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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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4(목) 하지현 건국대 교수 "직장내 왕따 못 풀면 압력솥 터지듯 위험"
2013.04.04
조회 94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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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내 따돌림은 은근해서 더 문제
- 약자에게 직장 스트레스 푸는 식
-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하며 극복해야
- 사내 상담심리시스템 제도화 필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


우리가 흔히 왕따라고 하는 ‘집단따돌림’ 하면 학생들,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마련이죠.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제였죠. 경남 창원에서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 한 회사원이 동료와의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지난해에 벌어졌던 여의도 칼부림 사건도 가해자가 ‘나는 집단따돌림을 당해왔다.’ 이렇게 말했던 것 여러분 기억하실 겁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지, 만약 나에게 이런 집단따돌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함께 생각을 해 보죠.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청소년 왕따 문제는 우리가 많이 다뤘는데 이렇게 직장 내의 따돌림 문제는 처음이에요. 실태가 혹시 조사된 게 있습니까?

◆ 하지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월 30일에 발표한 6개월 이상 근무경력인 직장인들이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2.9%, 10명 중 1명 정도가 있다고 얘기할 정도니까 사실은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요.

◇ 김현정> 12.9%가 나는 지금 따돌림 당하고 있다?

◆ 하지현> 네.

◇ 김현정> 제가 어떤 조사를 보니까 1회 이상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에 대해서는 82.5%가 경험이 있다, 이런 답변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주로 직장에서 따돌리는 경우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가요?

◆ 하지현> 사실은 학생들이 따돌릴 때보다는 은근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김현정> 은근히?

◆ 하지현> 네. 사실 얘기해 보면 굉장히 사소한 일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같이 안 먹는다든지.

◇ 김현정> 우리 팀원이 10명인데 나만 빼놓고 쏙 같이 나간다든지?

◆ 하지현> 네. 그다음에 회의시간이라든지 아니면 식사 중에, 차 한 잔 마실 때 내가 어떤 얘기, 의견을 냈는데 그게 무시당한다든지 아니면 정말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든지. 이런 경우도 있죠.

◇ 김현정> 아예 없는 사람 취급?

◆ 하지현> 네. 이런 일들이 소소하게 쌓이다 보면 자기가 생각할 때 아, 내가 따돌림을 당한다는 심증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죠.

◇ 김현정> 그런 형태로 은근한 직장 내 집단따돌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따돌림을 하는 사람, 가해자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그 원인은 대체로 뭡니까?

◆ 하지현> 너무 공격적이거나 아니면 약간 정말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요. 대개는 한 명, 한 명을 보면 선량합니다. 그러니까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하는 분들인데. 문제는 이분들이 자신이 받은 고통을 생활상에서 생기는 직무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화풀이 같은 것들.

◇ 김현정> 집단 화풀이?

◆ 하지현> 집단 화풀이 같은. 일종의 학교에서의 왕따도 비슷한 분위기거든요. 마찬가지로 약자를 찾아내서 약자한테 합리적인 화풀이를 합니다. 모두가 은근히 어디에다가가 자기가 받은 생활상의 스트레스를 쏟아 부을 곳을 찾아내서 합리적으로, 자기가 생각할 때 합리적으로 화를 푸는 거죠.

마치 화장실에서 수채 구멍에 물이 흐르는 것과 똑같은 거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함으로써 본인은 편해집니다. 나는 편해지겠지만 그거 받은 사람은 어디도 풀 데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사람한테는 너무 많은 고통이 쌓이게 된다는 게 제일 위험한 일이 된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른들인데 따돌림을 당한다고 살인까지 하나요? 이번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단 말입니다. 이렇게까지도 갑니까?

◆ 하지현> 한편으로는 따돌림, 아까 말씀하신 화풀이의 대상이 됐다는 것의 매커니즘을 생각해 볼 수가 있는데요. 이분들은 다른 데 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 김현정> 내가 따돌림을 당했을 때 어디다가 더 풀 부하도 없고 나보다 약자도 없고?

◆ 하지현> 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외에는 할 곳이 없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때 그게 쌓이다 보면 결국 어딘가 풀어야 되거든요.

◇ 김현정> 스트레스는 받으면 반드시 풀어야 되는 건가요?

◆ 하지현> 뭔가가 다른 방향으로 건강한 방향을 풀 수도 있는 건데. 그것조차도 없는 분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럴 경우 극단적인 경우로 폭발하는 거죠. 저는 이런 경우 마치 압력솥에서 압력을 가 한 다음에 가스가 나와야 되는데, 김을 빼는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열었을 때 터지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때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내가 나한테 하게 되면 자살이 되는 거고요. 외부로 폭발하게 되면 정말 누구랑 어깨 한 번 부딪쳤는데 굉장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 김현정> 묻지마 범죄도 일어나죠. 지난번 여의도 칼부림 사건도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해 왔던 그 가해자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거거든요.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 하지현>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내가 집단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방법은 모르겠다.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다. 지금 듣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도 계실 겁니다.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어요, 교수님?

◆ 하지현> 그러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건, 저는 우리 문화에서 물론 직장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이 회사라는 곳은 일을 하는 곳인데 이 부분하고 사적인 관계로 친해지는 거하고는 좀 구별할 필요가 있거든요.

◇ 김현정> 공과 사를 구분해라?

◆ 하지현> 네. 그러니까 친해지는 거는 필요하긴 합니다. 친해서 잘 지내면 더 좋긴 한 거지만 일을 하러 가는 것이지 친해지려 가는 것은 아니거든요.

◇ 김현정> 회사가 사교의 장은 아니죠.

◆ 하지현> 그럼요. 자기 일이 더 중요한 건데. 여기에서 가깝게 지내지 못한다고 해서 힘들 이유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약간 역발상으로 하자면. 내 일만 잘하자. 이런 부분들도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내가 일을 잘하면 내 역량이 강화되기 때문에 그럼 남들이 저를 못 건들게 됩니다. 그런 부분이 하나 있고. 두 번째로는 왕따라고 자신이 느끼게 되는 게 도리어 왕따를 자초하는 면이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하지현> 내가 한번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동료들이 사실은 바빠서 안 간 걸 수도 있거든요, 다른 일이 있어서.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나 보다.

◇ 김현정> 스스로 피해의식을 갖는 거?

◆ 하지현> 그렇게 하면서 다시는 다가가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그 사람한테요. 사실은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럼 겉돌게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먼저 다가가보는 노력을 하는. 내가 먼저 뭔가를 도와주고, 찾아가주고, 챙겨주고 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면 그 부분도 어느 정도 극복이 되지 않을까.

◇ 김현정>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지금 개인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셨고,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방법이 없는 경우, 꽉 막힌 경우, 그럴 때는 사회가 뭔가 도움을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 하지현> 사회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도움을 줘야 되고요. 요즘은 직장 안에 사내심리상담하는 시스템들이 개발이 돼 있고요. 그다음에 따돌림 같은 거를 규제하는 금지규정 같은 것들이 일종의 명문화 돼 있다면 사람들이 조심하겠죠.

◇ 김현정> 그렇군요. 직장 내 집단따돌림 문제. 사회문제로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