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8(목) 최순연 기장 "민간 헬기 최초 8천 시간 무사고 비행"
2013.02.28
조회 89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라남도 소방항공대 최순연 기장



한 직업에 오래 종사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바쳐온 사람들을 우리는 장인이라 부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헬기 조종을 하는 장인 한 분을 연결할 텐데요. 현역 헬기조종사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8000시간을 무사고 비행한 분입니다. 8000시간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죠. 이렇게 설명드리죠. 하루에 24시간, 340일 동안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한 번도 쉬지 않고 헬기를 운전하면 그게 8000시간이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대기록을 세운 전남 소방항공대 최순연 기장 연결해 보죠. 최 기장님, 안녕하세요?

◆ 최순연>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8000시간 기록 세우려면 몇 년 동안 이 일을 하신 거예요?

◆ 최순연> 33년쯤 근무한 기간이었습니다.

◇ 김현정> 33년, 그것도 무사고로.

◆ 최순연> 네.

◇ 김현정> 이게 그냥 민간헬기처럼 손님을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느긋하게 태우고 가는 게 아니라 긴박한 상황에서 조종을 하신 거예요?

◆ 최순연>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상황들.

◆ 최순연> 통상 저는 군에서 헬기조종을 하고 그다음에 다시 소방항공기 조종사로 99년도부터 근무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군에서는 군 작전업무수행을 기본으로 수행하고 마침 제가 조종한 헬기가 기동헬기라서 국내 대규모 재난상황에서는 꼭 출동을 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등등. 그다음에 전국에 산불이 발생되면 우선적으로 출동했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속초 낙산사 화재 이런 것도 출동하신 거예요?

◆ 최순연> 그렇습니다. 소방헬기조종사로 근무할 때부터는 응급환자 운송, 장기이식환자 이송, 산불진화 필요 시에 저희 도 행정지원도 했고요.

◇ 김현정> 그러셨군요. 쭉 얘기를 듣고 보니까 우리가 기억할 만한 큰 사건들 현장에는 다 출동하셨네요. 서해 페리호, 성수대교, 삼풍, 낙산사. 이 중에서도 어떤 사건이 33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 최순연> 김현정 앵커님께서도 기억하시고 계시겠지만 지난 1993년 10월로 기억됩니다. 서해 페리호 위도에서요.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거기서 서해 페리호가 침몰했을 때 당시 한 290여 명 사망자가 발생했었습니다.

◇ 김현정> 엄청난 사고였죠.

◆ 최순연> 네, 엄청난 사고였습니다. 그때 제가 군에 있을 때 출동지시를 받고 현장에 가 보니까 정말 이건 290여 명이 바닷가에 흘려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어떤 분은 이미 죽어서 시신이 둥둥 떠 있고 어떤 분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고. 그런 상황에서 구조하는 것은 정말 생명을 내걸지 않으면 구조하기가 힘듭니다.

◇ 김현정> 그런 거 한 번 구조하고 나면, 그런 큰 사고현장, 어마어마한 재난현장 한 번 보고 나면 그걸 트라우마라고 하나요? 상당히 있으실 것 같아요.

◆ 최순연> 처음에는 제가 처음 조종사 때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자주 반복되는 그런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까 이제는 트라우마보다는 좀 더 저희가 어떻게 하면 그 현장에 적극적으로 이렇게 하다 보니까 트라우마는 아직 좀 직접적으로, 아직은 괜찮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거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또 출동하셔야 되니까요. 또 다른 현장에. 지금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회점 붕괴현장에도 가셨다고 그랬는데 이때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셨겠어요?

◆ 최순연> 그렇습니다. 헬기는 한정돼 있고요. 그다음에 요구조자들은 둥둥 떠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비행기 연료는 한정돼 있고 그러다 보면, 조금 전에 살려달라고 했던 구조자가 이미 물 속에 빠져서 없는 겁니다. 그러면 조종하면서 정말 황당함을 느끼고 안타까우면서 그런 현상이 많았죠.

◇ 김현정> 그래요. 낙산사 화재같이 큰 화재 났을 때는 사실은 헬기 조종하시는 분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 아닌가요?

◆ 최순연> 통상 헬기조종사들이 산불 진화현장에 가면 밑에서 지켜보는 거하고 위에서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헬기조종사들하고 간에는 엄청 의견이 좀 차이가 있습니다. 밑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불안하고 좀 위험해 보이겠지만 의외로 산불진화하는 항공기는 안전장치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습니다마는. 그래도 갑자기 강풍이가 연기 속에 들어가비면 베테랑 조종사도 굉장히 당황합니다.

◇ 김현정> 그럴 수가 있죠. 갑자기 불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고, 사람 구조하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헬기는 연료통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 걱정도 드실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3년간을 무사고로 8000시간 대기록을 세우면서 그 궂은 일을 해 오신 분입니다. 보람을 느끼십니까? 그 어렵고 위험하고 힘들어도 하시는 거겠죠?

◆ 최순연> 네. 막상 무사고비행 8000시간에 도달해 보니까 정말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로 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최순연> 전국에 있는 많은 조종사분들이 정말 이걸 기회로 저와 같은 8000시간에 도달하기 위해서 좀 안전하게 비행을 해 줬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정년이 얼마 안 남으셨더라고요, 보니까.

◆ 최순연> 그렇습니다. 한 2년 정도 남았습니다.

◇ 김현정> 2년. 그 남은 2년 동안 또 어디서든 사고가 나면 달려가시겠네요?

◆ 최순연> 당연히 그래야죠.

◇ 김현정> 무사고로.

◆ 최순연> 네. 비록 얼마 남지 않은 2년의 기간이지만 어떤 재난상황에서든지 소방헬기를 요청하시면 직접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네, 고맙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상황에서...

◆ 최순연> 단 안전하게 생활을 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네, 그러셔야죠. 안전이 최고입니다. 안전하셔야 돼요. 정년퇴임하실 때 즈음에 한 번 더 기록세우고 연결해도 좋겠네요.

◆ 최순연> (웃음) 고맙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 많이 하셨고요. 그냥 퇴임하시지 마시고 후배들한테 안전 노하우, 조종 노하우, 장인의 노하우도 많이 전수해 주고 떠나세요, 기장님.

◆ 최순연> 아까 앵커님께서 처음에 소개하실 때 장인으로 소개하셨는데 정말 전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 8000시간의 비행이 아까 말씀하신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서 이루어낸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 아니냐 하고 축하해 주곤 하는데요. 말씀하신 바와 같이 남은 기간 후배들한테 제가 33년 동안 노하우 전수할 거 모든 것을 다 남겨주고 또 남은 2년 동안 미련없이 정말 도민이나 주민이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출동해서 정말 든든하게 안전하게 생활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기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