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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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팔순의 여중생 지상은 씨 (84)
요즘 한창 졸업시즌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여든 다섯의 나이로 중학교를 졸업한 한 할머님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늦은 나이에 중학교 진학을 결심한 이유가 아주 아주 특이합니다. (웃음)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읽고 싶어서, 그러니까 남편의 일기장을 읽고 싶어서 중학교를 갔다는데 이게 무슨 얘기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마포일성여자중학교 졸업생, 지상은 할머님 연결해 보죠. 할머님, 안녕하세요.
◆ 지상은> 네.
◇ 김현정> 졸업 축하드립니다.
◆ 지상은> 네,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소감이 어떠세요?
◆ 지상은> 보람이 있죠. 공부하고 잡았는데.
◇ 김현정> 공부하고 잡았는데. (웃음) 개근상까지 받으신다면서요, 소문 들어보니까?
◆ 지상은> 네.
◇ 김현정> 아유, 그냥 공부하고 싶었는데. ‘보람 있다’ 정도가 아니실 것 같아요, 할머님?
◆ 지상은> (웃음) 여보세요?
◇ 김현정> 예.
◆ 지상은> 세상 공부도 하고 그러니까 얼마나 좋아요. (웃음)
◇ 김현정> 그런데 우리 지상은 할머님이 학교에 입학하시게 된 계기가 아주 특이하더라고요.
◆ 지상은> 네. (웃음)
◇ 김현정> 할아버님, 그러니까 남편 일기장을 보고 싶어서 학교를 가셨어요?
◆ 지상은> 우리 남편은 대학원까지 나왔거든요.
◇ 김현정> 그 시절에?
◆ 지상은> 대학교는 아기들 다 가르쳐놓고 했어요. 그냥 순전 영어를 하니까 아주 나는 까막눈이에요, 영어가. (웃음)
◇ 김현정> 할아버님이 영어로 뭐를 쓰세요?
◆ 지상은> 네. 일기 다 쓰고 성경책도 영어성경 읽어요.
◇ 김현정> 정말 엘리트시네요, 할아버님. (웃음)
◆ 지상은> 네.
◇ 김현정> 그래서 어느 날 그 일기장을 읽어보고 싶어서 학교를 결심하셨어요?
◆ 지상은> 네. 도전을 했지요. (웃음) 2010년 11월에 그래서 내가 우리 일성 학교를 찾아갔지요. 그래서 등록을 했어요. 11월에 가서 등록을 하고, 2011년 3월 3일날 돌아가셨어요.
◇ 김현정> 아이고, 3월 3일?
◆ 지상은> 그러고 3일 출상하니까 5일날 출상하고, 6일날 교회 가고, 7일날부터 학교를 다녔어요.
◇ 김현정> 세상에, 입학을 코 앞에 두고 돌아가셨네요.
◆ 지상은> 네.
◇ 김현정> 그런데 학교 그냥 가셨어요? 입학식 그대로 가셨어요?
◆ 지상은> 그리고 계속 다니는 거유. (웃음)
◇ 김현정> 지금은 그러면 중학교에서 영어 배우셨으니까 할아버님의 영어 일기장도 웬만큼 읽으실 수 있게 됐겠어요?
◆ 지상은> 그것까지는 제가 도달을 못 했어요. 그 양반은 막 영어 필기체를 써서. (웃음)
◇ 김현정> 그러면 고등학교까지 다녀보셔야겠네요. 그거 다 읽으시려면?
◆ 지상은> 고등학교 2년 하면 좀 나아질려고 모르겠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 일기장을 읽기 위해서 시작하셨으니까 당연히 고등학교에서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읽으셔야겠어요. (웃음)
◆ 지상은> (웃음) 고등학교에 입학해 놨어요.
◇ 김현정> 입학 벌써 하셨어요, 등록하셨어요?
◆ 지상은> 3월 4일날 입학해요.
◇ 김현정> 대단하십니다. 여든 다섯 나이에 중학교 졸업하고 이제 고등학교까지 입학하시는 지상은 할머님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보니까 학교에서 집까지 매일 왕복 3시간 다니셨다면서요?
◆ 지상은> 네.
◇ 김현정> 지하철 타고?
◆ 지상은> 지하철 두 번 타고.
◇ 김현정> 한 번 갈아타셔야 돼요?
◆ 지상은> 네. 그리고 또 신촌서 내려서 마을버스 타야 돼요. 그러고도 학교를 걸어가야 돼요.
◇ 김현정> 그 길을 책가방 메고, 학생들 메는 그 가방 메고?
◆ 지상은> 네, 도시락 싸서.
◇ 김현정>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 지상은> 네. 이때까지 도시락 싸서 다녀요.
◇ 김현정> 그러면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던가요, 할머님?
◆ 지상은> (웃음)
◇ 김현정> 웃음소리가 너무 소녀 같으세요, 우리 할머님.
◆ 지상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볼망정 나는 자신이 있잖아요, 공부를 하니까.
◇ 김현정> 그럼요.
◆ 지상은> 다른 데 안 가고 학교에 가니까. 배운다는 그 자신감. 나는 모르는 거 배우니까.
◇ 김현정> 모르는 거 배우니까. 특히 어떤 과목 좋아하셨어요?
◆ 지상은> 주로 과학 시간이 그렇게 좋아요.
◇ 김현정> 과학이요?
◆ 지상은> 네.
◇ 김현정> 과학 이거는 보통 학생들이 머리 지끈지끈 아파하는 과목인데.
◆ 지상은> 우리 영감이 약업을 했잖아요.
◇ 김현정> 약사셨어요?
◆ 지상은> 약업을 해서 내가 많이 들었어요. 듣고 그랬는데 실제 내가 이렇게 내가... 여보세요?
◇ 김현정> 네, 할머님. 할머님? 말씀하시면 됩니다. 실제 내가.
◆ 지상은> 실제로 내가 접하니까 그렇고 좋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냥 귀띔으로 흘러들었던 그 단어들이 하나하나 이어지면서 이게 이렇게 되는 거구나, 원리를 알기 시작하니까 그 재미가 있는 거군요?
◆ 지상은> 네.
◇ 김현정> 과학을 좋아하는 과학도 할머님. 나중에 대학도 화학과 이런 거 가셔야겠어요.
◆ 지상은> (웃음) 아이고, 건강이 허락해야죠.
◇ 김현정> 목소리 보니까 아주 젊으세요, 할머님.
◆ 지상은> 나이가 있어 나서 하나님이 부르면 가야 돼요. (웃음)
◇ 김현정> 친구도 많이 사귀셨어요, 동무도?
◆ 지상은> 네. 우리 반이 40명이 넘어요.
◇ 김현정> 40명이 넘어요? 큰 반이이네요.
◆ 지상은> 우리 졸업반이 8교실이에요.
◇ 김현정> 여기다 만학도 할머님들, 할아버지들 모이시면 되잖아요.
◆ 지상은> 여자만 있어요.
◇ 김현정> 일성여자중학교군요, 그러고 보니까 정말. 할머님이 거기서 최고 나이 많으신 분이셨나요?
◆ 지상은> 네, 제일 고령자예요.
◇ 김현정> 여든 다섯의 지상은 할머님. 시험도 보죠?
◆ 지상은> 네. 9과목인데요. 시험 다 봐요.
◇ 김현정> 그럴 때는 스트레스 안 받으셨어요?
◆ 지상은> 아니, 한 데까지 해야지. (웃음)
◇ 김현정> 몇 점이나 받으셨어요? 솔직히 몇 등 하세요?
◆ 지상은> 아이고, 모르겠어요. 내가 공부를 얼마나 하겠어요. 그래도 아주 꼴찌는 아닌 것 같아요. (웃음)
◇ 김현정> 그러시면 됐습니다. 아주 꼴찌 아니시면 되셨어요. (웃음) 우리 할머님 다니시는 것만도 해도 대단하십니다.
◆ 지상은> 네, 가서 학생들 만나고 가면 하나라도 배우는 재미로 얼마나 좋아요?
◇ 김현정> 그렇게 배우는 기쁨을 더 젊어서 누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지상은> 그러게 말이여. 일제 때도 내가 중학교 시험보러 갔어요, 광주까지.
◇ 김현정> 중학교에 입학을 하시려고는 하셨군요?
◆ 지상은>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래서 내가 공부를 못했어요. 아버지는 학교 가라고 그랬는데 남동생이 또 밀고 올라오니까 3살 터울이. 그래서 남동생이 올라오는 바람에 나는 양보를 하고.
◇ 김현정> 3살 밑의 남동생이 치고 올라오니까 그냥 여자인 할머님이 빠져주셨군요.
◆ 지상은> 네. 그래서 그때 일제 때라 우리 연령에 정신대에 뽑혀갔어요.
◇ 김현정>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다들 뽑혀가고 그랬죠, 결혼 안 한 처녀들은.
◆ 지상은> 그래서 친정아버지가 기왕에 공부 못할 바에는 일찍 결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결혼을 했어요.
◇ 김현정> 그게 몇 살이세요, 그때가?
◆ 지상은> 17살. 만으로 열 일곱.
◇ 김현정> 이렇게 사셨습니다, 우리 할머님들.
◆ 지상은> 그래서 시집을 가니까 식구가 열입디다, 나조차 열. 대농가집이에요, 머슴이 있고. 시동생도 내가 시집가니까 9남매 막둥이 7살인데. 내가 바리캉 기계 가지고 머리도 깎고 이래서 가르친 것이 서울약대까지 나왔어요. 우리가 가르쳤어요.
◇ 김현정> 시동생을 그렇게 단단히 가르쳐서 성공시키셨네요.
◆ 지상은> 제일 맏형이라 우리가 가르쳤어요.
◇ 김현정> 아이고, 뭐 그렇게 잘 키운 자식들하고 시동생하고 잘 키운 분들 있으면 우리 할머님 벌써 성공하셨네요. 성공하신 인생이네요, 사실은.
◆ 지상은> 뭐가 내가 키웠답니까, 지네들이. (웃음)
◇ 김현정> 네 할머님, 학사모 쓰신 모습이 아주 멋지실 것 같아요. 졸업장은 꼭 방에 걸어두고 고등학교 다니십시오.
◆ 지상은> (웃음)
◇ 김현정> 할머님 건강하시고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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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목) 지상은 할머니 "죽은 영감 영어 일기장 훔쳐보려 공부 했지요"
201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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