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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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7(수) 전용복 씨 "80대 치매장모 모시는 60대 老사위 감동 동행기"
2013.02.27
조회 109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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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과 사별후 치매에 걸린 장모를 홀로 모시고 사는 전용복 씨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남 영광군 군남면 백양리 전용복 씨

딸과 사위와 장모,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던 단란한 가정에 딸이 세상을 떠납니다. 60대 사위가 80대 장모를 모시고 살아가게 된 거죠. 그런데 장모가 치매에 걸립니다. 며느리도 딸도 수발하기 어렵다는 그 중증치매에 걸린 장모를 2년째 돌보고 있는 60대 사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전남 영광군 군남면 백양리에 사는 분이세요. 전용복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장모님하고 같이 계시는 건가요?

◆ 전용복> 네.

◇ 김현정> 언제나 함께?

◆ 전용복> 그렇죠.

◇ 김현정> (웃음) 장모님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전용복> 86이요.

◇ 김현정>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되세요?

◆ 전용복> 저는 이제 61.

◇ 김현정> 언제부터 두 분이 단둘이 같이 살게 되셨어요?

◆ 전용복> 제가 2007년 5월 20일에 왔거든요, 여기 처갓집을.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 요양차 여기 내려왔다가 2008년 2월 12일에 아내가 사망을 했어요.

◇ 김현정> 아내분이 실례지만 어떤 병을 앓으신 거예요?

◆ 전용복> 뇌경색이요.

◇ 김현정> 뇌경색으로 2007년에 요양차 처갓집 영광에 왔다가 2008년에 사모님 사별하고. 그때부터 장모님하고 두 분이 같이 살게 되셨어요?

◆ 전용복> 처남 하나가 있었는데요. 처남이 또 아내 죽고 다섯 달인가 있다가 처남이 죽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야말로 아들, 딸 다 잃은 장모님을 우리 전 선생님이, 사위가 모시고 살기 시작한 거군요?

◆ 전용복>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문제는 장모님이 치매에 걸리신 거예요. 그거 언제부터였습니까?

◆ 전용복> 장모님의 치매기는 3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걸 몰랐죠. 그때는 그렇게 심하질 않았으니까. 2년 전부터는 치매라고 하기보다는 뭐, 말도 못 해요, 말도... 집 다 때려 부수고, 집에 간다고 보따리 싸서 밤낮 없이 그냥 간다고 나가시고.

◇ 김현정> 집이 여기신데 집 어디를 간다고 그러세요?

◆ 전용복> 그러니까 자기 집에 간다는 그 말이여.

◇ 김현정> 짐 싸서 막 나가버리세요? 가출해 버리세요?

◆ 전용복> 네. 그러니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지. 안아서 또 방에다 갖다 놓으면 죽이라고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고. 그러니께 동네가 난리도 아니지. 또 처음에는 똥도 싸서 방에다 문질러놓고. 개밥 주려고 저기다 해놓으면 그 놈 먹는다고, 그 놈 손에다 막 가지고 오시고. 말도 아니었죠, 말도 아니여.

◇ 김현정> 걷고 서고 이런 건 잘하세요?

◆ 전용복> 그런 걸 못 한다니까요.

◇ 김현정> 이제는 그것도 안 되시고?

◆ 전용복> 앉아서 간신히.. 그냥, 화장실 다니는 것도 간신히 다니셔.

◇ 김현정> 그러면 여자인 며느리가 시어머니 돌보는 것도 힘든데, 남자인 사위가 장모님을 돌보게 되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아요. 목욕도 혼자 못 하시고, 식사 수발도 다 들어 드려야 되고 이런 상황이면 말입니다.

◆ 전용복> 그렇죠. 식사고 뭐고. 그거 뭐, 별 수 없잖아요. 누가 아무도 없는데 목욕도 제가 해 드리고 다 하지.

◇ 김현정> 담담하게 말씀하십니다만, 그게 사실은 쉬운 상황이 아닐 것 같은데요.

◆ 전용복> 몰라요. 애초부터 제가 각오를 하고 있어서, 아내 안 죽었을 때도... 아내 안 죽었을 때도 처남이 정상이 아니었어. 장애인이고 거시기하고 그랬어. 거시기 하니까 항상 아내 죽기 전부터 그랬지. 장모님은 우리가 책임져야 된다.

◇ 김현정> 그러면 아내분한테도 혹시 당신이 먼저 가더라도 내가 장모님은 끝까지 모시겠소, 이렇게 약속을 하신 거예요?

◆ 전용복> 우리가 책임을 져야 된다는 얘기는 했었죠.

◇ 김현정> 언제가 제일 가슴이 아프셨어요, 장모님 보면서?

◆ 전용복> 가슴 아픈 거는 인자, 거시기하면 막 집에 간다고 가시면 안아다가 여기다 놓고... 사진이 여기 걸렸잖아.

◇ 김현정> 누구 사진이요?

◆ 전용복> 방에 장모님 사진. 그래서 “여기가 집이지 어디가 집이요? 사진이 왜 남의 집에 걸렸소” 그래도 모르거든. 아니라는 것이여. “사진이 걸렸어도 내 집이 아니”라고 말혀. 그럴 때가 가슴이 제일 아프지.

◇ 김현정> 지금 가끔 가다가 정신이 돌아오시긴 하세요, 장모님이?

◆ 전용복> 그런데 지금은 돌아온다기보다는 약 먹고서 좋아지기는 많이 좋아져서 어디 나가고 그렇지는 않으셔.

◇ 김현정> 제가 왜 여쭙냐면 이 장모님께서 치매에 걸린 나를 사위가 돌보고 있구나, 이런 걸 아시나 궁금해서요.

◆ 전용복> 몰라요. 그런 건 하나도 몰라. 동네 사람은 다 아는데 나만 아저씨야.

◇ 김현정> 아저씨라고?

◆ 전용복> 동네 사람은 다 아는데 나만 아저씨여.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럴 때는 좀 야속하지 않으세요? 아니, 내가 장모님을 몇 년째 이렇게 온갖 수발을 다 들고 있는데 나보고 아저씨라고..

◆ 전용복> 야속하다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고. 또 자기 정신이 아니어서 그런 것을. 누굴 야속하다고 생각하면 뭐라고 할 것이여. (웃음)

◇ 김현정> 지금 담담하게 말씀하십니다만, 그간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요즘은 치매가족들이 워낙 많아서, 그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짐작이 됩니다. 지금 시골마을에서 농사 지으신다고요?

◆ 전용복> 네. 논 너마지기 있어요.

◇ 김현정> 그럼 농사지으실 때는 장모님은 어떻게 하세요?

◆ 전용복> 농사하러 갈 때뿐 아니라 아무 때고 어딜 가든 휠체어에다가 모시고 가죠.

◇ 김현정> 휠체어에 태워서 항상 두 분이 다니시는 거예요?

◆ 전용복> 그럼. 지금도 마찬가지야, 좋아졌어도. 지금도 어느 때 어떻게 할지 모르니께.

◇ 김현정> 아니, 그 정도가 되면 다른 방법도 강구했을 법도 한데. 예를 들어서 다른 일가친척 누구라도 찾아본다든지, 요양병원을 가본다든지. 거기서 내가 빠져나와야겠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보셨어요?

◆ 전용복>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아니, 아예 내가 작정을 하고 거시기를 했기 때문에 그거보다 더한 오줌, 똥을 싼다고 해도 내가 기저귀까지 다 준비해 놨어, 지금.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어.

◇ 김현정> 60대 사위가 86세의 중증치매에 걸린 장모 한 분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용복 씨, 만나고 있는데요. 선생님, 친부모님은 뭐라고 하세요?

◆ 전용복>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어요.

◇ 김현정> 그럼 장모님이 친부모님이나 마찬가지겠네요.

◆ 전용복> 그렇죠. 친부모님이나 장모님이나 그걸 뭐, 어떻게 구별할 수가 있어요? 부모님은 똑같은 부모님이지.

◇ 김현정> 그럼요. 장모님을 뭐라고 부르세요?

◆ 전용복> 그냥 ‘엄마’ 라고 불러요.

◇ 김현정> 아, 엄마라고. (웃음) 그럼 엄마가 지금 방송을 들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엄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전용복> 몸이나 건강하게 사시는 날까지 사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사실은 저희가 인터뷰 요청했을 때 자꾸 안 한다고 하셨어요. ‘이거 당연한 거 아니냐고. 왜 이게 인터뷰 거리가 되냐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전용복> 그렇죠. 당연한 것인데 무슨 놈에.. 인터뷰 거리가 안 되잖아, 이건..

◇ 김현정> (웃음) 그런데 그 당연한 일이 지금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어서, 그래서 존경스럽습니다, 전 선생님.

◆ 전용복> 아이고.

◇ 김현정> 어머니 건강 되찾으시길 기도하고요. 그리고 어머님과 오래오래 사시려면 선생님도 건강하셔야 되겠어요.

◆ 전용복> 네. 저는 건강은 좋습니다. (웃음)

◇ 김현정> 어머님 잘 모시고,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