화의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결국은 우리 잘못이네요. (웃음)
◆ 천종호> 우리가 미안합니다. (웃음)
◇ 김현정>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라는 책 제목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청취자 문자 중에 이런 것도 들어오네요. “‘판사가 아니라 천사님 같으십니다.”
◆ 천종호>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요즘 법조계의 씁쓸한 뉴스도 많았는데, 오늘 이렇게 훈훈한 사연 들으니까 저도 좋습니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책의 수익금도 대안가정, 아이들 가정 돕는 데 전액 쓰인다고 들었어요. 저도 꼭 사서 읽겠습니다.
◆ 천종호> 네. 저도 넉넉한 형편이 아닙니다. 아직도 주택자금 대출 받은 거 갚아나가고 있고, 형제들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 김현정> 대단하신 분입니다. 계속해서 힘써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0(수) 천종호 부장판사 "소년범들의 아버지, 힐링판사 천종호를 만나다"
201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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