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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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년에서 63년 사이 베이비부머 715만명
- 시대와 세대를 잇는 가교역할 세대
- 50대 불안감이 박근혜 3%차 당선 만들어
- 베이비부머 추락땐 중산층 살리기 어려워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
‘베이비부머’, 여러분은 혹시 베이비부머에 속하십니까? 1955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분들이 바로 베이비부머인데요. 한 715만 명이 여기에 속한다고 그럽니다. 최근에 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책 없는 노후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이 시대 대표논객이죠.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이 베이비부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서 화제인데요, 직접 만나보죠.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의 저자 서울대 송호근 교수입니다.
◇ 김현정> 송호근 교수님도 베이비부머셨군요?
◆ 송호근> 네. 제가 56년 1월 4일생이거든요. 그러니까 베이비부머의 맏형이죠.
◇ 김현정> 딱 시작하는 그 시점에 태어나셨어요.(웃음)
◆ 송호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책 제목이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이 얘기는 교수님도 소리 내서 울지 못하신다는 얘기네요?
◆ 송호근> 저도 가끔 속으로 울 때가 있긴 하지만 제가 베이비부머를 인터뷰를 해 보니까 모두 다 가슴 속에 울음을 갖고 있는데, 정말 소리 내 울지는 못 하더라고요.
◇ 김현정> 무슨 울음이 그렇게 쌓였을까, 그게 궁금한 건데, 차근차근 짚어보죠. 먼저, 책을 보다 보니까 교수님은 베이비부머를 ‘가교세대다’ 이렇게 정의를 하셨어요. 다리 놓는 세대. 왜 베이비부머가 다리 놓는 세대입니까?
◆ 송호근> 그 베이비부머가 세대론적으로 아주 독특한데요. 부모들은 대개 농촌세대. 농촌에서 태어난 분들이고. 농부들이 제일 많습니다. 7, 80%가 농부고요. 그래서 베이비부머의 80% 정도는 농촌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도 농촌에서 태어났거든요. 그리고 다 서울 올라와서 자녀들을 뒀는데 IT세대가 됐죠. 그러니까 농촌에서 일생을 사신 부모와 아주 현대적인 IT 세대 사이를 연결하는 세대였다, 그런 의미이고.
또 하나는 그분들이 부모들이 대개 GNP 1인당 국민소득 50불 시대에 태어났고, 자녀들은 대개 1만불 시대에 태어났거든요. 그 사이를 잇는 세대니까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일들이 이 사이에 벌어졌겠어요?
◇ 김현정> 그렇죠.
◆ 송호근> 그런 면에서 가교세대라고 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시대론적인 의미인데, 베이비부머가 대개 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거든요. 요즘 식으로 말하면 청춘시절인데, 이 시대가 사실은 근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그런 시기였다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근대와 현대를 연결했다는 이 두 가지 의미에서 가교세대라고 정의할 수가 있죠.
◇ 김현정> 그 엄청난 일을 한 가교세대들이 지금 왜 그렇게 가슴 속에 울음을 안고 있는 걸까요?
◆ 송호근> 이들이 사실은 우리가 얘기하는 한강의 기적의 인적인 인프라였습니다. 그러니까 산업일꾼이 주로 베이비부머였거든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거기에 청춘을 바친 세대인데 이제 막 퇴직을 목전에 두고 또는 퇴직을 한 사람들이 가진 건 별로 없고, 부모 봉양도 해야 되고, 자녀 교육도 아직 안 끝났고, 막막한 상태인 거죠.
그래서 지금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그다음에 청춘을 바친 경제성장, 이 두 가지가 사실은 대비가 되고 있는데. 이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고, 우리 세대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이런 간극이라고 할까요?
◇ 김현정> 고민들을 하게 되는 거군요?
◆ 송호근> 이런 대비가 극단적으로 겹치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베이비부머 세대까지는 당연히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하고, 또 부모들은 자식에게 전부 투자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밑의 자식들은 이제 더 이상 부모를 봉양하려 하지 않고, 나는 벌어 놓은 것이 없고. 이런 상황이 돼버렸다는 말씀이에요.
◆ 송호근>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베이비부머의 어떻게 보면 나쁜 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부모는 무조건 모셔야 되고, 그러니까 충효사상을 갖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고. 유교문화의 막내세대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자녀세대는 분가하고 독립한다, 부모가 알아서 하세요,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잖아요.
◇ 김현정> 그걸 너무 당연한 걸로 생각하죠.
◆ 송호근> 그런데 부모들은 모든 걸 다 바쳐서 부모들을 밀어주고 난 다음에 결국은 50대 후반이 되면 가진 건 별로 없죠. 지금 현재 50대들이 평균적으로 3억원대 아파트 하나하고 1억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직장에서 물러나옵니다. 그걸 가지고 61살 때까지, 평균 퇴직연령이 53세로 돼 있는데 53세부터 연금을 받게 되면 61세까지가 무소득 크레바스라고 하는 무소득 기간이거든요.
◇ 김현정> 그때가 제일 힘든 거군요?
◆ 송호근> 그때는 수렁에 빠지는 기간인데, 아까 말씀드린 자기 재산에 의존해서 어마어마한 짐을 해결해야 되는 이런 과제를 안고 있는 때입니다. 가장 힘든 때죠.
◇ 김현정> 결국은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좀 줘야 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사람들도 결국 이 세대 아닌가라는 얘기들을 하는데요. ‘50대의 불안감이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다.’ 동의하십니까?
◆ 송호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통계도 나와 있지만 50대가 3%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무거운 짐을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를 보고 있었던 거죠. 이 극도의 불안심리가 사실은 급진적인 변혁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을 선택하도록 했고 그리고 과거 청년시절에 일을 열심히 하면 일자리는 있었고 일을 열심히 하면 뭔가 보답이, 경제성장 과정이니까 뭔가 이룰 수 있었다고 하는 기억에 의존을 하고 있다.
◇ 김현정> 자신의 청년기 기억, 향수, 그것을 더듬었다는 말씀이세요?
◆ 송호근> 그렇죠. 그러니까 빈곤으로부터 여기까지 왔을 때 자기는 평생 직장과 일에 헌신을 하고 몸을 바쳤는데 그래서 여기까지 이뤘다라고 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면 뭔가 보답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투표를 했던 것이죠.
◇ 김현정> 그러면 그 50대의 불안감을 박근혜 정부가 잘 해소해 줄 것인가, 지금까지 대통령 당선되고 공약 하나하나 이것저것들 만들어가는 과정 보면서, 교수님은 어떤 생각 드세요?
◆ 송호근> 책 제목이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인데,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울음을 계속 참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계속 속으로 울어야 됩니까?
◆ 송호근> 왜냐하면 맞춤형 복지공약인데요, 정책인데. 이 맞춤형 복지에서 50대가 가장 취약한 상태로 돼 있습니다. 지금 정책 프로그램 중에서. 대개 청년과 고령자, 그다음에 보육 이렇게 돼 있으니까. 물론 다 시급한데.
50대를 향한, 50대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그다지 마련돼 있지 않거든요. 대개 일자리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자리는 민간기업 쪽에서 만들어줘야 되는 건데, 정부에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50대가 가장 복지수요가 폭증하는 시기다. 왜냐면 중산층 살리기 또는 중산층 70% 공약을 했잖아요. 그런데 이 50대가 무너지면 사실은 중산층 살리기 프로젝트 자체가 빛을 바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50대를 위한 복지가 가장 취약한 게 현실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연금과 고용보험인데. 지금 50대 중에서 공적인 연금을 지금 받을 수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하고요. 대부분 다 공적연금보다는 개인적으로 민간보험회사에다가 보험 상품을 사고 있는 개인연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거든요. 더군다나 공적연금이라도 61세까지 못 받으니까 소득이 없는 거고요. 그다음에 고용보험은 또한 50대는 잘 적용이 안 됩니다. 받을 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요. 그러니까 복지제도라고 하는 게 거기에 가장 취약한 거죠.
◇ 김현정> 보니까 50대는 이래저래 다 끼인 세대네요? 이번에도 대통령을 많이 밀어줬지만 50대가 정작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고령과 청년 세대의 복지정책에 또 떠밀려 버린, 이런 세대가 된 거란 말씀.
◆ 송호근> 그래서 중산층 살리기의 가장 핵심적인 세대가 이 세대, 베이비부머인데. 베이비부머들이 방치돼 있다. 그래서 속울음으로 울고 있다. 소리 내 울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울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한다, 지금 이런 상태에 있습니다.
◇ 김현정> 청취자 6112님은 ‘가교가 아니고 눈물의 샌드위치라고 표현해 주세요. 교수님 말씀 다 맞다.’ 이런 문자 주셨고, 8672님은 ‘속으로 우는 게 아니라 속으로 분노하고 있다. 울음의 차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런 문자들 지금 주고 계시네요.
그나저나 교수님, 작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측의 선대위 요직 제안 받으신 적도 있고, 또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도 되셨고 하셨는데, 정부에 들어가서 이런 일 좀 하시기 그러셨어요?
◆ 송호근> 저의 정체성은 학문을 하는 거니까 사회 전체를 보면서 사회의 아픈 곳을 사회학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아무튼 정책적인 제안을 하거나 사회적인 쟁점을 발굴해 내거나 그게 저의 평생의 업이라고 생각을 해서 사실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다시 총리 제안이 와도 안 받으실 생각이세요?
◆ 송호근> 저는 아직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것들을 누가 잘 해결해 줘야 될 텐데 ‘중산층 살리기를 위해서라도 50대에 힘써라.’ 이 말씀은 하셨고, 그럼 이번에는 베이비부머에게 하고 싶은 말씀, 힘이 되는 한마디를 해 주신다면?
◆ 송호근> 베이비부머는 역사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지금 이제 5천만 국민 가운데 한 720, 730만 정도 되는데. 두 가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공적인 의식인데요. 베이비부머 세대의 역사적인 위치를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이런 자부심이고요.
사적으로는 사실은 제3의 인생을 출발하는 시점이 있거든요. 앞으로 20년 내지 30년이 제3의 인생이라고 한다면 그 제3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이 대개 가족과 국가에 헌신하느라고 자아를 그냥 버려둔 상태로 지금까지 지내왔거든요. 그래서 자아상실을 메어줘야 되고 자아를 회복해야 되는 이런 개인적인 과제에 당면하고 있습니다.
여기 두 가지, 하나는 역사적인 자부심, 그다음에 자기 인생에 대한 자신감. 이 두 가지를 회복을 해야 한국사회의 중추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가슴을 울리는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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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2(화) 송호근 교수 "소리내 울지 못하는 50대, 앞으로도 그럴듯"
20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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