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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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2(금) 전주원 코치 "엄마의 마지막 선물 식혜, 차마 못 먹어"
20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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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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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찌 우리은행의 대반전…7년 만에 통합챔피언


한국여자농구의 간판스타, 전설 전주원 선수. 지금은 코치로 변신해서 춘천 우리은행팀 이끌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 막을 내린 2012-2013 여자프로농구에서 우리은행팀이 통합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활짝 웃지 못 하는 한 사람이 바로 전주원 코치였어요.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두고 전주원 코치 어머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인데요. 상을 당한 와중에도 경기장에 나와서 팀원들을 이끌었던 이 전주원 코치 모습에 팬들이 참 많이 감동했습니다. 오늘 직접 만나보죠. 프로여자농구 우리은행팀의 전주원 코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축하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될지, 애도의 말씀을 먼저 드려야 될지 헷갈리네요. 그래도 좋은 일부터 우리가 인사를 드리죠. 우승 축하드립니다.

◆ 전주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무려 7년 만의 통합우승. 소감이 어떠세요?

◆ 전주원> 우승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좋은 일이고요. 그리고 저희가 최하위를 계속 하다가 우승을 해서 더 뜻 깊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4년 동안 계속 꼴등이었어요.

◆ 전주원> 네.

◇ 김현정> 그런데 올해 우승. 원동력이 뭡니까?

◆ 전주원> 선수들이 그만큼 힘든 운동량을 다 묵묵히 따라주었고, 또 은행에서도 정말 열성적으로 저희한테 지원을 해 줬고요. 여러 가지 이런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실력을 차치하고라도 오랫동안 꼴찌 자리에 있다 보면 패배의식 같은 게 생기잖아요, 선수들이. ‘우리 안 돼.’ 이런 느낌. 그런데 자신감을 어떻게 끌어 올리셨어요?

◆ 전주원> 그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비시즌 때 상황에 대해서 그런 연습, 훈련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몇 분 상황일 때, 몇 점 뒤지고 있을 때 이런거. 하지만 그런 거 중요하겠지만 선수들 나름대로의 그런 마음적으로 할 수 있는 극기훈련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되게 많이 했던 게 선수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말하자면 마인드 컨트롤 같은. 경기 끝나자마자 전주원 코치하고 위성우 감독, 선수들 다 모여서 펑펑 우시더라고요?

◆ 전주원> 네.

◇ 김현정> 무슨 생각하셨어요?

◆ 전주원> 저는 2차전 끝나고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래서 저는...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미묘하고 복잡한 마음이 많았고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아마도 기쁨의 눈물이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돌아가시기 전날도 어머님이 경기장을 오셨었다면서요?

◆ 전주원> 1, 2차전 다 오셨었는데 2차전 때 춘천 마지막으로 오셨고요. 그때도 선수들 먹으라고 식혜까지 해주시고 해서 정말 평상시와 똑같이 어머님을 보내드렸는데, 그날 일어나지 못하셨어요.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사실은 전주원 코치의 어머님도 말하자면 제3의 팀원 같은 분이었다고 들었어요. 훈련할 때, 경기할 때, 간식 사다가 팀원들 격려해 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 그러셨든 분이죠?

◆ 전주원> 네. 시합 때 선수들 떡도 해다 주시고 식혜도 해다 주시고 여러 가지 그런 것부터 시작을 해서, 항상 시합장에 따라다니시면서 응원해 주실 만큼 그렇게 농구단을 아끼셨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 식혜가 아직 혹시 냉장고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 전주원> 네, 남아 있어요.

◇ 김현정> 어머님이 만들어주셨던 그 식혜. 못 드실 것 같아요. 그거는.

◆ 전주원> 네, 못 먹겠어요.

◇ 김현정> 그래요. 2차전에 와서 응원해 주시고 식혜를 주시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새벽기도 가시다가 심장마비가 온 건가요?

◆ 전주원> 그러니까 기도를 하시고, 아마도 하시고 주무신 것 같아요. 새벽에 기도를 하시고 주무셨는데 그렇게 되셨어요.

◇ 김현정> 아마 그 새벽에도 딸 기도하러 가셨을 것 같은데요.

◆ 전주원> 아마도 저희 우승을 기원하시지 않았을까.

◇ 김현정> 그러셨겠죠. 어떤 어머님이셨습니까? 우리 전주원 코치의 어머님은?

◆ 전주원> 시골 아줌마 같이 푸근하고 일반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아줌마상이셨어요. 그리고 자식들한테도 약간의 자유, (웃음) 방목하는 스타일로 교육을 하셨고요. 그래도 항상 책임감 있게 키우셨고 그래서 저도 제 딸은 그렇게 키우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김현정> 전주원 코치처럼 키도 크셨어요?

◆ 전주원> 네. 엄마는 옛날분이시지만 1m 64cm 정도 되셨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어머님하고 되돌아보면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 전주원> 제가 너무 바빠서 엄마랑 같이 뭐 제대로 여행도 한 번 가보지 못하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마음에 많이 와 닿아요. 그래서 엄마랑 딱 한 번 금강산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어머니, 아버지 한번 갔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커서. 더 많이 모시고 어딜 다니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굉장히 후회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머님 그렇게 떠나보내고 바로 다음날이 마지막 3차전이 남아 있었어요, 사실은. 그런데 발인도 하기 전에 경기장에를 달려가셨어요. 좀 고민하지 않으셨나요? 빈소를 지켜야 되나 코트로 가야 되나?

◆ 전주원> 고민은 했어요, 고민은 했는데 엄마도 제가 팀이 우승하는데 있는 것을 더 바라셨을 것 같고요. 그리고 다행히도 입관식이 그날 저녁 10시로 미뤄지는 바람에 제가 딱 갔다 올 수 있는 시간이 돼서 그냥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어요.

◇ 김현정> 어머님한테 그 트로피는 드리시지 그러셨어요?

◆ 전주원> 그래서 선수들이 저녁 때 조문을 왔어요, 선수단이. 그래서 어머님 영전에 트로피, 하룻밤은 엄마와 함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기분 좋으셨을까요? 어머님 지금 하늘에서 듣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 전주원> 그러실 거예요.

◇ 김현정> 너무 갑작스럽게 어머님 떠나셔서 못다 한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전주원> 엄마는 다른 사람 걱정만 하다가 가셨어요. 그래서 거기 가서도 다른 사람 걱정하지 말고 엄마 행복하게, 좋은 데서 좋게 잘 계셨으면 좋겠고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 제대로 한 번도 못 해서 엄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 김현정> 왜 우리는 꼭 그분이 떠나고 나서야, 이별하고 나서서 그 말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님이 아마 지금 하늘에서 박수치고 기뻐하고 계실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 전주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김현정> 오늘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주시기를 부탁하고 기원합니다.

◆ 전주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