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8(월) 안경환 前국가인권위원장 "MB 국격 최고? 인권을 먹칠한 정부"
2013.02.18
조회 121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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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은 좌우 이념 아닌 인류 보편가치
- 인권위, MB정부에 정치적 보복 당해
- 朴, MB가 먹칠한 인권 회복시켜야
- 朴, 사형제 찬성 소신도 접기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안경환 교수 (前국가인권위원장)

‘정권은 짧고 인권은 길다.’ 지난 2009년 7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1년여가 좀 지나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위원장직 사퇴하면서 한 말입니다. 그 당시 돌연사퇴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인터뷰 요청 쏟아졌습니다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안 전 위원장이 이번에 쌓아두었던 말들을 모두 담아서 회고록을 냈습니다. 거기에는 박근혜 당선인한테 건네는 주문도 들어있다고 하는데요. 직접 들어보죠.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지금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세요.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 가슴 속에 꽁꽁 숨겨뒀던 말들을 이렇게 한 번에 책으로 내셨네요? 제목이 명쾌합니다. <좌우지간 인권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 안경환> 우리나라에서 흔히 잘못하면 인권은 무슨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좌는 인권이고 우는 그렇지 않다. 뭐 이렇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아니고요. 인권은 좌도 우도 아니고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인류보편의 가치다. 그걸 새삼 강조하기 위해서 그렇게 썼습니다.

◇ 김현정>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인권은 인류의 중립적인 가치다.’ 이런 말씀이세요?

◆ 안경환> 평소의 제 주장이었고, 그렇게 제가 많이 쓰던 말이었습니다.

◇ 김현정> 책을 보니까 ‘이명박 정부는 인권 알레르기 정권, 민주주의 알레르기 정권이다.’ 이렇게 좀 굉장히 심한 비판을 하셨어요.

◆ 안경환> 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 평소에 말을 너무 과격하게 하는 분이 있는데 법학계에 그런 분이 있어요. 평소에 그 사람 말이 좀 과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걸 읽으니까 그런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겠다, 그래서 간접적인 동감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동감하신다는 뜻이에요?

◆ 안경환> 네. 표현은 제 표현은 아니지만요.

◇ 김현정>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안경환> (웃음) 경험했기 때문에.

◇ 김현정> 경험했기 때문에?

◆ 안경환> 네.

◇ 김현정> 뭘 그렇게 경험하셨어요? 재임시절에 뭐가 그렇게 힘들고, 회의감을 느끼고 그러셨습니까?

◆ 안경환> 인권위원회에 제가 약 2년 9개월 있었나요? 그동안 한 절반 정도는 노무현 정부 아래 있었고,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이명박 대통령 아래 있었는데요. 인권위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거는 두 대통령이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 김현정> 두 대통령 다 마찬가지입니까?

◆ 안경환> 그럼요. 원래 인권위는 대통령하고 사이가 안 좋아야 되는데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사적 자리에서 굉장히 불쾌하고 화를 내고 해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아, 인권위가 원래 그런 거라고 덮어줬어요.’ 참아주고 그거를 외면했으면 했지, 저를 그렇게 박해는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이 대통령이 저를 한 번도 안 만나줬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런가요?

◆ 안경환> 업무보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독립기관이지만 그러나 국회의장과 대통령에게는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보고를 거절했죠. 그리고 만나지도 않고 그리고는 뒤로 온갖 박해를 다했죠.

◇ 김현정> 단 한 번도 못 만나셨어요?

◆ 안경환> 네,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때도 인수위 때 보고하고 이런 것도 있었을 텐데요?

◆ 안경환> 인수위 시절에, 그러니까 5년 전일 때는 인권위가 관련된 업무를 그쪽에서 업무현안을 받지 않았어요. 그리고 뭘 했는가 하니까 뒤로 인권위를 없애는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위원회하고 같이 합쳐서 없애는 쪽으로 하다가 그게 안 되니까 대통령 직속기구로 옮기겠다고 해서 인수위 안을 발표했었죠. 독립기관 성격을 부정했던 거죠.

그러다가 시민사회의 반대, 국제사회의 비난, 기타 이렇게 해서 결국 양보를 하고 그래서 일단 독립기관으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그리고 업무보고를 안 받고 그랬는데 나중에 가서 그 다음에 1년 있다가 바로 인권위를, 기구를 축소시켜버렸죠. 그 기구 축소한 게 잘못됐다고 판단해서 제가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했지 않습니까?

◇ 김현정> ‘2009년 3월 30일부터 사퇴를 결정하던 7월 8일까지, 내 생애에 가장 긴 100일었다.’

◆ 안경환> 실제 그랬습니다, 제 생애. 제가 살면서 큰 굴곡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 김현정> 하룻밤도 편히 못 주무셨다면서요? 뭐가 그렇게 그토록 잠조차 못 들게 했을까요?

◆ 안경환> 그때 기구가 축소되면서 40명의 자리를 없애야 되거든요. 누구를 자르고 어떻게 되느냐, 사람을. 기관의 장은 일단 자기 기본이 자기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직장을 챙겨주고 이렇게 하는 건데. 그 자리를 갑자기 잃게 만들었으니까요. 그게 잠이 올 리가 있습니까?

◇ 김현정> 전체가 몇 명인데 40여 명을 줄이는 거였죠?

◆ 안경환> 209명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그 당시 거슬러 좀 올라가 보자면,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창이었어요. 그런데 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내렸냐면,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서 시위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이런 최종판단을 내렸습니다.

◆ 안경환> 네. 그런 게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그 당시 대단한 이슈였죠.

◆ 안경환> 그 당시 그건 당연한 겁니다. 왜냐면 그때 결정이 11명 중에 10 대 1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권위는 시위 자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니고요. 그 다음에 경찰이 다친 거에 대해서, 거기에 대해서 책임 묻는 거 이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부분은 바로 경찰과 검찰이 해야 될 일이고, 인권위는 오로지 정부에 대해서, 정부가 한 일에 대해서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중에 137건의 청원이 들어왔는데, 진정이. 그중에 몇 건에서는 분명히 경찰이 과도하게 위반을 했죠. 잘 알지 않습니까? 그 당시에 여학생 차 밑에 발가락도 끼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중에 제한된 경우에서는, 특정 사건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제기를 했죠.

◇ 김현정> 그런데 그 사건이 있은 얼마 후에 인권위 조직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에.

◆ 안경환> 그렇습니다. 실제로 정치적인 보복이었습니다.

◇ 김현정> 보복이라고 생각하세요?

◆ 안경환> 그럼요. 확실합니다, 그건요. 그건 여러 가지 제가 생각하기에 직접적으로 말 못했겠지만 대부분 다 이런 내용들을 이끌어 갔었으니까요. 그때 이미 제가 구체적인 메모를 해 두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자진사퇴를 한 후 한 3, 4년간 바깥에서 바라보는 인권상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세요?

◆ 안경환> 좀 달라졌겠죠. 우선 정부와의 적대적 관계가 좀 사라진 것 같고요. 우선 제가 자진사퇴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는데, 내용을 보시면 사실 꼭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그 이후에, 그 당시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굉장히 많이 사태를 우려를 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UN에서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내방을 하고요. 정부의 사람들은 또 그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해서 이렇게 오해만 불러일으켰고, 더더군다나 독립기관인 인권위를 축소함으로써 UN에서, 인권사회에서 큰 오점을 남겼어요.

더더구나 그 당시 제가 세계국가인권위원회협의회 부의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의장이 한국에서 나오도록 돼 있었는데 그것까지 못하고, 결국은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많이 당하고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격이 역사상 최고다.’ 이렇게 자평했는데요?

◆ 안경환> 국격이라고 하면 뭘 의미하는 겁니까? 사람의 격이라면 옷을 잘 입고, 돈이 많다고 격이 아니잖아요. 그 사람에게 풍기는 문화적 배경이나 양식, 이런 걸 생각하는데. 대한민국 국격이 그렇게 자랑할 수는 있겠지만 바깥쪽에서 볼 때는 좀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반기문 UN사무총장이 UN사무총장이 되고 난 뒤에 1년 만에 한국에 와서 국회에서 연설 한 게 있습니다. 그때 하는 말이 ‘내가 몰랐는데 국제사회 가보니까 대한민국 사람인 게 참 부끄럽더라.’

◇ 김현정> 그 일화로 제 질문에 답변을 대신하시는군요.

◆ 안경환> 뭐 대통령께서 그렇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죠.

◇ 김현정> 책의 서문을 보면 ‘박근혜 새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이다.’ 이렇게 이름 붙이셨어요?

◆ 안경환> 네.

◇ 김현정> 박근혜 당선인한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 건가요?

◆ 안경환> 우선 여러 가지 잘하시겠지만 한 세 가지쯤.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국제적인 이미지에 먹칠한 거는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 다음에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시면서 됐지 않겠습니까? 여성의 특징이 뭐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살펴주고 토닥거려주는 게 특징 아니겠습니까? 남자보다.

◇ 김현정> 어머니 같은 느낌, 모성애.

◆ 안경환> 그래서 좀 쳐진 사람, 힘없는 사람을 토닥거려주는 국민 어머니, 국민 누님 됐으면 좋겠다는 거고요.

◇ 김현정> 국민 누님이요?

◆ 안경환> 네. 그 다음에 그거와 관련해서 박근혜 새 대통령을 지원하는 쪽은 대부분이 다 많은 경우가 나이 들고 과거 세대들입니다.

◇ 김현정>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지지하셨죠.

◆ 안경환>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지지가 약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스려야 할 나라는 앞으로 이끌고 나라는 젊은 사람들이 주인이 된 나라가 돼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려면 관심의 초점을 복고적으로 갖지 말고 전향적으로 봐 달라.

◇ 김현정> 복고적이 아닌 전향적인 시각으로 젊은이들도 포용하라?

◆ 안경환> 네. 포용하라가 아니고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중점을 거기에 둬 달라.

◇ 김현정> 중점을 오히려 거기로 옮겨야 된다고 보시는 거예요?

◆ 안경환> 그렇습니다. 그래야 미래가 있죠.

◇ 김현정> 나이 드신 분들이 들으면 서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 안경환> 나도 나이 들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조금 전에 그 말씀 하셨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먹칠한 것을 좀 회복시켜 달라 이러셨는데, 그 회복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 안경환> 아까 말씀대로 모든 언행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이미 큰 나라입니다. 언행이 미칠 국제적인 효과에 대해서 생각을 해 달라. 예를 들면 지난번에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거든요.

◇ 김현정> 사형제의 필요성 얘기 했습니다.

◆ 안경환> 그런데 국내 정치상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사형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거라는 추세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이미 15년 동안 사형제를 집행을 못 했습니다. 그런 추세가 뭐인가 하니까 사형제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고, 유럽연합 같은 경우에는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유럽연합에 가입도 못 해요. 그런데 그걸 지금 와서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실제로 사형집행 하겠다는 얘기입니까?

◇ 김현정> 그러면 그 소신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 안경환> (웃음) 그럼요. 그게 바로 국제사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사실 그 부분은 아주 강하게 소신을 밝혔던 부분인데, 그건 접어야한다?

◆ 안경환> 아주 강하게 그렇게 하면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먹칠이 되는 얘기고, 계속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국제인권사회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대체복무제 인정 안 한다, 그 다음에 사형제 가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남용하고 있다.’ 이런 게 아닙니까. ‘노동자 탄압하고 있다.‘ 이런 거잖아요. 그러면 실제적인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쓰더라도 이것이 미칠 국제영향이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고 그 다음에 언행을 해 달라.

◇ 김현정>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