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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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미용업계 20년 종사하고 있는 000 씨 (익명)
헤어디자이너들의 대부라고 불리던 박준 씨. 전국의 가맹점 150여 개를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미용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인데요. 박준 씨에 대해서 경찰이 여직원들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었고요. 일단은 증거불충분으로 영장이 기각 됐습니다만 경찰 측은 증거를 더 보강해서 다시 영장을 청구한다, 이런 방침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 뉴스가 알려지자 피해자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는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 이 미용업계가 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얼마 전에는 스태프라고 불리는 보조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큰 문제가 되기도 해서요. 저희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볼까 합니다. 미용업계에서 20년간 종사해온 분이고요. 피해자들로부터 증언을 많이 들었다는 분입니다. 익명으로 연결해 보죠. 이분의 신변보호상 음성은 변조했다는 걸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미용실에서 근무만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일들도 20년 동안 해 오셨어요?
◆ OOO> 처음에는 미용일 하다가 그거에 관련된 강의도 하고요. 지금 개인적으로 조그마한 살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미용업계에서 아는 분이 굉장히 많으시겠어요?
◆ OOO> 아무래도 조금 경력이 있으니까요.
◇ 김현정> 이번 헤어디자이너 박준 원장의 성폭행, 성추행 혐의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 OOO> 이런 일들이 박준 원장뿐만 아니라 남자 원장님들이 있는 곳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로 알고 있었거든요. 이번 사건은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들어왔던 것들이 이제 진실로 드러나는 거니까. 그리고 실제 피해자들도 숨은 피해자들이 훨씬 많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또 제가 아는 피해자들도 있기 때문에.
◇ 김현정> 지금 들으면서 좀 충격적입니다. 우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박준 원장에게 당한 사람도 지금 고소한 4명보다 더 많고?
◆ OOO> 네. 제가 아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 김현정> 게다가 가해자들도, 그러니까 박준 원장과 같은 사례가 박준 원장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비일비재하게 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이 얘기도 좀 충격적이네요.
◆ OOO> 네.
◇ 김현정> 하나하나 좀 보죠. 우선 박준 원장과 관련돼서 어떤 제보를 접하신 게 있다고요?
◆ OOO> 청담점은 일단 들어가기 전에 스태프들 사이에 ‘회장님 손버릇 안 좋아’ 라고 다들 미리 얘기를 한대요. 손버릇이 안 좋기 때문에 항상 저녁에 남을 때는 둘 이상 남고, 회장님이 불러도 혼자 가지 말고 둘이 가고, 밥을 먹으러 가도 꼭 혼자가 아니고 둘이 가라는 그런 게 암암리에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 김현정> 손버릇이라고 하는 게 무슨 말이죠?
◆ OOO> 성추행 같은 거죠. 이렇게 지나가다가 가슴을 뒤에서 확 만진다든지, 등이나 허벅지 같은 데를 만진다든지. 너무 일도 아니라고 들었어요.
◇ 김현정> 지금 무죄추정의 원칙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소문 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혹시 더 구체적인 증인을 만나신 적도 있으세요?
◆ OOO> 네. 증인을 만난 적도 있고. 이게 1명의 얘기가 나온 게 아니고요. 제가 아는 피해자만 해도 5, 6명이 되고. 그들이 저한테 직접 얘기를 해서 알게 된 거고. 힘들게 저한테 토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 김현정> 주로 내용은 어떤 거였나요?
◆ OOO> 회장실로 불러서 차, 음료 같은 거, 커피 갖고 오라고 그래서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설마 자기한테.. 한 번도 그런 일이 없고 소문으로만 들었기 때문에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올라갔다가 당하는 친구도 많고. 처음 당하면 당황스럽고 이렇게 하다가 친구들한테 얘기를 하면 ‘조심하라고 했잖아. 앞으로 그냥 둘이 다니자.’ 이런 식으로 해서 많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김현정> 당한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수위의 성추행을 당했다는 거죠?
◆ OOO> ‘여기서 잠깐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다든지, ‘뽀뽀해 주면 안 돼?’ 이런 기타 등등의 일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실질적으로.
◇ 김현정> 그럼 그럴 때마다 그런 것이 한 사람한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라면, 항의를 하거나 집단적으로 뭔가 의사표현을 할 수는 없나요?
◆ OOO> 실제로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 부모님들이 올라와 난동을 피운 적도 있었고. 14년 전 쯤인가? 그분이 영국 오시기 전에도 크게 성추행인지 성폭행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에 연루돼서 그 부모님들이 알아서 고소하고, 막 이렇게 하는 바람에 급하게 도피 오셨다고. 그거를 청담동에서 일하던 디자이너한테 들었어요, 저는.
◇ 김현정> 그런데 그 정도 선에서 그치고, 말하자면 형사고발 사건으로 더 번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보통 이 정도의 성추행, 성폭행이 이루어진다면 누구나 당연히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을 하는데.
◆ OOO>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고 그러다 보니까 부모 입장에서 계속 그런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대한, 특히 성폭행 같은 경우는 그게 만약 이슈화 될 경우에는 자기 딸의 이름이라든지 모든 게 노출이 된다는 그런 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중간에서 많은 일들이 고소가 취하되고 그랬기 때문에 아무런 증거가, 데이터가 남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혹시 이게 미용업계의 어떤 불합리함, 부조리한 구조와도 맞물려 있나요? 예를 들어서 이렇게 한번 찍히고 나면 어디 다른 데 가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든지, 이런 것들 말입니다.
◆ OOO> 너무 어리니까 거기밖에 못 보잖아요. 사실 이 세계가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동네를 가면 된다는 생각이 있는데, 아무래도 특히 청담지역에 있는 친구들은 거기를 못 벗어난다는 생각을 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 김현정> 미용업계 종사자들이라면 그곳은 모두가 선망하는, 다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리를 잃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
◆ OOO> 그렇죠. 소문이 나면 어떡하나, 그리고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청담지역이 워낙 좁다 보니까 더더욱 그런 소문이 빨리 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프랜차이즈가 150개를 갖고 있는, 어떻게 보면 힘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개인이 1개 정말, 미용 시작한 지 몇 개월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대적하기에는 너무나 크다고 생각을 했고. 설사 부모님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부모님들도 중간에 결국에는 딸의 안위라든지 딸의 꿈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많이들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런 일이 몇 년 동안이나 벌어진 일인가요, 이런 소문을 듣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되셨어요?
◆ OOO> 저는 영국에서 처음 들었으니까 한 15, 16년 이상 되지 않았을까요?
◇ 김현정>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니까 향후 수사과정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좀 더 밝혀져야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아까 전에 다른 미용실에서도 이런 유사한 상황들이 벌어져 왔다, 벌어지고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거는 어떤 얘기인가요?
◆ OOO> 명성이 있으신 원장님들 같은 경우, 견습생 그런 친구들이 아무래도 명성이 있는 쪽에 가고 싶어 하고 바로 밑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다 보니 견습생들이 되게 많이 몰리고 있는 추세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일들이 계속 요즘에 일어나는 것 같아요. 최근에 청담동에서도 남자 원장이 메이크업실에 있는 스태프를 성폭행해서 고소를 해서 합의금을 얼마 받아서 합의를 했다라는 얘기를 듣고 그거 때문에 한 몇 달 동안 손님들한테는 유학을 간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사실은 알고 보니 쉬었다가 다시 다른 미용실의 원장으로 또 취직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 인터뷰에 응한 분은 미용업계에 20년 동안 종사한, 지금도 종사하고 있는 종사자입니다. 미용실의 이런 구조적인 문제,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 용기를 내서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신 건데요. 이외에도 사실은 얼마 전에 문제가 됐던 것이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단체를 통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만 미용실의 스태프라고 불리는 견습생들이 참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 OOO> 큰 미용실일수록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소형미용실은 워낙 견습생들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충분치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형프랜차이즈나 이런 데에 비해서는 많이 주고, 오히려 밥 먹는 시간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더 많이 할애해 주고 그런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견습생들이 많이 몰리고 그런 데는 대형이고 그러다 보니까 중소형 이상이다 보니까 적은 임금으로 이렇게, 그러니까 일을 시키는 경우가 되게 많죠.
◇ 김현정> 우리나라 미용기능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걸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구조적인 불합리는 이번 기회에 바로 잡고 가야 될 텐데요. 이런 부당행위, 부조리 없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세요? 혹시 생각해 보셨어요?
◆ OOO> 일단은 성추행이나 성폭행 같은 경우는 좀 미용산업 자체에서 그런 환경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좀 상담을 해 줄 수 있다든지, 그런 게 생겼으면 좋겠고요.
◇ 김현정> 시스템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좀 상담해 줄 수 있는 뭔가 이런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구가.
◆ OOO>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면 도제 시스템이고, 말한 것처럼 어떻게 보면 자기가 선망하는 디자이너와 내가 일을 하다 보면 신체적으로 사실 부딪칠 수 있는 일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머리를 말다가, 섭을 하다가 부딪친다든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일이거든요, 사실은. 그런 거 좀 이해할 수 있는 상담원이나 상담시스템이 좀 있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지금 중대형에서 노동착취나 인권 같은 게 유린되고 있는 경우에는 지금처럼 청년유니온의 이런 단체에다가 저희가 조금 관심과 이런 거를 기울이고 중소 쪽에 가서 정말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좀 더 만들어 주면 가지 않을까, 절충할 수 있게끔 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나저나 지금 인터뷰 하는 분도 미용업계 종사자이신데 같은 업계에 대고선 쓴 소리를 했다가 불이익 당하거나 그러시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 OOO> 그래도 고쳐져야 될 건 고쳐져야 되는 거고, 사실 청년유니온이라든지 성폭행이나 성추행, 이런 것들은 어쨌든 드러나서 양지로 나와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미용생활 20년을 하면서 지금은 때가 돼서 나와야 되고 산업이 점점 발달을 하면서 맑아져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예전 같았으면 정말 이렇게 됐어도 뉴스나 인터넷 이런 데에 나가지도 않고 더더욱 묻힐 수도 있던 문제를 이렇게나마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라는 거, 그런 환경이 됐다라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많이 더 발전해야겠지만 그렇게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참 후배들을 위해서 용기를 내셨습니다. 미용업계 20년 종사자이고 지금도 현업을 뛰고 계시는 분이세요. 주변에서 들은 지금까지의 어떤 제보들, 증언들 모아서 오늘 피해사례 증언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 용기 있는 인터뷰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6(수) 000 씨 (미용업 종사자) "미용업계 성추행 실태를 고발합니다"
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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