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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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5(금) 정다훈 중위(레밀리터리블 감독) "러셀크로우 리트윗에 눈물이..."
20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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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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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레밀리터리블> 연출한 공군 정다훈 중위

'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제설 제설. 넉가래로 밀어. 끝이 없는 이 빌어먹을 눈.' (웃음)
영화 레미제라블 OST의 멜로디는 맞는데 가사가 전혀 다르죠. 요즘 인터넷에서 아주 뜨거운 동영상입니다. 제목이 레밀리터리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다가 군대 제설작업의 애환을 녹여셔 패러디한 동영상인데요.

군인들이 만든 동영상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공개된 지 단 5일 만에 조회수 300만건을 기록 했습니다. 미국의 배우 러셀 크로우까지 자신의 SNS에다가 이걸 올리면서 지금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김현정의 뉴스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 동영상의 감독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의 정다훈 중위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십니까?

◆ 정다훈> 계속 군대 안에 있어서 실감을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휴가 못 갔다 오셨어요?

◆ 정다훈> 휴가 갖다올 시간이 없습니다. (웃음)

◇ 김현정> 레미제라블에 출연했던 배우 러셀 크로우가 리트윗했다는 얘기 듣고는 어떠셨어요?

◆ 정다훈> 그때 동시에 울면서 동시에 웃었습니다.

◇ 김현정> 울음까지 나던가요?

◆ 정다훈> 아이고, 눈물이 살짝 지끈하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너무 벅차서?

◆ 정다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 동영상이 이렇게 화제가 된 후에 지금 신문, 방송 이런데서 섭외는 얼마나 들어오나요?

◆ 정다훈> 너무 정신 없어서,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혹시 제대 후에 우리 회사로 와라, 스카웃 제의는 안 들어와요?

◆ 정다훈> 아직 제대하려면 한참 남아서 거기까지 생각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얼마나 남으셨어요?

◆ 정다훈> 2년 남았습니다.

◇ 김현정> 레밀리터리블. 도대체 이 동영상이 뭔가,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설명을 드리고 가죠. 그러니까 주인공이 공군장병인 장발장이에요. 새벽부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면회 옵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장발장은 면회시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자베르라는 병장한테 얘기를 하는데. 제설작업이나 하라고 막 다그칩니다. 그래서 장발장은 여자친구와 이별을 한다는 내용인데요. (웃음) 이런 동영상을 공군 홍보물로 찍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셨어요?

◆ 정다훈> 일단 가장 공군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제설입니다. 아시다시피 활주로가 항상 치워져 있어야 북한이 쳐들어와도 언제든지 전투기가 뜰 수 있는데. 그만큼 제설이 중요해서 우리 장병들이 매일 같이 눈이 오면 제설을 항상 합니다. 그래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거를 어떻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까라는 생각을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 김현정> 공군 장병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 정다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제설이라는 게 공군에게 있어서 뭔가 정의를 내리자면?

◆ 정다훈> 제설은 공군뿐만 아니라 사실 전 장병들, 대부분 95% 이상이 다 겨울마다 힘들게 한 번씩 겪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군은 활주로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물론 활주로는 당연히 삽으로 다 푸진 않고 기계도 있고, 여러 가지 기술적으로도 하는데. 그 외에 많은 제설작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힘든 거는 다른 거에 비해서 아무리 치워도 정말 끝이 없고. 오늘 치워도 내일 또 눈 내리면 내일 또 똑같은 장소에서 또 치워야 되고. 이런 게 있어서 블랙홀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 김현정> 동영상 중간에 보니까 '하늘에서 내리는 폐기물' 이렇게 표기했더라고요. (웃음)

◆ 정다훈>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웃음) 그래서 공군장병들에게 힘내자는 의미로 이런 동영상 만든 건데. 공군에서 준 제작비는 단 100만원이었다면서요?

◆ 정다훈>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영상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완성도가 상당합니다, 놀랄 정도로. 어떻게 그렇게 만드셨어요, 100만원으로?

◆ 정다훈> 일단 개개인적으로 한 명 한 명이 워낙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노래 부르는 장병들도 다들 사회에서 뛰어난 성악가나 노래 부르는 사람이었고. 우리 촬영팀도 다들 실제로 전공을 하거나 경력이 있어서 굳이 다른 사람을 외주를 불러와서 돈을 줄 필요가 없이, 우리끼리 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배우들도 모두 다 군인이에요?

◆ 정다훈> 전부 다 군인입니다. 화면에 나온 사람은 전부 다 공군입니다.

◇ 김현정> 노래하고 연기가 대단하던데. 어떻게 모으셨어요?

◆ 정다훈> 작년부터 미디어영상팀과 군악대가 같이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영상도 많이 같이 찍고. 그래서 이미 알던 사이였고요. 그래서 이번 것도 같이 하자고 얘기를 해서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 김현정> 공군에 대단한 인재들이 숨어있네요. 특히 화제가 되고 있는 장면이 어떤 것인가. 장발장하고 자베르가 싸울 때 카메라가 이 두 사람을 도는데, 이게 마치 예전에 질투라는 드라마에서 최진실, 최수종 씨의 엔딩씬처럼 카메라가 막 돌아요. 이거는 100만원으로 어떻게 찍으셨어요?

◆ 정다훈> 우리 장비 중에 스테디캠이라고 있습니다. 몸 베스트에 끼우고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렇게 하는 장비인데. 우리 촬영감독인 방성준 상병이 저와 함께 미리 NG가 안 나도록 일주일 전부터 계속 연습을 했었습니다, 장병들과 같이.

◇ 김현정> 원래는 레일을 깔아야 하잖아요?

◆ 정다훈> 레일은 없었고. 그냥 몸에다가 끼고. (웃음) 어떻게 하냐면 최대한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 배우 둘이서 돌고. 그거를 우리는 반대방향으로 촬영감독이 돌면서. 또 저는 화면을 봐야 되니까 카메라 감독 뒤에서 더 빨리 돌지 않습니까? 밖에 있으면 더 빨리 돌지 않습니까? 많이 돌아야 돼서 저는 거의 뛰다시피 돌고. 안에 있는 촬영장면도 최대한 빨리 돌고. 안에 두 명 배우들은 천천히 반대방향으로 돌았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레일 없이 사람이 돌아서 찍은 신이군요, 그게.

◆ 정다훈> 네, 맞습니다. 군인이면 불가능한 게 없습니다.

◇ 김현정>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어떤 겁니까?

◆ 정다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실 음악작업이 그랬었고. 음악작업이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서 배경음악을 다 만드는데 있어 처음 써보는 프로그램도 약간 쉽지 않았고.

◇ 김현정> OST를 갖다 쓰면 안 되는 건가요?

◆ 정다훈> 저작권 요소들도 있고 해서 그냥 자체적으로 우리가 만들었는데. 물론 원래 원작의 곡을 편곡 해서요. 근데 그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 다음에 사람은 엄청 많은데, 사실상 다 같이 모인 거는 촬영 전날 다 같이 모였습니다. 물론 뒤에 나오는 제설하는 장면들과 그런 것은 당일 날 촬영 딱 그 시간에만 모일 수 있었고, 워낙 많다 보니까.
노래를 하는 15명의 성악병과 보컬병들은 한 달 전부터 준비했지만, 촬영 전날에 그때서야 처음으로 맞춰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전국적으로 퍼져있어서.

◇ 김현정>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 정다훈> 군대에서는 불가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불가능은 없습니까, 군대는? (웃음) 군대니까 가능한 영상물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데. 이렇게 세계가 주목할 정도의 영상물을 만든 정다훈 중위는 도대체 언제 연출 공부를 하신 분이세요?

◆ 정다훈> 연출을 공부했다기보다는 고등학교 때부터 영상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원 때는 아예 영상학을 공부 했었습니다.

◇ 김현정> 2년 제대 남았다고 그랬는데, 그러면 또 이 비슷한 거 계획하고 계세요? 레밀리터리블 2탄이라도?

◆ 정다훈> 똑같은 것을 하기에는 창의적인 부분에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지만 사실 또 새로운 웃음으로 우리는 항상 콘텐츠를 만듭니다. 우리 공군 공감에서는 매일 같이 영상이든, 포토스토리라든지, 아니면 훈련 관련된 내용이든 항상 콘텐츠가 올라가고요. 지금도 매일 올라가고,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큰 프로젝트는 좀 새로운 방향에서 다른 차원에서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다음 꿈은 뭡니까, 제대 후 꿈은?

◆ 정다훈> 제대 후 꿈은 영화사쪽에서.

◇ 김현정> 영화감독?

◆ 정다훈> 감독이든 뭐든, 정말 영화쪽에 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 김현정> CBS TV에 지원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웃음)

◆ 정다훈> (웃음) 말씀드렸다시피 제대가 너무 멀어서 아직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참으로 탐나는 인재네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