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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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8(금) 최서윤 씨 "우리시대 잉여인간들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
2013.03.08
조회 177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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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1인 잡지 <잉여> '잉집장' 최서윤 씨


여러분, 잉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사전에서 찾으면 ‘쓰고 난 나머지’ 이런 뜻이라는데요. 학창시절에 읽었던 잉여인간이라는 소설도 떠오르죠. 부정적 의미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 사회의 잉여인간이 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이 부정적 의미의 잉여를 이름으로 삼은 잡지가 (웃음) 발간이 됐습니다. 더 특이한 것 이 잡지사의 사장부터 편집장, 기자까지 혼자서 다 하는 이 잡지는 1인 잡지라고 하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월간 잉여의 잉집장 최서윤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최서윤 씨,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직함이 잉집장이에요, 잉집장?

◆ 최서윤>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무슨 뜻입니까?

◆ 최서윤> 잉여랑 편집장 합쳐서 잉집장이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잉여 편집장 그러면? (웃음)

◆ 최서윤>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 얘기는 그러면 최서윤 씨도 잉여인간이라는 뜻인가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잡지 안의 내용도 잉여 인간들의 얘기?

◆ 최서윤> 네, 그렇죠. 여기는 1인칭시점으로 자기 얘기를 많이 서술하는 구조인데 직업은 다 달라요. 재수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출판사 직원, 만화가, 싱어송라이터까지 이렇게 다양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들 다 스스로 잉여라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잉여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낸 잡지. 잉여가 뭘까요? 잉여라는 게 뭡니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이미 다 아시다시피 쓰고 난 나머지가 사전에 등재돼 있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쓰고 난 나머지라는 것은 당장 쓸모가 없게 쓰이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 했거나 회사를 원하는 데 못 들어갔거나 그렇게 쓰이지 못 해서 자기가 남았다고 느낄 때 잉여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또 쓸모 없는 짓, 그러니까 자기개발이랑 관계없는 짓을 할 때도 내가 잉여인간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잉여인간이라는 말은 예전 소설에서부터 있어 왔지만 요즘 들어서 참 잉여라는 말을 많이 써요,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넓게 퍼져나갔을까요? 이 잉여라는 말.

◇ 김현정> 그게 자기개발이랑 경쟁의 논리가 사회 전체를 지배해서 또 그것에 대한 반증, 반동으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쓸모없는 일은 안 되는데라는 이런 죄책감에 시달린다거나 또는 경쟁에 밀려났던 패배감에 시달리고, 또 그걸 전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전반적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런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고 너무 경쟁 속으로 몰아넣으니까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는 잉여인간이라고 인정하는 사람도 많아진.

◆ 최서윤> 네, 그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 잉집장님은 뭐하던 분이세요?

◆ 최서윤> 저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는데요. 2년 동안 스터디를 조직해서 글도 쓰고, 참석하고 여러 공부를 했는데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잉여라고 느끼게 됐고 약간 빡친, 억하심정이 있어서 스스로 매체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주변에 되게 잉여가 많다, 이런 생각에.

◇ 김현정> 그래요. 2년 동안 언론사 시험 준비하다가 안 되고 나서 아예 내가 만들어보겠다. 그러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잉여를 극복하신 잉여시네요?

◆ 최서윤> 그렇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잉여라는 게 뭘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사실 다 되게 열심히 뭔가를 창조하는 사람도 잉여인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어떤 패러디물, 유행어 이런 거 만드는 사람도 잉여가 많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잉여라고 느끼는 건 이게 돈을 버는 짓이 아니니까 내가 진짜 쓸모없는 짓 하는구나. 애정과 의미와 재미로 하는데 자본주의적으로 보면 잉여짓이야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의 시각으로 볼 때는 돈 못 버는 일은 다 잉여인 것처럼 (웃음) 그런 게 있죠. 1인 잡지사라고 제가 지금 소개를 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운영을 하세요? 아무리 1인 잡지사라도 그거 내고 어떻게 하려면 돈이 들잖아요, 운영하려면?

◆ 최서윤> 돈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제가 제 돈을 털어서 냈고,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후원금 혹은 다 정기구독을 위한 비용 같은 게 입금이 되면서 그리고 또 광고도 아주 근근이 실려서 근근이 근근이 냈었는데 통장 잔고가 떨어지면 못 내기도 했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이게 한 1년 동안 나온 건가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제12호까지 나왔습니다.

◇ 김현정> 온라인으로 아니면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는 건가요?

◆ 최서윤> 오프라인에 소규모 출판물 전문서점이 홍대나, 대학로 그리고 부산, 대구 이런 데 있는데요. 그런 출판물전문점에 있습니다.

◇ 김현정> 많은 잉여인간들이 찾아오십니까? (웃음) 많이 찾으세요? 한 몇 백분 정도 꾸준히 받으시는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러시군요. 공감하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최서윤 씨?

◆ 최서윤> 아, 저는 만 26세입니다.

◇ 김현정> 꽃다운 나이. 어떻게 꿈을 잉여편집장으로, 잉집장으로 계속 가시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꿈을 또 꾸고 계세요?

◆ 최서윤> 제 본질적인 삶의 목적은 세상과 소통하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도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고 이런 거였는데 그래서 언론사 입사를 하고 싶었고, 또 그런데 그게 아니여도 이런 걸 통해서 했지만 또 이 잡지 안 내게 되더라도 그와 관련된 본질성을 잃지 않으면서 살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세상과 소통하는 일?

◆ 최서윤> 네.

◇ 김현정> 그러면 계속 자본주의적인 입장에서 볼 때, 시각에서 볼 때는 계속 잉여가 될 수 있겠네요, 돈 많이 못 버는.

◆ 최서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제가 한치 앞만 보면서 살고 있어서 더 먼 미래는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지금 세상에 잉여들을 향해서 손가락질 하는 그런 어른들, 기성세대가 있다면 뭐라고 한 말씀해 주고 싶으세요?

◆ 최서윤> 지금 시대가 워낙 경쟁의 승자가 너무 소수잖아요. 전문직, 공무원, 대기업,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들이 전체에서 10%가 들까 말까인데 그렇게 굉장히 제한적인데 모두가 그걸 위해 노력하라고 부추기고, 주류매체는 성공신화 위주로 보도하고 그건 저는 상상을 심어주는 것 같고, 좀 스스로의 삶의 주인공이 안 되고 난 후에 원하는 가치를 좇아서 설계하는 것 같아서 월간지를 통해서 그걸 반항하고 비판, 묻고 싶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까 말했듯이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기성세대분들도 했으면 좋겠어요. 시대가 약간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거. 지금 상황은 나중에 좋은 미래가 오겠지라고 삶을 예측하고 인내하는 그런 시대가 좀 아니게 됐다는 거.

◇ 김현정> 설사 잉여인간들이 많아지더라도 우리가 포근히 안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이런 사회였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면서 힘내세요, 최서윤 씨.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